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언니니까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언니가 동생을 위해 그것도 양보 못 해?’
몸이 아픈 동생, 리엘을 위해
평생 그녀의 그림자로 살아왔던 이렌.
이렌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생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기 전까지.
“언니라고 부르지 마. 이제 난 네 언니가 아니니까.”
“지금 그걸, 언니가 동생에게 할 말이니?”
“그렇다면 왜 리엘은 저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 거죠? 저는 리엘을 위해 모든 걸 포기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집안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뒤늦게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이렌은 독립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런 그녀 앞에,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대공자, 노엘 크리스탄이 눈에 띄는데…….
* * *
“나와 결혼을 하겠다는 겁니까.”
“필요에 의해서요.”
“무모하군요. 대공가 안주인 취급 같은 걸 원한다면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권력도, 사랑도 필요 없어요. 그저 형식적인 결혼, 그거면 돼요."
노엘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구름이 걷히고 이렌의 눈동자가 빛을 머금었다. 이렌은 똑바로 그를 향해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