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494화 (494/573)

근육조선 494화

2부 26장 5화 원주민과 함께 춤을(2)

아직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아파치족의 죄인들도 우두 고름을 받은 채 돌아간 이후에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춤을 추며 각자 모시는 신에 대한 제물을 바치는 모습을 보자,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를 평가하였다.

“경음당(홍윤성의 호) 장군의 저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 중미국의 사람들은 사람을 잡아 심장을 뜯어내 제사를 지냈다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소를 잡아 제사를 지내는군요.”

“아마 영향을 받았겠지만 나름 순박한 이들이라 사람으로 제사를 지내지는 않았을걸세. 그나저나 축제의 열기도 사그라지니 이제 본론에 들어가야겠지.”

다시 소집된 회의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회의를 재차 주선하며 조선이 동쪽으로 진출할 것임을 공표하였기에 부족 대표들은 자신들이 입을지도 모르는 손해를 걱정하는 태도가 역력하였다.

“이제 제대로 된 논의를 실시하겠네. 아국이 뜻을 정하여 미주의 동쪽으로 나아가 새로운 땅을 개척하기로 정하였으니 이 과정에서 소모할 물자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네.”

“개척에서 필요한 물자 지원이 아니고 앞길을 방해하지 말고 땅을 내어놓으라는 말씀이 분명하군요. 조선이 가진 땅도 그렇게 드넓은데 다른 사람의 땅을 침범할 이유가 있습니까?”

“자네들은 대지의 은혜를 받아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고 여러 땅을 전전하며 살지만 아국은 다르다네. 이미 인구가 일천오백만을 넘어서고 있으니 땅이 부족한 실정이지.”

“일천오백만? 그게 대체 뭔…….”

조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대부분 수렵 생활을 하며 거처를 이동한다. 보통 한 개 마을은 150명 내외의 인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250명이 넘어서면 마을을 분리하여 수를 유지한다.

간혹 열리는 대규모 부족 회의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마을의 집합체인 1,500명의 일만 배를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조선 사람의 수에 질릴 법도 하다.

그들은 겁에 질려 서로 고개를 맞대더니 나를 어떻게든 설득하려 하였다.

“조선 사람들이 일부만 와도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모조리 앗아가지 않겠습니까. 우리 파이우토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보았자 이십만 명이 넘어갈 수 없는데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실로 그러합니다. 조선에서는 땅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번성하였으니 이는 대모신을 거스르는 법이 아닙니까. 그러니 대모신의 은혜를 받아들여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자연친화주의를 표방하고 개발 행위를 반대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현대로 따지자면 환경운동가와 흡사하지만 이들은 정도가 좀 극렬하긴 하다.

자연이 인간보다 위대한 존재이니 자연을 섬겨야 한다는 수준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살면 뭐가 남겠는가? 결국 스페인을 비롯한 서양 세력에게 핍박당하다 본래 역사처럼 보호구역에서 갇혀 사는 미래만 남겠지.

설령 이들을 압박하여 조선이 마음대로 날뛰어도 훗날이 될수록 벌어질 격차와 불신은 원주민을 조선의 적으로 돌아서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미리 준비한 연설을 시작하였다.

“이미 머나먼 동쪽에서는 아국이 구주라 칭하는 이들이 속속들이 땅을 넓히고 기존에 살고 있던 이들을 핍박하거나 학살하여 쫓아내고 있다네. 심지어 역적 윤원형과 같이 고의로 병을 퍼뜨려 수없이 많은 이들이 병마에 신음하다 목숨을 잃었지.”

“하지만 우리는 그런 소식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지나치게 먼 곳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보건대 수십 년이 지나면 자네들이 코만치(코만치 부족은 자신들을 느므느라 불렀다)라 칭하는 도적 떼의 땅까지 구주의 개척단이 당도할걸세.”

일부러 조금 과장한 북미대륙 지도를 펼치고 스페인을 비롯한 서방 세력들의 진격을 과장하여 표시하였다.

십 년 단위라 말하며 압정을 하나씩 꽂아나가니 부족 대표들의 표정이 점차 창백해졌다.

“아국은 아국의 말을 사용하고 아국의 복식을 입는 이들을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만 이들은 아닐세. 자신들의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보고 학살을 일삼지.”

“사람이 할 일입니까?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죽어 나가는 겁니까?”

“내가 보기에는 수백만이 넘어갈걸세. 그러하니 아국이 앞서 나아가 모두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려는 것이고. 아국 백성들은 새 땅에서 번영할 기회를 찾고 자네들은 지금까지 누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지.”

이들이 윤원형으로 인해 천연두를 비롯한 병마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한 번 경험한 사람들이니 공포에 사로잡혔다. 머나먼 동쪽에서 밀려오는 학살자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스페인을 비롯한 서방 세력이 단순한 학살만 저지르지도 않았고 나름 사정이 있어서 저지른 행적이겠지만 이 자리에서 정보를 가진 사람은 나이다.

다들 공포에 질려 있자 나는 다른 제안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국이 방파제로 나선다 하여도 자네들의 힘을 길러야 모든 일이 수월하게 돌아가는 법이 아닌가. 이를테면 소규모의 원정대를 막아내려면 기본적으로 사람도 늘어나야 하고 무기도 필요한 법이지.”

“이건 조선이 사용하는 무기가 아닙니까? 이걸 저희에게 주면 저희가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혹은 내전을 벌이면요?”

“내전을 벌이거나 반란을 일으킨다면 구주의 원정대가 침탈할 틈을 마련하지 않겠나. 한 몸으로 뭉쳐 거대한 방벽이 되겠는가, 아니면 서로 다툼을 벌이다 자멸하겠는가.”

잘 벼려진 장검을 한 자루씩 받은 부족 대표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시선을 나누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알력다툼이 있었는데 이를 모두 중단하라는 말은 강요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유토 부족의 대표가 일어나 질문을 하였다.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어쩔 수 없이 불참한 나바호족의 성품을 보건대 이 제안에 응할 겁니다. 하지만 도적이나 마찬가지인 아파치와 코만치는 거절할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의 행적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사절만 보낼 것이네. 사절을 보내도 말을 듣지 아니하면 어쩔 수 없이 정벌에 나서야겠지.”

“그 정벌을 우리가 함께하면 아니 되겠습니까? 소손이 부족이야 피해를 입은 적이 없지만 우리 유토와 남 파이우토 부족은 아파치와 코만치 놈들에게 지독하게 시달렸습니다!”

“옳습니다! 도둑 떼인 두 부족은 분명히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동조하여 우리를 공격하는 앞잡이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싹을 먼저 도려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알기로 아파치와 코만치 부족이 도적질을 해도 어느 정도 규칙은 지킨다고 들었는데 아예 정벌을 논하니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지금 원주민들은 조선을 등에 업고 눈엣가시인 두 부족을 정벌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두 부족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애초에 평판 자체가 나쁜 이들이니 희생양으로 삼아야지 별수가 있겠는가.

나는 미리 준비한 말과 병장기를 나누어 주며 말하였다.

“내 부관인 신주랑을 보내 각 부족의 영토를 규정하고 이후 내전을 엄금하겠네. 하지만 이 규정만 지킨다면 자네들이 기를 수 있는 말과 양 그리고 온순한 소를 계속 지급하며 자네들의 수를 불리고 생활을 안정시킬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네.”

“참으로 감사합니다. 조선이 개척에 나선 순간 저희 연합도 두 부족을 정벌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연합의 대추장은 어르신이 담당하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이제는 나보고 대추장직도 역임하란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나는 추장 대리 자격이며 진짜 대추장은 한양에 계시는 주상전하이지.

나는 이 사실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하였다.

“자네들이 이 자리에 온 것이 외교에 대하여 논하기 위해 당도했듯이 나 또한 주상전하의 대리인이자 관찰사로 이 자리에 왔다네. 그러니 대추장 대리 자격으로 개척을 실시하겠네.”

희생양이 생겼으니 내전의 불길도 가라앉을 것이고 나를 대추장 대리로 우대하였으니 반발도 거의 없어지리라.

앞으로 마이두 부족을 통해 조선에서 올 물자를 계속 보내기로 약속했으니 나바호를 포함한 네 부족 연합은 조선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리라.

* * *

회의가 끝나고 돌아오니 나대용이 설계에 매달린 사막배가 완성되었다. 도면과 제법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었으니 아마 크기를 계속 키워가며 실시간으로 설계를 수정하였겠지.

나대용은 최종 작업을 마치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계속 크기를 키우며 수정하였고 마침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 수정할 점이 넘쳐나지만 일단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겠지요. 제가 소집한 사람들이 지금 막 도착하였군요.”

나대용이 소집한 사람들은 수군 병사가 아닌 인근에서 소집한 뱃사람이었다. 개중 한 명은 덩치가 듬직하고 피부색이 갈색이니 폴리네시아인의 특징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이 금주 앞에 있는 거대한 금주 만(현 샌프란시스코 만)에 서식하는 상어를 사냥하던 사람들이기에 배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질문을 퍼부었다.

“이게 뭡니까? 왜 백사장 위에 배가 있습니까? 심지어 배도 아니고 인력거 위에 돛대를 매단 것 같은 물건인데요.”

“자네들이 소집된 이유는 이 사막배를 시험적으로 몰아보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라 소집하였다네. 듣자 하니 금주만 일대에 서식하는 상어들을 작은 나룻배로 마음대로 쫓아간다더군.”

“그렇습니다. 금주만 일대의 바다는 매우 거세서 거대한 배가 아니면 함부로 드나들기 힘들지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바다에서 상어를 잡아댔습니다.”

파양군에서 일할 때에 바다에서 상어를 본 적이 있는데 상어는 배가 자신의 방향으로 오면 사방으로 물살을 타고 도주해 쉽게 잡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하지만 이 어부들은 거센 바람과 해류를 타고 마음대로 상어를 잡아댄 이들이니 실력 하나는 검증된 사람들이다.

나대용은 뱃사람들의 면모를 확인하면서 재차 명령을 내렸다.

“자네들이 할 일은 간단하다네. 관찰사 대감께서 처음으로 창안한 사막배를 시험하기 위한 물건이니 이를 백사장 위에서 몰아보게나. 나야 배를 설계할 줄만 알지 모는 방법은 자네들이 잘 알지 않겠는가.”

뱃사람들은 사막배에 올라 밧줄의 위치와 구조를 수정하며 자신들이 몰기 편하게 조절하였다.

조정이 끝나고 폴리네시아 출신 뱃사람이 앞에서 지시를 내리고 나머지 네 명이 뒤에 설치한 발판에 올라 돛을 펼치고 배를 몰기 시작하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받은 배는 백사장을 가로지르며 점점 속도를 높였고 마침내 사람의 뜀박질보다 빠른 약 30㎞ 정도의 속력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바로 이변이 생겨났다.

“어이쿠! 배가 마구잡이로 뒤틀립니다! 이래서야 배를 제대로 건사할 수 없겠군요!”

“그럼 속도를 줄이게! 돛을 접어서 속도를 줄여야 넘어지지 않는다네! 그리고 갈고리를 풀어서 바닥을 긁도록 하게!”

내가 다빈치 전차를 몰아보고 제동장치에 대한 고려를 하였는데 나대용은 이를 양 측면에 땅으로 던질 수 있는 갈고리를 만들어 현실에 옮겼다.

급격하게 뒤흔들리던 배가 돛이 접히고 갈고리가 지면을 긁자 속도가 조금씩 내려가며 멈추었다.

“이래서야 예상과는 다른데……. 분명히 배가 뒤흔들리지 않도록 축을 단단히 고정하였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자네들 괜찮은가?”

나대용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을 몰아 뱃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지만 그들도 예상치 못한 사태에 놀랐는지 창백해진 얼굴로 백사장에 주저앉아 답하였다.

“꽤나 까다로운 물건이군요. 처음에는 돛대로 바람만 잘 받으면 될 줄 알았는데 배와 달리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받으면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물 위라면 어느 정도 흔들림이 있어도 이를 물이 받아내서 자연스럽게 배가 수평으로 돌아오지만 이 녀석은 아닙니다.”

나대용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내 표정도 같이 일그러졌다. 모형으로 입김을 불어 배를 움직일 때는 입김을 불어서 움직였지만 실제 배를 몰 때는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제법 많이 받아내는 법이었다.

하지만 뱃사람들이니 즉석에서 대처가 나왔다. 그들은 배에 달린 돛을 보더니 나대용에게 이를 수정해 달라며 요청을 하였고 가장 많은 요구를 제시한 이가 폴리네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뱃사람이었다.

“제 고향인 카우아이섬에서 사용하던 돛의 형태가 이러한데 이걸 조금 변형해서 이 사막배에 사용하면 참 알로하, 아니, 거시기 할 것 같습니다. 측풍도 역풍도 잘 받아내는 녀석이지요.”

“알로하? 거시기? 자네 대체 어디 출신인가?”

“가장 늦게 신농도인에 합류한 하바이이(현 하와이) 인근의 일곱 섬 가운데 하나인 카우아이 출신입니다. 제 고향까지 간혹 다녀오기도 하는데 고향의 배가 몰기 편하더군요.”

폴리네시아인이 살고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이면 하와이 외에 답이 있나? 폴리네시아인 가운데 가장 늦게 합류한 하와이 원주민들이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지만 나대용도 그의 의견을 경청하며 많은 설계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자네의 말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군. 일단 돛이 네 쌍이나 되니 사람이 많이 필요했지 두 쌍이면 운영 인원도 줄일 수 있을 거고. 하지만 지나치게 옆으로 커다란 돛이니 위아래로 크기를 좀 더 늘려야겠어.”

“그러면 배의 조절이 조금 더 까다로워지는데 어떻게든 수정할 방법이 없습니까? 배가 계속 흔들리면 언젠가 축이 무너져 내릴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배의 흔들림은 커다란 늑철(판스프링)을 축 위에 설치하여 경감하면 될걸세. 축이 다소 무거워지겠지만 오히려 무게가 늘어 흔들림이 더욱 줄어들 것이네. 제법 날랜 배이니 오히려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겠지.”

나대용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도면에 판스프링이 설치될 부분을 추가하였다. 생각해 보면 나대용은 배를 만드는 사람이지 커다란 수레에 쓰이는 판스프링을 알 방법이 없지 않은가.

보름 뒤, 세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어 많은 부분이 수정된 사막배가 다시 주행을 시작하였다.

일대에서 소집된 하와이 출신 뱃사람들이 돛을 조작하기 시작했고 순풍을 받은 사막배는 이전과 달리 조금 느리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움직였다.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속력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사람이 거세게 달려가는 속도보다 빠르군요! 그리고 늑철 덕분인지 조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도 옆으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럼 이런 편안한 백사장 말고 금주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게! 거기는 언덕도 많고 제법 험한 길도 많이 있다네!”

“물론입니다! 이보게 친구들! 우리가 바다를 마음대로 드나들었지만 뭍까지 마음대로 배를 타고 드나들 줄은 몰랐네! 어서 읍내로 향하세!”

배가 읍내로 향하자 사람들은 기겁하며 자리를 피하려 하였다. 하지만 관찰사인 내가 앞장서 말을 몰고 방향을 지시하고 있으니 새로운 볼거리라 여겨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저게 대체 뭐지? 웬 수레에 돛을 달아 몰고 다니나?”

“제법 흔들거리지만 생각보다 멀쩡하잖아? 지금 옆에서 바람이 오는데 앞으로 나간다고?”

폴리네시아인들이 창안한 돛은 삼각형과 흡사한 모습이었지만 대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도 역풍이 아니면 바람을 계속 받으며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마침내 금주 시내 근처를 한 바퀴 돈 배가 멈추자 시내에 있던 백성들이 몰려와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이런 물건이 세상에 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관찰사님께서 이를 직접 창안하셨습니까?”

“나는 의견만을 제시했을 뿐이고 만든 사람은 저기 뒤에 따라오는 체암(遞菴: 나대용의 호)과 자네의 이름이…….”

“카우아이 출신이니 자와 호는 없으며 본래의 이름은 카웨라이지만 조선으로 이주하며 이름을 새로 지었습니다. 그저 이름 석 자인 강덕만(德萬)으로 불러주십시오.”

카웨라, 조선식 이름은 강덕만이라는 인재를 여기서 발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로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눴는데 대충 서른 살이 된 젊은 사람이니 앞으로 두고두고 쓸 수 있겠지.

나대용도 가슴을 펴고 사람들의 악수 세례를 받아들였으나 사람들의 기대는 엉뚱한 곳에서 표출되었다.

금주 사람들은 배를 한참 살펴보더니 나에게 대범한 제안을 하였다.

“이 배, 아니, 수레는 얼마면 살 수 있습니까? 가만히 보니 날래기가 어지간한 마차를 넘어서 말과 견줄 수준인데 말 여덟 마리 정도의 가격이라 하여도 무조건 구매할 것입니다.”

“말 여덟 마리의 가격이면 평범한 말 기준으로 한 마리에 은자 서른 냥이니 도합 이백 냥이 넘어감은 알고 하는 소리인가? 더군다나 마음대로 몰고 다니기 까다로운 물건인데.”

“조작이 난해해도 제대로 몰 수 있으면 말 열 마리가 모는 마차보다 좋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백오십 냥이라 하여도 사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모든 물건은 대량으로 생산해야 단가가 떨어지는 법이다. 나대용을 지그시 바라보자 그는 잠시 머리를 굴려대다 나에게 귓속말을 하였다.

“일대에 철광산이 없으니 늑철을 만들기 까다로워서 문제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사막배 한 척을 만드는 데 은자 이백 냥 정도가 들어갑니다. 오히려 이득이군요.”

생각해 보면 이 사막배의 보급이 많아질수록 개척단에서 사막배를 몰고 다닐 기술자가 생겨나는 법이었다.

본래 뱃사람의 양성이 힘든 것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물귀신이 되니 죄다 죽어 나가서인데 사막배는 아니다.

사막배를 몰고 다니다 사고가 나도 팔다리가 부러지는 정도에서 끝나니 부상을 회복하고 다시 경험을 축적할 수 있겠지. 절대 손해 볼 일이 없기에 사막배를 양산할 것임을 공표하였다.

늑철이야 조선에서 들여오면 충분하고 오히려 단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겠지.

#작가의 말

새로운 캐릭터 강덕만이 드디어 선을 보였습니다. 하와이섬 출신 폴리네시아인이며 특기는 입신체비로 다져진 몸으로 던지는 작살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