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2015년에 저자명 ‘서하’로 출간한 작품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재출간 되었습니다. * 강압적인 성애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구매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작고 평화로운 소도시, 사마르한. 침략 전쟁으로 폐허가 된 그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키르엔은 불칸의 왕 얀 테무르의 여자가 되어 뜨거운 사막의 나라로 끌려간다. “내 아이를 낳는 거다. 너를 닮은 흰 피부에 황금색 머리카락 그리고 푸른 눈의 내 아이를.” 하루아침에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이후, 키르엔은 얀의 진심을 깨닫고 마침내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또 한 차례의 전쟁이 벌어지며 그녀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날 사랑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어차피 나도 네 원수라면 원수일 수 있으니까, 원수를 사랑하는 그 갸륵한 마음으로 이젠 나를 사랑해 봐.” * * * “저건…….” 이곳에 있을 리 없는 황금색이었다. 사마르한의 황금색 머리카락. “정말 사마르한이군.”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한조가 들것에 실려 있는 여자를 내려다봤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 여자의 새하얀 피부와 금빛 머리카락, 감고 있지만 그 눈꺼풀 안에 숨겨진 눈동자는 분명 수정 같은 푸른빛일 것이다. “멸망한 줄 알았는데…….” 불칸의 침략에서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고 다 죽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살아남은 한 사람이 있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하나의 보석이 지금 여기 있었다. “이거야말로 진짜 전리품이군.” 한조의 눈에 그제야 만족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드디어 보물을 손에 넣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아마도 얀의 보물일 것이다. 얀이 사마르한에서 가져온 보물. 이 보물이 이제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진짜 보물이. “저걸 가지면 진짜 내가 얀을 이기게 되는 건가.” 감추지 못하는 흥분에 한조의 입술이 살며시 떨렸다. 이 여자를 자기 것으로 하는 순간, 진짜 얀에게서 모든 것을 다 빼앗는 것이라고 한조는 생각했다. 비로소 진짜 이긴 것이라고. 그 지긋지긋한 악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