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인공은 포기했는데 내 주변이 이상하다

『원작 여주를 씹어 먹는 방법』 바로 그 제목처럼 완벽한 먼치킨 매력으로 원작 여주를 씹어먹고,
남주의 옆자리를 새롭게 꿰찬 빙의물 소설 속의 여주인공, ‘루카 에이버리’로 빙의했다!
‘빙의물에 재빙의하는 게 가능해?’ 하고 의문을 품은 것도 잠시.
소설을 참고서 삼아, 한발 앞서 ‘루카’로 살았던 선배님의 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나도 손쉽게 이 세계의 먼치킨 여주인공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루카, 이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
“편지예요. 선물은 제 몸이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답니다.”
“편지라고? 지렁이를 엮은 것 같은 이 괴상한 그림이?”
……가장 기본적인 언어 문제부터 막혔다.
아니, 원래 소설 속에 빙의하면 이 세계의 언어는 물론이고,
배운 적 없는 고대어까지 빙의 버프로 술술 읽을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얍!”
“기억과 함께 그나마 남은 체내 마력까지 몽땅 날아가 버린 모양이군.”
아니…… 그러니까 마력이든 신성력이든 뭐가 됐든 간에,
기억은 없어도 그 캐릭터가 가진 능력은 몸이 알아서 기억하는 거 아니었냐고요.
“거짓말! 우리 누님이 이런 팔푼이일 리가 없어! 우리 누님 돌려내, 이 멍청아!”
결국, 난 빙의 5년 차 만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의 여주는 내 적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걸.
***
“황실에서 혼담이 들어왔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체 왜, 지금 내 손에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안 섞어본 남주의 연서가 들려있는 것이며.
“혼담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얌전히 입궁하십시오.”
남주, 넌 왜 그 앞뒤 안 맞는 아무 말로 날 황궁에 가둬두려는 건데?
거기다…….
“루카, 사람은 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 미련하게.”
늘 다정하고 친절했던 오라버니까지 수상하게 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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