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3후궁전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다

#무관공 #팔척귀신(?)공 #전쟁이싫공 #왠지수가신경쓰이공 #한량처럼보이는데은근다정하공 #후궁수 #버림받았수 #회귀했수 #자낮수 #본인만모르는미남수 #강단있수 #은근히인기많수 #서브공다수 “귀공께서는 왜, 하필이면 제게 날아드셨습니까.” 처음으로 황제의 품에 안겨 입궁했던 귀인, 백후안. 그러나 그는 성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황제에게 버림받아 제3후궁전으로 보내진다. 버려진 궁에서 후안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자신의 가슴을 찌르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다시 그 궁 안에서 눈을 뜨고 만다. “늦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그의 앞에 나타난, 때를 놓친 저승의 차사가 아닌가 생각될 만큼 아름다운 남자. “내가 그대와 약속을 나누었던가?” 햇볕 한 점 들지 않는 제3후궁전에서 만난 그 남자는 과연 다시 눈을 뜬 후안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미리보기] “그대는 어찌 그런 얼굴을 하고서 황궁 안에 있어?” 참으로 눈치가 좋은 사내다. 법도대로라면 후궁은 절대 외간 남자와 눈을 맞추고 있어서는 아니 되었으나, 백후안은 버려진 후궁이었기에 오히려 더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었다. 연청의 새카만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후안이 순순히 답했다. “살아 있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 “살아 있다는 것이 생경합니다.” “…….” “다들 이런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던 걸까요.” 누구 하나 믿지 않을지도 몰랐다. 저조차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럼에도 백후안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 죽음을 원하던 것이 맞았나. 초록의 향취를 들이마시고, 따뜻한 숨결을 음미할 수 있는 이 삶이 진정 그립지는 않았나. 어째서인지 연청은 후안의 기이한 대답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바람결이 후안의 머리칼을 간지럽혔다. 후안이 눈을 내리감자, 연청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머리칼들이 순식간에 뒤로 넘어간다. 비록 후안은 화들짝 놀라 표정을 굳혔으나, 연청은 만족감에 젖어 한껏 입꼬리를 올렸다. 하얀 나비는 여즉 연청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때문에 후안은 순간 이것이 진정 호접몽이 아닐까 싶어 착각에 빠질 뻔했다. 봄기운을 닮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어느 가문 자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당당하게 살아.” “…….” “내 이곳에서 만난 이들 중 가장 사람다워 보이니까.” 슬며시 손을 내린 그는 후안의 볼을 간지럽히듯 몇 번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자세를 바로잡는 동작은 무인답게 정확한 각이 잡혀 있었다. 후안은 그가 제 곁을 지나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주저앉은 몸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허(墟)가의 연청. 오직 그 이름만이 짙은 잔상을 남기며 메아리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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