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480화
2부 25장 6화 너의 조정은
음력 팔월 한가위가 지나갔지만 한양은 여전히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 정벌도 일단락되어 협상의 막바지에 이르렀기에 병력들이 귀환하기 시작하며 오히려 한가위를 넘어서는 호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와 전혀 연관이 없는 곳이 있었으니 도성의 중심이자 모든 관료들이 모인 경복궁이었다.
어제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부설된 숙소에서 잠을 청한 관원들은 새벽해가 뜨기도 전에 궁궐의 후원을 달리며 입신체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숨차다! 이러다가 몸이 축나서 바로 쓰러지겠습니다. 구봉(龜峯: 송익필의 호) 대감께서는 여전히 정정하시니 얼마나 보기가 좋습니까.”
“정정하다니 뭔 소리인가. 이제 망륙(望六: 51세)이 넘어가서 내 숨도 넘어갈 것 같은데.”
더위가 꺾여 입신체비의 열기가 거세져야 하지만 관원들 대다수가 힘을 내지 못하고 후원을 질주하였다.
이 모든 이유를 알고 있는 송익필은 달리기가 끝난 이후 숨을 돌리며 친구인 이현전 대제학(大提學) 정개청(鄭介淸)에게 말하였다.
“곤재(困齋: 정개청의 호) 자네도 고생이 많아. 서행사가 성공을 거두어서 다행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불행이로군. 지금 조정에서 근무하는 이들 대다수가 책무를 짊어지고 있으니 입신체비를 부실하게 행하는 것으로 그 막중함이 드러나고 있다네.”
“누가 아니라 하겠는가. 무관들은 왜국을 정벌하고 이제 철수를 실시하니 가장 바쁠 때이고 외(外)조 관원들은 왜의 새 정권과의 협정은 물론이요, 서역의 국가들과 알력을 정리해야지.”
“그러니 문제일세. 한가위에 잠시 쉬고 제사를 올리며 휴식을 취한 것이 전부가 아니던가.”
일본 정벌이 거의 종료되어도 호주를 개척하는 중이니 수많은 물자를 지원하고 새로운 땅에서 필요한 인력을 보내야 한다. 당연히 하급 관원들이 쓸려 나간 조정에는 여유 인력이라 불릴 사람이 없었다.
결국 서행사의 성공으로 생성된 새로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서행사를 다녀온 관원들이 휴가 중에도 자택에서 조금씩 업무를 분담해 처리하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조회(朝會)에서 이연은 피로에 찌든 관원들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점잖은 말투로 권고하였다.
“서행사로 다녀온 이들이 자택에 머물며 각종 업무를 처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더구나. 조정의 일을 사저(私邸)에서 처리함은 국법으로 가급적 금하는 일이다. 업무가 다난하지만 얼마 뒤에는 호주를 개척한 이들이 돌아올 예정이니 잠시만 참으라.”
칠순이 넘은 관료라면 모를까 업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업무는 가급적 관청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 조선의 원칙이었다.
관료들의 눈가에 피로가 더욱 깊어지자 이연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조만간 아전(衙前)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소과를 대신한 잡과(雜科)와 유사한 시험을 보게 하여 조정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니 잠시만 힘을 쏟도록 하여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관료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국왕인 이연도 눈가에 깊은 그늘이 져 있기에 이어지는 업무로 잠조차 아껴가는 사실이 드러나 있었다.
결국 모든 조정이 업무에 허우적거리는 와중에 이현전에서는 중간보고가 시작되었다.
“요즈음 들어 사는 것이 험난하다 못해 질릴 지경이라네. 집현전의 관료들은 지금 주세(酒稅)와 관련하여 대양도와 여송 일대의 농장을 조사하며 밀주를 단속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다들 송장과 다를 바 없더군.”
“소식은 들었습니다. 저희는 사흘에 한 번꼴로 퇴청하지만 그 친구들은 닷새에 한 번꼴로 퇴청한다 하더군요.”
집현전과 이현전의 공동 영전사인 송익필은 이현전과 휘하 아문에 소속된 관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로를 짐작하였다.
개중 몇 관원은 커피를 물처럼 들이켜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눈이 게슴츠레하게 감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업무 보고가 시작되었다.
“구주에 판매할 물건들의 물목을 정하고 개량법을 만드는 과정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 호주에서 면화가 계속 생산되어 만들기 힘든 품목이었던 강화지(켄트지)의 생산도 큰 차질이 없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구주에서 다른 품목도 많이 팔리지 않는가. 이를테면 자초(紫草)에서 추출한 자색 염료를 많이 생산하는 방법도 연구해 보게나. 그러면 출장을 또 다녀와야 하지 않겠나.”
송익필의 평가를 듣자 정개청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같은 문하 후배인 조헌의 권유로 관직에 늦게 출사하여 두각을 드러낸 덕분에 아주 빠르게 품계가 올랐지만 품계가 높아짐은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는 것과 같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자신의 까마득한 후배들도 하나같이 업무에 사로잡혀 시체 몰골로 관청을 돌아다니니 자신도 꾹 눌러 참아야 하리라.
이윽고 송익필이 조심스럽게 관상감을 대표하여 나온 신주랑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관상감의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듣자 하니 서역에서 새로 정한 역법인 그레고리력(曆)이라는 방식의 분석을 실시하였다 하던데.”
“기본적인 계산은 산관들을 동원해 진행하였으나 산관들이 서애 대감께서 상소한 회사(會士)라는 기관의 설립 가능성을 계산하기 위해 빠져나가서 심도 높은 업무가 불가한 실정입니다.”
“산관을 따로 두느니 자네들이 직접 계산하는 것이 나아 보이는군. 창산(蒼山: 신주랑의 호) 자네도 산학만큼은 월등하지 아니한가.”
산학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신주랑의 얼굴이 구겨지며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다가 억지로 눌러 삼킨 듯 목울대를 불룩거렸다.
그러더니 신주랑은 아예 열변을 토하기 시작하였다.
“산학으로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말씀은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관상감의 상황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조(提調)이신 우계(牛溪: 성혼의 호) 대감께서 얼마 전에 기가 쇠하여 쓰러지실 정도로 관상감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본래 학문을 더욱 많이 배우기 위해 진사시에 합격한 이후 과거를 보지 않았던 성혼이지만 왕의 명으로 반 억지로 관직에 오르기 시작하여 관상감에 제직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학문과 정비례하는 입신체비로 근육을 쌓아왔기에 기가 쇠하여 쓰러졌다는 소식은 거짓이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니 국왕 이연에게 상소를 올렸고 이연의 허가 하에 잠시 휴가를 지내는 것에 불과하였다.
한 달 정도 휴식한 뒤에는 다시 관상감으로 끌려와 마소(馬牛)처럼 업무에 전념해야 하리라.
하지만 성혼의 부재로 더욱 많은 업무에 짓눌리는 신주랑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하였다.
“당장 저희가 직면한 문제가 세 가지입니다. 일단 명국에서 사용하는 대통력(大統曆)의 오차가 지나치게 발생하여 매번 명국에서 내려오는 달력을 폐하고 새로 만들어야 하지요. 대체 명국이 뭘 준다고…….”
“얼마 전에 조정에 내려온 천만 냥은 기억하지 못하는가.”
명나라는 달력의 표준인 역법(曆法)을 정할 권한이 있기에 조선에 명나라를 기준으로 삼은 달력을 제공하였다. 물론 이 달력의 기반인 대통력은 원나라 시절부터 누적된 오차로 인해 지금은 삼 일 가까이 시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천문이 더욱 뛰어난 조선에서는 오차가 큰 대통력을 한구석에 팽개쳐 두고 계속 수정과 개선을 반복한 칠정산을 사용하였다. 물론 명나라 사신이 방문할 때에만 꺼내 들어 입을 맞추어 오차를 교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함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명나라에 대한 불만이 쌓여도 황제가 친히 내려준 천만 냥의 황은(皇恩)을 생각하면 불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형편이었다.
신주랑도 익히 알고 있으니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익히 알고는 있기에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사용하는 음력의 문제점을 아시는 분이 몇 명 계실 겁니다. 아국의 근방은 모르겠지만 제 고향인 미주(북미대륙) 정도로 거리가 멀어지면 음력의 오차가 더욱 심해지지 않습니까?”
“나도 미주 현감으로 재직할 때 분명 보름이라 하여 보름달을 기대하였건만 그날 뜬 달은 아주 꽉 찬 상현달이고 다음 날 보름달이 떠오르더군. 당시에는 기겁하며 장계를 올렸지.”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놈의 달이라는 물건이 경도(經度)와 위도(緯度)에 따라 삭망이 자기 멋대로 뒤바뀌니 이 오차를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음력이 가진 문제점은 경도와 위도에 따라 변화하는 달의 위상에 따라 기준이 멋대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는 점점 다변화되고 넓어지는 조선의 영토와 결부되어 천문 관측에 있어 막대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미 관상감은 호주와 미주에서 자신들의 오차를 감안한 달력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쌓여 터져나가기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었다.
신주랑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송익필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일단 업무의 부담을 줄여야 하니 다른 이의 힘을 빌려야겠군. 지금 명국 황상도 대통력이 부정확함은 알고 있을 것이네. 그레고리력이라는 달력을 서역에서 지정하였는데 오차가 거의 없다 들었는데 대체 얼마나 오차가 적은가.”
수학적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국가가 조선이었기에 그레고리력의 오차는 어느 정도 감안한 상태였다.
신주랑은 자신이 계산하던 업무를 기억하며 약간 부정확한 답을 내었다.
“좀 더 계산해 봐야 알겠지만 일천 년에 하루꼴로 오차가 발생할 것입니다.”
“대통력을 비롯한 음력(陰曆)은 아무리 계산하여도 일백 년에 하루꼴로 오차가 발생하니 적어도 열 배는 정확하군. 다음 동지사에 자네가 합류하여 서역의 달력이 더욱 정확하다고 명국 황상께 상소를 올리게.”
“명국 황상의 자존심이라면 더욱 정확한 역법을 서역에서 창안하였다며 진노하고 역관들의 목을 벨지도 모르겠군요. 이거 잘만 하면 더욱 정확한 역법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구주의 역법인 그레고리력을 전하는 것과 이를 명국의 형편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은 자네가 도맡아 해야 할 것이네. 하지만 지금 업무를 해 두면 모든 일이 편해지지 않겠는가.”
명나라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신주랑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머나먼 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확인하며 한숨을 쉰 송익필은 그나마 이현전에 소집된 이들 중 멀쩡한 사람을 보며 말하였다.
“산본(山本: 산시양의 호) 자네는 그럭저럭 안색이 좋군. 요즘 화공원이 업무가 평상시와 비슷하다 하던데 사람을 좀 다른 아문에 전해줄 생각은 없는가?”
“대감께서 말씀하신 대로 지금의 업무는 평상시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해일처럼 쏟아질 업무가 두 개나 산적해 있지 않습니까. 석 달 뒤에는 구주(유럽)의 승려들이 아국에 방문하여 남미주(남아메리카) 일대에서 구한 약재를 보내오기로 하였습니다.”
“하긴 평상시라면 약재의 분석은 어의인 구암(龜巖: 허준의 호)이 도맡아 할 일이지만 지금 의서를 창안하고 있으니 자네들이 해야겠지. 그럼 다음 업무는 또 무언가?”
“내년 중순부터 전라도 일대로 이주한 이들의 경목조 주택을 하나씩 해체하여 안에 쓰인 동판의 상세를 분석해야 합니다. 훗날 배의 바닥에 붙일 동판을 여기에 사용했으니 이 또한 고된 작업이 아니겠습니까.”
지극히 사소한 일이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여유가 없이 떠밀리는 신세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업무가 평범한 수준이지만 조만간 업무가 홍수처럼 밀려오니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한 산시양을 물끄러미 쳐다본 송익필은 한숨을 내쉬고 말하였다.
“우리가 어느 정도 쉴 때에는 화공원이 고생할 것이니 익히 이해할 수 있다네. 그리하니 다른 업무에 화공원 관원을 보내지 않아도 좋지만 급한 일이 생겨도 화공원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은 익히 알고 있게나.”
“필히 명심하겠습니다. 대감께서 말씀하신 바를 철저히 이룰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회의를 마치고 멍한 정신을 굳건한 육체로 억지로 지탱한 관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자신의 업무를 재개하였다.
하지만 화공원 건물 안에 들어간 산시양은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참으로 다행이야. 다른 아문들은 죄다 업무에 정신이 없는데 화공원은 이번에도 일감을 받지 않았다니. 퇴우당(退憂堂: 박승종의 호) 자네가 잘못하면 관상감에 끌려갈지도 몰랐네.”
“제가 관상감에 끌려간다 하셨습니까? 저는 산학을 영 배우지 못하였는데요.”
“누가 아니라 하나. 묵재(默齋: 이귀의 호)도 물론이고 화공원 관원들은 내가 지켜줄 것이니 안심하게. 적어도 지금 석 달 동안은 쉬어야 하지 않겠나.”
애단현에 유성룡의 후임자로 근무하였던 산시양은 마침내 쉰이 넘은 늦은 나이에 화공원의 부제학이 된 사람이었다. 이미 유성룡과 접촉하며 발휘된 그의 생존기술은 조정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보였다.
가급적 가늘고 길게 살다가 딱 당상관만 마치고 은퇴하기로 정했으니 다른 이들에게는 못 미더운 이였지만 휘하 관원들에게는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이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산시양의 손을 잡으며 칭찬을 시작하였다.
“일전에 서애 대감님과 인연이 있다 하였는데 그 인연으로 얻은 것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물론일세. 부임한 첫날부터 뭘 하면 좋을 것이며 무얼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사람을 호되게 몰아세우기에 어떻게든 일을 느슨하고 적당히 처리하는 방법을 익혔지. 덕분에 내 안색이 이리도 좋지 않은가.”
“느슨하고 적당히는 너무 겸손한 말씀이십니다.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익힌 것이 아닙니까.”
“그래!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익혔지! 하지만 석 달 뒤부터는 바빠질 것이니 자네들도 모두 몸의 기력을 북돋우게나.”
하지만 소매를 휘적휘적 흩날리며 담당하는 업무를 확인하던 산시양의 흡족한 미소는 삽시간에 붕괴되고 말았다.
웬 서신을 들고 있는 도공(陶工) 여러 명이 화공원에 찾아온 것이다.
“여기가 화공원이 맞습니까? 서애 대감이라는 분이 저희와 업무를 진행하시다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으니 화공원에 상담을 하라 전했습니다.”
“서애 대감께서? 업무? 지금 뭐라 했는가?”
“저희가 정음은 읽을 줄 알아도 한자는 영 익히지 못하여서 이 서신을 읽을 수 없지 않습니까. 여기 오면 저희가 앞으로 할 일을 잘 마련해 줄 것이라 하였습니다.”
해주에서 유성룡의 지시에 응해 도성으로 건너온 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산시양에게 서신을 전해주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서신을 읽은 산시양은 눈을 부릅뜨고 도공의 멱살을 잡아챘다.
“뭐? 소뼈를 섞은 새로운 백자를 만들어? 흙의 형태를 잡는 법은 익혔으니 새로 사용할 유약의 성분을 만들고 온전히 구워낼 수 있는 가마를 만들라고! 그건 자네들이 해야지!”
“이 손 놓아주십시오! 저희가 뭘 어떻게 합니까! 저희는 스승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하는 방법밖에 몰라서 백 개를 구워도 열 개 내외만 온전히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걸 말이라 하나! 화공원이 아무리 각종 기물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곳이라 하여도 가마를 계속 쌓고 계속 백자를 구워내면 그거 하나하나가 죄다 업무 덩어리일세!”
본차이나, 이 시대에는 승자기라 불리는 새로운 백자의 양산을 위해서 거칠 작업은 많고도 험난하였다. 당시 백자 양산 기술을 갖춘 영국도 50년 이상의 세월을 투자하여 차츰 개량해 나간 막중한 업무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성형 방법을 개발한 뒤라 50년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화공원에서 전력을 다하여 업무를 추진한다면 5년 이내에 양산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산시양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서애 대감 당장 오라 해! 가마를 종류별로 쌓는 데만 두 달은 걸리고 그 가마를 개선하는 데 다시 두 달은 걸리는데 석 달 뒤에는 약재가 온단 말이다!”
“안 됩니다! 서애 대감께서 화공원에 임시로 오셔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당연히 벌어질 일을 알고 있기에 산시양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가장 평온했던 화공원이 어마어마한 업무에 신음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열흘에 한 번 퇴청하는 꼴이 되리라.
#작가의 말
현재 조정이 담당하는 업무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연: 스페인, 신성로마제국, 교황청 그리고 영국과의 외교 협상 및 회사 설립 계획
집현전: 주세에 필요한 모든 결과물 수집 및 분석. 규장각은 주세 관련 행정 문제 분석 홍문관은 호주 개척 관련한 자료 수집
이현전: 교역에 사용할 물건 양산과 개량, 새로운 역법 창안.
이조: 아전을 포함한 새 관원들의 인사 담당 관련 업무
경조: 이연의 업무에 합류
호조: 일본 정벌 비용 계산 후 호주 개척 관련 소모비용 충당
예조: 호조와 같이 호주 개척 업무
외조: 일본에서 최종 협상 진행
병조: 이제야 휴식시작
형조: 일본에서 잡아들인 죄수들 처벌 중
공조: 수군이 돌아와서 함선 개수하느라 전 인력 투입
농조: 호주 개척 관련하여 각종 농작물 업무로 연일 야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