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솔라리움 제국의 카일루스 알렉산드로 하른베르트 황제였다. 오랜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그와 운명처럼 결혼하게 된 메시아즈 제국의 공주 일리아는 어린 시절의 그가 어떻게 자랐을지 설레기만 했다. “뭐지, 이 못난 돌덩이같이 생긴 건?” 그러나 그는 그녀의 마음을 산산이 부쉈다. 언제나 다정했던 그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폭언을 날리며 처음 맞이하는 날조차 상처를 주었다. “그저 먹고, 자고, 놀기만 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뭐,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아. 허수아비 황후 자리엔 그대처럼 볼품없고 좀 모자란 계집이 딱이잖아?”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도, 폭언을 날려도 일리아는 상관없었다. 그를 되돌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에게 숨겨진 정부가 있었다. 그녀는 황제의 시녀장이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순종적으로 굴던 계집 클라라였다. “이분은 제 것입니다, 황후 폐하.” 숨겨진 정부가 드러난 순간, 카일루스는 더는 숨기지 않고 그녀를 사랑을 표했다. 어린 날의 그때로 다시 그를 되돌리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그 순간 이따금 꾸던 악몽이 지독하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고통스럽게 한 악몽은 강제로 황후 자리에서 내쫓기는 악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