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곁은 내주지 않는 우성 오메가, 이진향.
새학기, 교실에 들어선 그의 눈을 마주치자마자 깨달아 버렸다.
페로몬을 억제한 체 베타 행세를 하는 멍청한 알파, 최기태가 자신의 짝이라는걸.
하지만 그뿐, 예정대로 한국을 떠나면 잊을 생각이었다.
온화한 흙 내음으로 무장한 최기태가 자신의 두꺼운 벽을 허물기 전까진.
“나, 너 좋아하나 보다.”
“좋아해, 진향아.”
애정 어린 고백. 서로의 존재에서 오는 충족감과 확신.
각인을 통해 이 지독한 페로몬의 족쇄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각인은 서로에게 족쇄야."
날 해방해 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는데, 어째서.
“널 위해서야. 각인은 네게……!”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아니라 널 위해서잖아. 오메가인 주제에 내가 우성이라서.”
허탈했다. 유일무이한 내 짝이라는 사람이, 내 마음을 가져가 버린 알파가…… 이렇게나 형편없었을 줄이야.
<난 더 이상 네 짝으로서 살아가지 않겠어.>
힘이 실린 목소리가 분명한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