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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518화 (518/573)

근육조선 518화

2부 28장 2화 종교 확립

사명대사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내가 건네준 보총을 받아들고 쓰다듬으면서 불경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소승도 수행이 부족하여 산으로 올라오는 왜병들을 상대하게 되자 입안이 바짝 마르고 눈앞이 깜깜해지며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그러나 저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장총통을 들자 알자 마음이 편해지며 평상시와 같게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병장기 하나만 들었다고 마음이 편해지니 오히려 수행이 대단한 것 같구려. 몇 년 동안 싸움을 거듭해 온 역전의 병사들도 언제나 불안과 공포를 억지로 누를 뿐이오.”

“부족한 소승을 이리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이전에 병장기의 사용법을 가르치게 되어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만 관찰사께서 권유하신 방법이 가장 빠르게 가르침을 전할 수 있는 길이겠군요.”

내가 좀 무례한 부탁을 했는데 사명대사가 알아서 이해하고 수긍하여 다행이었다.

그는 보총을 등에 멘 다음 합장하며 깊게 인사를 올리고 말하였다.

“이미 세스페데스라는 승려의 이야기를 들은바, 미주인들의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는 있었지요.”

“옳은 말이오. 세스페데스 신부가 홀로 선교에 임했다면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겠지. 명백한 적이자 미주인들을 해하는 서반아 사람들이 불안감을 심어준 덕분에 천주교의 가르침에 의지하게 된 거요.”

“미주인들에게 보총의 사용법을 익히게 하여 이들의 불안감을 덜어내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그나저나 이번 일로 문책을 받으실 수도 있는데 이를 어찌 해결하실 수 있겠습니까?”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니 염려하지 마시오. 나 정도가 되면 벌이는 일과 벌일 수 없는 일을 명확히 판가름할 수 있는 법이 아니겠소.”

사명대사의 염려가 틀린 말은 아니다.

관찰사의 업무 중 하나는 지방의 백성들을 소집하여 병사로서 훈련시키는 업무도 있는데 이 업무의 제한선이 조금 애매한 편이다.

무턱대고 수천 단위로 사람을 집결시켜 훈련을 실시하면 반란 모의나 아예 독립할 수준이라 여길 수도 있었다.

아무리 지금의 주상전하가 대범한 사람이라도 내가 수천 단위로 병사를 소집하면 적잖이 염려하시겠지.

그러니 내가 생각한 바를 말하였다.

“엄연히 군문에 뜻이 있는 사람을 병졸로 소집할 것이며 나머지는 그저 보총을 사용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지킬 민방위(民防衛)로 삼으면 될 것이 아니요? 기껏해야 일천여 명의 병사만 소집하는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결국 병사 일천여 명과 보총을 사용하는 사람 수천여 명이 생기겠군요. 철물을 쓰지 못하고 돌을 깎으며 살아가는 미주인들이 보총을 만드는 법을 익히기 전까지는 아국에 의지해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바로 보셨소. 설령 미주인들이 반기를 드는 사태가 벌어진다 하여도 보총은 일백 발을 쏘기도 전에 닳아버릴 것이며 화약 또한 쉽사리 얻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잖소.”

보총은 만만한 무기가 아니다.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야 함은 당연하고 몇 년 정도 사용하면 총열의 수명이 다하니 교체가 필요해진다.

보총 총열을 만드는 건 구석기시대에 머무른 미주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공급이 조선 손에 달려 있으니 보총을 평범한 미주인에게 지급해도 마음대로 쏠 수도 없으리라.

내 이야기를 들은 사명대사는 다시 인사를 올리고 밖으로 나가 선언하였다.

“관찰사께서 말씀하시길 가르침을 전하기 전에 미주인들에게 자신을 지키는 법을 가르치라 하였네. 이 말씀을 깊게 새겨 보총의 사용법을 먼저 전수할 것이니 다들 철저히 임하게.”

명망이 깊은 승려인 사명대사의 말이니 다른 승려들도 그리 반발하지 않고 순순히 따르려 하였다.

며칠이 지나고 김충선이 대략적으로 다듬어진 연철 철봉을 수백 개나 가져왔다.

“야장들이 아직 철의 특성을 온전히 알아내지 못하여 질이 매우 떨어진다더군요. 그나마 연철다운 연철이긴 하지만 보총을 만들면 일백 발을 쏘기도 전에 총열이 갈라질 것이라 합니다.”

철은 몇 그램의 불순물 차이로 품질이 심하게 변하는 섬세한 물질이다.

현대에도 불순물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어설픈 공장에서 대충 만든 철근은 손으로 휠 수 있는 수준으로 강도가 떨어지는데 이 시대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조선에서 보총 총열을 만들 때처럼 틀에 묶고 보행기(트레드 밀)로 구멍을 깎아내니 제대로 제련되지 않은 철봉이 갈라지거나 휘어졌고 그나마 제대로 구멍이 뚫린 총열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군기시 출신 장인은 혀를 차며 말하였다.

“이 녀석들은 오십 발을 쏘면 더 이상 쏘지 말아야 할 겁니다. 잡석과 제대로 녹지 않은 앙금이 끼어 있으니 왜인들이 사용하는 조총이라는 물건과 흡사할 수준이군요.”

“철봉 사백 개를 사용해서 기껏해야 보총 총열 일백여 개와 장총통 총열 일백여 개를 만들 줄은 몰랐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염려하지 말고 이걸 장총통과 보총으로 만들어주게.”

“이런 녀석은 다시 제련하여 무쇠솥으로나 써야 할 품질인데 철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군요. 혹여나 사격을 하시더라도 화약량을 칠 할로 줄이셔야 할 겁니다.”

다시 며칠이 지나 개머리판이 달리고 온전한 총열을 뽐내는 보총 일백여 정과 총열을 잘라내 휴대가 간편한 장총통 일백여 정이 완성되었고, 사명대사는 깊게 합장하며 이를 받아들더니 미주인에게 건네주며 교육을 시작하였다.

“자네들의 마음에 깃든 불안이 크다 하여도 그 불안감은 힘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억눌려지는 법일세. 관찰사께서 자네들에게 선물을 주었으니 이를 귀중히 여기게나.”

“이게 천둥새의 소리를 담은 무기입니까? 동방의 여행자들이 이 무기로 사람을 수도 없이 죽였다던데 저희도 같은 힘을 얻게 되다니요!”

“같은 힘이라 하여도 서반아 사람들은 한평생 보총을 쏘아온 이들이니 함부로 싸우려 들지 말게. 자네들이 보총의 사용법을 익혀도 평지에서 상대와 싸우면 절대 승산이 없다네.”

사명대사를 비롯한 승려들의 훈련 방식은 철저한 게릴라전 위주로 구성되었다.

적이 이동하는 경로를 파악하며 자신이 매복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한다. 이후 적의 시야 밖에서 기습 공격을 퍼부어 피해를 입히고 다음 매복지로 퇴각하는 방식이다.

미주인들은 이 교육을 삽시간에 이해하였다. 병장기의 질이 좋지 않으니 맹수와 맞서 싸울 수 없어 매복해 있다가 급소를 노리는 사냥을 해왔고 무기가 보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기에 내가 예상한 대로 인재들이 출현하였다.

“저 친구는 항상 앞서 나서며 명령을 꼬박꼬박 이행하니 아는 사람들과 함께 군문에 소속시켜도 될 것 같습니다. 생활 방식을 버리지 못해 홀로 나서는 일이 잦은 미주인이라 하여도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무백(茂白: 이회의 자)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옳은 말이겠지. 눈여겨 본 사람들을 선발하여 제식을 익히게 하여 군문에 소속시키면 될 것 같으니 알아서 시행하게나.”

이회가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미주인 가운데 뜻이 있는 이들을 병사로 소집하였고 조만간 이들은 조선 최초로 병사가 된 미주인으로 꼽히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세스페데스 또한 사명대사의 훈련을 보더니 흡족한 듯이 말하였다.

“남의 땅에 들어올 적에는 민심을 얻으며 서로 간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법입니다. 비록 저들을 신도로 맞이할 수 없었지만 올바른 뜻을 가진 이들이 함께한다면 이 땅이 더욱 번성하겠군요.”

“세스페데스 당신이 옳은 말을 하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그나저나 성당 건축 현황은 어떻소? 비록 회랑에 불과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머니 임시로 쓸 만한 성당이 아니오?”

“그렇지 않아도 성당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 하였습니다. 같이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만천서원 이전의 천주교도들이 미사를 드릴 성당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복잡한 건물도 필요 없이 너른 벌판에 회랑(回廊)만 만드는 반복 작업이니 윤광영 같은 초보 건축가에게는 안성맞춤인 설계안이다.

“높이를 맞추라 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면 뭘 하나! 상부의 높이가 일치하지 않으면 용마루가 물결을 친다고! 자연스럽게 늘어져도 정도껏 늘어져야지! 당장 용마루 스무 자어치를 다시 쌓게!”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말씀하셨어야지요. 어휴! 저렇게 까다로운 사람을 보았나.”

여섯 달이 지나 1594년 6월이 되었으니 공사가 진척되어 슬슬 회랑에 성당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수준이 되었다.

윤광영은 나와 세스페데스가 방문했음에도 공사를 지휘하다 뒤늦게 도착을 알아차리고 호들갑을 떨었다.

“관찰사님 그리고 신부님 오셨습니까! 제가 소목장(가구를 만드는 일) 일에만 능숙하지 대목장은 처음 경험해보는 터라 이래저래 난해한 점이 많았습니다. 어떻게든 회랑을 만들어 보았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회랑 하나만 만들지는 않았군. 자네가 주변에서 혈암(頁巖: 이암)과 사암을 비롯하여 깎아내기 쉬운 암석을 가져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를 다듬어 사람이 앉을 자리를 마련하다니.”

윤광영이 만든 물건은 단순한 의자에 불과하였다. 사실 의자라 보기도 힘들고 그냥 위를 평평하게 깎은 돌덩어리에 불과하였지만 수백 개가 넘는 수라면 깎아내기도 보통 일이 아니다.

세스페데스의 신도들은 대부분 먼 길을 이주한 사람들이라 건강한 이들이 많았지만 개중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하거나 임신을 하여 오래 서 있기 힘든 여인들도 많았다.

단순히 건축에만 몰두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태도이니 그 씀씀이에 적잖이 감동하였다.

“아직 회랑이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모여들어 제사를 올리니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이라는 분도 이리저리 저를 칭찬해 주시니 더욱 심혈을 기울였지요.”

“자네의 마음 씀씀이가 대견하니 마음이 놓이는군. 세스페데스가 보기에는 어떻소? 아직 부족한 점이 있소이까?”

“일단 터만 만들어두더라도 얼마나 편할지 모르겠군요. 여기에 기둥을 박고 천막을 치면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미사를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친구는 조만간 미주에 처음 세워질 옛 베드로 대성당의 복제품을 진두지휘할 사람이니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겠소. 성당에 필요한 물품들을 여기서 미리 만들어보면 많은 경험이 될 거요.”

윤광영이 눈을 부라리며 세스페데스를 바라보았지만 세스페데스는 어느새 성당의 부족한 점을 하나씩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는 제대로 된 성당으로 분류하려면 필요한 물품이 넘쳐나는데 그 목록이 산더미 같았다.

“제단은 물론이요, 성체를 보관할 함은 물론이고 십자가의 길과 성당 바닥에 무덤으로 만들 터를 지정해 주셔야 할 겁니다. 여기에…….”

세스페데스의 요구사항을 받아 적은 윤광영은 분노를 넘어서서 울상이 되어 목록을 하나하나 정리하였으나 세스페데스는 아쉬운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나머지는 다른 신부들의 의견도 수렴해 주시면 될 거요. 내가 고국을 떠나온 지 오래되어 제대로 된 성당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 길이 없구려.”

“생각해 보니 아국에서 머무르고 있던 신부 열 명도 있으니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야겠군. 아직 만나보지 못했는데 다른 신부들과의 만남은 어떠하오? 회포는 많이 푸셨소?”

“회포를 풀기보다는 근육을 풀어댔지요. 제가 아는 사람도 몇 보이는데 예전에 만난 때와 달리 체격이 비대해지고 입신체비를 제법 많이 익혔더군요.”

세스페데스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는데 여기로 찾아온 신부들이 입신체비를 익힌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온 나로서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저들은 조선에 머물며 반강제로 신도들에게 입신체비를 주입받은 신부들이 아닌가.

덕분에 입신체비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디 가서 부족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정도로 체격이 담대해졌는데 이 자리에는 없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는데 세스페데스는 내 표정을 알아차리더니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제 형제들은 입신체비를 충분히 익혀서 저도 강권할 수 없으며 본인들도 입신체비를 더 익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더군요. 반면 제 신도들은 제 삼대운동이 일천 근이니…….”

“설마 삼대운동 일천 근이 신부의 덕목이라 여기고 있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세스페데스를 보자 지금까지 신부들이 나를 만나지 않은 사실이 떠올랐다.

본래 관찰사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이 먼저인데 아직까지 인사도 드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스페데스의 신도들이 머무르고 있는 지역에 가보니 광장 한복판에 고기와 역기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엄연히 따지면 입신체비를 위한 고기 축제이지만 여기에 파견된 신부 열 명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신도들의 열렬한 대접을 받았다.

“신부님께서는 하체가 조금 부실하신 것 같습니다. 세스페데스 신부님의 대둔근은 강철이 속에 박혀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말랑거리는 대둔근이라니 덕이 부족하십니다!”

“곰 고기가 입신체비에 그렇게 좋다 합니다. 군내도 나고 지방도 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의 말로는 곰의 힘이 깃들어 몸이 순식간에 강인해진다 하더군요.”

“곰 고기를 통째로 먹으면 누린내가 나서 견딜 수 없으니 그만 주면 좋겠군.”

“하주도라는 지역에서 건너온 사람이 곰 고기로 냄비(나베)를 만들어 먹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어서 드시고 더욱 입신체비에 열을 올리시지요!”

신도들은 열성이 넘치다 못해 주변에서 신부들의 자세를 교정해 주고 조금씩 중량을 조절하며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고 있지만 신부들은 어떻게든 이 자리를 피하려고만 하였다.

저 신부들의 마음가짐은 대충 입신체비를 받아들이기 전의 내 마음과 흡사하리라.

어떻게든 기준선만 지켜 입신체비를 하고 그 이후에는 대충 놀면서 삼대운동 중량만 유지하는 괘씸한 마음을 품고 있겠지.

단백질도 넘쳐나고 회원, 아니, 신도들도 열렬하게 입신체비를 권유하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내빼려는 태도가 눈에 보이니 괘씸해서 견디지 못하겠다.

세스페데스는 내 표정을 이상하게 읽었는지 엉뚱한 소리를 하였다.

“이러다가 천주교가 널리 퍼지면 큰일이 나도 여러 번 나겠습니다. 조선에서 배운 입신체비를 멋대로 퍼트린 덕분에 이렇게 되었으니 모든 일은 제 잘못이 아닙니까?”

“잘못이라? 말 한번 잘하였는데 세스페데스 당신의 잘못은 아니니 염려하지 마시오. 내가 한때 입신체비를 거부하기를 거듭하였는데 지금 보니 참으로 괘씸한 행동이었군.”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속으로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일개 개인이 꾀를 부린다면 넘어갈 수 있지만 신부들은 신자들을 이끄는 지도자나 다름없는 이들이다. 이런 행동이 계속되면 입신체비로 묶인 만천서원이 종교별로 분열되리라.

감영으로 돌아와 입신체비복으로 갈아입은 뒤,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린 관원들도 입신체비복으로 갈아입고 뛰쳐나왔다.

개중에는 세스페데스와 비견할 수 있는 체격의 관원도 몇 있었다.

“아국에 머물렀던 천주교 승려들이 입신체비를 익혔음에도 신도들의 열렬한 입신체비 요구를 거부하더군. 이들이 제대로 된 승려라 할 수 있겠는가?”

조선에서 천주교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선교를 허가하였지만 서양의 종교라는 편견과 세스페데스의 행적이 입신체비의 올바른 뜻인 ‘효행’을 저버리는 헛소문이라는 역효과가 나 버린 것이다.

관원들은 당연히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답하였다.

“없습니다! 한낱 불씨라 하여도 신도들이 입신체비를 권유하면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한 입신체비를 실시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마땅한 자세입니다.”

“실로 옳은 말일세! 오늘의 업무는 중단하고 머나먼 동쪽에서 이주한 미주인들이 머무르는 장소로 향하세. 이 발칙한 천주교 승려들에게 입신체비의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민족과 종교를 융합할 수 있는 수단인 입신체비를 이 자리에서 확고히 굳혀야 훗날이 편해지리라.

갑자기 출몰한 근육덩어리들의 모습을 본 세스페데스의 신도들이 뒤로 물러나자 나는 삿대질을 하며 선언하였다.

“신도들을 이끄는 신부라는 자들이 저렇게 태만한 모습을 보여 이 땅을 주상전하의 명에 의해 다스리는 관찰사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네! 자네들의 머릿속에 근육이 들어찰 때까지 철저하게 근육을 가르치겠네!”

조선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근육에서 도망친 신부들은 산더미 같은 근육을 다시 만나자 세스페데스를 바라보았지만 세스페데스는 고개를 저으며 성호를 그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근육으로 가득한 생활을 보내게 만들어야지!

어느새 소문이 퍼졌는지 사명대사와 승려들도 장삼을 벗어 던지고 불끈거리는 대흉근과 복근을 자랑하며 인사를 올렸다.

유교와 불교 그리고 천주교의 일부 근육에 포위된 신부들은 사색이 되었지만 신도들은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영직이 :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성원이 : 충실히 했다! 이 망할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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