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450화
2부 23장 7화 국제 협상(2)
주상전하께서 내리신 명령서, 아니, 지침서를 뜯어보니 전쟁 관련 지침서의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정말 상식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싸움에는 힘을 보태도 좋지만 확실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피하라. 설령 이길 수 있는 싸움이더라도 후환이 염려된다면 피하도록.]
“주상전하께서 이번 제안을 아예 거부하라는 명을 미리 하달하셨구려. 확실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나 후환이 염려되면 피하라 하셨지.”
의자에 앉아 시선을 천장으로 올리고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번 싸움을 확실히 이길 수 있냐고? 없다. 후환? 차고 넘친다.
이윤범도 내 생각을 짐작하고는 한 소리를 거들었다.
“저도 거부하고 싶습니다. 영길리는 아국과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은 이들입니다. 간혹 고래를 잡으러 대양을 누비는 신농도인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는 있지만 극히 드물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이번 전쟁에서 서반아가 이겨도 영길리를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겠소? 그리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는데 그놈의 지피지기는 이미 영국이 선점한 지 오래이다. 펠리페 2세가 내놓은 전쟁 계획 서적은 조선어 번역본일 뿐이고 원본은 이미 여섯 달 전에 출판하여 각지의 귀족들에게 전해줬다더라.
이순신은 적의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이 원하는 전장으로 끌어들여 싸우기를 좋아한다.
본래 필사적으로 수집해야 할 작전 정보가 모조리 영국의 손에 넘어갔다면 영국의 지휘관은 이번 전쟁 한정으로 이순신의 1/4 정도는 하는 명장이라 불려도 되리라.
“저도 절대 거부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참전해서 얻을 이득이 뭐가 있습니까? 일백 척이 넘는 선단에 고작 열 척의 병선이 추가되어도 일 할의 전력 증강이 전부입니다.”
“일 할에도 미치지 못할 거요. 병사를 잔뜩 올린 병선이 아니고 사절단을 호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병사만 데려왔으니 실질적으로는 오 푼(5%)의 전력이겠지.”
수송 계획을 위한 상선이 부족하여도 상선 따위는 징발하면 충분하다.
결국 우리 사절단이 전투에 참여하길 원하는데 스페인 해군 전력의 질이 그렇게 부족한가?
혹시 속 빈 강정일지도 모르니 물어보긴 해야지.
“이 수사께서는 서반아에서 가장 큰 항구인 세비야에 다녀온 적이 있을 것인데 수군이 어떠한지 평가를 내려주시구려. 나는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이 서적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소.”
“포도아 전대라 명명된 선단은 대장선급 기함이 세 척이나 있었으며 순주선 가운데 가장 거대한 녀석이 다섯 척이 넘었지요. 카스티야 전대라 명명된 선단은 조금 작지만 규모는 그리 차이가 없었습니다.”
“잠시만, 분명 아국의 함선은 서반아 함선보다 강하지만 이는 근접하여 싸울 적에 쏘아대는 비격진천뢰와 대신기전 덕분에 생기는 차이요. 그걸 제외한다고 쳐도 서반아의 전력이 막강하다 못해 하늘을 뚫을 기세구려.”
“함선의 수량과 화력만 따지면 경기수영이나 대양도수영의 총 전력보다 강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런 거대한 선단이 아국에 엄습한다면 국운을 건 일전을 벌여야 할 겁니다.”
그럼 더욱 이유가 없다.
기껏해야 5%의 전력을 충원하자고 사절단을 전쟁에 참전시켜? 아마 펠리페 2세 본인의 의도는 아닐 것이며 해군 장성 중 조선의 참전을 바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며칠 동안 논의 아닌 논의로 시간을 끄니 웬 해군 장성이 찾아왔는데 나름 고위층에 있던 사람인지 호위병은 물론이요, 다른 장교들까지 수십 명이 우리가 머무는 숙소에 찾아왔다.
“조선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본관은 산타크루즈 후작 직위를 역임하는 알바로 데 바잔이라 합니다. 이번 잉글랜드 원정의 해전 지휘관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현장 지휘관이 출두했다고? 하긴 카티스에 머물던 보급 함대가 대파 당했으니 현장 지휘관이 수도로 돌아와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여겼다.
하지만 이토록 바쁜 사람이 우리를 만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이미 환갑을 넘은 나이였지만 몸 하나는 정정했는지 성큼성큼 걸어 우리에게 인사를 올렸고 나름 높은 지위에 있는 자이니 우리도 예의를 다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배운 상원군이 앞으로 나서서 인사를 올렸다.
“머나먼 동방 조선에서 스페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하여 방문한 상원군 이청이라 합니다. 이쪽은 외교 업무를 전담하는 유성룡이고 제 뒤의 군관은 함대 지휘관인 이윤범이지요.”
“체격이 담대하니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몸이 다부지고 활을 쏘면 이백 바라(168m)는 날아간다 하였는데 직접 보니 믿을 수 있군요. 혹여나 병장기를 다루는 법은 익히셨는지요.”
“잘 단련된 육체가 무기인데 칼을 익혀봤자 세상 어디에 쓰겠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여기 계신 세 분은 체격이 튼튼한 분이지만 다른 조선의 귀족들은 어깨가 군관보다 더욱 비대하니 몽둥이만 휘둘러도 웬만한 병사 서넛은 때려눕힐 수 있겠지요.”
서로 화기애애하게 말하고 있지만 알바로 데 바잔은 우리의 눈치를 슬쩍슬쩍 보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자는 눈빛을 보냈다. 상원군도 눈치는 있었으니 목을 가다듬고 자리를 비켜주려 하였다.
“그나저나 연회에도 참가하지 아니하신 장수께서 직접 방문하셨으니 군문에 관한 이야기를 논하고자 하시겠군요. 저야 왕족이니 군사와는 영 인연이 없습니다.”
“조선의 대공께 불민한 말씀을 드려서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일 뿐입니다.”
상원군이 돌아가자 알바로 데 바잔은 우리를 돌아보며 한참을 고민하였다.
혹시나 조선 사절단의 참전을 원하여 펠리페 2세에게 청을 올린 본인이었나?
그리고 내 예상대로의 말이 나왔다.
“본론을 먼저 말하겠소. 펠리페 2세 전하께 조선 사절단의 참전을 건의한 사람이 바로 나요. 사절단은 본래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 법이지만 조선의 화포가 절실히 필요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소이다.”
영문을 모르겠다. 나포한 스페인 선박의 화포도 전체적인 구경이 작지만 충분히 쓸 수 있다고 평가받았는데?
이윤범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오히려 궁금한 표정으로 되묻기 시작하였다.
“화포 가운데 위력이 뛰어나다? 아국의 화포가 전체적으로 구경이 크지만 서반아에서 사용하는 화포도 부족함은 없을 겁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영문을 알 길이 없습니다.”
“베르나르가 병사하기 이전에 만나 본 적이 있었으니 하는 말이오. 증언에 따르면 단 세 발에 대형 갈레온을 격파 직전까지 몰아갈 수 있는 화포가 조선에 있다 하더군.”
“대형 갈레온을 격파 직전까지 몰아간다 하셨습니까. 무슨 화포인지 알 것 같군요.”
경진만란 당시 스페인 원정대와 벌인 해전의 증언은 술자리에서 정걸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근거리에서 모든 화포를 쏟아붓는 치열한 포격전 와중에 제대로 명중한 비격진천뢰가 터지며 배 대여섯 척을 붕괴시키며 적의 사기를 꺾었다 하던가.
하지만 상대의 눈빛을 보니 초조함과 불안감이 엿보였다. 혹시나 환갑이 넘은 나이라 언제 병사할지 몰라 불안한 모습을 보이나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이윤범은 난색을 표했다.
“사절단은 군사가 부족하니 기껏해야 해적을 방비할 수 있는 수준의 화력만 투사할 수 있습니다. 후작께서 말한 화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휴행 탄수가 적은 실정이지요.”
“그러하여도 좋소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적의 돌격을 돈좌시킬 수준이면 충분하오.”
결정적인 순간에 적의 돌격을 돈좌시킨다. 아마 현장 지휘관으로 작전을 완전히 이행해야 할 알바로 데 바잔이 계획하는 전투에서 절실히 필요한 병기가 비격진천뢰이리라.
하지만 너무 구체적으로 필요성을 요구하니 역으로 의심이 샘솟았다.
서양에는 비격진천뢰 같은 폭발탄이 없는데 왜 이렇게 필요하다 여기는가. 혹시나 복제품을 만들고 있었는지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했다.
“이미 펠리페 2세 전하와 면담을 나누어보았으니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하겠습니다. 혹여나 후작께서는 지난 전쟁에서 아국의 최신 화포인 비격진천뢰의 불발탄을 입수하셨습니까?”
“속이려 하여도 속일 수 없는 사람이군.”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요동치니 적잖이 놀란 것이 분명하였다. 경진만란 당시 도주에 성공한 10척, 스페인의 증언에 의하면 폐기된 함선을 제외하면 7척의 함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귀환한 함선을 조사해 보니 한 발 이상의 비격진천뢰 불발탄이 섞여 있었으며 이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복원 작업에 몰두했으리라.
알바로 데 바잔은 한숨을 쉬더니 나와 이윤범을 궁전 근처로 안내하며 말하였다.
“제대로 보았소. 당시 실종되었다가 뒤늦게 복귀한 상선에서 조선의 포탄을 발견하였지. 그 포탄은 갑판을 뚫고 화포의 위로 떨어져 분해된 바람에 폭발하지 않았지.”
“천운이나 마찬가지군요. 간혹 불발되는 탄환이 있지만 그렇게 분해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속이 비어 있는 대신 안에 쇳조각을 넣은 탄환의 파편이라 여겨 전쟁 기념품으로 보관한 것이 전부였소이다. 하지만 지난 조선과 일본의 전쟁에 참전한 이들이 재차 보고를 올렸고 폭발하는 탄환을 사용했다 하더군.”
한 번 봐서는 모를 수도 있지만 두 번을 넘게 보면 우연이 아니고 명중한 이후 뒤늦게 폭발하는 탄환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알바로 데 바잔이 안내한 곳은 엘 에스코리알 인근의 성채였는데 제법 많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에서 온 사절단일세. 협의를 위해 지금 설계 중인 작렬(炸裂) 탄환을 보여주려 하니 염려하지 말게나.”
작전 계획은 줄줄 새어 나오는 스페인이지만 정작 비격진천뢰를 비롯한 동양의 무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성채 안에 마련된 작은 성채에는 수많은 장인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미 작은 유산탄(榴散彈)은 복제할 수 있소이다. 또한 안에 심지를 넣어 폭발 시간을 조절하고 짧은 길이의 곡사포로 발사하는 실험도 거듭하고 있지. 하지만 문제가 있으니…….”
장인들은 찰흙으로 모형을 만들거나 아예 주물을 뜨며 비격진천뢰의 복제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전체적인 형태는 구형 비격진천뢰와 흡사했다.
김지와 친해진 입장이라 나도 화포에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었고 문제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위력과 안정성의 문제겠지요. 이런 기술은 단번에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보았다네. 작은 유산탄은 화력이 부족하고 큰 유산탄은 곡사포 안에서 자폭하는 일이 빈번하지. 솔직히 말해 몇 년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조선의 것과 동일한 물건을 만들고 남았을 거라네.”
알바로 데 바잔이 손짓하자 시험 사격이 실시되었는데 위력과 사거리 모두 부족하지만 비격진천뢰 특유의 지연 폭발도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위력을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선의 포탄은 중형 갤리온을 단 세 발에 박살 내버렸는데 이렇게 작은 녀석이면 여섯 발은 쏘아야 박살 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만큼 크게 만들면 자폭의 위험성이 있다네.”
군기시 소속 이장손이라는 장인이 비격진천뢰를 개수했지만 스페인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명장(名匠)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며 조선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비격진천뢰를 개발해 내리라.
아니, 살펴보니 비슷한 물건은 있었다.
알바로 데 바잔은 모르고 있지만 찰흙으로 만든 모형 가운데 조선이 사용하는 신형 비격진천뢰와 별 차이가 없는 구조. 겉에 납을 붙여 내부 유폭을 막는 녀석이 존재했다.
이윤범도 이를 알아차리고 태연히 넘어갔지만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잉글랜드 놈들은 전투라 해 봤자 원거리에서 견제만 실시하는 게 전부일 거요. 하지만 상륙 작전에 들어가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백병전을 불사할 것이오.”
“그 마지막 전투에서 아국의 함선이 나아가 비격진천뢰를 퍼부어 적의 돌격을 돈좌시키라는 말씀이십니까.”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오. 부디 잉글랜드를 격파하는 데 한 손을 보태주시오.”
부탁이라는 말을 듣자 마음이 요동치긴 했지만 알바로 데 바잔이 원하는 대로 잉글랜드가 싸울지 그게 의문이다. 이미 작전이 다 노출된 상황인데 잉글랜드가 그의 의도대로 응수할까?
비격진천뢰의 약점은 200보(320m) 내외의 짧은 사거리인데 장거리 포격전으로 손실을 누적시키면 한 발도 쏘아보지 못하리라.
애초에 더 많은 인원에게 백병전이나 근거리 함포 전투를 실시하는 멍청한 놈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 손을 보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사용하는 비격진천뢰 포탄과 대완구(大碗口)를 매각할 것이니 비싼 값으로 사주시면 아주 고맙겠습니다.”
“지금 뭐라 했는가? 조선의 폭발탄을 판매하겠다고?”
그 폭발탄은 거의 다 완성되어 아마 몇 개월 이내에 시험사격에 들어갈 물건이지만 지금은 알 길이 없지 않은가.
알바로 데 바잔은 놀란 눈으로 내 손을 맞잡더니 크게 흔들며 호탕하게 말하였다.
“최신 병기가 아닌가! 조선의 최신 병기이자 어지간한 선박은 몇 발에 격침시킬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을 판매하다니! 이는 전함 열 척보다 값진 물건일세!”
“펠리페 2세 전하께서 신의를 보여주시니 저희도 응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장단점이 있는 무기이니 사용할 때 주의를 당부할 뿐입니다. 이 수사도 어서 포병들을 보내 서반아 군인들에게 비격진천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게나.”
승리하면 조선이 판매한 비장의 병기라 칭하며 각종 혜택을 선사할 것이요 패배하면 조선이 판매한 비장의 수를 활용하지 못했다 안타까워하겠지.
이윤범도 내 판단에 동의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군관들을 소집하라는 명령을 하달하였다.
숙소로 돌아오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기술은 조선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니 조만간 유출되리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유출되었다.
만약 강선 덕분에 압도적인 사거리와 위력을 보여주는 운총이 유출된다면 이런 곳에서 분석되어 즉각 서양으로 유출되겠지.
이윤범도 이번 사건으로 적잖이 놀랐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답하였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반아가 고작 사 년 만에 비격진천뢰의 복제품을 온전히 만들어 내다니요. 실질적으로 일 년이 조금 넘는 시일 만에 복제를 완료하지 않았습니까.”
“서반아는 구주의 강국이오. 만약 운총이 넘어간다면 오 년 이내에 복제하여 운총을 마음대로 유포시키겠지. 하지만 궁금한 점이 있는데 아국과 구주의 함선이 훗날 교전을 벌이면 비격진천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겠소.”
이것도 문제다. 어차피 유출된 기술이니 훗날이 되면 너도나도 비격진천뢰를 쏘아대며 전투를 치를 것이며 조선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이윤범은 딱 잘라 말하였다.
“여해 그 친구가 수군을 다시 조련하고 있으니 큰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 여해 휘하의 수병들은 오백 보(800m)에서도 포탄을 필중시킬 정도로 단련에 매진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소? 그러하면 십여 년이 지나면 해전의 방침 자체가 뒤바뀌겠구려.”
“물론입니다. 더군다나 함선이 점점 더 거대해지는 추세이니 아마 십여 년이 지나면 비격진천뢰는 적의 화약을 유폭시키는 대운(大運)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그래, 우리에게는 누가 뭐라 해도 이순신이 있다. 서양에서 비격진천뢰를 사용하던 어떤 신묘한 병기를 만들든 간에 기본기 자체가 충실한 이순신이 차근차근 수군을 개량하니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크나큰 혜택을 주었으니 조만간 펠리페 2세가 돌려줄 보답은 무엇일까.
스페인의 명장이 전함 열 척보다 값진 물건이라 했으니 전함 오십 척에 해당하는 물건을 돌려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