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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73화 (473/573)

근육조선 473화

2부 24장 10화 동방 무역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첫 세계 일주는 마젤란과 흡사한 항로를 따라 이동한 방식이었다. 조선의 영토인 필리핀에 잠시 들러 보급만 하고 바로 인도양 남부를 가로질러 희망봉에 도달한 방식이었다.

당연히 처음 접해본 호주 땅에서 나가는 방법도 익숙하지 않았기에 권율에게 해도를 지급해 달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권율은 한숨을 내쉬며 해안이 묘사되지 않은 원양 해도를 건네주었다.

“여기 해도가 있다네. 생각 같아서는 자네들을 당장에라도 내쫓고 영길리에 서신을 보내고 싶지만 솔로몬국에서 자네들에게 청이 있다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군.”

“조선에 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스페인 아르마다(armada)만큼 강한 함대라면 모르겠지만 고작 세 척의 선박이 아닙니까.”

선박의 수리와 보급 비용이 추가되니 드레이크의 채무는 은자 이만 냥에 달했지만 해적질 한 번이면 감당할 수 있으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시 힘을 되찾고 돛을 모조리 수리한 드레이크의 기함 골든 하인드(Golden hind) 가 바람을 받아 출항을 개시하였다.

아라비아 해를 처음 경험하는 드레이크의 선원들이었지만 이질을 극복한 그들에게 두려울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섯 척의 선단이 세 척으로 줄어들었지만 기함 골든 하인드를 앞세운 해적들은 새로 사들인 조선산 고배율 천리경을 사방으로 굴리며 사방을 주시하였다.

“드레이크 제독님! 북서쪽에서 스페인 소속 선박을 발견하였습니다!”

“놈들과 교섭을 시도하여 항로를 파악하고 여의치 않다면 무력을 동원할 것이니 천천히 움직여…… 아니다! 항로를 변침하고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라!”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견시(見視)병은 스페인 무역선단의 돛대만 발견했지만 평생 해적질만 해온 드레이크의 눈으로 확인하니 전투를 벌이는 움직임이 분명하였다.

드레이크의 예상대로 일곱 척의 스페인 무역선이 서른 척이 넘는 바르바리 해적들에게 포위당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소형 카락과 캐러벨로 구성된 무역선들이니 무장 또한 형편없었고 바르바리 해적들은 이미 등선 전투를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저런 상황에서 폭발탄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한 척을 침몰시켜도 다섯 척이 달라붙는데 이럴 때는 정석적으로 나서야지! 다들 돌격하여 바르바리 해적들을 해치워라!”

“가자 얘들아! 돈 벌 시간이다! 바르바리 놈들을 잡으면 은을 준다니까 가급적 죽이지 마라!”

“스페인 놈들이 우리에게 포탄을 쏘아댑니다! 반격할까요?”

스페인 무역선들은 드레이크가 바르바리 해적과 연합한 것으로 오인하고 몇 발의 사격을 날렸지만 드레이크는 코웃음을 치며 이를 무시하고 바르바리 해적들을 향해 돌격하였다.

순식간에 바르바리 해적들이 탑승한 다우(dhow)의 후방으로 접근한 골든 하인드가 사방으로 포도탄을 쏟아대며 전투를 급변시켰다.

기껏해야 자모포만 사용하는 바르바리 해적들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갑판 위에 올린 전투원 대다수를 상실하였다.

“등선해! 어차피 바르바리 선박이 스무 척이 넘으니 죽일 만큼 죽여도 남은 놈들로 돈을 벌 수 있다! 지금은 스페인 놈들을 구원하는 데 힘을 쓰라고!”

“젊은 시절부터 스페인 놈들을 약탈하기 위해 싸웠는데 이제는 반대라니요!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약탈과 폭력만 행사할 줄 알았던 영국 해적이 자신을 구원하는 모습을 목격한 스페인 무역선들이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전황이 기울기 시작하니 무역선에서도 호응 사격이 시작되었다.

해안을 약탈하여 노예를 잡아 오거나 소규모 무역선단만 노리고 어설프게 싸워온 바르바리 해적들은 전 세계를 누비던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선원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생존한 바르바리 해적들이 항복하여 전투가 끝났지만 스페인 무역선은 여전히 화포를 드레이크에게 겨누고 있었다.

자신의 악명이 머나먼 세상 반대편에도 퍼져 있음을 확인한 드레이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며 크게 외쳤다.

“염려하지 마시구려! 바르바리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이 자리에 끼어들었을 뿐이지 스페인을 감히 손댈 생각은 없소이다! 그저 전투에 참가하였으니 약간의 보상을 바랄 뿐이오.”

“너희들이나 바르바리나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지금 뭘 어쩌고 어째? 대체 뭔 생각인지 빨리 말하라! 드레이크 네놈의 악명이 온 천하에 퍼져 있으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바르바리 해적을 잡아 오면 값비싸게 팔 수 있다고 답하려 하였지만 드레이크도 바보는 아니었다.

좋은 돈벌이 거리가 있다면 정보를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팔아야 하는 법이 아닌가.

그리고 머리를 굴리다 적당한 변명거리를 생각해 냈다.

“우리 모두 주님의 종이 아니겠소? 비록 신교와 구교로 갈라져 있지만 같은 주님의 종이 사악한 이교도에게 시달리는 꼴은 도저히 감내할 수 없었소.”

“지랄한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기에 드레이크도 할 말이 없었다. 스페인 해군 앞에 바르바리 해적과 자신의 선단이 있다면 전멸을 각오하고 자신들을 추격하는 게 당연한 형편이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더욱 뻔뻔하게 나섰다.

“앞으로 일 년간 이 바다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먼저 공격 행위를 벌이지 않기로 주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할 것이오.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나는 무슬림으로 개종할 거요. 그러니 우리의 위대한 성전(聖戰)을 지원하기 위해 캐러벨 한 척만 내어주시오.”

전투에 참가한 보상으로 배를 달라 하니 스페인 무역선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었다.

본래 이런 구명행위를 하면 적하물의 상당수를 내어줘야 하지만 상대가 너무 겸손하게 나섰으니 거절하면 체면이 서지 않는 법이었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기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르바리 해적들이 가진 일반 화물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반란을 염려하여 즉결 처분하는 해적들을 모조리 쓸어 모아 족쇄를 채우고 선창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그럼 같은 주님의 종으로 함께 힘을 써봅시다. 나는 가급적 많은 바르바리 해적들을 소탕하여 내 평판을 회복하고 명예로운 길을 걷기로 하였으니 이 소문을 퍼트려 주시오.”

이후 드레이크는 아라비아 해를 오가며 바르바리 해적을 소탕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무역선단을 지원하고 배를 얻어내길 반복하였다.

물론 인도의 고아에 있는 스페인 총독부에는 기괴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드레이크가 열병에 걸려서 맛이 갔다던데? 돈도 안 되는 바르바리 해적 놈들을 잡아들여서 대체 뭘 하려는 거지?”

“혹시 바르바리 해적들을 억눌러 함대를 만들려 하나? 그럼 위험한데?”

“그런 짓은 아닌 것 같네. 듣자 하니 얼마 전에는 오만의 항구를 급습해 낙타와 말을 닥치는 대로 쓸어 갔다더군. 대체 뭔 짓거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보통 해적이었다면 행적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호주 무역의 실체를 알아냈으리라.

하지만 그의 악명이 너무나 드높았기에 드레이크가 미쳤다는 설부터 정말 주님의 은총으로 개심하였다는 설까지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소문들만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 * *

단 석 달 만에 호주로 돌아온 드레이크의 선박은 노예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현지에서 징발하거나 아예 중고 선박을 사들여 노예 무역선으로 개조하였으니 천 명이 넘는 바르바리 포로를 잡았고 이들 중 육백여 명이 살아남았다.

“선금을 주신 덕분에 바르바리 놈들을 쉽게 잡아 올 수 있었습니다. 우선 육백 명을 잡아 왔으니 계약대로 은 일만 파운드를 지급해 주시기 바랍니다.”

“놈들의 상태나 확인해 보고 돈을 지급할 것이니 어서 하역하게나.”

선창에서 꺼내진 바르바리 해적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반항하려 하였다.

좁아터진 선창에 갇혀 쇠사슬로 엮여 있던 굴욕을 어떻게든 갚으려 혈안이 되었지만 그들을 맞이한 이들은 마사이 전사들이었다.

“뭐야! 퉁아니 놈들이 왜 여기에 있어?”

“이런 미친! 우리가 퉁아니의 땅에 노예로 팔려왔다고?”

처음에는 거친 바르바리 해적 출신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킬까 머스킷을 준비하던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해적들이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해적들은 마사이 전사들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비비며 목숨을 구걸하였다.

“약해빠진 놈들이 배를 좀 잘 타고 다닌다고 우리를 괴롭혔었지. 이제 네놈들의 죗값을 몸으로 갚을 차례이다. 맞아 죽기 싫으면 어서 움직여!”

한 줄로 정렬해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는 모습까지 보이니 드레이크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바르바리 해적이 약해도 엄연한 해적이니 싸움 하나는 잘하는 편이라 궁금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참으로 대단하군요. 저희가 사로잡을 때만 하여도 거칠게 반항하였는데 이렇게 온순하다니요. 혹시 놈들과 자주 싸워 오신 분들입니까?”

“이백여 년 전부터 우리를 납치하여 노예로 삼으려 한 놈들이니 거리낄 것이 없잖나. 우리가 솔로몬 제국에 귀부해서 한 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침략을 거듭하는 놈들이지.”

아라비아 일대에서 약탈한 낙타와 말 또한 비싼 값에 팔렸다. 그동안 노천 금광에서 금을 캐낸 톨가는 아예 웃돈을 얹어주면 낙타를 더 가져오라 하였고 드레이크와 선원들은 푸짐한 대접을 받으며 며칠간 머물렀다.

하지만 드레이크에게 내려진 요청은 더욱 가관이었다.

“노예 육백 명으론 부족하네. 앞으로 노예 삼천 명을 더 잡아 와도 좋으니 계속 잡아 오게나.”

“대체 이 많은 노예들을 어디에 쓰실 생각입니까? 바르바리 해적들이 아무리 약하다지만 삼천 명이면 어마어마한 인력이 아닙니까? 혹시나 전쟁을 준비하십니까?”

돈은 많이 주지만 왜 많이 주는지 궁금한 드레이크가 진중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마사이족 관료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드레이크는 해적이라지만 엄연한 전사이고 동맹이니 이들에게 어느 정도 진실을 알려줄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농작물을 기르려고 노예들을 잡아 온다네. 자네도 왜 노예를 잡아 오는지 알아야 하니 어서 따라오게나.”

드레이크가 안내받은 장소에는 일본 출신 노예들과 얼마 전 잡혀 온 바르바리 노예들이 하나같이 땀을 흘리며 목화를 새로 심으며 수확한 목화들을 짓뭉개 씨앗을 뽑아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적당한 자극이 필요하였다.

“네놈들이 영원히 노예로 살지 않는다 말했다! 우리는 노예를 두지 않으며 네놈들을 비싼 값에 사들여 십 년 뒤에 방면하기로 하였으니 어서 일해서 네놈들의 몸값을 채우란 말이다!”

마사이족 전사가 채찍 대신 커다란 천축퇴(인디언 클럽)를 붕붕 휘두르며 팔 근육을 단련하기를 겸해 노예들을 위협하자 노예들은 허리를 더욱 구부리고 사력을 다해 일하였다.

그 모습을 본 드레이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노예를 그렇게 힘들여 잡아 왔는데 십 년 만에 방면하신다니요? 노예들에게 짝을 붙여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더욱 많이 노동력을 확보해야지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는 사치입니다.”

“우리는 옛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노예를 두지 않네. 편의상 노예라 칭했을 뿐이지 실제로 이들은 십 년 동안 노동력을 제공한 이후에는 우리의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이 된다네.”

마사이족은 본래 유목민족에 속하니 다른 민족의 노예는 발도 느리고 사냥도 못 하는 밥벌레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솔로몬 제국과 접촉하며 이들도 노예 제도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민족의 전통과 노예 제도의 편의성 사이에 타협을 할 수밖에 없어 내린 결론은 이런 기괴한 노예제도였다.

십 년 동안 무보수로 일하고 이후에는 급료를 받는 정식 노동자로 고용하거나 아예 방면하는 방식이니 드레이크는 혀를 차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럼 이런 비싼 값을 들여 노예를 사들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밭에서 금을 캐내는 수준이 아니라면 노예 고용비와 인건비를 감안해도 이득을 볼 수 없을 텐데요. 혹시나 여기서 조선의 홍삼이라는 작물을…….”

“기르는 것은 불가능하니 큰 기대는 하지 말게나. 하지만 인삼보다는 못 하여도 이 녀석을 기르면 밭에서 은을 캐내는 것과 대등한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네.”

여전히 밭에서 굴러다니던 목화송이를 받은 드레이크이지만 목화를 재배할 수 없는 영국 출신이라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저 푹신푹신한 솜이라 여기고 얼굴의 기름을 닦아내자 마사이족 관원은 미소를 지으며 드레이크를 다른 방으로 안내하였다.

“스페인도 포르투갈도 면직물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 자네도 모를 것이라 예상했네. 자네가 얼굴의 기름을 닦은 목화는 씨를 뽑아내고 실로 자아내면 이런 물건이 되지.”

농장 주변에 설치된 창고 안에서는 드레이크를 비롯한 대다수의 영국인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목화를 물레로 엮어 가느다란 실로 가공하고, 다시 그 가느다란 실을 베틀에 엮어서 면직물로 짜내는 일련의 작업이 반복되었다.

“제가 뭘 보고 있는 겁니까. 세상에! 면직물이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물건이었습니까?”

마사이족 관원은 드레이크의 멍한 표정을 보고 정말 무식한 사람이 따로 없다 생각하였지만 이는 영국인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영국의 기후는 목화를 재배할 수 없는 습윤한 기후이니 리넨이나 양모 옷을 입었지 면직물은 사치품에 속했다.

갓 만들어져 다소 누런색이 감도는 면직물을 잿물로 씻어 새하얗게 만드는 작업까지 확인한 드레이크는 그 부슬부슬한 감촉을 거듭 확인하면서 영국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는 면직물의 값을 떠올렸다.

그리고 엉뚱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러하면 가격이 궁금합니다. 이 면직물을 얼마에 파실 생각입니까?”

“우리가 사용하던 조선의 면직물 가격은 현지에서 은자 한 냥에 세 필 정도라네. 하지만 여기서는 작황이 좋으니 은자 한 냥당 다섯 필은 거뜬하겠지. 그건 왜 묻는가?”

면직물을 생산하지 못하는 영국 시세의 1/8에 불과한 헐값으로 팔아치운다는 말을 듣고 드레이크의 눈이 벌판으로 향했다.

아직 수확하지 못한 목화가 지천에 널려 있으니 그 모든 것이 굴러다니는 은화로 보일 지경이었다.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제가 사람을 더 보낸다면 저희 소유의 목화밭을 만들 권리를 주시겠습니까? 기술은 부족하지만 온갖 일을 잘할 수 있는 농민들을 데려온다면 말입니다.”

마사이족 관원은 엉뚱한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드넓은 벌판을 확인하였다. 다른 지역과 달리 호주 남부에 속하는 광계(퍼스) 일대는 숲도 제법 있으며 물도 풍부하다.

탐험대의 보고에 따르면 저 멀리 날아간 목화가 약간의 소금을 품고 있는 염호(鹽湖) 인근에 멋대로 뿌리를 내렸다 하니 사람이 많아져서 손해를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답하였다.

“소작농이 되려는 건가? 자네가 상인이자 해적이라 하였는데 이제는 농부가 되려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우리에게 삼 할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노예가 아닌 정식으로 이주한 이들은 엄연히 이주민으로 받아들일 걸세.”

“분명 세금이 삼 할이라 하셨습니다. 아예 지금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하니 총독님과 면담하여 당장에라도 작성합시다.”

드레이크의 눈이 세차게 굴러가며 이문을 계산하였다. 이 지역에서 제대로 면직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운반비를 감안해도 영국에서 팔리는 가격의 2할 이하의 가격이 형성되리라.

그러하면 많은 이주민을 보내 면직물을 가공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노예도 많이 잡아들여서 면직물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하리라.

이미 항해에 능숙한 그의 머릿속에는 무역 경로가 저절로 구상되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 탄압받는 가톨릭교도들과 노예로 사용할 범죄자들을 호주로 이주시킨다.

이후 바르바리 해적들을 잡아들여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값싼 면직물을 사들여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이거 완전 거저 먹기잖아? 모든 해적들을 다 이 동네로 보내야겠는걸. 무역선을 터는 것보다 소득이 훨씬 많을 거야!”

본래 17세기 후반에 개화되었어야 할 동인도 회사의 면직물 무역이 이른 시기에 개척된 호주 덕분에 16세기 후반에 싹을 틔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하는 마사이족 대표 아론은 이 계약서 한 장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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