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수풀이 우거진 곳>의 연작이나 전작 <수풀이 우거진 곳>을 읽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 이 점 구매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본 도서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폭력 및 합의되지 않은 관계, 윤간, 동영상 촬영, 자살 시도 등의 피폐 요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 키워드: 현대물, 근미래, 서양풍, 외국인, 할리킹, 애절물, 피폐물, 성장물, 시리어스, 성장물, 3인칭시점, 나이차이(11살), 쌍방구원, 첫사랑, 복수, 장애, 재벌공, 사랑꾼공, 미남공, 천재공, 상처공, 다정공, 헌신공, 순정공, 절륜공, 미인수, 굴림수, 처연수, 짝사랑수, 상처수, 헌신수, 하드코어(미성년 성적 학대, 모브 등)
법적 후견인인 랄프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 오던 소년 미샤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난다. 어른답지 않게 엉뚱하고 순수한 알렉스에게 호감을 느끼고, 미샤는 학대받는 사실을 숨긴 채 그와 친구가 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미샤는 랄프에 의해 이제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학대 사실을 의심하고 있던 알렉스에게 구조된 그는 저택에서 다친 몸과 마음을 치료받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지 못했기에 미샤는 자신이 알렉스에게서 느끼는 기분이 성욕이라고 착각한다. 알렉스 역시 미샤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상태로 두 사람은 시련을 맞이한다.
미샤와 알렉스는 서로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이별한 후에야 그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감정의 자각 이후 미샤는 알렉스를 향해 다가가지만, 알렉스는 미샤로부터 뒷걸음질 치려고 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소년과 사랑이 전부가 된 남자가 서로의 불빛들에 닿기까지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
“어떻게 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요?”
“응?”
팔짱을 푼 미샤가 알렉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렉스는 미샤의 눈동자에 순간 물기가 어리는 걸 보았다. 마음의 상태가 내비쳐진 눈빛이었다. 학대를 당하고 있든 아니든 소년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알렉스는 내린 창문 밖으로 팔을 뻗었다. 그의 시선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미샤, 지금 아무것도 안 보이는 이 컴컴한 곳을 조금만 더 달리면 흙길이 끝나. 그러면 도로가 나오겠지. 또 어두운 도로를 한참 동안 달리면 어느 순간 불빛들이 보여. 그러다 점점 더 많은 불빛이 나타날 거야. 어둠 속에 있을 땐 시간이 멈춘 것 같거든. 차분히 하나둘 시야에 들어오는 그 불빛들을 세면 돼. 하나, 둘, 셋. 어느덧 열이 되고 백이 되면 어둠은 밝혀질 거야.”
창밖으로 시선을 두고 있던 알렉스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미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말이야, 다시 행복할 수 있어. 행복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 마치 행복했던 시간들에 후회 따위 할 여유는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쳐다보며 남의 일인 듯 태연하게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미샤는 낯설지 않은 슬픔을 느꼈다. 그가 왔다는 행성도 어쩌면 어두운 곳이었을까 궁금했다.
“어둠 속에…… 있어 봤어요?”
알렉스가 몸을 기울여 미샤의 어깨에 머리를 가까이 했다. 프랭크를 의식한 듯 그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난 아직 불빛들을 세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