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창백한 손의 온기

“네가 날 밀어낸다면…… 난 내 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이 될 거야.” 제하는 더욱 격하게 그녀의 안에 자신을 욱여넣으며 또렷하게 내뱉었다. “너를 괴롭게 할 거야. 가두고, 가질 거야. 넌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아이를 낳을 거야. 나는 괴로워하는 널 보면서도 또다시 욕정하고, 지옥으로 떨어지겠지.” 이것은 그녀의 속을 눈치챈 그의 협박, 혹은 애원이다. “넌 날 그렇게 만들 수 없어.” 예강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하가 그녀의 얼굴을 핥으며 어둑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절대로.” 일그러진 얼굴. 고통스러운 눈빛. 제하의 지옥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인생에 함부로 출현한 그녀가 퇴장할 때였다. 너무 늦어 버린 퇴장이었다.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