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462화
2부 23장 19화 수확(2)
오랜만에 관원들과 입신체비를 하며 점검하니 대다수가 여섯 달 동안의 언쟁에서 패배한 충격으로 일부러 적은 중량만 다수 반복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심리적으로 몰릴 이유가 있는 것이 조선의 언쟁은 언제나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나름 유학을 배운 사람들이라 토론이 시작된다.
하지만 여기에 실무적인 문제가 곁들여지면 서로 꼬투리를 잡아대며 실랑이를 벌이다 입신체비로 넘어간다.
“결국 입신체비로 넘어갈 수 없으니 순수한 말재간으로 결론을 도출해야 했지요. 하지만 평상시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손발은 움직이고 머리는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게 문제이다. 체중을 기반으로 공평하게 실시하는 입신체비로 어느 한쪽을 기진맥진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꼬리를 내리게 마련이다.
간혹 내수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거야 이황과 조식처럼 호적수에게서나 나오는 일이다.
나야 젊은 시절에는 입신체비를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스스로 일을 떠맡아서 증명했으며 나이를 먹고서도 유한 태도로 척을 지지 않으려고 이런 행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다른 관원들은 입신체비로 언쟁에서 이겼으니 한계가 있었다.
“서애 대감께서는 언쟁을 피하시고 모든 문제를 스스로 수습하여 원만히 해결하지만 저희는 그런 재주가 없습니다. 결국 차츰차츰 논점을 빼앗기다 흐름이 상대에게 넘어갔습니다.”
“그야 그럴 만하지 않소. 입신체비를 겨루면 부족한 이의 손발이 아파오고 마음이 흐트러지게 마련이지만 입신체비가 없으면 마음이 격동하는 쪽은 우리요.”
어르고 달래니 다들 표정이 풀렸지만 조선으로 돌아가 논의 결과를 다른 유생들과 함께 분석하면 자신들의 학문이 부족했음을 절실히 느끼리라.
유학 하나만 갈고닦았으니 수많은 철학을 기반으로 한 언변이 오가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법이다.
철학의 전쟁터에서 창도, 총도 심지어 갑옷도 필요한 법이니 조선 철학의 폭이 넓어지겠지. 그리고 이미 넓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관원들은 자신이 수집한 서적들을 소개하였다.
“실은 논쟁에서 명백히 패배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서역의 철학을 배우려 마음을 먹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라는 수도승의 저서인 신학대전을 탐독하면 훗날 이들과 다시 맞서 싸울 때에 언변만으로 상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라는 희랍(希臘: 그리스)의 철학자의 저서를 비롯하여 수많은 고서적을 사들여 벗들과 탐독하며 논의를 거듭할 생각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천주교 신부들과 선교사들에게 입신체비를 가르쳐서 아국의 논쟁에 끼어들게 만드는 법이지. 그러나 이게 가능한 사람은 세스페데스 단 한 명이오.”
“삼대 일천 근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과 아국의 방식으로 논쟁을 벌이다니 이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군요.”
지금쯤 한창 선교에 몰두하고 있을 세스페데스를 언제쯤 만나게 될까.
조선에 선교사가 오는 것이 빠를까, 내가 세스페데스를 만나보는 것이 빠를까 궁금하였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사람이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으리라.
간만에 나에게 배정된 집무실로 찾아가니 편지가 여러 편 놓여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지 거의 1년이 넘어가니 조선에서 보낸 소식도 쌓여 있었고 개중에는 권율이 보낸 소식도 있었다.
[호주에 방문하여 참으로 고생이 많다네. 그럭저럭 쓸 만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지도를 만들고 각지에 퍼져있는 토인(土人)들과 교섭을 실시하는 중이네. 다만 문제가 있으니 가축이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는 점일세. 다른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여 아쉬울 뿐이네.]
“권율 이 친구도 고생이 많군. 호주 기후는 건조 기후에 가까운데 한우는 건조 기후에 적응하기 힘든 녀석이라 그런가. 그렇다고 몽골에서 가져온 가축을 번식시키려 해도 더운 지역이니 영 소득이 없을 거야.”
권율은 정 가축을 구할 수 없다면 다른 가축을 구해오겠다 했지만 내 짧은 지식으로도 호주에서 기르기 쉬운 가축은 없다. 인도의 가축은 성격이 더럽고 마사이족의 가축은 번식력이 부족하니까.
일단 권율도 부족한 사람은 아니니 넘어가려 하였다.
이후 우리에 대한 송별식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선교 방침에 대한 허락이 떨어졌으니 교황 식스토 5세는 송별연에 직접 참가하여 우리를 위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별연이라 하여 기름이 번질거리는 음식이 잔뜩 나올까 걱정하였지만 의외로 제대로 된 음식들이 나왔는데 개중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건 유락전이 아닌가. 형님께서 이번 송별연의 음식을 담당하셨는데 대체 왜 이런 흉측한 물건을 내놓았지.”
형님 덕분에 요리에 토마토가 자주 사용되어 어느 정도 현대 이탈리아와 흡사한 요리인 토마토 파스타나 치킨 파마산, 빵가루를 묻혀 구운 닭가슴살에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올린 요리가 등장했지만 어느 누구도 두툼한 피자만큼은 손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형님이 만든 요리가 아닌가.
한 조각을 가져와 보니 치즈는 별로 들어 있지 않고 안에 호두와 잣, 그리고 말린 과일들이 잔뜩 깔려 있고 위에는 오븐에서 구워져 축 늘어진 치즈가 덮여 있었다.
“불란서의 궁중에서 연회를 벌일 적에는 이런 유락전이 아니었습니다.”
“곡분이 많긴 하겠지만 제대로 된 유락전이군. 이런 음식이면 크게 걸릴 것은 없을 걸세.”
연회장은 새로운 요리가 등장한 덕분에 너 나 할 것 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며 호평을 늘어놓았다.
조선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 짜고 기름이 많지만 조금 정도야 큰 문제는 아니지.
대체 이런 요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연회가 끝나자마자 형님을 찾아갔는데 형님은 아직도 흥분한 눈으로 요리사들끼리 먹을 식사를 준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면 이십 년 전에 로마에 당도해 바르톨로메오 스카피라는 사람의 제자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구나. 오늘 송별연에 나온 만찬은 모두 이 사람의 서적에 나온 요리를 조금 변용한 것이니 희대의 명인이 아니겠느냐.”
“네? 한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나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이 사람의 필기를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운 점이 드러나는구나. 감자나 고초와 같이 이국에서 들어온 산물은 다루지 않았어도 그 외의 모든 요리를 다루고 있다.”
형님은 아예 산더미처럼 쌓인 노트들을 가져왔는데 하나같이 빳빳한 종이이니 아마 제자들이나 그의 요리를 탐독하려는 이들이 필사본을 따로 만들어 주었으리라.
그리고 형님은 한 음식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서를 살펴보니 유락전(시카고 피자)과 흡사한 녀석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것과 달리 유락은 가급적 적게 넣고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 영양 균형도 맞춘 뛰어난 음식이었지.”
형님이 보여준 노트를 보니 정말 오늘 제공된 피자와 동일한 형태의 요리가 있었다. 나폴리 파이라 불리는 요리인데 필기 자체는 비유와 축약어가 많아 알아보기 힘들지만 이를 분석하였음이 분명한 첨삭이 여기저기 적혀 있었다.
더군다나 형님이 분석한 첨삭은 이 산더미 같은 노트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말 이십 년만 일찍 방문하였다면 희대의 명인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이는 어떠한 금은보화보다 값진 저서입니다. 적게 잡아도 이 필사본에 있는 요리가 일천 가지는 될 것인데 이는 구주 전체의 요리를 집대성한 서적이 아니겠습니까.”
“네 말이 옳구나. 일단 이 요리를 익히고 아국의 물산과 식성을 본받아 변용할 수 있게 만들면 세상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만찬이 될 것이 아니겠느냐.”
이것도 훌륭한 수확이다.
조선의 식단이 전체적으로 심심한 감이 있었는데 여기에 한 번씩 서양 요리의 정수를 결합한 요리가 나온다면?
어느 누가 조선이 삭막한 입신체비 식단만 나온다고 욕하겠는가.
* * *
송별연이 끝나고 우리에게 새 일정이 추가되었다.
우리가 두 번째로 방문한 프랑스에서 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된 접견조차 시행할 수 없이 내란으로 인한 야반도주를 택했으나 지금 프랑스는 안정된 상태이다.
“머나먼 동방에 드디어 주님의 은총이 닿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청이 있으니 스페인에 방문하지 마시고 프랑스에 들러 앙리 4세를 접견하시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겠군요.”
“참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아국이 불란서에서 야반도주를 감행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이 보상도 톡톡히 받아내야겠지요.”
식스토 5세는 우리가 로마에서 떠날 때까지 함께하며 제발 프랑스에 방문해 달라 요청하였고 우리도 이를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관원들이지만 중간에 벌어진 일에 대해 듣고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탈리아를 방문한 사이, 프랑스의 왕 앙리 3세는 앙리 드 기즈 공작과 그의 동생 루이 드 기즈의 암살을 성공하였지만 덕분에 어머니인 카트린 드 메데시스가 충격으로 사망하며 사실상 폐위 상태에 놓여 지방 수도원에 유폐되었다.
그리고 그 또한 음독(飮毒)으로 암살당하여 죽을 날만 기다렸지만 마지막 유언으로 앙리 드 부르봉, 지금은 앙리 4세라 불리는 이를 다음 왕으로 배정하는 유언을 남겼다 하였고 그는 지난 2월 왕위에 올랐다.
거의 아홉 달 만에 다시 방문한 파리는 왕이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당장 파리 외곽부터 들끓던 파리들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우리가 탈출할 때 붕괴되었던 건물들도 모조리 보수되었다.
“걸주 같은 혼군이 사라진 뒤에 제대로 된 왕이 보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래야 제대로 된 도읍의 모습이지.”
“고작 반년이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인데 이토록 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당장 병사들의 모습조차도 오위 정예병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을 수준입니다.”
입부 이순신의 말을 듣고 병사들을 자세히 보니 그 말이 맞았다. 기강이 빠져 흐느적거리던 근위병들도 물갈이가 되었는지 시퍼런 창날을 하늘 위로 올려 도열하고 있었다.
나름 청결해진 길거리도 우리가 온다고 급히 청소한 것이 아니고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분명했다. 마차가 물을 뿌리고 인부들이 나머지 오물을 빗자루로 쓸어 한곳으로 모아 정리하고 있었다.
상원군은 이 모습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이 정도면 마드리드나 로마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청결하구려. 도성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있지만 애초에 도성보다 인구가 많은 도시인데 청소를 하여도 한계가 있겠소.”
“제가 왜 도성 주변에 다른 도시들을 설립하자 건의하였겠습니까. 도시 인구가 삼십만 명이 넘어가면 지나치게 분변이 넘쳐나 무얼 해도 안 되는 법이지요.”
아직 퀴퀴한 냄새는 나지만 견딜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시대의 한양이 빙의자 수양대군의 영향을 받아 지나치게 청결한 것이지 인구가 35만이 넘는 대도시인 파리는 위생에 있어서 할 만큼은 한 수준이다.
대충 한양의 위생을 10점 만점에 10점으로 놓자면 마드리드나 피렌체가 9점, 로마가 8점, 그리고 옛날 파리가 1점이다.
하지만 지금 파리가 7점 수준이니 여섯 달도 지나지 않은 사람이 이 정도를 했다면 훗날 충분히 성군의 반열에 오르리라.
다시 방문한 궁정에는 예전처럼 화려한 연회가 준비되어 있지는 않았다.
앙리 4세는 우리와 접견부터 먼저 실시하였고 우리는 악취가 사라진 파리에 대해 칭송을 늘어놓았다.
“제대로 된 군주가 왕위에 올랐으니 어찌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치 대신 도시 자체를 정비하여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었으니 이 모두가 불란서의 왕께서 벌인 치적입니다.”
“도시를 청결하게 정비하는 것은 귀족의 의무가 아니겠소. 당장 나쁜 공기가 들끓으면 병이 생기게 마련인데 앙리 3세는 이를 묵과하고 사치를 일삼았소.”
“참으로 훌륭한 방침이니 저 또한 마음이 놓입니다. 이전의 왕이 혼군이었는데 새로운 왕께서 뜻을 달리하시니 불란서의 백성들과 귀족들이 모두 왕의 치적을 칭송할 것입니다.”
앙리 3세와 앙리 4세는 얼핏 보면 부자관계나 친척관계 같지만 서로 가문이 완전히 다르다. 그냥 앙리라는 이름의 네 번째 왕이라고 앙리 4세라는 명칭이 달라붙었을 뿐이지.
하지만 그에게 오점이 달라붙어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조선 사절단이 수도에서 제대로 된 송별연도 없이 도주한 원인은 내전에 있고 그 내전에 참가한 이가 바로 앙리 4세이다.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으니 앙리 4세는 점잖게 말하였다.
“솔직히 말하겠소. 내가 프랑스의 왕위에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며 아직 지방의 귀족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며 교황 성하께서 나를 후원하고 있으나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여전히 나를 경멸하고 있지.”
“나라의 형편이 부족한 사실은 알고 있지만 프랑스는 거대한 평원을 가지고 있으니 그 어느 국가보다 강성해질 수 있는 나라입니다. 크게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손님 대접에 소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소. 내 예산을 아끼고 쪼개며 나라를 위해 사용하고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모든 국민들에게 일요일에 닭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할 것이니 조선에 제공할 선물을 그리 많이 마련할 수 없었소.”
사절단 모두가 이 말을 듣자 서로를 돌아보며 경외하는 눈빛으로 앙리 4세를 바라보았다.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프랑스 백성들은 조선보다 풍족한 식단을 꾸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겠지.
앙리 4세가 말한 일요일마다 닭고기를 먹는다는 소리는 ‘가끔’ 닭국물이나 닭고기 한 점을 먹는다는 소리이리라.
하지만 그는 우리의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며 답하였다.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부족하오. 군사에 관련된 예산과 행정을 개편하여 국력을 신장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금은보화는커녕 조선 사절단을 대접하는 예산도 내 사재를 털어 마련하였지. 그러니 조선에 줄 물건은 가축이 전부요.”
“가축이라 하셨습니까? 이전의 군주인 앙리 3세에게 페르슈 지방의 말을 제공받기로 논의를 마친 상태이니 그 준마(駿馬)만 주셔도 저희가 값진 물건이라 여기겠습니다.”
“그건 당연히 제공해야 하니 염려하지 마시오. 프랑스에는 드넓은 평원도 있으며 여기에 수많은 가축이 있소이다. 그러니 금은보화 대신 가축 가운데 험난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녀석들을 선별하여 마련하였소.”
앙리 4세는 휘황찬란한 복식이 아닌 일반 귀족과 흡사한 평복으로 갈아입고 안뜰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안뜰에는 소똥 냄새가 제법 올라왔는데 짙은 갈색이 특징적인 소들이 잔뜩 있었다.
그는 이 소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신성로마제국의 소보다는 못하지만 살레르(Salers) 지방의 소는 조선으로 보내기 합당한 녀석이오. 높은 산의 추위는 물론이요, 무더운 여름에도 버틸 수 있으며 우유의 소출도 좋고 육질도 그럭저럭 괜찮지. 이 소를 삼백 쌍을 준비하였소이다.”
고산지대와 무더운 여름을 버틸 수 있는 소가 우유의 수확량도 좋다고?
한우는 우유가 지독히도 나오지 않아서 송아지에게 콩죽을 쑤어 먹이며 우유를 따로 받아내 치즈를 만드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덥고 건조한 프랑스의 여름에 적응한 품종이라니 이 소들을 보낼 장소가 있었다. 호주에서 고생하는 권율에게 녀석들을 보낸다면 수를 불려 조선으로 데려오기 적합하리라.
하지만 다른 소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 소는 잉글랜드 영토인 저지(Jersey) 섬에서 구해온 소요. 크기가 작고 번식력이 부족하지만 젖 하나만큼은 다른 소의 세 배는 나오니 참으로 요긴한 녀석이오. 이 녀석들도 오십 쌍을 준비하였소.”
수양대군이 거대한 천축계(브라마종 닭)와 중국 돼지를 가져왔다면 우리는 육우와 유우(乳牛)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제 조선에서도 마음껏 치즈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말
현대 축산은 대다수의 젖소가 생산량이 압도적인 홀스타인종이지만 이 시대는 품종개량이 덜 된 시대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지 섬에서 자라는 소는 품종개량이 12세기부터 시작되어 17세기 말 완료되었습니다. 현대보다는 못해도 이 시대에는 굉장히 우수한 품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