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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75화 (475/573)

근육조선 475화

2부 25장 1화 조선에 돌아와서(1)

본래 계획대로라면 우리가 스페인을 떠나올 때 대서양 항로를 통해 돌아오려 하였다.

어떻게든 아프리카 남부까지 내려가서 바로 순풍을 타고 남아메리카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로였다.

스페인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항해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일정을 완전히 수정해 버렸다.

항해 기간은 예정대로인 6개월이 아닌 9개월로 늘어져 1589년 음력 5월에야 대양도(대만)에 도착했다.

배가 정박하자마자 수많은 인부들과 병사들이 우리의 하역 작업을 도왔다. 심지어 저 뒤에서 키가 작달막한 사람이 보였는데 저런 작은 체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내 기억에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한때 내 아래에서 배웠던 이원익이다.

“이번에는 대양도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군. 얼마 전에는 여송도 관찰사인 지천(芝川: 황정욱의 호)에게 신세를 졌는데 잘 부탁하네.”

“대감께서 이런 고된 업무를 도맡아 하시는데 제가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선박에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배로 편히 모셔 드리려 하였건만 지금은 왜를 정벌하고 있어서 여유가 없는 실정이지요. 그나저나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내가 고생할 것이 무어가 있겠는가. 구주(歐洲: 유럽)에서 좋은 대접을 받고 선물도 많이 받아서 돌아왔으니 오로지 아쉬운 일은 내 마음속에만 있을 뿐이네.”

내가 품셈을 가르쳤던 관료인 이원익은 어느새 출세하여 대양도 관찰사로 부임하고 있었으니 그 또한 나의 서신을 먼저 받고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

그리고 귀환 중에 몇 번이고 내렸던 명령을 내렸다.

“어서 가축들을 뭍으로 내려 꼴을 먹이고 물을 먹여 보호하게. 혹여나 곽란(癨亂)으로 기력이 쇠한 소가 있다면 배춧잎에 낙지를 싸서 먹이고 옥수수로 여물을 쑤어 먹이도록 하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서 대감께서 지시하신 대로 움직이게!”

사람이야 배 위에서 보름 정도를 너끈하게 버티고 뭍에서 며칠 푹 쉬면 기력을 되찾지만 나름 섬세한 동물들은 이런 강행군을 버티지 못한다.

대충 여드레 정도 배 위에서 시달리면 기력이 쇠하기 시작하더라.

결국 귀환 항로는 아프리카 북부부터 희망봉, 심지어 마사이족의 영토인 탄주와 인도 남부 그리고 말라카 해협과 여송도를 거쳐 대만까지 계속 정박과 출항을 반복하는 방식이 되었다.

지독한 고난이었지만 이원익은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더니 감탄을 늘어놓았다.

“주상전하는 물론이고 대소신료들이 서행사를 다녀온 이들의 근손실을 염려하였지만 크게 쇠하지 아니하여서 다행이군요. 대감께서는 살이 조금 붙었지만 이미 지천명(50세)을 앞두고 계신 분이니 큰 흠은 아닙니다.”

“부끄럽기 그지없구려. 나이가 쉰이 된다고 불효를 한다면 말이 되는 일이오? 나이가 깊어질수록 효심 또한 깊어지는 법이지만 이놈의 근손실도 깊어지는 법이라 아쉬울 뿐이오.”

“그것이 입신체비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팔에 흉터가 크게 나셨는데 뭔가 문제라도 있으셨습니까?”

“별일은 아니오. 작은 상처를 귀찮다고 주정(고농도 알코올)으로 소독하지 않았더니 크게 흉이 져서 화농이 번졌지 뭐요. 덕분에 제법 고생하였소.”

그 흉터는 순수하게 내가 잘못한 것이니 넘어가자. 배 위에서 팔이 염증으로 퉁퉁 부어서 지독하게 고생했었는데 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사실 우울한 일은 따로 있지만 이원익도 내 우울한 표정을 보고 나름 좋은 소식을 전해다 주었다.

“얼마 전에 대감님의 자제인 여(袽: 유여)에 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상세한 일은 모르겠지만 백성을 위해 온몸을 내던져 가며 짐승들을 무찔렀다 하더군요.”

“짐승? 호주에 난폭한 짐승이라 해 보았자 들개나 입록이라 불리는 짐승이 전부가 아니겠소. 녀석이 학문에는 아주 빼어난 자질을 보이지 않았지만 심사가 깊고 사물을 잘 파악할 줄 알아서 제법 머리를 썼나 보군.”

장남인 유여를 제외한 다른 자식은 장녀인 유국(椈) 그리고 올해 열다섯의 유단과 열한 살 막둥이인 유진(袗)이라 장남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재주가 넘치는 친구들인 이항복과 이덕형의 등쌀에 치이며 고생하던 녀석이지만 그런 좋은 일을 할 줄은 몰랐다.

며칠 동안 대접받고 가축들의 기력을 되살리며 다시 출항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놈의 가축들이 꾀가 있으니 다시 배 위에 오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벌어진 일이기에 젊은 관료인 정문부는 깃발을 휘날리며 배로 돌아올 가축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이놈들아! 뭍에서 다시 배로 향하는데 왜 이리 걸음이 더디냐! 내가 네놈을 이랴!”

“아이고 나리! 그러다 허리 다치십니다!”

“뭘 허리를 다치는가! 어서 이 축생(畜生)을 지게 위에 올리게! 다른 나라의 소라지만 아국에서 기를 것이니 아국의 말을 익혀야 하는 법일세! 네놈을 지게로 이겠다!”

정문부가 최소한 200㎏은 나갈 것 같은 소를 짊어지자 다른 소들이 겁에 질려 알아서 정문부의 뒤를 따라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걸 보니 동화 내용이 기억난다. 말을 듣지 않는 소를 천하장사인 며느리가 다독이다가 머리에 이어버리고 다른 마을까지 달려갔다던가.

호되게 당한 소는 그 이후로 이랴! 라는 소리를 들으면 말을 잘 듣는다 했는데 근육으로 변질된 이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놈의 소와 양 덕분에 시간을 빼앗겨도 너무 많이 빼앗겨서 상원군도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제야 대양도를 출항하니 주상전하께서 초려(焦慮: 몹시 걱정하다)하실 것 같구려. 더군다나 부친께서도 내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오.”

“여섯 달이면 끝날 일정이 아홉 달이 되어버렸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조금만 더 늦었다가는 구풍이 몰아치는 계절이 되어 일 년이 걸렸을 겁니다.”

음력 7월부터는 태풍이 몰아치는 시기라 함부로 배를 몰 수 없으니 한 달만 늦었어도 여송도나 대양도에서 석 달 넘게 허송세월하며 귀환에만 일 년 넘게 소모했으리라.

하지만 태풍이 올 시기는 아니니 서둘러 닻을 올리고 돛을 펴며 출항을 시작하였다.

“다들 고생이 많았다네! 이제 이레 뒤에는 벽란도에 돌아갈 것이니 마지막까지 신경을 쓰게! 그리고 오리(梧里: 이원익의 호) 자네도 참으로 고마운 일을 하였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감께서도 도성으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무탈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점점 익숙한 바다가 다가오자 서행사 일원들도 눈물을 글썽거렸고 이윤범도 그동안 이순신 휘하에서 새로 조련된 수군의 모습을 기대하며 가슴을 꼿꼿이 폈다.

하지만 나는 가장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없어서 어떻게든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네가 지혜롭게 일정을 조율하고 각국의 군주들과 논의를 잘한 덕분에 수많은 이득을 얻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이리 우울해 보이느냐.”

다른 사람은 속여도 평생을 함께한 형님을 속일 수 없었나 보다.

진실을 이야기하면 형님도 도저히 믿지 못할 테니 어쩔 수 없이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제 제자이자 벗인 세스페데스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친구가 이 세상 반대편에 있어서 울적할 뿐입니다. 형님께서도 그 친구를 한 번 만나 보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소문은 들었으니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성균관에 서역의 승려가 입학하여 삼대운동 팔백 근을 달성하고 구백 근을 향해 나아간다 하여서 관심을 가졌었지. 하지만 세상은 넓어도 언젠가 만나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겠느냐.”

형님은 잘 속여 넘겼지만 내 표정이 일그러진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받아온 저지 소와 살레르 소를 지난 아홉 달 동안 관찰하였는데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우두가 없었다.

우두를 찾으려고 젊은 시절 북방에 다녀오고도 소득이 없었고 이제는 유럽에 다녀왔는데도 소득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펠리페 2세가 우리가 조선까지 다녀올 동안 소를 관리하라며 붙여준 농부들에게 물어보려 선창으로 내려가니 농부들은 소를 빗으로 쓸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의 상태를 확인하려 하였다네. 혹여나 뭍에 오른 동안 이상한 전염병이 옮겨 오지 않았는가? 부스럼이나 잡티 같은 상처도 있으면 아니 되는 법일세.”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애초에 전염병이 옮겨 왔다면 이 배에 있는 소들이 모조리 절명했겠지요. 간혹 아픈 소들도 열이 좀 오르거나 멀미에 시달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나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소를 빗으로 쓸어줬는데 간혹 소의 몸에 부스럼이 보이기는 했다. 아마 모기에 물린 자국이 곪았거나 무언가에 찔린 뒤 고름이 차오른 것이다.

처음에는 이 부스럼이 우두인 줄 알고 나에게 종두(種痘)를 실험해 보려고 부스럼에서 떠낸 고름을 상처에 발랐었다. 그리고 잡균이 들어가서 팔이 퉁퉁 부어 한동안 고생했으니까 다른 방법을 택했지.

나는 북인 출신 인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자네가 앞으로 이 소를 북방에서 기르는데 참여하도록 내가 힘을 써 보겠네. 하지만 자네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아니 되는 법이지. 자네 혹시 아픈 곳이라도 있는가?”

“없습니다! 저도 입신체비를 능숙히 하여 삼대운동 칠백 근이 넘어서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조선 사람들은 천연두에 시달려서 면역이 있다. 인구 천 명인 마을에 천연두가 돌면 대충 이백 명 정도가 감염되고 사망률은 적당한 치료를 받으면 20%, 치료가 없다면 40% 정도이다.

하지만 북인들은 대다수가 감염되고 사망률은 치료를 받아도 60%에 달한다. 그렇다면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사한 종인 우두에도 무조건 감염되겠지.

하지만 북인 인부들은 어떤 이상증세도 호소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우두를 부스럼이라 넘겨짚을 수도 있으니 팔을 확인하려 하였다.

“자네 팔뚝이나 좀 보세나. 팔이 억세고 튼튼한 데다 손은 입신체비로 굳은살이 잔뜩 박여 있으니 소뿔을 잡고 끌어당겨서 다룰 수 있겠군. 부디 부모님께서 물려준 몸을 잘 관리하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혹시나 몰라 손을 확인하고 소매를 확인했지만 우두로 인한 부스럼의 흔적 같은 것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선창에 들어와 품목을 확인하는 척 혼잣말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놈의 우두가 유럽에 가면 있을 줄 알았는데 프랑스에도 없었단 말이야? 그럼 프랑스도 아니고 처음으로 우두를 발견한 영국까지 가야 있으려나? 그걸 어떻게 찾아서 가져오지.”

팔짱을 끼고 생각해 보았는데 우두를 발견해도 문제이다.

소의 전염병을 사람에게 옮겨서 천연두를 예방한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당시 영국에서도 난리가 났고 조선시대에 종두법이 들어올 때에도 난리가 났는데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입수하지도 못한 우두에 수단을 강구해 봤자 뭘 어떻게 하는가.

배는 하염없이 움직여 벽란도로 들어왔고 드디어 거의 3년에 달하는 서행사 일정도 완료되었다.

* * *

벽란도에 미리 배정된 선착장에 배가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환호성이 들리며 우리를 맞이하는 이들이 쪽빛 천을 펄럭거리고 있었다.

본래 이런 환영식은 없었지만 조정에 계속 보낸 서신을 보고 주상전하께서 나름 서양의 방식을 받아들이려 생각했나 보다.

“쪽빛 천이 흩날리니 참으로 화려하구려. 생각해 보니 구주에서는 사람이 돌아올 적에 꽃잎을 뿌리며 환영해 보았는데 그 또한 돈이지요. 하지만 쪽빛 천은 요긴하게 쓸 수 있지 않소.”

“주변의 배를 보니 쪽빛 옷을 입은 수졸들이 돌아다니는군요. 아마 수졸들의 옷이 기존의 검은 색에서 쪽빛으로 변했나 봅니다 이거 바다 위에서 쪽빛을 입다니. 운치가 있군요.”

이윤범과 상원군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순신이 개입한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수군 병사들이 확실했다.

정예에 속하는 경기수영 병사들이지만 어느 정도 느슨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더 이상 검약만 추구하지 않고 어느 정도 화려함을 원하지만 그걸 굳이 실용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나 또한 실용적인 방법을 몇 가지 배워왔기에 이를 충실히 이행하려 하였다. 도성으로 내려가기 전 모두를 소독할 시간이다.

“내가 요청한 대로 검역소를 세워두었군. 본래 기항지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우리는 바로 도성으로 들어가야 하니 아국에 쓸데없는 질병을 들이면 아니 되는 법일세.”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바로 짐을 풀지 않는다.

천으로 막아둔 공간 안에는 물을 계속 끼얹는 방식으로 만든 샤워기와 비누가 잔뜩 준비되어 있으니 상원군을 시작으로 모든 이들이 몸을 씻고 옷을 아예 새 옷으로 갈아입게 만든다.

“거기 서지 못하겠느냐! 네 몸을 씻어야 벼룩을 덜어낼 수 있는 법이다!”

-웨에에애애애애오오오옹!

물론 애꿎은 피해자도 있었다. 배 위에 태워서 쥐를 잡아먹게 만드는 고양이도 온몸에 벼룩이 들끓으니 관원들의 손길에 사로잡혀서 비누를 박박 칠해 온몸을 씻게 만들었다.

배 위에서 몸을 씻지 못하였으니 때는 물론이요, 소와 양에서 옮겨온 벼룩까지 돌아다니게 마련이었다.

온몸에 달라붙어서 피를 진득하게 빨아먹던 벼룩도 모조리 제거한 다음에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지정된 건물 안에 머물러야 한다.

당연히 내 지시도 계속되었다.

“지금부터 배 안에 있는 모든 짐을 꺼내어 볕에 닷새 동안 말리고 연기를 쬐어 벌레들을 몰아내게. 그리고 배 안을 식초로 닦아 이틀 뒤에 물로 씻어내게나!”

“참으로 번잡하기 그지없구려. 대체 이걸 어디서 배운 것이오?”

“라마국(신성로마제국)에서 배운 바로는 흑사병을 막을 때에 이런 방식을 택했다 합니다. 병이 유행할 적에는 모든 사람을 배 위에 사십 일 동안 머물게 하였다지만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우두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혹시나 모를 서양의 풍토병을 막아내야 하는 법이다.

상원군이야 회화를 베끼느라 정신이 없어 몰랐지만 나 또한 배운 것이 많았다.

배를 항구에서 멀리 보내놓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하인들이 식초를 마구 뿌리며 연기를 태우자 사방에서 쥐들이 난리를 치다 견디지 못하고 바닷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저게 다 병균이 있다 생각하니 몸이 다 간지러워진다.

규정대로 보름 동안 격리된 생활을 이어왔고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도성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제법 복잡한 방법이지만 이런 방식을 택해야 모든 병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싶었는데 문제가 또 있었다.

“매독(梅毒)에 감염되었는지 조사하겠소! 요즘 여송에 매독이 돌아 제법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니 어서 아랫도리를 내놓으시오!”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온 이는 허준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 검역방식이 일반적인 전염병은 막을지언정 매독은 막지 못했구나!

나야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매독에 걸린 사람이 줄줄이 잡혀 나가기 시작했으니 모두가 혀를 차댔다.

“아내가 있는데 방사(房事)를 주체하지 못하고 마음대로 행하여 저런 악독한 병에 걸리다니. 이게 다 불효가 아니겠는가!”

“매독에 걸리면 사지의 근골이 쇠하고 뼈가 뒤틀리며 고름이 차오르는 법이지. 정 밤일을 하고 싶다면 대신 공좌를 철저히 행하여 다른 생각을 아니 하면 되는데 이 무슨 행동인가!”

그나마 관료들은 위신을 챙긴답시고, 정확히는 쓸데없이 힘을 써서 근손실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하인들 중엔 제법 많은 이들이 병에 걸렸다.

이제는 매독 치료에도 신경을 써야 하나?

#작가의 말

문 : 입신체비로 인해 온몸이 근육으로 넘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추파를 받은 적은 없습니까?

답 : 허리힘을 헛되이 쓰는 대신 공좌를 철저히 하면 하체도 단련되고 잡념도 사라지는 법일세.

속마음 : 아내와 의무방어전 할 때 지지 않으려면 헛힘 쓰지 말고 계속 단련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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