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초콜릿 범벅으로 만들어 줘

에스텔라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신력을 가진 성녀이다.
신께서 그저 예뻐하며 사랑하는 여인.

에스텔라가 태어나던 날 교황은 신의 말씀을 듣고 그녀의 곁에 성기사를 붙인다.
평생을 함께 하며 그녀를 지킬 금욕적인 성기사 미켈레.

에스텔라는 사춘기가 되면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제 곁을 지켜온 미켈레에게 마음을 뺏기고 마는데...

마침내 성인이 되어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는 그에게 구애를 한다. 당당하게! 귀엽게! 앙큼하게!
신께서는 사랑과 잉태와 맺어짐을 죄악이라 하지 않으셨기에.

'성 쇼콜라티에의 날에 혼자 자는 남자는 고자다.'

그런 유명한 말이 전설적인 속담처럼 내려오는 날이 바로 내일, 겨울의 중간에 자리하는 초콜릿의 날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면 이루어진다는 바로 그날!

에스텔라는 미켈레에게 마음이 담긴 초콜렛을 선물한다.
난생 처음 만들어본 초콜릿 재료에 럼이 섞여 있었다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로.

***

오, 신이시여!

미켈레는 침대에 꼼짝없이 누운 채로 먼 허공을 쳐다보았다.
그는 지금 제 위에 올라타 있는 작고 귀여운 존재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 불쌍할 정도로 애를 쓰는 중이었다.

“미켈레, 나도 좀 봐 줘.”

어떻게 봅니까. 보면 어떤 일이 생길지 뻔히 아는데.

“미켈레는 정말 내가 싫어? 내가 이래도, 여전히 어린애로만 보이는 거야?”

미켈레는 여전히 고집스레 허공만을 노려보며 아래에 집중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작고 귀여운 엉덩이가 그의 고환을 꾹 누르기 전까지는.

“헉.”

이건 정말 하는 수 없었다. 아무리 신께 귀의한 뒤로는 수련만을 반복하고 성적인 모든 것을 돌 보듯 해온 그라도 직접적인 신체 자극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신이시여, 당신의 추악한 양을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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