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겨울에 갇힌 공작 저에는 저주 받은 짐승이 산다.
그곳의 주인이자 책 속의 남주, 윈터녹스 공작.
캐롤은 그의 밤을 지키는 가정교사가 되었다.
본래대로라면 그의 폭주에 휘말려 죽을 운명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그와 엮이지 말아야 했지만
한편으로 그의 비극을 막고 싶기도 했다.
저주에 걸린 것은 당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고 싶었을 뿐인데
그가 그녀에게 배운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뜨겁고 말캉거려. 선생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의 손가락에 담긴 갈망을 읽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여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캐롤은 그를 조련하는 데 실패했다.
*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잘못 봤다고?”
귓바퀴를 파고드는 숨이 뜨거웠다.
"선생의 뺨을 만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내가 매일 밤 무슨 생각을 했는데."
열에 젖어 갈라진 목소리가 그녀를 옭아맸다.
"내가 어떻게 착각하겠어."
<짐승 남주를 조련하는 데 실패했다>
*일러스트 : 표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