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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59화 (459/573)

근육조선 459화

2부 23장 16화 근자로마행(3)

조선에서 들여온 홍삼 뿌리로 우려낸 차를 모두 마신 교황은 본론에 들어갔다.

그는 종교 지도자이며 우리가 여기 온 이유도 종교적 목적으로 온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제 본론에 들어갑시다. 세스페데스 신부를 파견한 이유는 동방에 주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도 세스페데스 신부를 통해 동방의 가르침을 알게 되었으니 이를 교리와 접목하기 시작했지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아국의 방침은 종교는 평범한 이들이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곳이라 여기지만 풍속을 거스르지 않고 법도에 맞는다면 거부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니 철저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공의회를 열고 수많은 학자들과 신부, 그리고 주교들이 조선의 풍속을 익혀 이를 주님의 가르침과 대치되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나야 실무직에 가까운 사람이니 유교 경전에 대한 지식에서는 상당히 부족하였다. 애초에 현대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 있는 사람이 이 시대의 철학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내가 나선다면 현대에 배운 논리가 섞일 수도 있으며 왜곡될 수도 있다.

이런 때를 대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학문을 중점적으로 파고든 이들이 사절단 일원에 포함되어 있었고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열띤 논의를 시작하였다.

“천주교에서 모든 사람은 주님의 품으로 들어가지만 지나친 악인은 영원한 불길에 고통을 당하게 된다 하였습니다. 저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항목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죽은 이후 혼은 사라지는 법인데 우리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바요. 하지만 불씨(佛氏: 불교)들이 환생과 윤회를 논하는 것보다는 조금 합당하기는 하구려. 그럼 뭐가 문제요?”

“제가 알기로 조선의 제사에서 거행하는 축문을 비롯한 예식은 이미 사라진 혼을 불러오는 예식이 아닙니까. 그러하면 혼이 사라진다 하였는데 어찌하여 이를 거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이 사라진다 하였소? 당신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게요?”

식스토 5세가 준비한 학자들이 나름 회심의 한 수를 준비했나 보다.

그들은 조선에서 들여온 것이 분명한 사서오경의 예기를 제시하며 성균관 학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동방의 대학자인 공자가 논하기를 자신이 제사를 지내는 방법을 만들지 않았고 다른 곳에서 들은 방식을 접목했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제사 의식과 조선의 풍습을 살펴보니 많은 점에서 달랐습니다.”

“나도 예전에 들은 바가 있기는 하오. 혼과 백이 남는 기한을 정한 이는 불씨들의 입김이 들어갔다 하였으며 주희(朱熹: 주자)가 이를 서적을 만드는데 접목했다 하였지.”

“그러니 이 의식의 핵심만 남기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가 만들어둔 첫 예식을 천주교 신자들의 제사로 정하되 교리와 어긋나는 방침은 천주교의 기도와 제례로 대신한다면 이는 허용할 수 있겠습니까?”

복잡한 유교 경전과 천주교 교리 사이의 합의점을 찾는 논의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교황 식스토 5세에게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니 다시 접견을 요청하였다.

이래저래 다른 사절단 일원들과 머리를 굴려보니 식스토 5세에게 지원을 받을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으니 반드시 통하리라.

그는 성탄절을 앞두고 진중한 표정으로 논의를 재개하였다.

“실은 이번 사절단 방문 이후에 아국이 받을 수 있는 선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선례가 있으니 제가 감히 의견을 내놓아도 되겠습니까?”

“선례가 있다? 이전에 조선 사절인 안평대군의 방문에서는 피렌체의 미술가들이 조선을 찾아갔다 하였는데 이번에도 기술자를 보내면 아니 되겠습니까?”

“교황 성하께서는 직위고하로 따지자면 회회교(이슬람교)의 제후이자 지도자인 칼리파와 대등하다 하였습니다. 권한 자체는 그보다 위이지만 직위만큼은 대등하다 하였지요.”

“칼리파라. 다른 이가 빗대어 말하였다면 모욕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조선 사절단이 이런 말을 하니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 없구려.”

처음에는 일그러진 표정이 적잖이 풀리기 시작한다.

거대한 오스만 제국의 세속 지도자이자 종교 지도자를 겸하는 칼리프와 오로지 종교 지도자일 뿐인 자신을 대등하게 여겨 기뻐하는 눈치가 분명하기에 운을 띄우며 들어갔다.

“뜻이 통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백여 년 전 아국 사절단이 오스만 제국을 방문하였을 때의 일을 익히 알고 계시리라 믿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시 조선은 동로마의 유민 일부와 유럽 일대의 작물을 받는 대가로 홍삼 교역을 실시했다 하였지요. 하지만 이런 물건은 펠리페 2세에게서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다른 물건이 필요합니다. 혹여나 약재로 쓰일 수 있는 물건이 사방에 잠들어 있는데 누에바에스파냐 남쪽은 조선의 힘이 닿지 않는 지역이 아닙니까. 하지만 교황 성하의 휘하에 있는 예수회 수도사들은 이런 지역에 다녀온다 하였습니다.”

“누에바에스파냐 남쪽이라? 그곳은 아마존이라 불리는 거대한 밀림과 수많은 산맥이 어우러진 험지 중의 험지입니다. 선교사들도 험한 지형이나 풍토병에 시달려 명을 달리하지요.”

“하지만 아국이 거기까지 닿으려면 솔로몬 제국 남부에서 배를 타고 다녀오는 것이 빠릅니다. 아예 닿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도로 험난한 여정이지요.”

내 표정도 일그러졌는데 식스토 5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현재 조선은 소규모 탐험대 파견을 제외하면 많은 사람을 현대의 파나마 남쪽에 해당하는 남아메리카로 보낼 수 없다.

바다로 사람을 보내면 해류와 풍향 모두 역행해서 배가 아예 튕겨져 나간다더라. 그렇다고 육로로 탐험대를 보낸다면 해상 보급이 불가하니 열대우림을 뚫고 보급을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게 나아가다 스페인 군인들에게 발각되어 조선의 영향권인 중미주(멕시코 북부)로 반송되지.

식스토 5세도 한참을 생각하고 답하였다.

“조선이 주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과 머나먼 이국의 작물 가운데 중요한 것을 따지자면 주님의 가르침이겠지요. 만약 조선에 천주교의 전파를 허가한다면 다소 희생이 있더라도 작물을 수집할 수 있도록 힘을 써보겠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로마에 들어온 작물을 확인하고 목록을 작성할 수 있게 사람을 불러 확인해 보겠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내야지. 약재상을 모조리 소집하고 예수회 수도사들의 증언도 들으면서 필요한 작물 목록을 두 번에 걸쳐 작성하면 혹여나 놓칠 수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검증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식스토 5세의 답변은 내 상상에서 벗어났다.

“사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선교에 열정을 다 하는 이들은 예수회 선교사들인데 제가 프란치스코회 소속인지라 이들에 대한 지원을 줄였지요. 덕분에 지금 예수회가 가장 번성한 장소는 로마가 아닌 토스카나입니다.”

“토스카나라 하셨습니까? 그러하면 로마 북쪽에 있는 대공(大公)국이 아닙니까?”

“바로 보셨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가주인 페르디난도 1세 데 메디치가 예수회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토스카나 대공국의 수도 피렌체로 가셔서 예수회 수도사들과 만나봐야 제대로 된 물건을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해가 안 될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되었다. 이탈리아 여행 당시 듣기로는 봉건제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이라서 19세기 말이 되어야 하나의 국가로 뭉칠 수 있다 하였지.

식스토 5세는 시종을 시켜 양피지를 가져오면서 말하였다.

“조선 사절단을 대접할 방법을 마련하던 와중에 페르디난도와 마찰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피렌체의 미술품을 모조리 가져오라 하였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역작만큼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 하였지요.”

“저도 들은 적이 있기는 합니다. 세스페데스 신부가 말하기를 희대의 천재라 하였고 신성로마제국의 사절단이 제가 설계한 성을 보고 그가 설계한 성과 흡사하다 하였지요.”

“이미 알고 계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제가 추천서를 써드릴 것이며 제 직위를 걸고 페르디난도의 협조를 받아낼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저 토스카나 대공국에 다녀와 잠시 즐기다 오시면 될 겁니다.”

펜을 놀려 추천서를 작성하고 인장까지 박아줬으니 교황으로서도 할 일은 다 했으리라.

크리스마스가 끝날 때까지 종교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 개입하지 않았으나 점차 성균관 출신 관원들이 논리적으로 밀리기 시작하였다.

조선이라면 언쟁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제3자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할 때 입신체비로 결론을 내리지만 여기는 아니다.

앞으로 몇 달을 이어갈 논쟁이니 식스토 5세의 도움을 받아 피렌체로 향하였다.

* * *

현대에 다녀온 유럽 여행은 로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머무르느라 피렌체에 고작 하루하고 반나절만 머물렀다.

하지만 머나먼 곳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경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피렌체는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구나. 도시 자체가 문화재나 마찬가지이고 이탈리아 전체가 2차 세계대전의 직격탄도 맞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지.”

다른 관원들은 아직 마차에 머물러 있지만 홀로 나와 경치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을 보니 옛 풍경이 겹쳐질 것 같았지만 조금은 달랐다.

아직 조금 작은 첨탑과 밀도가 빽빽하지 않은 집을 보면 발전 여지가 있으나 그게 차이점의 전부였다.

잠시 풍경을 바라보니 피렌체에서 사람을 보내왔는데 대표가 아는 사람이었다.

“조선 사절단을 맞이하게 된 마테오 리…….”

“이게 누구시오? 참으로 오랜만에 보니 반가울 따름이구려.”

“당신이 왜 여기 있느냐고 삿대질을 하고 싶지만 참겠습니다. 머나먼 동방까지 나아가 그토록 고생을 하고 이룩한 성과도 없이 돌아온 심정을 알기는 합니까?”

우리를 맞이하러 나온 사람은 마테오 리치였다. 경진만란 당시 남경에서 내 도움을 받아 탈출하고 유럽으로 돌아갔다 했는데 예수회 수사이니 로마 대신 피렌체에 머물고 있었으리라.

그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더니 성호를 그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말하였다.

“이미 조선 사절단의 부대표로 로마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로마에 계실 줄 알았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요. 대공께서 방문을 기다리고 계시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현대에는 잘 정비된 피렌체의 길거리는 여전히 오물이 보였다. 그나마 인구밀도가 적어 파리보다는 상태가 나은 편이지만 한양과 비교하면 지저분하긴 마찬가지이다.

마테오 리치는 내 눈치를 보더니만 설명을 시작하였다.

“대공께서는 전 세계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십니다. 얼마 전에는 조선에 다녀온 사람을 만나 분변을 수거해 퇴비를 만들라고 지시하셨지요. 심지어 수도사는 물론이요, 책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들을 고용하였습니다.”

“책 사냥꾼이라 하였소? 그런 이들을 고용하여 대체 무슨 도서를 수집하는 거요?”

“서방의 서적만 수집하였다가 스코네 출신의 티코 브라헤를 만난 이후 동방의 서적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도서관의 크기를 확장하여 더욱 많은 장서를 담으려 하시지요.”

현대에는 피렌체를 훑어보기만 하였으니 몰랐지만 메디치 가문의 전성기를 살펴보니 이들은 그저 부유한 가문이 아니었다. 예술가는 물론이요, 조그마한 광장마다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이들이 즐비하였다.

마테오 리치의 안내가 끝난 지점은 현대에 잠시 스쳐 지나간 피티 궁전(Palazzo Pitti)이었다. 아직 화려한 바로크 양식이 꽃피기 이전인지라 장식도 적고 수수하였지만 크기 하나는 웅장하니 마음이 놓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대공이 홀까지 나와 인사를 올렸다.

“머나먼 동방에서 오신 분을 뵙게 되어 영광이군요. 한때 주님의 종이었던 페르디난도 데 메디치입니다. 부족하지만 토스카나를 다스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뿐입니다.”

“조선의 관료이자 사절단의 부사(副使)인 유성룡이라 합니다. 만나서 참으로 반갑습니다.”

두툼한 체격을 자랑하는 페르디난도와 악수를 나누었는데 그는 나의 방문을 진심으로 축하하는지 어린아이 같은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이탈리아 사람이 솔직한 면이 있는데 이 시대에도 이럴 줄은 몰랐다.

그는 머나먼 곳에서 방문한 우리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는지 복도를 거닐며 자신의 수집품을 보여주려 하였다.

“일단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시지요. 저를 비롯하여 피렌체 가문의 일원들은 언제나 예술가와 대화를 나누기를 즐기며 그들을 후원하길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유물들을 수집하고 있지요.”

“익히 들은 바가 있습니다. 수도사 마테오 리치가 대공께서 문화와 예술 그리고 학문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더군요. 그나저나 이 청자는…… 여요(汝窯)에서 나온 물건이군요!”

청자를 들어 확인하니 조선에서도 최소 은자 이백 냥 이상에 거래되는 정교한 송나라 청자였다.

동양 물건을 수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라 서로 청자를 돌려보니 페르디난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얼마 전에 도자기 수집가가 가져온 물건인데 동방의 가치로 은자 백 냥이 넘는 값이라 하여 그 두 배의 값을 지불하였지요. 제가 제값을 지불하였습니까?”

“값싸게 구하셨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 물건을 아국에 팔아도 그 가격을 받고 남겠지요.”

“그럼 참으로 다행이군요. 지금 성탄절이 막 끝나 준비가 지연되고 있어서 조선 여러분들의 눈을 즐겁게 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역작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제 부탁이 있으니 여기 전시된 동방의 물건들을 감정해 주시겠습니까?”

훈고학은 도원군 이후 양반들의 취미 활동이 되었으니 나도 이황을 통해 어느 정도 배웠고 다른 관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박물관의 유물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고고학과 학생의 심정으로 서로 번갈아가며 문화재를 확인하였다.

“이건 가짜군요. 종이 자체는 고서(古書)와 흡사하지만 보풀이 일어난 것 위에 아교를 잔뜩 먹인 먹물을 덧씌웠으니 당(唐) 시절의 고서라 위장한 이 시대의 서적입니다.”

“이건 성화(聖畫)가 아닙니까? 이 회화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건 조선에서 방문한 안평대군이라는 자가 남긴 회화입니다. 본래 로마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제가 추기경으로 재직하며 사들인 물건이지요.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닙니까?”

예수가 성전을 정화할 당시 채찍을 휘두르고 금화가 잔뜩 담긴 바구니를 뒤엎었다 했는데 목판 위의 회화는 이를 표현하였음에도 회화 자체가 거무스름하게 퇴색되고 있었다. 그는 애석한 표정으로 회화를 보며 말하였다.

“하필 회화의 방식이 템페라(계란 노른자로 안료를 녹여내는 회화)이니 저렇게 변색되게 마련이더군요. 조만간 덧씌워 그려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저 회화는 동방의 붓으로 그려냈습니다.”

“자고로 붓놀림이 생명인 아국의 회화인데 이 위에 덧씌워 그리는 일이 난해하겠군요.”

“그러니 조선 사절단 여러분이 이 회화를 다시 그려주시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 본래 동방에서 사람을 고용하려 하였는데 여러분만 한 사람이 없더군요.”

이걸 다시 그리라 하면 불가능하다 하겠지만 복원은 가능하지. 우리 모두 소매 안에 넣어둔 붓을 꺼내 들고 회화를 덧씌워 그렸다.

어느 정도 작업이 끝나 회화가 제대로 된 색을 되찾자 페르디난도는 이를 말려 다시 걸어놓으라 지시하고 우리를 다음 장소로 안내하였다.

“누가 뭐라 하여도 피렌체 제일의 미술가는 미켈란젤로입니다. 하지만 피렌체 제일의 위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이니 지금부터 그의 작품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미켈란젤로도 근육의 영향을 받았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어떻게 영향을 받았을까.

혹여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이 근육적 인간과 근육 아닌 인간으로 변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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