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체리피킹

*본 작품은 근친, 양성구유 등 비도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책 구매에 참조 바랍니다.내 동생이 생리를 시작했다. 세상에 단둘만 남게 된 형제. 일찍이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형 희겸은 동생 희서를 애지중지하며 키워낸다. 사춘기가 진작 왔을 나이건만 마냥 순하기만 한 동생은 여전히 형의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이었다. 그런 동생이 어느 날 울며 돌아왔다.아래에서 피가 난다고 펑펑 우는 동생의 가랑이를 만져 본 형은 묵은 기억 속, 부모님이 감추고 있던 비밀을 그제야 알아차린다. 명백히 고추를 달고 있는 동생에게 또 다른 성기가 있었다.***“일단 아는 것만 풀어 봐. 형이 봐줄게.”“응…….”희서는 고개를 푹 숙이며 펜을 괜히 고쳐 잡는다. 희겸은 그 옆에서 턱을 괴고 앉아 동생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펜을 꼭 잡아 풀이를 끼적이다가, 멈칫하였다가, 다시 반복하는 모습에서 영 집중을 못 하는 것이 티가 났다. 가만 지켜보던 희겸이 불쑥 손을 뻗어 희서의 앞머리를 올리며 이마를 만져 본다. 희서가 그대로 굳어 버린다.“열은 없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멍해. 어디 아파?”“…….”열이 없단 말을 하기가 무섭게 희서의 얼굴에 빨간 물이 든다. 입을 꾹 닫느라 통통해진 뺨이 맛있는 빛깔로 여물었다. 희서는 제 얼굴이 어떤지도 모른 채, 문제지에 시선을 콕 박은 채로 흐트러진 앞머리만 매만진다. 형의 눈길을 피하려는 의도였기에 머리를 만져 주려는 형의 손을 피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순식간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희겸은 동생을 가만 지켜본다. 기분이 상했을까 싶어 눈치를 살피면서도 고집스럽게 입을 다문 동생을 보자니 속이 복잡하다. 제 손에서 벗어나려는 동생에게 야릇한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희겸은 자신이 통념적으로 좋은 형은 아니란 걸 새삼 실감한다. 그는 좋은 형처럼 웃었다.“형이 만진 게 싫었어?”“……그게.”내내 말이 없던 희서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한마디를 꺼냈다. 머뭇거리는 입술은 그러고도 한참 동안 얌전했다. 희겸은 다 정리된 앞머리를 계속해서 매만지는 동생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었다.“자꾸, 쳐다봐서…….”“뭐?”“형이 자꾸 쳐다보니까, 집중이 잘……. 안 돼.”난데없는 말이었다. 희겸은 생각지도 못한 대꾸에 잠깐 당황했다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동생은 스스로 말해 놓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원래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동시에 열두 살이나 차이 나는 형의 무릎에 스스럼없이 기어올라 애교를 떨어 댈 만큼 명랑한 성격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수줍음이 많았다. 희서는 꼭 첫사랑을 하는 풋내기처럼 굴고 있었다.……아. 순간 희겸은 진심으로 당황하여 말을 잃는다. 친동생이라서, 원래 애교가 많고 수줍음을 잘 타는 아이라 생각하며 넘겼던 모든 순간에 그 단어가 들어맞았다. 희겸은 턱을 괴던 손으로 입가를 쓸어 만졌다. 당황스러워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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