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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65화 (465/573)

근육조선 465화

2부 24장 2화 개척(1)

벽란도에서 차례차례 배에 오른 개척단 일원은 절반에 불과하였다. 나머지 절반은 각지의 상인들이나 양반가에서 보낸 소작농들 혹은 위험과 소득을 맞바꾼 청년들이 대다수였다.

난생처음 배에 오른 몽골 이주민들도, 송화강을 따라 흐르는 나룻배에 몸을 올려본 북인 청년들도, 간혹 조운선을 타고 움직여 본 조선 백성들도 난생처음 거대한 배에 올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였다.

이연은 직접 배 근처까지 나와 마지막 당부를 하였다.

“개척에 실패하여도 좋으니 몸을 온전히 건사할 방법을 마련하게. 세상 어디에도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 우선 식량을 수급할 방법을 찾아내게나.”

“주상전하께서 명하신 바를 마음속에 새겨두었사옵니다. 그러하니 신이 간뇌가 쏟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을 명심하고 행할 것이옵니다.”

군선이 아닌 상업용 선박이 대다수인 개척단이 벽란도를 출발하여 대양도로, 다시 대양도에서 여송으로 향하던 시점이었다.

선단이 점점 늘어나고 올라오는 짐 또한 넘쳐났다.

“토끼는 풀만 먹는 짐승이고 올무를 설치하면 몇 마리고 잡을 수 있으니 탐험대는 물론이요, 백성들이 요긴하게 잡아먹을 수 있겠지. 내가 토끼 일백여 쌍을 준비했으니 어서 올리게.”

하지만 비극의 씨앗이 녹로(轆轤: 도르래)를 통해 배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한 양반이 나름 신경을 써서 대양도에서 토끼를 잡아들여 호주에 풀어놓기로 정한 것이다.

토끼가 호주에 풀리는 순간 대평원이 파괴될 재앙이 시작되리라.

하지만 그 재앙에는 구원자가 있었다. 계속된 파도에 멀미에 시달리던 톨가가 호주의 환경을 구원하였다.

“거기 비켜! 우웁!”

“아이고 이 양반아! 왜 밀치고 난리야!”

천천히 회롱기를 감아올리던 인부들은 거친 손길에 밀려나며 회롱기를 놓쳤고 토끼 일백 쌍은 푸르른 바닷물 속으로 빠져버렸다.

다급해진 인부들이 서둘러 회롱기를 감아올렸지만 토끼 모두가 익사하였다.

“아이고 이를 어째! 자네 정신이 나갔나? 어떻게 잡아들인 토끼들인데! 당장 변상하게!”

“변상? 뭐? 지금 뭔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변상은 얼어 죽을!”

톨가는 이미 한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익혀 어눌한 말로 자존심을 세우려 하였지만 근육 앞에서 모든 자신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기도 없는 와중에 저런 근육덩어리와 완력으로 다투면 무조건 저승행이리라.

이런 개고생을 하고 죽을 생각은 없었다.

함부로 근력을 내세웠다가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우니 사력을 다해 머리를 굴렸고 그의 부족한 지식과 깊은 지혜는 확실한 답을 내놓았다.

“호주엔 맹수가 없다 하였지! 그럼 맹수가 없는 곳에서 토끼가 얼마나 번식하는지 알기나 하나? 한 배에 열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일 년에 세 번은 새끼를 치지. 그럼 십 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산학에 능숙하지 못하지만 정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일억 마리는 되겠는걸. 일억 마리의 토끼라니 감이 잡히지 않는군.”

“일억 마리의 토끼가 초원의 풀을 쏠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말이 일억 마리이지 새끼를 더 치면 십백억 마리는 되겠지! 내 이를 염두에 두어 적당히 무마하려 한 거니 감사하라고!”

방금 전까지 근육을 울룩불룩 거리던 양반의 몸이 축 처지며 톨가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며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권율 또한 이들의 대화를 눈여겨보더니 자신에게 배속된 젊은 관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호주는 거대한 땅이며 아국과 전혀 다른 짐승들이 살고 있는 땅이네. 소나 양 혹은 염소야 필요한 짐승이지만 나머지 짐승들은 철저히 관리해야겠군. 톨가라는 친구가 참 큰일을 해냈으니 눈여겨보게.”

“저 사람을 아국으로 귀부시킨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니라 저입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장인어른도 만족하셨던 술대접으로 귀부시켰지요.”

“백사(白沙: 이항복의 호) 자네는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장인어른이 뭔 소리인가. 저 또한 이번 사건으로 절실히 깨달은 바가 있으니 배를 샅샅이 헤집어 삿된 생각으로 짐승을 밀수하는지 철저히 알아볼 것입니다.”

권율의 휘하에 배속된 젊은 관리들은 하나같이 명관(名官)의 자질이 있는 이들이었다.

이항복과 이덕형은 물론이요, 나름 교육자로서 자질을 보인다는 유성룡의 장남 유여와 강릉에서 올라온 젊은 선비 강항을 비롯하여 수십 명에 달하였다.

“거기 이 친구야! 당장 내놓지 못해! 여우를 풀어가지고 뭘 어떻게 하려고!”

“벌? 얼씨구? 아예 벌집을 가져간다고? 이 화상(畫像)아! 호주에서 벌을 쳐서 꿀을 얻어먹겠다고? 북부에서 사탕(설탕)을 수확할 수 있는데 왜 벌을 가져가시나!”

잠시 항해하는 선단을 점거하는 소란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짐승을 함부로 숨겨서 항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계획적으로 이주시킬 가축만 남겨두었다.

* * *

다시 한 달이 지나 음력 11월이 되자 오십 척으로 불어난 개척단의 선박이 조선이 명명하기로 북야만(北惹灣), 본래 역사의 다윈에 도착하였다.

이미 유성룡이 창안한 방식대로 석회석을 사용한 죽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튼튼한 항구가 있으니 짐이 속속들이 하역되었다.

“아직 우기(雨期)이니 농사를 지을 수도 없지만 일단 물이 많아야 좋은 법이지. 당장 사람들이 살 집을 마련하되 서애가 창안한 방식대로 경목조를 채택하여 건물을 짓게.”

뭍에서 내린 몽골 이주민들이 땅에 입을 맞추는 것도 잠시, 권율의 엄한 명령이 다시 하달되었다.

이제 사람을 배분하고 땅을 얻어낼 차례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리밀간(limilngan: 다윈 일대의 토착민족) 부족과 이야기는 이미 되었으리라 믿겠네. 부족장과 논의하고 싶으니 내 직접 그들의 거처로 향하겠네.”

“리밀간 부족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몇 달 전부터 항구 근처에 울라나를 비롯한 일대의 다섯 부족민들이 모여 있으니 관찰사께서 방문하시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50만이 넘는 호주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조선 입장에서도 정복 전쟁을 바라지는 않았다.

이 거대한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부족과 척을 지면 백 년간 전쟁을 벌여도 해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움막 안에는 짙은 갈색의 피부를 가졌지만 금발, 흑발 심지어 두 모발이 섞여 있는 기묘한 곱슬머리의 원주민들이 권율을 맞이하였다.

호주 북부의 원주민들은 다른 세계와의 접촉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졌으며 몇 년 전에 전해진 조선의 선물을 애용하고 있었다.

“참으로 반갑소. 나는 조선 개척단의 대표인 관찰사 권율이라고 하오. 하나같이 체격이 담대한 이들이니 아국의 선물을 잘 받은 모양이구려.”

“그렇다 합니다. 기장과 피 대신 쌀로 농사를 대신하니 수확이 몇 배로 늘어나고 짐승을 사냥하는 대신 아국에서 들여온 닭을 키우니 나날이 풍성해진다 하더군요.”

아직 언어가 온전히 통하지 않아 역관이 반쯤 의역(意譯)하는 방식이었지만 뜻은 통하였다.

원주민 대다수는 조선에서 제공한 선물로 지난 몇 년 동안 이득을 잔뜩 보았기에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가졌다.

“더 많은 선물을 바라고 있습니다. 줄 것은 없지만 일대의 정보와 진귀한 약초들은 물론이요, 각종 필요한 물자는 모두 지급할 수 있다 하더군요.”

“그러하면 땅을 내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게. 땅을 내어주면 아국의 사람들이 생산하는 진귀한 물건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게.”

권율의 말을 번역하자 원주민 족장들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반발을 시작하였다. 땅을 내어달라는 말은 자신의 거처를 옮기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니 이들 입장에서는 반발이 생길 만하였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던 권율인지라 여기에 제안을 추가하였다.

“그냥 내어달라는 말이 아닐세. 이 땅의 주인은 각 부족이며 각 부족들이 사용하지 않는 땅을 개간하는 것이 족하다 말하면 될 뿐이네. 서로 협의를 보아 큰 땅 한 덩어리를 내어주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작은 땅 여러 조각도 되겠지.”

“그러하면 항구 일대의 땅을 더 많이 내어준다 하더군요. 하지만 보상으로 뭘 가르쳐 줄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자고로 사람이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낫과 쟁기를 철로 벼려내야 하는 법이 아니겠는가. 일단 선물로 농기구를 줄 것이요 아국 사람들이 온전히 살아가면 농기구를 만드는 방법도 알려준다 하게.”

잘 갈려진 낫과 튼튼한 쟁기를 비롯한 농기구를 확인한 원주민들은 이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몇 번이고 다시 물어보았고, 권율은 십 년 이내에 이를 직접 만들 수 있다고 답하였다.

양측이 합의하여 얻어낸 땅이기에 권율은 임시로 만들어진 지도에 조선의 영역을 그리고, 부족장들은 스스로 나서서 표석(標石)을 세우는 데 동참하며 이를 합의하였다.

부족민들 모두가 돌아가자 권율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안심하였다.

“사람 이만 명은 거주할 수 있는 땅을 얻어내었고 호인(好人: 호주 원주민)들을 가르칠 방법도 마련하였군. 자고로 대장간을 다루려면 불을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하지 않겠나.”

“더군다나 불을 다루려면 목탄을 만드는 법도, 풀무를 만들고 가죽을 다루는 법도 익혀야 하지요. 그러하면 서원과 서당은 언제쯤 만드실 것입니까?”

“일단 가르칠 사람이 산더미처럼 널려 있으니 일 년 뒤에 시작하세나.”

조선의 문물을 먼저 보여주고 이득을 얻게 한 뒤 야금야금 언어를 가르치고 식인과 같은 악습을 철폐하며 흡수하는 방식은 권율이 새로 도입한 원주민 포섭 방법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만들고 선진문물을 전한다는 핑계로 점진적인 흡수 정책을 취한다면 훗날 이들이 국가를 만들고 발전하여도 조선의 우방으로 영원히 남으리라.

농지를 만들고 가축을 적응시키며 탐험대로 선발된 이들의 교육도 계속되었다.

선발 당시는 오백 명에 달하였지만 이제는 삼백여 명으로 줄어든 탐험대의 교육을 담당하는 자는 유성룡의 장남 유여이니 그는 오늘도 회화를 첨부한 강의를 이어갔다.

“이 회화에 나온 짐승은 입록(立鹿)이라 하는 녀석입니다. 호주 북동부에 거주하는 토인들의 언어로는 강우루라 칭하는데 보시다시피 얼굴이 사슴과 닮아 청해군 한명회가 입록이라 명명한 짐승입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핫!”

“얼굴은 사슴이고 몸은 쥐새끼를 닮고 뒷발은 토끼를 닮았군. 선생 양반! 거짓말하지 마쇼!”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된 탐험대 사람들을 본 유여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회화로만 배웠을 때에는 저렇게 웃었지만 실물을 보니 도저히 웃을 수 없었으니까.

유여가 손짓을 하자 미리 잡아놓은 늙은 캥거루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저게 사슴이라고? 조선인이잖아?”

하필 잡아 온 캥거루가 가장 큰 종류인 붉은 캥거루인 데다 나이를 먹어 점차 피하지방이 줄어들고 뒷발의 힘이 약해져 앞발을 사용하는 바람에 상반신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녀석이었다.

유여는 현대인인 유성룡의 교육 덕분에 대부분의 물건을 실물을 보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익혔으며 이 방식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모두 캥거루에게 주목하자 다시 강의가 시작되었다.

“입록의 무서운 점은 바로 이 팔과 다리입니다. 토끼처럼 뜀박질을 하지만 어지간한 기병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 걷어차이면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지요. 또한 나이를 먹으면 팔이 이렇게! 으억!”

상투가 아닌 생소한 대머리들 앞에서 위기감을 느낀 캥거루가 유여의 목을 휘어 감았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짐승의 상반신 근육과 입신체비가 만들어낸 팔뚝이 격렬히 힘을 겨뤘지만 유여는 내수린의 기술을 알고 있었다.

기합을 넣으며 몸을 앞으로 급하게 숙여 집어 던지니 캥거루의 팔이 풀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캥거루를 근력으로 제압한 뒤 발톱에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유여는 숨을 돌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팔의 힘이 대단해지지요. 들개들이 간혹 입록의 발길질에 채어 턱뼈가 박살 나고 목조르기를 당해 목뼈가 부서져 절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성난 사슴도 위험한 녀석이지만 입록은 더욱 위험하니 조심하십시오.”

“저놈이 당장 도망치면 모르겠지만 접근하면 단칼에 목을 베어버리세.”

아직 에뮤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는 조선이니 사람 키만큼 큰 새가 돌아다닌다는 교육은 물론이요, 각종 동식물에 대한 교육도 대략적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정도 교육이 끝나고 건기가 시작될 무렵, 탐험대의 보급품이 지급되었다.

“이건 또 뭐요. 명반(明礬) 덩어리를 줬는데 상처에 바르면 피가 멎지만 그리 쓸모는 없겠고. 이 시큼하고 텁텁한 향이 진동하는 가죽끈은 어디에 쓰라고 만든 물건이오?”

“명반은 숙소 주변에 듬뿍 뿌리셔서 뱀을 쫓아내라 지급하였습니다. 호주에는 독사가 많고 하나같이 살모사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한 녀석들이지요.”

“별의별 놈들이 다 있다지만 과장된 이야기이니 염려하지 마시구려. 내가 젊은 시절에는 말을 노려 접근하는 독사를 두들겨 패 죽이고 구워 먹은 다음 독니를 뽑아 이를 쑤셨지.”

“설명드렸다시피 물리면 열 명 중 아홉 명이 절명하는 검은 독사도 있습니다.”

탐험대로 선별된 이들은 하나같이 자기를 문 독사가 역으로 죽었다는 둥. 독사를 하도 먹어서 피에 독이 생겼다는 둥 서로에게 허세를 늘어놓았지만 가장 큰 명반 덩어리를 골라가기 위해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독벌레가 제법 많습니다. 듣자 하니 까맣고 배에 붉은 반점이 있는 거미에게 물리면 열 명 중 한 명은 절명한다 합니다.”

“나 원 참, 간혹 커다란 거미에 물리면 손끝이 곪아서 고생하는 사람을 본 적은 있었는데 그런 괴상망측한 놈이 있을 줄은 몰랐군.”

“이현전에서도 이 독거미가 아국에 퍼지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 경계하였습니다. 그나마 독거미를 잡아 와 살펴본 결과 이 가죽끈에 뭍은 향료의 냄새를 기피한다더군요. 꼭 양 발목에 가죽끈을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지만 없는 물건보다는 나았다.

지금까지 호주의 현황을 분석한 이현전의 기물들. 예를 들면 염수(鹽水)를 증발시켜 증류수를 얻어낼 수 있는 소형 증류기 같은 물건들이 속속들이 보급되자 탐험대의 짐 또한 무거워졌다.

건기가 시작되어 건조한 가을(호주는 3월이 가을이다) 날씨가 시작되고 탐험대가 출발하자 개척단의 첫 일정도 마무리되었다.

어떻게든 건물이 올라가고 제대로 된 농토를 만들어 파종 시기만 앞두고 있을 뿐이었다.

농사에 나서기 전 권율이 가축의 상황을 확인하였지만 상황이 썩 좋지는 못했다.

물소들이야 강물을 오갈 수 있으니 현지의 기후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조선에서 가져온 소들은 하나같이 몸을 가누지 못하며 힘을 쓰지 못했다.

“이래서야 북방에서 들여온 가축들은 더욱 맥을 추지 못하겠는걸. 그나저나 날씨 한번 지독하게 건조하군. 우욱! 이건 소똥 냄새가 아닌가!”

“건기가 시작되니 날이 서늘해져서 좋지만 바짝 마른 소똥이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고 있습니다. 퇴비를 만들고 남은 녀석은 천축(인도)의 방식대로 태워 연료로 쓰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이덕형의 보고를 듣자 권율은 얼굴을 수건으로 훔치고 입과 코를 물로 헹궈 내며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눈여겨보던 유여는 권율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였다.

“제가 어린 시절 부친께 소를 보고 싶다 하여 아예 하루를 내어 부모님과 같이 소를 치는 백정 마을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소가 변을 보면 저 멀리에서 쇠똥구리들이 날아와 변을 가져가 굴려서 먹어 치웠지요.”

“지금 뭐라 했는가. 쇠똥구리들이 소의 변을 먹어치운다……. 그래! 호주에는 소가 없으니 쇠똥구리가 있을 리 만무하지. 훗날이 되어 소가 번성하면 아예 분변의 모래바람이 칠지도 모르니 지금 대비를 해야겠군.”

유성룡 본인 입장에서는 일에 얽매여 가족에게 소홀할까 염려하여 체험학습 겸 소풍을 나선 것이었지만 이는 어린 나이의 유여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유여의 성품과 교육방법이 결합되어 학자로서의 자질을 키워 나갔으니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만나자 단번에 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아직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모르는 유여는 호주에 와서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떨치기 시작하였다.

#작가의 말

호주 토끼 박멸 대작전을 쓰려다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주제라 중단했습니다. 100억 토끼라니 이걸 언제 다 박멸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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