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추락자의 결말

안정적인 집안, 미래가 보장된 운동 선수였던 재현은 갑작스러운 집안의 부도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만다. 충격으로 쓰러진 동생을 보살피느라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다니며 온갖 궂은일을 해 오던 재현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의 이름은 진휘연. 재계 1순위라고 암암리에 칭해지는 현암그룹의 대표이사였다. 남자는 재현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나 하게 된다. 바로, 사촌지간이자 진휘연의 것을 호시탐탐 노리며 앞길을 막는 윤태주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자는 것. 그러면 네가 필요한 모든 것을 주겠다고 말한다. 윤태주는 자꾸 진휘연을 죽이려 하고 그의 것을 빼앗으려 든다. 모든 행실이 질 나쁘고 좋지 않은데도, 현암그룹의 진 회장은 두 손주 중 윤태주를 더 아끼는 걸 은연중에 드러내며 두둔한다. 진휘연은 회장 자리까지 올라가 현암그룹을 온전히 제 손에 가지는 일에 방해가 되는 윤태주를 없애려 결심하게 되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냥 무너트릴 수는 없다. 뼛속까지 발라먹고 차근차근 하나하나 고통을 경험하면서 밑바닥으로 떨어트리는 것. 그것이 진휘연의 목표였다. 진휘연은 게이인 윤태주의 취향에 맞는 얼굴을 한 재현을 미끼로 윤태주를 무너트릴 판을 짠다. 재현이 맡은 임무 아닌 임무는, 게이인 윤태주를 꼬시는 것. 재현은 어떻게든 빚을 갚고 동생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이 일에 뛰어든다. 그런데… 이 미친 새끼들이 영, 이상하다. *공: 진휘연/31 현암 물산의 이사. 야심을 숨기고 움직이는 계략남. 일견 다정한 면모를 보이지만 사실은 다 뒤꿍꿍이가 있다. *수: 이재현/24 잘나가던 태권도 선수였으나, 집안이 망하면서 절벽 끝으로 내몰린다. 더는 떨어질 바닥도, 나아갈 길도 없어서, 결국 진휘연이 건넨 제안을 구명줄처럼 잡는다. *서브공: 윤태주/30 현암 물산 전무. 현암 건설을 맡아 일을 하고 있다. 제어 못 하는 미친놈처럼 날뛰는 우리 안의 맹수. 진휘연에 대한 열등감으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고 싶어 한다. **글 중에서** 톡톡. 진휘연의 손끝이 탁자를 일정한 박자로 두드렸다. 재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울렁거리듯 조금씩 배 속도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긴장이 뒷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는 하나만 해 주면 돼.” 무슨 의미인지 가늠하려는 듯 재현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눈빛은 살기가 감도는데, 어투는 오늘 날씨를 물어보는 것마냥 평이해서 그의 의도가 더 파악되지 않았다. “게이 꼬시는 거요?” 망설이다가 꺼낸 재현의 말에 진휘연의 평정이 깨지고 다시 웃음이 터졌다. 진휘연은 웃으며 이마를 짚었다. 꺼릴 것 없다는 듯 거침없는 재현의 말투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했다. 진휘연은 재현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을 까닥였다. 재현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망설이더니, 이내 탁자에 가까이 고개를 숙였다. 새까만 눈동자. 꿈틀대는 눈썹. 재현의 얼굴을 유심히 훑어본 진휘연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죽여 버리고 싶은 새끼가 하나 있거든.” “…….” “같이 죽여 볼래?” ……무서운 소리를 되게 산뜻하게 말하시네. 재현의 중얼거림에 진휘연은 픽 웃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을 마주 보며 재현은 뭐라 더 말하려던 것을 꾹 삼켰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진휘연의 표정이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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