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호는 해마다 사람이 빠져 죽는 곳으로 악명 높은 금지(禁地)였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수의 요령(妖靈)이 사람들을 물로 유인해 죽인다는.
가족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사령호에 들어간 예하는 그 요령을 눈앞에 마주하고 말았다.
온몸이 지독한 독에 중독된 채로.
“방법이 없나요? 살 수 있는 방법이요.”
“있긴 한데, 넌 내 취향이 아니라서 싫어.”
“방법이 있으면 제발 좀 알려 주세요.”
“싫다고. 널 품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단 말이야.”
예하를 위아래로 훑어본 사내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머리를 휙 돌렸다.
예하는 제대로 들은 게 맞나 해서 순간 멍해졌다.
“네? 뭐라고요?”
“내 정수(精水)는 어떤 독이든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 그 말은 매일매일 방사(房事)를 치러야 한다는 소린데, 너한텐 그럴 맘이 안 들어.”
“정수라면…… 그게 그러니까, 사내들의 그…… 정수요?”
예하는 이미 헝클어진 머리를 쥐어뜯듯이 움켜쥐었다.
제발 사내가 아니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다.
“맞아, 그 정수.”
사내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맹독처럼 치명적인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