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패도(覇道)로서 천하를 통일한 검(劍) 황제.
「“무엇이 그리 잘못됐습니까.”
산발한 머리에 금빛 갑주를 입은 남자가 말했다. 그는 이가 다 빠지고 피가 범벅된 철검 한 자루를 거꾸로 쥐고 있었다.」
천한 신분을 이겨내고 치세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노력에 하늘이 노했다.
그 이유라는 것이, ‘감히 정해진 인과율을 어지럽혔다’는 것.
「“검 황제. 너의 이번 생은 천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소 돼지를 잡다가 군에 징집되는 것이었다. 징집되고 사흘 후, 적군의 눈먼 화살에 맞아 초원에서 객사해 까마귀밥이 되는 것이 네놈의 명부에 적힌 내용이거늘. 감히 그 운명을 거스른 죄는 매우 크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것이 하늘에 반기를 드는 꼴이 될 줄이야. 그 때문에 지옥에 끌려간 그는, 천년간 기름 가마에서 튀겨지는 형벌을 받았다.
어느새 천년이 흐르고, 저승에서 반란이 일어난 틈에 이승에 떨어진 검(劍).
「당신을 위해 희생한 그 두 사람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언젠가…. ‘그 날’이 왔을 때, 부디 지금처럼 끝까지 인간의 편에 서주길 간절히 바라겠소.」
2030년의 대한민국.
다시 삶을 얻은 그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