소설

쾌도난마 (快刀亂麻)

#동양풍, #무협, #강공, #강수, #계략공, #능력수 황실에 비견될 만큼 높은 권세를 누리고 있는 명문 [백리세가] 이들이 휘두르는 잔인무도한 악행과 폭정에 의해서, 강호에는 수년간 끔찍한 피바람이 불고. 멸문당한 천산파의 유일한 생존자 ‘토우’는 복수를 다짐하면서 녹림에 숨어든다. 그가 속한 살수 집단의 목표는, 오로지 백리세가의 가주 ‘서천’을 암살하기 위한 것. 동귀어진同歸於盡하겠다는 각오로 결전의 그 날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토우. 한편 오래전부터 화룡채의 자객들을 뒤에서 은밀히 후원해주던 의문의 인물이 있었으니…. 언제나 그림자 속에 얼굴을 감추고 있던 상단주 ‘묘운’이다. 평소 그의 정체에 의구심을 품어오던 토우는 몰래 상대의 뒤를 추적하다가 어느날 진짜 ‘묘운’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 “…빚을 갚을 방법이 꼭 그것만 있는 건 아니지.” 복부 근처 기해혈(氣海穴)을 짚고 있던 상대의 손놀림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은근히 살갗을 문지르는 듯한 농밀한 움직임에, 명치에서부터 뭔가 뭉클하고 간지러운 느낌이 허리께에 퍼져나간다. “장난치지 마.” 토우가 그를 보며 딱딱하게 경고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시치미를 뗐다. 하긴 무려 결벽증까지 있다는 이 얼음 공자가 설마 이따위로 저급한 희롱을 하랴 싶은 생각에, 토우도 순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다. 과민한 착각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손끝의 움직임은 어느샌가 애무처럼 부드러워져서, 기해혈을 벗어나 도드라져 나온 장골 근처를 스치듯 쓸고 있었다. 예민한 성감이 살갗을 타고 등골을 저릿하게 내달려, 하반신으로 묵직하게 피가 몰렸다. 토우의 귓가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젠장, 장난치지 말라니까!!” 벌컥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쳐냈다. 진현은 나른하게 끝이 처진 눈매에 모호한 미소를 머금고, 오히려 토우의 몸 위로 깊숙이 상체를 숙였다. 너무 순식간에 다가온 일이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고, 뜨거운 숨결이 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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