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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67화 (467/573)

근육조선 467화

2부 24장 4화 첫 접촉

다음 날 새벽이 밝자마자 다시 마을로 다가간 톨가와 탐험대는 강물을 따라 듬성듬성 자라난 숲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어디까지나 숲이라 칭할 정도였지 말을 타고 움직이기 편한 관목림에 불과하였다.

“이 황량한 풍경에서 자라는 나무 좀 보게나. 예케 몽골 울루스야 북쪽에 숲(시베리아 남부 툰드라)이 있어서 목재를 어느 정도 수급할 수 있는데 이 지역은 그런 나무도 없군.”

“우리야 말과 소를 키워야 하니 풀을 찾아 움직이지만 다른 이들은 풀이 아닌 물을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까. 물이 있으면 나무가 자라는 법인데 이게 나무랍시고 있답니까?”

“초원이 너무 많다고 좋은 게 아니었어. 이렇게 수풀만 많다면 뭘 만들고 살 수 있겠나? 칭기즈 칸의 존함도 테무친이셨는데 대장장이라는 뜻임을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땅에서 쇠를 벼려낼 나무를 구할 수 있겠는가?”

나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아는 이들이 바로 탐험대를 구성하는 몽고인이었다.

말편자는 물론이요,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벼려내는 이들이 대장장이이니 철물이 귀한 유목민족에서 가장 대접받는 사람들이었다.

목탄을 만들어 철광석을 강철로 벼려내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물건이 바로 목탄을 만들어낼 숲이 아니겠는가.

톨가는 잠시 생각하다 어제의 일을 되새기며 말했다.

“나무가 거의 없으니 철을 벼려낼 수 없으니 돌칼과 돌창을 사용했을 걸세. 부마랑(부메랑)이라 불리는 무기를 쓰는 이유도 활을 만들 긴 나무를 구하기 힘들어서 억지로 쓰는 것이고.”

“그럼 이 친구들에게 적당한 철물만 팔아도 일대에서 나오는 값진 물건을 모조리 내놓겠군요. 조선에서 그런 방식으로 재미 좀 봤는데 우리도 재미 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 동네에 역참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역참을 운영할 거니 그때 철물을 팔면 되겠지. 더군다나 그 보상은 우리에게 돌아갈 걸세. 우리가 고용될 당시 조건을 잘 생각해 보게나.”

“토착 부족을 소개하면 보상이고 농지를 만들면 소득의 일부를 떼어 준다 하였지요. 여기에 역참까지 거느릴 수 있다면 식구들 모두를 이주시켜도 될 겁니다.”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몽골의 최정예 병력인 탐마에 소속된 명성은 헛되이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름 흔적을 지운 원주민들이 남긴 희미한 단서를 찾아 마을로 향한 탐험대의 앞에 한 무리의 청년들이 나타났다.

청년들이 기마병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함을 질러댔다. 몇 명이 마을로 도망가고 나머지는 투창을 던지려 접근하였지만 톨가의 대처는 간단했다.

“저런 돌로 만든 투창에 맞으면 뭔 꼴이야. 적당히 멀리 떨어지며 놈들이 지칠 때까지 계속 끌고 다녀. 지쳐서 자리에 쓰러지면 활로 위협해서 놈들의 무장을 해제시키자고.”

필사적으로 달려와 투창을 던지려 해도 말에 오른 탐험대가 재빨리 말을 돌려 움직이면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졌다.

청년들이 어느새 지쳐서 입에서 단내를 풍기며 바닥에 주저앉자 주변에 화살이 날아들었다.

“무기 버려 이 새끼들아! 네놈들이 만 명 단위로 몰려들어도 우리를 잡을 방법 없으니까!”

비록 신립 같은 무위는 보이지 못하지만 기마궁술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이 몽골 기병이었다.

하늘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이 가뭄으로 단단해진 땅을 뚫고 쑤셔 박히자 청년들은 아예 오줌을 지리며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였다.

“하여튼 간에 주제를 알아야지. 제대로 싸웠다면 우리가 네놈들을 죽이는 데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을 거야! 다들 무기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

번뜩이는 창날을 드러낸 톨가가 접근하자 청년들은 공포에 질리다 못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창을 안장에 걸쳤음에도 같은 태도를 취하니 다들 궁금함이 앞서기 시작하였다.

“이놈들 우리를 보고 왜 놀라지요? 괴물을 본 듯이 몸을 움츠리는데요?”

“우리의 무기…… 아니, 이놈들도 돌칼은 있으니까 무기가 문제가 아니겠지. 이놈들한테는 말이 없으니 우리를 사람이 아니고 말과 한 몸이 된 괴물로 볼 수도 있잖아?”

톨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에서 내린 탐험대를 보자 어느 정도 안심한 원주민 청년들은 탐험대의 복장과 외모를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한 청년이 톨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얼굴을 손으로 비비더니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이놈들 다 자기처럼 시커먼 얼굴만 있으니 우리가 분칠을 한 줄 알았던 것이 분명해! 우리도 사람이고 너희도 사람이야. 우리는 예케 몽골 울루스! 아니, 우리는 일단 조선 개척단에 포함된 사람이잖아.”

손가락으로 자신과 다른 이들을 가리키며 몽골어로 말하려던 톨가지만 잠시 당황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분명 몽골에서 이주하였으니 조선인이라 답해야 하나 고민하였는데 상대는 이를 파악하고 알아차렸다.

“야마타지(yamataji).”

“너희들은 야마타지라 불리나? 그럼 너희 부족의 이름은? 에라 모르겠다. 우리는 일단 조선사람이니, 조선사람, 조선. 너희는?”

“야마타지, 와제리(Wajarri)”

자신을 야마타지라, 자신들을 와제리라 칭한 청년은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하였고 톨가도 제법 놀라며 이 청년의 면모를 뜯어보았다. 언어는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머리가 비상한 이들이니 어느 정도 포섭할 가치가 있었다.

청년들의 인도를 받아 마을을 확인한 탐험대는 이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호주 원주민의 대다수는 유목의 전 단계인 수렵채집민족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이들은 몽골 제국 시절부터 정복한 수많은 피지배 민족의 설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농사를 지을 땅은 아니지만 여기에 양이나 좀 보내서 기르게 하면 적당한데 말이야. 저 늙은이가 촌장인가 보군. 이거 참으로 반갑소.”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태도가 모든 것을 증명하였다. 몽골을 비롯한 유목민은 찾아온 손님을 환대하는 관습이 있으며 이는 먼 곳에서 유랑하는 와제리 부족에도 통용되는 법칙이었다.

길들여진 딩고들이 처음 보는 말을 보며 거세게 짖어댔지만 늑대조차 아닌 야생 들개에 불과한 딩고에게 겁먹을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시선이 몽골에서 가져온 말에 쏠리자 톨가는 한 청년의 팔을 잡아끌며 권유하였다.

“이 친구들 말을 보고 왜 이리 겁먹나? 거기 말에다 안장 좀 얹어봐. 내 마누라가 이 동네 사람들 혼 빼놓는 데는 말 타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했었어.”

말의 커다란 눈과 마주치자 사지를 부들부들 떨며 겁을 먹던 와제리 부족 청년은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내거나 적의를 보이지 않는 말을 톨가와 함께 쓰다듬으며 안심하였다.

그러고는 톨가가 지시하는 동작을 따라 말안장 위에 올랐다.

“타고 싶은 사람은 아무나 타게. 우리는 각기 말을 다섯 필씩 챙겨왔으니 여든 명은 탈 수 있겠군. 늦으면 타지 못할 테니 알아서 올라타도록.”

“이거 참 둘째 아들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오는군요. 일곱 살이 되어도 기마술은 형편이 없는데 덩치만 산만하게 커져서 말도 사람도 고생하였지 뭡니까.”

“이 녀석들이 자네 둘째 아들보다 몸은 좋으니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지. 다들 올라탔지? 그럼 저기 보이는 언덕까지 적당히 뛸 테니 알아서 말을 부여잡아!”

걸음마를 뗄 무렵 말과 만나고 젖을 뗄 무렵부터 말안장 위에 올랐던 몽골 출신이니 교육 또한 신속하였다. 걸음걸이가 아닌 어중간한 사람의 뜀박질보다 빠른 속보(速步: 12㎞/h 이상)로 시작하여 삽시간에 속도를 높여댔다.

“으아아아악!”

“말 타는 법을 배울 때는 자고로 넘어지고 깨지고 뒹굴며 배우는 법이지!”

“야 이 멍청이들아! 내 마누라가 넷째 애를 임신했을 때 네놈보다 말을 빠르게 몰았다! 속도 더 높여! 이제는 구보(驅步: 20㎞/h가량)로 속도를 높인다!

격렬해진 말의 움직임에 원주민 청년들이 말에서 떨어지며 바닥을 굴렀지만 경험이 많은 말이기에 자리에 멈추어 주인이 복귀하기를 기다렸다. 이를 악물며 다른 이들의 뒤를 쫓던 청년들은 어느새 말에 다시 올라 대열에 합류하였다.

거의 한 시간 동안 계속된 몽골식 승마 훈련은 청년들 모두를 파김치로 만들었고 그들의 몸에 수많은 상처를 만들었지만 이미 탐험대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변하였다.

귀한 손님이 도착하였으니 축제가 시작되었다. 나무뿌리를 우려낸 물을 차 대신 음용하고 주변에서 잡아온 캥거루와 각종 짐승들의 고기가 조리되었으니 몽골 출신들에게는 적당한 대접이었다.

“이 고기는 조선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군. 허르헉(몽골식 찜)처럼 기름질 것이라 생각하고 먹었더니 기름이 하나도 없고 퍽퍽하지 않은가. 이 고기가 뭐지?”

“새의 고기 같군요. 그나저나 이 고기도 기름기가 부족하고 제법 질긴데 차라리 커다란 뱀 고기가 맛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사람들이야 좋아하겠지만 우리야 기름이 좀 들어가야지요.”

생전 처음 에뮤 고기를 먹은 탐험대는 부족한 기름 맛에 쓴웃음을 지으며 평가하였다. 근육을 사랑하는 조선인들이 좋아할 맛이고 자신들에게는 양고기를 쪄낸 것이 입에 맞았다.

몽골인의 눈치를 보던 원주민 청년은 이 고기의 정체를 알려주려 하였다.

“에뮤, 에뮤다.”

“이봐! 자네가 가져왔던 그 초록색 알은 아마 거대한 새의 알이었나 보네. 그나저나 참으로 못생겨 먹은 새로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새가 있지?”

요리 재료로 사용하지 않은 에뮤의 머리통을 가져온 청년이 알까지 같이 보여주자 톨가는 탐험대 소속으로서 기록에 몰두하였다.

삐뚤빼뚤한 글씨였지만 만약 사고를 당해 죽어도 자신들의 기록을 누군가 찾아 조선으로 전달해 주리라 믿을 뿐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멀뚱히 말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어느새 창을 들고 수렵에 나섰다.

원주민들이 내어준 오두막에서 하루를 푹 쉰 탐험대는 청년들의 행동을 보며 계획을 변경하였다.

“이 친구들 머리는 잘 쓰는 데다 생각보다 먼 거리까지 사냥에 나서는 것 같아. 무턱대고 남하하는 것보다 지형에 익숙한 사람들의 인도를 받아 다음 부족까지 나아가는 건 어떻겠나.”

“말이 통해야지요. 서로 손짓 발짓을 하는데 그런 복잡한 주문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조선말을 배울 때에 만든 교재라는 녀석을 활용해 보지. 우리도 조선말을 배우면서 단순한 회화가 효과적으로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알게 되지 않았는가.”

“그야 이 동네에도 해와 달과 별이 있으니 통하긴 하겠지만 제대로 된 의미가 통할지 궁금하군요. 손해 볼 일은 없으니 어디 한번 해봅시다.”

유성룡이 창안하고 홍문관 관원들이 수정하여 완성된 교재의 명칭은 훈민정음 선화(線畫)본이라 칭해졌다.

조선 시대의 기술로 만들어진 픽토그램(그림문자)을 단순한 단어와 결합한 서적이니 일단 단어를 배우는 것으로 언어를 통하게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우리가 북쪽에서 와서 남쪽 해안가로 향해야 하는데. 일단 방향을 나타내려면 이렇게 하면 되려나. 이걸로도 통하지 않으며 아예 나침반을 하나 쥐여줘야 이해하려나?”

종이의 질감을 처음 접해 한참을 매만지던 청년은 톨가의 손가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다, 배, 사람, 그리고 그림자를 가리킨 다음 해변을 가리킨 톨가는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어떻게든 뜻을 전달하려 하였다.

“우리는 바다에서 배 타고 온 사람들인데 그림자가 생기는 방향으로 향할 예정이네. 거기에 있는 해변에 도착할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가는 길을 알고 있나?”

어느 정도 뜻이 통했는지 부족 원로들에게 인도된 탐험대는 원로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그러더니 원로들이 데려온 청년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이윽고 청년들은 톨가가 펼쳐놓은 책을 계속 살펴보더니 말의 형상을 한 그림과 자신을 번갈아가며 가리켰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있었으니 톨가도 쓴웃음이 나왔다.

“말을 타고 같이 가면 길을 알려주겠다 이 말이지? 상관없네!”

고개를 끄덕이자 원로들은 목소리를 높여 사람들을 소집하였다. 삽시간에 마을에 있던 노인들이 광장에 몰려들었으며 몽골 탐험대에 소속된 청년들도 호응하듯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전송식도 아닌 기괴한 의식이 시작되었다. 몸에 하얀 분칠을 하여 줄무늬를 그린 청년들은 막대기를 짚고 부메랑을 움직이며 노인들의 말과 동작을 따라 하였으며 이는 노래와 흡사하였다.

“대체 저 사람들이 뭘 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 마을 원로부터 청년까지 모조리 몰려나와 노래를 부르는데 축제 같으면서도 저렇게 진지한 표정을 보이는지 모르겠어.”

“이거 조선사람을 데려와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야 아는 척을 한 거지 이 기괴한 춤과 동작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의식을 마친 청년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다시금 노인들에게 인사를 올렸고 그것으로 의식이 끝난 것 같았다.

영 마땅치 않아 하는 톨가가 청년들을 태우고 마을을 떠나고 반나절이 흐른 뒤, 청년의 입에서 고함이 새어 나왔다.

“저 나무를 향해 가자는 것 같은데? 이거 우리가 맞는 길을 택한 건가?”

며칠 동안 숙박과 이동을 반복하였지만 나름 방향이 맞아 떨어지기에 청년들의 인도를 받아들인 탐험대는 어느 순간 자신들이 이정표도 없는 허허벌판을 향해 움직인 것을 알아차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도 제작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변에 뚜렷한 이정표가 없다면 황야를 방랑하다 굶주리거나 목이 말라 죽어 나가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청년들의 앞에는 언제나 신선한 강물이 나왔고 간혹 짠물이 섞인 샘이 나타났다.

“우리가 대체 뭔 일을 겪는 건지 모르겠군. 이런 황량한 땅에 대체 뭔 이정표가 있다고.”

“저기 다른 부족들이 보입니다! 사흘 만에 사백 리(160㎞)를 움직인 것도 대단한데 바로 다른 부족을 찾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다음 부족을 방문해도 흡사한 행위가 반복되었다. 소개를 받아 당당하게 마을로 접근한 탐험대는 부족들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치고 환대를 받으며 물과 식량을 보충하였다.

이틀을 푹 쉬고 출발할 날이 되자 처음 방문한 와제리 부족과 마찬가지로 노인들의 춤을 청년들이 받아들이는 의식이 시작되었다.

톨가는 반복적인 문구를 들으며 이들의 의식을 어느 정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한 노래가 아니야. 우리가 원조비사(元朝秘史)를 비롯한 선조들의 위업을 들을 때에 수많은 이들의 입으로 노래를 구전하며 듣지 않던가. 그 많은 역사를 노래를 통해 전하듯이 이들은 저 황량한 땅을 노래를 통해 전하는 걸세.”

“그게 말이나 됩니까? 각종 구전은 수많은 인물과 인명이 나오니 가능한 일이지요. 눈으로는 분간조차 안 가는 황무지의 지형을 전달한다니 이게 사람이 할 일입니까?”

현대에도 노래의 길(Songlines)이라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특유의 기억 전달 방식은 몽골 출신 탐험대 입장에서도 절대 경시할 수 없는 귀중한 유물이었다.

이들과 협력하여 길을 개척한다면 수많은 시체를 쌓으며 만들어질 역참이 별다른 희생도 없이 편리하게 만들어지리라.

톨가는 계속되는 노래의 길 의식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

“우리가 돌아올 때에는 배에 올라 돌아올 것이라 하였지. 가급적 많은 청년들을 포섭하여 조선의 배에 태워 관찰사께 전송하도록 하지. 그리하면 우리 손에 호주라는 땅의 교역로가 고스란히 들어오는 격이야.”

톨가의 상상은 틀리지 않았다. 900㎞가 넘는 거대한 길을 아무런 위험도 없이 보름 만에 주파하였으니 이는 몽골 제국 기준으로도 손에 꼽힐 수 있는 위업을 달성한 격이었다.

이윽고 퍼스 일대에 도달한 탐험대는 점차 짙어지는 숲과 풍부한 물로 만들어진 평원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머나먼 곳에 있는 해안가에는 벌써 마사이족의 선단이 상륙을 개시하였다.

#작가의 말

폴리네시아 원주민에게 배의 길을 알려주는 별의 노래가 있다면 호주 원주민에게 육로를 알려주는 노래의 길이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 동안 구전을 통해 전해진 노래인데 이걸로 거대한 호주 대륙에 수많은 교역로를 만들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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