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원에서는 숲이 자랄 수 없다

진서문은 12년 동안 연인 관계였던 알파, 교정원에게 모든 걸 다 바쳤다. 그러나 기나긴 헌신의 결과는 배신이었다. "헤어지자." 그를 사랑하면서도 처참하기 그지없었던 12년. 연인이 다른 오메가를 침대로 끌어들이는 것도 감내했다. 교정원의 가족들에게서도 인정받기 위해 몸까지 망쳐 가며 일했었다. 진정한 사랑은 너뿐이라는 그의 거짓말에, 누구보다도 속고 싶었던 사람은 진서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저를 버렸다. “너한테 이런 말하는 거 미안하지만. 진심 아니게 된 지 오래야.” 교정원에게 버림받았다는 죄로, 그의 가족들이 보낸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다. 결국엔 섬으로 끌려가 살해당할 위기에까지 처했을 때. “정원아…….” “한예건.” 저를 찾아온 것은 애타게 그리워했던 연인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마저 정원을 찾는 제 머릿속을 고쳐 주는 것처럼, 상대가 말했다. “한예건입니다. 진서문 씨.” 한예건이라고 했다. 가장 깊은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던 진서문을 구해 준 사람은. 그는 서문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종류의 사람이었다. 상처로 가득한 서문에게 마냥 다정하게 대해 주고, 악의 없이 이용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다 제 잘못을 알아차리곤 사죄하는 고양이처럼 원치 않는 쥐를 물어온다. 이윽고 서문과 예건이 서로를 더 자세히 알게 되었을 즈음, 예건은 자신을 물건처럼 사용해도 좋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서문은 그를 운전할 수 있는 열쇠 대신에 손을 잡고 복수하기로 했다. 이제, 저를 짓밟았던 이들에게 똑같이 복수해 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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