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511화
2부 27장 7화 자연의 선물(1)
해가 변해 1594년이 되자 그럴싸한 마을도 세워지고 봄이 되면 파종을 시작할 논밭도 형태를 갖추었다.
이쯤 되니 고장의 이름을 정하기로 하였고 휴스턴 대신 새로운 이름, 후성(厚盛)부로 정하였다.
보리와 메밀의 수확도 끝나고 대부분의 땅은 일등전 판정을 받을 정도가 되었으며 닭과 돼지를 비롯한 가축들도 계속 수가 불어났다.
식량이야 부족함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집은 아직 부족하였기에 오늘도 근력제재소는 끝없이 돌아갔다.
“고니시 그 친구가 일 하나는 잘한단 말이야. 저렇게 든든한 철물을 배 다섯 척에 가득 가져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아예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거래를 성사하다니.”
고니시의 보고에 따르면 율도상회 상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니 관찰사가 눈감아줄 선에서 적당히 거래 단가를 후려치자는 제안을 하였지만 고니시는 역으로 거래에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말자 하였다.
본심이야 같은 천주교 신자로서 돕고 살자는 마음이겠지만 그가 주장하기를 신뢰가 곧 상인의 생명이며 새로운 고객은 관찰사인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주장을 하며 이득 없는 첫 거래를 성사했다더라.
덕분에 어마어마한 철이 끝없이 공급되었다.
그 철은 다시 톱과 각종 공구로 탈바꿈하였고 이를 다루는 사람들은 세스페데스 휘하의 입신체비를 익힌 미주인들이었다.
이들의 작업 효율은 보통 농민 두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나무 들어간다! 또 밟아! 처음에는 천천히 밟고 조금씩 빠르게 움직이자고!”
아름드리 원시목이 하나씩 옮겨져서 근력제재소로 빨려 들어가 반쪽이 되고 다시 1/4 쪽이 되어 튀어나오자 목수들이 이를 대충 다듬었다.
하주도 백성들은 다듬어진 나무를 잔뜩 옮기더니 바닥에 대자로 뻗어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친구들은 대체 뭘 먹기에 이렇게 힘도 좋고 덩치도 좋지? 그 천주교인지 뭔지를 믿으면 이렇게 되나? 아니면 다른 비결이 또 있을까 궁금하네.”
“미주인이라 불리는 사람들 가운데도 덩치가 훨씬 큰 사람들인데 나도 이상하게 생각했다네. 혹시나 신부님이라는 분이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신부님? 이들이 왜 이리 힘이 좋습니까?”
수력제제소와 근력제제소가 쉴 새 없이 돌아가 경목조 주택을 만들기 좋은 나무를 끝없이 쏟아냈고 여기에 세스페데스도 끼어 있었다.
세스페데스는 성호를 그으며 목재를 축성하고는 하주도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였다.
“주님의 가르침 이전에 입신체비를 배워서 몸을 기른 것이니 자네들도 한동안 노력하면 힘을 얻을 수 있다네. 관찰사님께서 내 스승으로 계셨으니 관찰사님에게 직접 배워보지 않겠는가?”
“네? 관찰사님이 직접 가르치신다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관찰사님도 사람이니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예전부터 관찰사님과 알고 지내던 사이이지만 관찰사님께서 쉬는 것을 본 적이 없네. 쉬신다 하시며 어디선가 일을 가져와 하시더군. 더군다나 이 지역은 작황이 아주 좋은 지역이라 하니 비는 시간에 입신체비를 익혀도 큰 문제가 없을 걸세.”
세스페데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조선이라면 토질이 별로 좋지 못해 농사에만 매달려야 하고 겨울에도 보리나 메밀 같은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 수 있는데 여기는 일등전이 보장된 땅이라 겨울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자연도 풍족하고 산짐승은 물론이요, 물고기마저도 넘쳐나니 단백질 공급이야 수십 년 동안 보장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는 세스페데스의 말을 받아서 농부들에게 답해주었다.
“자네들의 집에 여유가 있다면 술시(戌時: 오후 7~9시)에 감영 앞마당으로 나오게나. 내 자네들에게 많은 입신체비는 가르쳐 줄 상황이 아니더라도 기본 정도는 충실히 익히게 하겠네.”
“제가 알기로 입신체비는 유생 나리들이 배우는 학문이라 하였는데 그렇게 쉽게 알려주실 수 있는 학문이었습니까? 저는 정음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요.”
“입신체비를 심오하게 익히려면 사서삼경을 탐독해야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입신체비 십여 종은 학문을 익히지 않아도 가능하다네. 오히려 경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것이네.”
조만간 백성들에게 입신체비를 퍼트리고 유학을 가르치려 하였는데 차라리 잘되었다. 세스페데스가 아무리 일만 명의 신도를 만들어 우리와 함께하여도 기본적으로 천주교 신부이니 문제였다.
입신체비를 천주교에서 독점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생기고 있었으니 시기 한번 적당하군.
그나저나 숲을 베어내고 또 베어내도 아직 울창한 삼림이 강가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참 풍족한 자연이라 마음이 놓이고 있는데 군관의 보고가 들려왔다.
“관찰사님! 동쪽 변방 돼지우리에 집채만 한 곰이 달려들었습니다! 군관들이 곰을 쏘아 죽였지만 목책이 파손되고 막 세우고 있던 망루가 넘어져 손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놈의 곰은 죽이고 또 죽여도 어디선가 생겨난단 말인가!”
보고를 듣고 동쪽 변방으로 향하니 과장하지 않고 정말 작은 창고 크기의 불곰이 보총 세례를 두드려 맞고 피범벅이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이 지역의 미주인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말하였다.
“곰은 겨울에 굴속에서 잠을 청하지만 간혹 먹이가 부족하여 굶주리면 깨어나는 일이 있습니다. 조선에서 마을을 만들어 겨울에 비축할 식량이 부족해지니 이런 짓을 저질렀겠지요.”
“그렇다고 이렇게 흉포할 줄은 꿈에도 몰랐군. 열 자(3.47m) 높이의 목책을 힘으로 무너트리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최소한 500㎏은 될 법한 거대한 불곰의 습격만 한 달 동안 일곱 번이 넘었다.
불곰뿐만 아니고 독수리들이 날아들어 마을에서 기르던 개와 닭을 채어가고 늑대들이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틈을 엿보기까지 하였다.
그나마 처음 개척한 동요현은 땅이 워낙 비옥해 주변에 대충 뿌린 옥수수를 곰이 먹었는지 습격이 드물다 했는데 여기는 보리를 막 수확했으니 가을 동안 곰이 식량을 많이 얻지 못했으리라.
어쩔 수 없이 군관들이 조금 고생할 명령을 내렸다.
“목책을 끼고 마을을 방어하다가는 이런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네. 조금 위험하더라도 곰 정도는 보총을 마구 쏘아 격퇴할 수 있으니 열 명씩 조를 이루어 마을 주변에 초소를 세우고 방비하도록 하게.”
굶주린 야생동물이라 하여도 군인 열 명이 지키는 초소를 공격하면 날붙이에 밀려 함부로 접근하지 못할 것이며 잠시 멈춘 사이에 보총으로 급소를 쏘면 죄다 죽어 나가리라.
명령을 내리고 한 달 정도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불곰을 쏘아 죽였다는 보고나 멀리서 어슬렁거리던 늑대들이 사라졌다는 긍정적인 보고가 들어왔다.
하지만 병사 두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틀 전 외곽에 세워둔 초소가 늑대 무리에게 습격을 당해 강 여수(旅帥: 5개의 조를 인솔하는 종8품 관직)와 휘하 병사였던 양 정교(正校)가 목숨을 잃었으며 네 명의 병사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보고를 올린 이회는 침통한 표정으로 부상자들과 시신을 바라보았고 나도 생각하지 못한 손해를 입어 혼란스러웠다.
분명 계급이 여수와 정교라면 훈련원 출신 병사인데 왜 이렇게 당했을까 이야기나 들어봐야겠다.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군. 자네가 오위 소속은 아니더라도 엄연한 장비를 갖춘 병졸들인데 얼마나 많은 늑대가 몰려와 습격해서 다치고 죽어 나갔단 말인가?”
“적게 잡아도 오십 마리는 되는 늑대가 덮쳐왔습니다. 저는 충청도 출신이라 늑대는 본 적도 없고 북방에서 잠시 근속하셨던 양 정교님께서도 이렇게 많은 늑대를 본 적이 없다 하셨습니다. 놈들이 임시로 세운 소초의 목책을 밟아 넘고 달려들어…….”
훈련원 출신 장교 두 명과 지방군 출신 병사 여덟 명은 사력을 다하여 저항했지만 늑대의 수가 너무 많아서 초소 구석까지 몰려 버렸고, 앞서서 늑대를 막아내던 훈련원 출신 장교들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지원군이 도착했다더라.
한 번의 위기는 넘겼지만 이런 위기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였다.
이회가 손짓하자 마당에 이들이 죽인 늑대가 옮겨졌는데 하나같이 조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이 거대한 늑대들이었다.
“이런 늑대는 아국에서 찾아볼 수도 없으며 북방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녀석들인데 하나같이 크기가 다섯 자(약 170㎝)가 넘으니 답답한 노릇이로군. 혹여나 주변에 우두머리가 있지는 않던가?”
“멀리서 훨씬 덩치가 큰 늑대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필 운총이 없어서 노려 쏘지 못하였습니다. 그놈이 살아 있는 한 이 습격이 계속될 겁니다.”
묘사가 옳다면 몸길이가 2미터에 달하는 늑대인데 이게 호랑이인가 늑대인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거대한 녀석이었다.
하긴 최소 오십 마리의 늑대를 통솔하려면 그 정도 덩치는 있어야겠지.
군관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나에게 요청하였다.
“저희를 숲 밖으로 보내주십시오! 미주인들은 일대의 늑대를 사냥한 전적이 있으니 늑대무리를 추포하여 도륙할 때에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당장 병력을 편성하여 모든 들짐승을 도륙하도록 하게. 주변의 미주인에게는 메밀과 보리를 주어 사냥을 행하지 못한 손해를 벌충하게 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게나.”
이 자리에 모인 병력이 천 명이고 주변 미주인들이 협력한다면 장비는 좋지 않아도 지형을 잘 아는 몰이꾼이 추가되는 격이다.
이런 대규모 사냥은 조선시대 기준으로 충분한 실전 훈련이니 병사들의 숙련도도 순식간에 올라가리라.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니 잘못하면 건조해진 숲에 불이 붙어 커다란 산불이 날지도 몰랐다.
횃불을 사용하면 산불이 날 확률이 높아지니 다른 지시사항도 하달하였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에 횃불이 넘어지면 산불이 날지도 모르는 형편인 데다 야음을 틈타 들짐승들이 대열을 덮칠지도 모르니 등잔과 기름을 잔뜩 챙겨가게!”
분노를 담은 병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비번이건 휴식일이건 상관없이 창칼과 무기를 챙겨 밖으로 나섰고 곧이어 주변의 미주인들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회는 심각한 표정으로 제안을 하였다.
“석감으로 이미 많은 기름을 사용하여 이번 소탕 작전이 끝나고 기름이 바닥날 형편입니다. 사람 한 명이 하루 한 홉(60㎖)의 기름을 사용하여도 최소한 오십 되의 기름이 쓰일 겁니다.”
“아쉽지만 지금은 기름을 얻어낼 방도가 없다네. 애초에 모든 것이 부족한 지역이니 조금만 감내해 주게. 당장 늑대와 곰을 소탕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네.”
짐승의 기름을 얻어내려 해도 한계는 명확하다. 결국 기름을 제대로 얻어내려면 식물성 기름이 답인데 아직 참깨도 들깨도 심지 않았으며 기름을 조금이나마 얻어낼 수 있는 아마가 아무리 빨리 자란다 해도 겨울에는 자라지 않는 작물이다.
답답한 마음에 정어리 기름을 비롯한 생선 기름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강덕만을 불렀는데 강덕만은 엉뚱하게도 상어와 악어를 잔뜩 잡아들인 채 허균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악어의 고기는 질긴 닭고기 맛이 나니 이상하군요. 하지만 이 악어고기(앨리게이터 가아)의 고기 맛은 완연한 물고기의 맛이 나니 형상이 비슷하여도 맛이 천지 차이입니다.”
“나도 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지. 그나저나 자네 요리 솜씨가 제법인데 기름이 부족해서 아쉬운 일이로군. 기름은 좀 더 뿌려서 바삭하게 튀겨내면 훨씬 맛있겠는걸.”
“그 기름이 부족해서 답답할 지경이라 자네를 찾아왔다네.”
“과…… 관찰사님 오셨습니까!”
허균이 솜씨를 발휘했는지 강덕만과 하와이 출신 선원들의 집에는 생선 요리가 잔뜩 차려진 채 한창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 갑작스러운 방문에 분위기가 싸늘해졌지만 뭔가 기묘한 오줌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
그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다 본론에 들어갔다.
“자네들은 요즘 할 일이 없어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 들었네. 당장 기름이 부족한 상황인지라 생선 기름조차 귀하게 여길 상황인데 혹여나 그물질로 고등어같이 기름이 많은 생선을 낚을 방법이 있는가?”
“일대에 악어와 상어가 여긴 많은 것이 아니라 문제입니다. 그물을 조금 내려 욕심을 부리면 어느새 악어나 상어가 달려들어 그물 안에 들어오더군요. 잘못하면 배 위에 올라온 놈들에게 팔뚝이 잘리게 생겨서 먼저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놈의 강력한 자연이라니! 너무 강력한 자연이 어업활동을 거부하는 황당한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강덕만은 수백 마리 넘게 쌓아둔 상어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악어고기야 그럭저럭 먹을 만하지만 상어고기가 문제입니다. 교산(蛟山: 허균의 호) 이 친구는 상어를 홍어처럼 삭혀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더군요.”
그거 알 것 같은 음식인데 하우카르틀인지 뭔지 하는 삭힌 상어 요리일 거다. 주변에서 진동하는 냄새의 원흉인 허균을 바라보자 허균은 잠시 생각하더니 손뼉을 치고는 말하였다.
“기름이라 하시면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 기름이니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제가 요즘 들어 이런 장을 만들어 보았는데 악리(鰐梨: 악어배, 아보카도)장이라 합니다.”
기억 한구석에서 젊은 시절 신주랑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미국에는 아보카도가 지천에 널려 있으며 이 아보카도는 버터처럼 기름이 넘쳐나는 과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허균이 내민 물건은 현대의 과카몰리 소스와 흡사한 녀석이었다. 잘 익은 아보카도를 으깨고 파와 잘게 다진 고추로 맛을 낸 다음 기름 맛을 식초로 중화한 방식이라 아주 익숙한 맛이다.
허균은 이미 잔뜩 따둔 아보카도를 내밀며 말하였다.
“이 악리의 맛에 반하여 짚이는 대로 가져와 보았으나 기름이 넘쳐나 감히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입신체비에는 좋지 않지만 잘 말려 기름을 짜내면 들깨보다 많은 기름을 짜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험 삼아 아보카도 하나를 들어 껍질째 으깨니 너무 과다하게 숙성된 과육에서 기름이 질질 새어 나왔다.
미주인들을 시켜 아보카도를 따오게 하니 아예 스무 광주리 가득 아보카도가 쌓였는데 이 정도면 매일같이 목욕을 할 정도로 많은 비누를 만들 수 있으리라.
심지어 미주인들은 지나가다 배가 좀 출출하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아보카도에 돌을 던져 떨군 다음 흙을 대충 털어내고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었다.
이 좋은 작물을 왜 먹지 않았는지 황당해 물어보니 하주도 주민들은 손사래를 치며 말하였다.
“악어배가 이토록 기름지고 훌륭한 맛인데 자네들은 어찌하여 입에도 대지 않았는가?”
“악어배가 기름지고 훌륭한 맛이라 하셨습니까? 밤에서 단맛을 빼고 약간 느끼한 데다 풋내가 진동하는 맛이었는데요? 더군다나 먹으면 설사가 생겨서 지독히도 고생하였습니다.”
현대에서 살찌는 음식만 골라 먹은 경험이 있어서 하주도 주민들이 왜 그런 곤욕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보카도는 후숙(後熟)이 맛을 결정하니 나무 위에 매달린 채 몇 달을 보내거나 수확하여 보름 정도는 가만히 둬야 하는 과일이다.
허균은 아보카도 원주민의 추천을 받아서 잘 숙성된 아보카도를 먹은 덕분에 진짜 맛을 알았을 것이고 하주도 사람들은 설익은 아보카도를 먹고 기름에 호되게 당했으리라.
나는 이 황당한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명령을 하달하였다.
“지금부터 악어배를 모아 기름을 짜낼 것이다! 악어배 스무 개를 가져오는 백성들에게는 석감 하나를 내어줄 것이니 서둘러 움직이도록!”
입신체비적으로는 지독히 안 좋은 과일이었지만 이런 형편에는 기름을 짜낼 수 있는 귀한 과일이니 앞으로 이 또한 미주의 풍습이 되리라.
숲으로 달려가는 백성들을 보니 앞으로 영원히 기름 걱정 따위는 없으리라.
#작가의 말
펠리페 2세가 주장한 첫 국경선은 콜로라도 산맥의 연장선이라 제대로 쓸 수 있는 땅은 나바호 거주지인 나바현 일대가 전부였습니다.
반면 새 영토는 미주리 강과 미시시피 강 북부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정했습니다. 미시시피 강 유역을 사용하기 힘들지만 미주리 강이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