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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44화 (444/573)

근육조선 444화

2부 23장 1화 근자구주행(1)

내 예상대로 다음 업무는 스페인 사절단 배정이었다.

6년 전인 1580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경진만란을 일으킨 스페인은 충분한 사과를 전했고 이는 조정에 절실히 받아들여졌다.

이미 조선과 한 몸이 되어 일본을 두들겨 패는데 협력하였으니 충분한 성의로 보답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완벽히 적중하였으며 주상전하께서는 이를 친히 공표하였다.

“올해 구월에 서반아로 보내는 사절단을 편성하려 하니 근 백여 년 만에 서행사가 다시 움직이게 되었소. 하지만 이전 서행사는 구주 일대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방책이었으나 이제는 아니오.”

문물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기술력으로 따지자면 군사 방면에서는 조선의 기술이 대다수 우위, 학문 관련으로는 천문과 화학에서 조선이 우위고 나머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상황이다.

대소신료들 모두가 이에 동의하였고 특히 이현전 출신 관원들, 이이를 시작으로 조정의 이 할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은 물론이요, 집현전 출신 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상전하는 신료들의 반응을 보고 말을 이어갔다.

“이미 아국과 긴밀한 교역을 실시하는 서반아는 구주(歐洲: 유럽)의 패권국이며 아국보다 수효만큼은 많은 함대를 보유하고 있소. 이러한 강국과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소?”

“서로 비의(比擬: 견주어 비교함)를 실시할 수 있게 배려하며 예의를 다 하고 서로의 습속을 보전하는 일이 필요하옵나이다. 그리하면 아국의 힘을 경외하며 아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 할 것입니다.”

이이가 앞으로 나서서 말하니 대소신료들 모두가 동의하였다. 지난 십 년 동안 세스페데스라는 신부를 보낸 이유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는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주상전하는 한발 더 나아간 말을 하였다.

“바로 보았소. 나라의 진정한 힘은 군사가 아닌 문화(文化)요. 군사력만 강한 나라는 오사만국처럼 대진국(로마)을 참칭하며 근본을 잃어버리게 마련이지 않소. 이번 서행사는 아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자리요.”

주상전하의 뜻을 구구절절이 이해할 수 있었다.

힘이 세다면 대접을 받을 수 있지만 문화는 없고 힘만 휘두르며 욕을 먹는 국가가 현대에도 있었지. 문화를 스스로 붕괴시킨 그 국가.

어차피 서로의 기술력은 비슷하니 찬란한 기술을 서로 자랑하며 문화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할 것이라는 평가이고 관료들도 이에 동의하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주상전하께서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번 서행사의 정사(正使)는 종친의 일원이자 회화에 능한 진해대군의 차남 상원군(商原君) 이청이오. 이제야 지학(志學: 15세)에 불과하지만 서반아는 물론이요, 구주 어디를 다녀올지도 모르는 이의 연배가 높으면 병마에 시달릴지도 모르니 문제가 아니겠소.”

“하오나 상원군은 얼마 전에 혼인을 올린 종친이옵나이다. 차라리 장남인 창원군(昌原君)은 어떠하옵나이까? 거의 스물에 달하는 나이이니 차라리 나은 인선일 것이옵니다.”

“내 진해대군이 젊은 시절 난행을 부리려던 것을 억누른 유성룡이라면 충분히 보좌할 수 있을 것이라 믿겠소. 그러하니 서행사의 부사(副使)로 유성룡을 택하겠소.”

이미 정해진 일이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차피 내 품계는 정1품으로 올라가 더 이상 올라갈 자리는 없고 이번 자리는 자신의 조카에게 힘이나 북돋워 달라는 주상전하의 뜻이 아닌가.

세자의 나이도 올해 21세에다 설령 세자가 요절해도 대군이 둘이나 더 있으니 왕권이 흔들릴 이유도 없다.

품계를 더 올릴 수 없으니 공은 상원군에게 돌리고 실무는 내가 챙기며 왕권을 강화해 달라는 왕의 요청이니 흔쾌히 받아들였다.

“신은 주상전하의 뜻을 온전히 따를 것이옵나이다. 또한 라마국(신성로마제국)에도 방문하여 상원군의 안목을 틔워줄 것이며 서방 성현(聖賢)들의 가르침도 얻어낼 것이옵나이다.”

“실로 훌륭한 마음이오. 지난 몇 년 동안 고생이 많았으니 이번 서행사에서 아예 구주를 순방하고 머리를 식히고 돌아오시구려.”

이렇게 말해도 나는 현대에 30박 31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집안이 제법 잘 살아서 취업 직전에 몸이 어느 정도 온전할 때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독일까지 쭉 돌아보고 온 사람이다.

하지만 당시에 유럽 기차를 타고 토막잠을 잤던 배낭여행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고 이 시대에만 있는 문화재도 충분히 있겠지.

주상전하는 조회를 끝내며 조정 신료들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앞으로 서행사를 실시할 때까지 석 달은 걸릴 거요. 그러니 그 기간 동안 아국의 찬란한 문화를 퍼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시구려. 이를테면 아국이 근래에 만든 물산을 전하거나 아국의 학문을 정하는 것도 좋을 거요.”

이게 가장 문제다. 조선의 기술과 문화를 자랑할 수 있는 새로운 수출품을 마련하라는 말인데 그게 쉬운 일인가.

나야 한 가지는 알고 있지만 통할지는 모르겠다.

* * *

이번 스페인 사절단 방문을 위해 기존에 교역 관련 관청인 서행사(西行司)에 인원이 증설되었다. 상원군이야 아직 철부지 꼬맹이이니 이름만 올려놓고 있지 실질적인 대표는 율곡 이이이다.

주상전하께서는 이번에 아주 대범하게 제안을 하였다.

무력을 보일 자리가 아니니 무관들은 가급적 관여하지 말라 하였지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관들은 모두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라 하였다.

“다들 반갑소. 명망이 자자한 대소신료들은 물론이요, 아예 막 관직에 발을 들인 이들까지 있으니 이 얼마나 보기 좋은 일이오. 자고로 올바른 뜻이 있다면 누구 앞에서라도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법이지.”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복식을 보니 정6품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급 관료가 상당수 보였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가 얼굴에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하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서자거나 얼자 혹은 조상이 죄를 지어 탄핵당한 이들은 관직에 오르자마자 스스럼없이 미주나 여송 같은 변방으로 나아가 관직 생활을 시작한다.

그렇게 오 년 정도 관직에 머물면 조상이 무슨 죄를 지었건 대부분 눈감아주는 형편이다.

듣자 하니 북인들을 가르친답시고 서얼들을 올려보냈던 문종 시절의 전통이 변형된 것이라 하는데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이이는 서류를 펼치더니 서행사에 배정된 물목을 조목조목 이야기하였다.

“이번 서행사에는 홍삼 오천 근을 시작으로 백자와 얼마 전에 복원한 청자는 물론이요, 비단과 면포 그리고 녹용을 비롯한 약재를 다수 지참하였소. 하지만 이 모든 물건은 평상시에 교역 물품으로 보내던 물건이니 답답할 뿐이구려.”

문화를 드러내라 했지 대놓고 물자를 풀어내라는 주문은 아니었다.

이이의 말이 끝나자 정인홍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조금 답답한 일이군요. 아국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물건은 대부분 주변 나라에서 교역을 실시하여 얻어낼 수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아국의 물산은 질이 조금 떨어집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외국에 몇 번 정도는 나갔다 온 사람들이니 조선의 교역상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었다. 조선은 냉정하게 따질 경우 중계 무역을 제외하면 경쟁력이 부족한 상품을 대량으로 파는 나라이다.

도자기? 아직도 남경의 도자기가 으뜸이요 조선의 도자기는 한 수 처진다는 평가다.

공예품? 조선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인구가 많으면 뛰어난 기술자도 많은 법이다.

하다못해 비단이나 무명만 해도 답이 없는 게 내가 알기로 아편전쟁이 일어난 이유가 증기기관으로 찍어낸 직물 가격이 손으로 만드는 직물보다 비싸서이다.

다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니 침묵하는데 젊은 관료가 벌떡 일어나 말하였다.

“신 이이첨 좌상대감께 말씀 올립니다. 아국의 물산 가운데 기껏해야 천축 일부에서만 소비하고 있는 물건이 있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점취(点翠) 말입니다.”

“점취는 역시 명국 물건이 으뜸이라네. 아국의 물건은 명국에서 이등(二等)으로 치기도 힘든 녀석이라 하더군. 작은 물건이야 괜찮지만 큰 물건은 아닐세.”

점취는 물총새의 깃털을 포함해 형형색색의 깃털을 은을 비롯한 귀금속으로 엮어 만드는 장식물이다. 수양대군 시절에 명나라 유민 중 일부가 조선에 유입되며 조선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한계는 있었다.

하지만 이이첨은 반색하며 말했다.

“하지만 아주 큰 물건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명국에서 아예 만든 적도 없는 물건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이런 녀석은 명국에는 없습니다.”

이이첨이 내민 물건은 완성된 점취가 아닌 웬 새의 날개 한 짝과 깃털들이었다.

하지만 그 날개의 색채를 보자마자 뭔 녀석인지 정체를 알 수 있었고 젊은 시절 미주에 파견되었던 정인홍도 뭔지 알아보고 감탄하였다.

“그건 앵무새의 날개가 아닌가? 중미국(현 멕시코 북부)에서도 구하기 힘든 녀석이라 알고 있었는데 색이 다채롭다 하였지. 하지만 직접 보니 참으로 청아한 청색이로군!”

“바로 보셨습니다! 제가 미주의 토관 휘하에서 일할 적에 소문을 들었는데 살아있는 녀석은 구할 수 없고 죽은 시체만 구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현대에서 프린터나 모니터의 광고를 할 때 자주 나오는 금강앵무의 날개였다. 적색과 녹색의 선명한 깃털은 물론이요, 아예 이가 시릴 정도로 새파란 청색의 깃털도 있었다.

이이첨은 이를 아예 점취와 비교하면서 말하였다.

“이 깃털로 점취를 만든다면 기존의 것보다 더욱 크고 화려한 녀석이 나올 겁니다. 물총새야 손바닥 크기라 볼품이 없지만 앵무새 깃털 한 장은 물총새 깃털 열 장보다 큽니다.”

“옳은 말이네. 아국에서 지금까지 만들던 점취는 기술이 부족하여 명국의 것에 밀렸지만 이제는 아니겠군. 그러하면 자네가 가져온 깃털과 날개로 첫 물량을 만들고 중미국에 연락하여 더 많은 앵무새를 잡아들이도록 하게.”

이건 조금 아니지.

내가 알기로 크고 아름다운 앵무새는 남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라는데 이렇게 장신구로 가공되면 순식간에 멸종될 게 분명해서 중간에 제동을 걸었다.

“기왕 이렇게 좋은 물산을 만들었다면 아예 단가를 낮추는 법도 모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미국에서 새를 사들일 것이 아니고 알과 새끼를 구하여 여송으로 옮겨 오시지요. 그리하면 아예 명국에 팔아댈 정도로 값진 보화를 만들어내는 격입니다.”

이이도 한 방 맞았다는 듯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필리핀은 열대 지방이라 과일을 먹는 새는 지천에 널려 있으니 앵무새 농장을 만들기 적합한 고장이리라.

이이는 깃털을 장인들이 머무는 내수사에 보낸 뒤에 다음 교역상품을 준비하였다.

“내가 고려한 물건은 천잠(天蠶: 산누에나방)으로 만든 비단이라네. 알다시피 천잠은 극히 희귀한 물건이라 얻는 것도 힘들고 만드는 것도 힘들지. 하지만 왜국의 상삼씨(우에스기)가 천잠을 만드는 농장을 꾸렸다네.”

이이가 내민 물건은 거칠게 만든 비단 한 폭과 더욱 진한 옥색이 맴도는 누에고치였는데 조선시대에 산에 가면 가끔 보이는 나방 고치였다.

이이는 고치 여러 개를 건네주더니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본래 천잠사(天蠶絲)는 산속 깊숙한 곳에서 간혹 산출되는 물건이기에 명국 황상도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비단이라네. 하지만 이 천잠의 생사(生絲: 삶지 않은 누에고치)를 상삼씨에게 사들여 비단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되겠나?”

이건 물건이다. 지금 대충 만든 비단도 옥빛이 나서 영롱할 지경인데 유럽에 보내면? 동양의 색이 난다며 모조리 부르는 대로 팔리리라.

하지만 이걸 왜 일본에서 만드는지 궁금했다.

“실로 믿기 힘든 일입니다. 상삼씨가 대체 무슨 문제가 있기에 이런 일에도 나서는지요.”

“아국에게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융통하여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더군. 가까스로 천잠을 기르는 법을 찾아냈지만 정작 비단을 만드는 기술이 부족하다더군.”

“그러하면 설령 상삼씨가 천잠을 가공하는 방법을 개량하여도 백여 년은 걸리겠군요.”

“그때쯤 되면 아국은 천잠을 더욱 아름다운 비단으로 만들 수 있을 걸세. 서애 자네의 표정을 보니 뭔가 준비한 게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물품을 내놓으려 하는가.”

나야 뭘 많이 만들지는 않았으니 제시할 물건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녀석 하나 외에는 없다. 강화도에서 일하며 도면을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켄트지가 바로 그 녀석이지.

“바로 강화지(江華紙)입니다. 제가 젊은 시절 강화도에서 일하며 낡은 목면을 사용한 종이를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기름먹(잉크)과 석묵(石墨: 연필)을 잘 머금는 종이가 되었지요.”

“강화지라, 공조는 물론이요, 도본(圖本: 도면)을 만드는 이들이 자네처럼 강화지를 사용하려 하였지만 먹물이 스미지 않아 불편하다 하더군. 하지만 구주는 기름먹을 사용하는 데다 종이가 옅은 우윳빛이니 널리 팔릴 걸세.”

만들고 보니 값도 비싸고 널리 퍼지지 않았지만 수출용으로는 제격이다. 어차피 원료는 낡은 솜이불에서 빼낸 목화솜인데 기존 종이와 겹치지 않는 재료라 더욱 쓸 만하지.

그렇지 않아도 중성지에 속해서 보존 능력이 월등한 켄트지인데 서양에 퍼트리면 현대까지 전해져 오는 도면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각 물자들이 하나하나 튀어나오니 이이는 고개를 흡족한 표정으로 답하였다.

“아직 많이 생산하지 않은 물산이라 기껏해야 서반아의 왕인 펠리페에게 전해질 물건이 대다수로군. 하지만 왕후장상의 복식은 뭇 백성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법일세.”

“대감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물건은 어떠합니까? 구주는 아직도 배율이 높은 천리경을 마련하지 못했다 합니다. 들고 올 수 없어 밖에 두었습니다만 한번 보아주십시오.”

이현전에서 가져온 물건은 최신형 천리경인데 크기가 사람 몸통보다 거대한 녀석이 삼각대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옆에 24라는 숫자를 보니 드디어 20배율을 넘어선 망원경을 만들었나 보다.

“천리경이라. 스무 배 이상을 크게 볼 수 있는 천리경이라면 아주 좋은 선물이오. 보관이 힘들 것이며 사용하는 방법도 불편하겠지만 잘만 하면 구주를 측량할 수 있겠군.”

순간 천리경을 복제하여 마음대로 이득을 취할까 걱정되었지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섬세하게 렌즈를 깎는 기술이 없다면 형태를 알아도 만들 수 없는 물건이 천리경이다.

이외에도 세세한 물목에 대한 산출도 끝났고 음력 8월 말이 되어 한가위를 거친 다음에야 벽란도에 모든 물자가 도착하였다.

실질적 대표는 나이지만 군관으로 배정된 이는 대양도 수사 이윤범이었다.

“이 수사께서 서반아를 방문하는 첫 군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있군요. 이미 경기수영 수사이자 좌도수군통제사로 여해 그 친구가 올라갈 예정이라 병조판서에 올라야 하나 했는데 주상전하께서 은혜를 내려주셨습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는 이윤범이지만 이순신이 너무 괴물이라 문제지 어디 가서 부족하다는 평가는 듣지 않을 사람이다.

정확히 따지면 이 배에도 이순신이 있기는 했다. 입부 이순신이지.

돛이 펼쳐지고 닻이 올라가며 배가 천천히 스페인으로 향하였다.

부디 삼 년 동안 다녀올 곳에서 불편한 일에 휘말리지 말아야지. 그리고 얻어낼 물건은 최대한 얻어내야지!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눈을 돌리는 상원군이나 아직 수군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는 입부 이순신이나 최소 이 년 동안 죽어라 부대낄 사람들이다.

선실로 들어와 주상전하께서 몰래 전해준 쪽지를 확인하였다.

“참 내 원, 이역만리에서도 지시사항을 내리셨지만 덕분에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을 면밀히 알게 되어서 얼마나 좋아. 그나저나 삼국지연의를 너무 많이 읽으셨나.”

주상전하께서는 특정 상황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종이봉투를 다섯 개나 주셨다.

각각 토지(土地), 군사, 정쟁, 이교(異敎), 그리고 긴급이라는 녀석인데 이거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금낭비계(錦囊秘計)가 아닌가.

#작가의 말

점취는 2장 78화 유민에 나오는 그 물건입니다.

하지만 축적된 기술력 차이 때문에 조선의 물건이 급수가 딸리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기술이 부족하면 원재료로 메꾸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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