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528화
2부 28장 12화 삼십 년을 기다리다
한창 조선회사가 거둘 수익을 생각하며 연금으로 축적한 자금의 활용법을 호조 관리들과 논의하던 주상전하께서는, 나와 김성일의 보고를 듣고 웃음과 분노가 교차하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셨다.
“요동 경략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독고율이 흉심을 품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로구나. 작금 요동의 상황을 보건대 기껏해야 병력 오만여 명을 차출하는 것이 전부이며 원정을 나선다면 그 절반조차 보내지 못할 것이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변란을 일으키는 자가 승산이 있다 여겨 변란을 일으킬 때도 있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이 변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국을 침략한 무전(다케다) 가문을 비롯한 왜인들도 생각이 없지 않았사옵니까.”
김성일은 청산유수같이 말을 토하며 주상전하를 설득하려 하였다.
본래 역사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하였던 인물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설득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말이 계속 이어졌다.
“독고율이 요동번장에 버려져 있던 녹슨 화포를 모조리 가져간 것만 따져도 이미 심상치 않은 일이옵나이다. 부디 명국 황상께 진언을 올려 사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변란을 막으시옵소서.”
“틀린 말은 아니로구나. 명국의 군대는 기록상으로는 백만 대군이지만 실질적으로 징집할 수 있는 병력은 삼십여 만 명이며 이들 대다수가 경진만란 이후 남경 일대를 수비하고 있지. 독고율이 산해관만 뚫을 수 있어도 명운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우의정으로서 한마디는 보태야 하는 법이었다.
이미 명나라와의 교역이 조정 수익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으니 나도 고개를 숙이고 간언을 시작하였다.
“독고율의 심계를 알 길이 없사오나 명국이 위태로워지면 아국의 교역이 중단되는 법이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치품은 자취를 감추고 병력으로 차출된 이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니 귀중한 미곡만을 탐할 것이옵니다.”
“우상(右相)의 말도 옳구나. 지금 이 자리에서 명국과 요동의 속사정을 파악할 길도 없으니 주강(晝講)을 중단할 것이며 당장 대소신료들을 집결시키도록 하여라.”
갑자기 대전에 집결한 관료들은 김성일의 보고를 들으며 별다른 일이 아니라는 듯이 투덜거리는 이들도 있었으며 나와 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응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임차손은 이를 갈아대며 주상전하에게 먼저 진언을 올렸다.
“요동에서 변란을 준비하고 있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고 배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치지 말라)이라 하였으니 독고율이 수상한 행적을 벌였음은 즉시 토벌해야 마땅할 터입니다.”
“아직은 아닌 것 같구나. 임차손 자네는 오위의 도총관(都摠管)으로서 군문의 일을 명확히 알고 있을 터. 그리도 일이 시급하다 말할 수 있겠는가.”
주상전하께서는 여전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임차손을 바라보았다.
오위도총관으로서 사실상 육군 지휘관의 정점에 오른 임차손은 주상전하의 표정을 읽으려다가 도저히 예측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답하였다.
“명국의 병력의 대다수는 경진만란 이후 남경 일대를 수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사옵니다. 북경의 병력은 산해관과 후방의 예비대 일만여 명 외에는 없는 형편이니 난이 벌어지면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북경이 위태로울 지경이옵니다.”
“보통 도적이라면 옳은 대응이나 독고율은 큰 변란을 일으키지 않고 요동을 통치하였다. 생각 같아서는 수상한 행동을 벌이는 자를 격퇴하고 싶지만 세상에는 법도가 있지 않더냐. 요동은 엄연히 명나라의 영토이다.”
이게 문제였다.
요동은 백여 년 전부터 도적 떼의 소굴이 되었고 지금은 북원과 연합한 북인들이 휩쓸고 다녀 사실상 무인지경이나 마찬가지가 된 상황이다. 그래도 명나라는 요동을 자신의 영토라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패잔병들을 연합한 독고율이 그나마 제대로 요동을 다스리고 있었으니 일종의 중립세력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주상전하께서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아무리 따져 보아도 황상께서 정무에 임하여 일사불란하게 명국의 정계를 이끌어야 가까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하구나.”
만력제가 제정신이 아니어도 좋았다. 아예 바보짓을 하며 올라오는 장계에 옥새만 찍을 줄 알아도 조선에서 요청한 대로 금군을 파견하겠지.
주상전하께서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황상께서 병사를 보내 요동을 시찰하게 하면 이 상황을 명백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마땅한 말씀이오나 마음의 병이 깊으신 황상께서 정무에 임하시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옵니다. 아마 황명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옵니다.”
“옳은 말이구나. 금군(禁軍)이 나아가 정황을 파악하려면 황명이 필요한 법이다. 정황을 파악하건 파악하지 못하고 살해당하건, 그 이후에야 아국이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느냐.”
임차손이 분노를 짓씹으며 답했고 다른 이들도 모두 동의하였다.
만력제는 보통 태업도 아닌 왜변 이후 11년 동안 아예 대전에 나오지 않는 수준의 태업이니 명나라의 조정은 퇴적된 업무로 압사당할 지경이리라.
그나마 석 달에 한 번꼴로 환관과 면담을 하지만 대부분 흥미 거리를 찾거나 새로운 취미에 눈독을 들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대소신료 모두가 답할 방법도 찾지 못하는 가운데 허준이 앞으로 나와 깊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황상께서 최근에 정무에 임하지는 아니하여도 학자들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출간된 본초강목(本草綱目)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사옵니다.”
“본초강목이라? 명국의 태의(太醫) 이시진이 선황제의 명을 받아 이천여 종의 약재를 상세히 정리한 서적이 아니더냐. 명국에서 들여온 서적이라 한번 읽어보았지만 아국에서 수집한 약재에 대한 내용이 없어 보강이 필요해 보이더구나.”
“황상께서 내린 평가 또한 주상전하께서 말씀하신 바와 동일하였습니다. 아국의 외방에서 들여오는 수많은 약재에 대한 내용이 없으니 아국과 협력하여 다시 집필하라는 명을 내렸다 하옵니다.”
본초강목은 명나라와 그 주변 영토에 한정된 약재의 지식만을 담았을 뿐이다.
반면 조선에서 허준이 아직도 집필 중인 동의보감은 사실상 전 세계의 약재에 대한 지식을 담아둔 서적이다.
제로니모라는 걸출한 스페인 관료가 협력한 덕분에 창상, 자상을 비롯한 외상 치료법을 시작으로 종두법은 물론이요,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약재에 관한 지식이 담겨 있었다.
주상전하께서도 이를 알고 계셨는지 한참을 고민하다 말하였다.
“그러하면 양평군(陽平君: 허준의 군호) 자네가 명국에 나아가 의술과 약재에 관하여 논하여야지만 황상께서 정무에 임하실지도 모른다는 말이로군.”
“정무에 임하실지, 아니, 임하실지는 신으로서는 알 길이 없사오나 그나마 황상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이라 부족한 진언을 올릴 뿐이옵나이다.”
이렇게 말해도 정무에 임할지 안 임할지는 모르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긴 만력제가 뭔가 정무에 임하는 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기존 업무가 따라오니 어중간한 계기로는 얼굴만 비추고 다시 칩거하리라.
평상시라면 답답하다 못해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주상전하께서는 여러모로 생각하시더니 일단 허준을 지목하며 말하였다.
“양평군은 명국으로 나아가 아직 집필이 완료되지 않은 동의보감에 대한 논의를 실시하며 명국 황상을 대전으로 이끌도록 하여라. 또한 황상께서 잡기(雜技)나 잡학(雜學)에는 마음을 두시니 다양한 물건을 보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역시 주상전하이니 조선의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알고 있었다.
각종 기묘한 동식물은 물론이요, 만력제가 관심을 끌 법한 물건을 모조리 거둬들여 보내라 하였는데 내 차례까지 되었다.
주상전하께서는 나를 지목하며 말하였다.
“유성룡은 어서 만천서원의 도본과 목업을 보낼 채비를 하여라.”
“하오나 황상께 이리도 많은 물건을 보낸다면 정무에 임할 시기가 늦춰질 것이 분명하옵니다. 확실히 정무에 임하시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몇 달은 칩거와 다를 바가 없지 않사옵니까?”
이렇게 많은 물건을 보내면 만력제는 칩거에서 벗어나 물건을 사용해 보고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움직이긴 하리라.
대신 이 물건들이 모조리 소모되기 전에는 업무에 임하지 않을 것이니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이다.
주상전하께서는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다시금 나를 지목하였다.
대체 뭔 이야기를 하려나 했는데 주상전하께서 명하신 것은 내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사실이었다.
“유성룡은 명국의 관직인 독사를 겸하고 있지 않더냐. 비록 변란이 일어났을 때에만 적용할 수 있는 관직이지만 지금은 변란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다. 호위병과 함께 요동으로 나아가 정황을 미리 파악하도록 하여라.”
나보고 사지(死地)에 가라는 소리인 줄 알아서 섬뜩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상인에 속하는 독고율이니 내가 죽을 이유가 없었다.
내가 약간의 병사와 함께 요동 일대를 시찰하면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 나의 눈길을 돌리려 하리라.
내가 요동에서 살해당할 경우 독고율은 물론이요, 그 부하들 모두의 목을 따낼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큰 위기는 아니니 주상전하께 예의를 표하며 말하였다.
“신이 사력을 다하여 독고율의 행적을 파악하며 혹여나 변란을 일으킬 조짐이 보인다면 몇 달이고 머물며 명국 황상께서 정무에 임할 때까지 시일을 끌어보겠사옵니다.”
“실로 옳은 답이로구나. 다만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알아서 조율해보도록 하여라.”
“주상전하의 하해와 같은 명을 받들어 국난(國難)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사옵니다.”
이득이라는 말을 하며 점잖게 나를 지켜보는데 그 표정이 미묘하다 못해 어색할 지경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주상전하께서는 왼쪽 눈썹이 씰룩거리며 저 구석에서 죽어라 지금의 대화 내용을 적어가는 사관을 가리키는 것 같았는데 왜일까 생각해 보았다.
만력제를 정무에 임하게 하려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많이 보낸 선물들, 이득이라는 말에 갑자기 점잖아진 주상전하의 표정, 그리고 왼쪽 구석에 있는 사관을 가리키는 것이 분명한 눈썹.
순간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라 주상전하께 되물었다.
“하오나 신의 심계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며 변란을 막아내지 못할지도 모르옵나이다. 부디 신이 변란을 막아내지 못하여도 하해와 같은 은혜로 벌을 감해주시옵소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이라 하여도 멋대로 날뛰는 자를 막아설 수는 없는 법이 아니더냐.”
주상전하의 말을 종합하면 전쟁이 일어나도 괜찮고 만력제는 정무에 임하건 말건 상관이 없다.
더군다나 이득이라는 말에 힘을 주며 사관을 가리켰으니 뜻하는 바는 명백하였다.
전쟁이 일어나 독고율이 북경을 함락시키기를 원하는 것이다. 남경으로 도망친 만력제는 체면상 천도라 칭할 것이며 중요성이 상실된 요동은 토벌의 공훈으로 조선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멀뚱히 주상전하를 바라보자 주상전하는 슬쩍 웃으며 말하였다.
“혹여나 독고율이 자네의 악명을 전해 듣고 도주하리라 생각하였는가? 그렇게 한다면 세상 모든 이가 웃을 일이니 어서 요동으로 향하도록 하여라.”
다른 관원들은 아직 심각성을 몰랐지만 나에게 주어진 책무는 명나라를 적당히 망하게 하여 요동을 조선의 영토로 삼는 막중한 책무였다.
주상전하께 인사를 올리고 임차손과 함께 요동으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하였다.
* * *
이연의 표정은 대전을 나서자마자 급속도로 일그러지며 복잡한 표정으로 변하였다.
어느 정도의 기대감과 불신이 교차하는 표정이었기에 내관들은 긴장하며 이연을 예의주시하였다.
이윽고 이연의 입이 열리고 명이 떨어졌다.
“성릉(成陵)에 계신 아바마마를 뵙고 싶구나. 어서 채비를 갖추어 예를 올리자꾸나.”
“하오면 대소신료들을 집결시켜 예를 올리겠사옵니까?”
“아니다. 거추장스러운 격식은 필요 없으니 홀로 가겠다.”
조선의 왕은 간혹 마음이 불편하거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나면 왕릉으로 가서 제사를 올리는 일이 자주 있었다.
세상을 떠난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은 한결같으니 이를 만류하는 이도 없었다.
제사는 아니었지만 예식을 주관하기 위한 여러 명의 내관들과 함께 평종이 잠든 성릉으로 행차한 이연은 능지기가 미리 준비해 둔 대역기를 바라보았다.
입신체비가 생활화된 조선에서는 부모에 대한 효심이 끊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마흔이 넘어 근손실이 시작되었음에도 입신체비복을 입은 이연의 배에는 불끈거리는 여덟 갈래의 복근이 있었다.
이윽고 자신의 무게에 맞게 배정된 대역기가 옮겨지자 이연은 온 힘을 다하여 공좌를 실시하였다.
“소자 아바마마께 죄스러운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불혹(不惑)까지는 삼대운동 팔백오십 근을 너끈히 하였으나 지천명이 다가오니 효심이 부족한 저를 하늘이 책망하였는지 근손실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입신체비사들은 나이가 들어 생기는 근손실은 불효로 취급하지 않지만 입신체비의 종주인 이연에게는 아니었다.
능을 세울 때보다 부족한 삼대운동 800근을 실시한 이연은 덜덜 떨리는 팔다리를 주무르며 말하였다.
“능에 계신 아바마마께 드릴 말씀이 많으니 물러나도록 하여라.”
입신체비장까지 들어와 억척같이 대역기를 들어 올리며 대화를 듣고자 하는 사관조차 이 자리에는 없었다.
이연은 세상을 떠난 평종의 능에 깊게 절을 두 번 올린 뒤 고개를 깊게 숙이고 인사를 올렸다.
“아바마마께서 상왕이 되신 이후 말씀하신 대로 요동을 아국의 손아귀에 넣을 기회가 되었습니다. 명국을 당장은 분열시킬 수 없사오나 그 기회를 누릴 때가 되었지요.”
평종이 남긴 말은 삼십 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연의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었다. 명나라에선 내란이 일어날 것이며 요동은 조선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라고.
비록 일이 틀어져 북원이 요동 일대를 휩쓸어 버렸기에 예정보다 요동의 병탄이 늦어졌지만 그런 오차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의 대화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친 이연은 능을 훑어보며 말하였다.
“유성룡은 심계가 깊은 자이니 제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요동을 아국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도록 상황을 조절할 것이옵니다. 이득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안색이 변하며 마음이 요동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이연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성룡이라는 걸물 덕분에 조선이 이렇게 부강해질 수 있었다.
매년 작성되는 장계를 확인하면 각 분야에서 세금을 알뜰하게 거두고 이를 허투루 낭비되는 일 없이 사용하였으니 이 기반이 된 것이 유성룡 덕분이었다.
세자시절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겼지만 일이 생기면 지나치게 몰두할 뿐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분명하였다.
잘 정돈된 능을 훑어본 이연은 비각(碑閣)으로 나아가 수건에 물을 적셔 묘비를 직접 닦아내면서 말하였다.
“유성룡이라면 상황을 잘 조절할 것이 분명합니다. 명국이 멸망하지는 않더라도 북경을 잃고 남경으로 천도(遷都)하여 요동의 중요성을 상실할 수 있게 하겠지요. 마침 만력제도 남경 일대에 구축한 방비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합니다.”
묘비를 구석구석 닦은 이연은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내관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조만간 세자에게 양위하여야 하니 후일에 명나라를 분열시킬 계획을 지금부터 만들어 후대에 전해주어야 하리라.
능의 입구까지 물러난 이연은 깊게 절을 올리며 말하였다.
“아국은 아바마마께서 계실 적보다 삼 할이 강성해졌으며 삼 할이나 효율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강성해졌으니 여유가 생겼지요.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이후에는 후일에 어떠한 변고가 일어나더라도 아국의 강역을 지킬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또한 유성룡이 예측한 것이 점차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도성의 인구를 각 신도시로 분산하고 머나먼 외방으로 사람을 사민하며 인구압을 분산하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북방에서 밀려오는 추위였다.
점차 북방의 작황이 불안해지니 요동의 병탄은 조선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었다. 그나마 따스한 요동을 완충지로 삼아 북인들의 생계를 보존해야 하리라.
이연은 조만간 요동으로 나아갈 유성룡을 생각하며 궁궐로 돌아갔다.
#작가의 말
이연 : 명나라를 반 정도 죽여라. 이후의 일은 세자가 알아서 할 것이다.
세자 : 네? 아바마마?
이연 : 내가 판 짠다고! 세자는 알아서 판을 키우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