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적안의 저주받은 황제라 불리는 주혈은 반역을 일으킨 어머니와 동생의 목을 손수 자르고 폭군이 되었다. 양 승상의 장자이나 천출인 양백운을 자비로 맞아 숨겨진 승상의 계략을 파헤치려 했으나 볼품없는 외양과 태도에 그를 천대하는데……. *** “똑같이 잘리는 머리에 똑같이 보이는 눈입니다. 제 것과 하나 다를 것이 없으니, 저는 폐하의 그것들이 두렵지 않습니다.” 목을 파고드는 화살도, 자신의 적안과 적발도 두렵지 않다 말하는 백운에게 흥미가 생긴 주혈.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다 보면 어느새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감각을 잊게 돼. 정신 차려 보면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피를 뒤집어쓰고 있지.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면 또 누군가를 죽이고 있어.” “폐하, 초점을 흐리지 마십시오. 폐하께서 보셔야 할 것은 폐하의 손으로 베어 낸 자들이 아니라, 폐하의 손으로 지켜 낸 자들입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위로받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억지로 자비가 되어, 남은 것은 자존심뿐인 백운과 저주라는 속박에 묶여 외로움 속에 살아온 주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