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419화
2부 20장 9화 밑작업(3)
“자네의 판단을 존중하겠네. 나도 퇴각할 당시 구로다도 가토도 모두 반대하고 추격을 막기 위한 거짓 공세를 취하고 시일을 벌어 5군과 합류하자는 의견을 내었으나 모두 묵살하고 퇴각하였지.”
히데요시의 판단도 옳았다. 만약 히데요시가 며칠만 더 지체하였다면 수군은 이순신에게 당해 세력을 온존하지 못해 밀려났을 것이며 사방에서 달려오는 지원군에게 포위당해 탈출은 꿈도 꾸지 못했으리라.
히데요시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 장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에서 번개를 뿜어대고 입에서는 불길을 쏘아댄다고 소문이 퍼지겠군. 차라리 그런 괴물이었다면 믿겠는데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이라니.”
“저도 차라리 그런 괴물이면 좋겠습니다. 조선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였는데 다른 이들의 질시를 받겠지요.”
“뭐? 유학인지 뭔지 하는 학문 말인가? 이미 소문을 들었는데 내 종제(사촌 동생)가 유학에 빠져 자폭하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네! 목숨도 불사하는 흉측한 학문을 믿는다니 조선이 그렇게 끔찍한 나라가 된 이유가 있어! 다 유학 때문이야!”
실제로는 전국시대의 삭막한 사고방식과 유성룡이 주입식으로 가르친 유학이 결합한 부작용이지만 당한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조선에서는 정도가 지나치다 여길 수준인 유성룡의 제자들은 일본에서 자폭도 불사하는 유학자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구로다는 각지에서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의 전략을 분석하였다. 조선이 지금까지 극도로 효율적인 전략을 택해왔기에 역으로 효율성만 따진 전략을 산출할 수 있었다.
잠시 건넌방으로 가서 이런저런 도구를 준비한 구로다는 탁자 위에 거대한 일본 전도와 어설픈 조선 전도를 억지로 늘려 그린 지도를 가져왔다.
그도 지난 넉 달 동안 한직에 머물며 전쟁을 반성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일단 바둑돌 하나가 병력 일만 명을 나타냅니다. 위에 점을 찍은 바둑돌은 보인이요, 점을 찍지 않은 바둑돌은 정병(正兵)으로 보아주십시오. 보시다시피 조선의 군대는 큰 피해가 없으니 사십만 명으로 추산하였습니다.”
조선의 수도인 한양과 일본의 중심지인 교토에 놓인 바둑돌 더미를 살펴본 히데요시는 한숨을 쉬었다.
바둑돌의 수는 각기 40개와 30개지만 조선군은 2배의 병사가 달라붙어야 승산이 보인다. 결국 전력 차가 3배에 달하는 격이다.
“이래서야 조선이 작정하고 침공한다면 막아내는 것도 급급하겠는걸.”
“하지만 제가 조선의 왕이라면 원정에 나서기 전에 이백여 척에 달하는 함선을 사용해 각지의 항구라는 항구를 모조리 부수고 약탈하며 다시는 쓰지 못하도록 불태울 겁니다.”
“전쟁을 치르기 전에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고 분열을 꾀해 내란을 유도하려는 책략이군. 이걸 어떻게 막는가. 구키 자네가 수군을 지휘한다면 어느 정도 막아낼 수는 있겠지?”
“조선의 함대는 남만인(서양인)들의 함대와 흡사한 함선을 사용하는지라 망망대해에서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키부네는 고작 보름을 버틸 수 있지요. 세키부네로 요격에 나서려 해도 기껏해야 이레 뒤에는 돌아가야 합니다.”
적은 드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자신들은 아니다.
기술을 받아들여 거대한 범선을 만든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몇 년 이내에 범선을 만들어봤자 얼마나 만들 것인가.
하지만 구로다는 오히려 활로를 찾은 듯이 말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입니다. 그 비대한 수군이 모조리 외해로 원정을 나선다면 얼마나 많은 병사와 보조 함대가 필요하겠습니까? 아마 모든 함대가 작전을 위해 동원되겠지요.”
“잠깐! 조선 수군의 함선이 이백여 척이라 하였으니 한 척의 함선에 정병 삼백여 명이 필요하다 여기면 이번 원정에서는 보급 담당 부대까지 사백여 척이 움직이는 격이네.”
“그렇습니다. 모든 함대가 나선다면 조선에 있는 병사는 삼십만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더군다나 병사는 많은데 보인이 부족하여 여러 곳에서 문제가 불거질 것입니다.”
구로다가 지도 위에 놓인 조선 수군을 상징하는 바둑돌을 외해로 치우고 취합한 약간의 정보를 바탕으로 바둑돌을 사방으로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40개에 달하는 바둑돌 가운데 12개는 먼바다로, 8개는 큐슈로 그리고 6개는 조선의 영토인 대양도를 상징하는 남쪽 끝으로 보냈다.
이제 한양에 남은 바둑돌은 14개에 불과하였다.
“조선의 왕이 수군을 동원해 작전에 나선다면 본토를 수비하는 병력은 최소한의 호위 병력을 제외하면 십만 명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조선에는 로닌(浪人: 낭인, 평상시에 잡일을 하는 준 군사계층)이 없다 합니다.”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네. 적이 수군으로 각지의 항구를 붕괴시킬 전략을 택한다면 역으로 우리가 활로를 찾을 방법이 생기는군. 하지만 적의 함대가 바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하겠나?”
“후지…… 키노시타 나리, 제가 외해의 해류는 정확히 모르지만 세토 내해를 통과하지 않는다면 함부로 돌아갈 수 없다 알고 있습니다. 놈들이 외해와 직면한 항구를 모조리 격파하고 돌아가려면 이 열도를 통과하여 북방의 에조치(홋카이도)를 거쳐 돌아가야 합니다.”
히데요시는 모든 바둑돌을 조선 땅인 동래 일대로 밀어 넣었다. 이미 머나먼 가고시마까지 병력을 수송한 전적이 있으니 이천 척의 함선을 동원하면 보름 이내에 이십만 대군을 조선 땅에 옮길 수 있으리라.
외해로 나가 원정을 벌이는 함대에 소식을 바로 전할 방법은 없다. 현장 상황에 따라 작전을 수정하는 이들을 운 좋게 만나서 적의 침략을 알린다 하여도 돌아오는 데 두 달은 걸리리라.
히데요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럼 앞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소문을 취합하는 데 힘쓰세. 조선이 함대를 동원하여 구로다 자네가 택한 전략을 취한다면 우리는 활로를 찾아 조선을 침략하면 된다네.”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함락시키지는 못하여도 조선의 군대를 물리치고 진격하면 강화를 맺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조선이 다시 침략할 염려는 없어지겠지요.”
“이제 제가 온갖 고난을 모두 떠안겠군요. 조선 왕이 바보도 아니고 모든 수군을 보낼 이유가 없으니 각지에서 쏟아지는 파상공세를 모조리 격퇴하고 보급을 완수해야겠군요.”
다섯 달 전처럼 화합한 세 장수는 손을 맞잡고 보고를 올리려 사라졌다.
만약 자신들의 예측대로 조선이 움직인다면 희박한 승산이 있으리라.
* * *
사나다 마사유키의 설명은 복잡하고 지루하였다.
각 가문에 대한 설명과 이들이 어떻게 다케다 가문에 소속되었고 전대 가주 다케다 신겐의 죽음 이후 어떻게 분열되어 서로 세력을 결집하였는가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였다.
이이도 처음에는 눈을 빛냈지만 궁중 암투보다 몇 배는 복잡하고 난해한 일본의 각 가문 관계를 따지더니 피로에 절어버린 눈빛이 되어 결론을 억지로 도출하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러한가? 왜국의 실세 가운데 그나마 번성한 이는 무전(다케다) 가문이며 이외에는 장종아부(長宗我部: 쵸소카베), 삼장(三好: 미요시), 우희다(宇喜多: 우키타), 그리고 이외 잡다한 이들이 있다고.”
“너무 통틀어서 말씀한 것 같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들은 느슨한 협약과 혼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의 균형을 유지한 채로 있었지만 불만이 점차 쌓여갔고, 결국 큐슈를 돌려받으려 하였지만 난폭한 이들이 나서서 전란을 일으켰다. 이런 말인가?”
“정확합니다. 다케다 가츠요리께서는 처음에는 전쟁을 바라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에게 계속 부추김을 당하자 억지로 겁박(劫迫)을 실시하였지요. 결국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뭔 변명이 저래? 휘하 세력을 통솔하지 못한다면 책임을 져서 권좌에서 물러나든가 해야지, 아무런 책임도 지기 싫어서 억지로 휘둘려 놓고는 발뺌하는 꼴이 역겨워 견딜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일본은 매번 저렇게 행동했지.
영직이가 말하기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 군부를 제지하거나 이들을 통솔하여 책임을 질 수 있었던 덴노는 나라가 망하건 말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더라.
“이번 일은 무전 가문의 책임이라네. 아직까지 현실을 외면하고 발뺌하며 도망치려는 모습이 비루하여 견딜 수 없으니 무전승뢰(다케다 가츠요리)를 반드시 사로잡아 무릎을 꿇려야겠군.”
“저도 변명할 길이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다못해 가신들을 돌려받으려는 움직임만 보였어도 제가 주인을 거슬렀겠습니까?”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배신하였다고 말하는 사나다 마사유키를 노려보니 놈도 양심에 찔렸는지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한심한 노릇이지만 놈의 정보는 아주 중요하다.
이제 책임을 질 놈의 목록을 작성하고 살생부를 가동할 시기이다. 하지만 놈의 발언 중에는 큐슈 공격의 핵심 장수인 히데요시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실세가 있는지 궁금하여 질문을 하였다.
“그럼 궁금한 점이 있다네. 등원 등길랑(히데요시)은 대체 무슨 인물인가? 자네의 말에는 등원 등길랑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데 그러한 자가 주장(主將)을 담당하다니?”
“후지와라 토키치로 말입니까? 저도 그놈이 어찌하여 장수가 되었는지 영문을 알 길이 없습니다. 능력이야 좋지만 다케다 24장에 속한 다른 이들이 즐비한데 후지와라 가문의 양자가 될 이유가 없어서 늘 궁금해하였지요.”
지금 뭐라 했지? 양자가 될 이유가 없어? 일본의 실세와 연관되어 있는 놈이 아니었어?
이이도 궁금하게 생각했는지 괜히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여기 서애가 말하기를 등원 등길랑은 왜국의 실세와 연관되어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고 했다네. 하지만 왜국의 정세를 잘 알고 있는 자네도 모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군.”
다시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히데요시 놈의 수작이 이상하긴 했다. 오히려 놈은 꼭두각시처럼 줄에 매달린 신세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억지로 이상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
큐슈를 침략하고 나서도 은근히 친밀한 태도를 보였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저절로 손에 땀이 차오르고 등골이 서늘해지자 이이도 나의 표정 변화를 느꼈는지 의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나도 마지못해 내 실책을 인정하려 하였다.
“혹여나 후지와라 가문이…….”
“그나마 한 명이 있습니다. 고셋케(五攝家: 오섭가) 이상의 권위를 쥐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실권도 없는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후원자일 가능성이 있지요.”
“왜국의 정이대장군이 후원자라. 능력은 월등하지만 신분은 미천한 등원 등길랑을 앞세워 실권을 거머쥐어 다시 왜국의 정계를 뒤흔들려 했단 말인가.”
“쇼군 외에는 생각할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 쇼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호한다면 키노시타 토키치로 그놈은 공을 인정받아 방면될 것이며 조만간 아시카가 가문의 일원이 되겠지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나?
만약 사나다 마사유키의 예상이 옳다면 내 실책은 아니게 되겠지만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히데요시가 다시 선봉장 혹은 그에 준하는 장수가 되겠지.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놈의 전략은 효과적이었지만 상대가 이 년을 넘게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준비한 나인 데다가 전쟁에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공세를 취할 시기이다.
사나다 마사유키를 앞세워 주상전하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가장 효율적으로 일본의 결속을 붕괴시킬 수 있는 계획이었다.
“비변사가 소집되기 이전에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간언을 올리옵나이다. 왜장인 진전창행이 아국에 협력하기로 하여 기본적인 전략을 수립하였나이다.”
“참으로 업무가 신속하여 마음이 놓이는군. 비가 계속 내려 마음이 우울해지고 몸이 굳어가던 와중에 다시 활기가 돋을 것 같구나.”
주상전하께서는 이제 30대 중반이 넘어갔지만 아직도 몸이 정정하다. 슬슬 쇠퇴를 걱정할 나와 달리 여전히 삼대운동 900근에 근접한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지금도 20근(12.8㎏)의 소역기로 비막(암 컬)을 실시하는데 이두박근이 꿈틀거리며 옷자락 밖으로 드러날 지경이다.
두툼한 팔을 본 사나다 마사유키의 겁에 질린 시선과 다른 이들이 감탄하는 시선이 교차하였다.
“함선을 총동원하여 각지의 항구를 모조리 부숴 내란을 일으키고 내란이 한창일 무렵 사방으로 공세를 실시하자는 의견이구나. 참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로군. 하지만 진전창행 네놈의 속셈이 훤하게 보인다.”
“제 속셈이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래. 네놈의 마음은 옛 주군을 저버렸지만 가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야. 적장의 목을 베어내듯 상삼(우에스기) 가문의 영토로 상륙전을 벌여 수뇌를 노리자는 의견을 쏙 빼놓았으니.”
소역기가 떨어지며 탁자를 진동시켰고 주상전하의 눈과 마주친 사나다 마사유키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주상전하께서는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무전승뢰와 그의 일가는 효수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직계가 아닌 방계의 어린아이를 가주(家主)로 앞세워 가문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염려하지 말라.”
“하해와 같은 은덕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사용할 수가 없다. 백오십 척에 달하는 수군을 앞세워 항구를 격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 왜변에서 드러난 수가 아니겠느냐. 아국의 함대는 강하지만 물 위에 떠 있다는 약점이 있다.”
하긴 이 전략을 사용하려면 경기수영, 대양도수영, 그리고 외해를 나설 수 있는 모든 수군을 동원해야 한다.
주상전하는 부풀어 오른 이두박근을 주무르며 말하였다.
“적의 수가 분명하다면 아무리 약한 자라도 틈을 노릴 수 있는 법이다. 내가 왜추(倭酋: 왜구 두목)이라면 아국의 수군이 항구를 부수는 틈을 타 경상도에 상륙할 것이다.”
이런 염려도 한 적이 있지만 최종병기 이순신이 있다. 이순신에게 여유분의 함선을 몰아주면 일천 척 정도의 공세는 오히려 박살 내고 역공을 취할 수 있는 법이다.
친구를 치켜 올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의견을 내놓았다.
“주상전하께 아뢰옵나이다. 전라수사인 이순신은 명장 중의 명장임이 입증되었으니 그에게 삼남 일대의 수군을 몰아주어 방비를 일임하시면 왜국의 상륙을 돈좌시킬 수 있사옵나이다.”
“아무리 이순신이라 하여도 선봉대를 꺾어 되돌리는 것에 불과하겠지. 돌아간 왜인들이 내란을 일으킬 가망도 있지만 내란을 일으키지 않고 각지의 분토(糞土: 썩은 흙, 영토의 비칭)를 지키느라 분열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의 대책은 있는가?”
이건 생각하지도 못했네.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각지에서 필사적으로 목숨을 지키려는 놈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격파해야 한다.
승산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겠지만 전선은 한없이 늘어지고 분열한 군대는 사방에서 전비(戰備)를 증액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리라.
결국 조선이 파산하는 결말 외에는 없으니 이이는 고개를 숙이고 말하였다.
“미욱한 신이 부족한 심사로 주상전하의 마음을 어지럽혔나이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 왜추가 심사를 거듭해 보았자 지금 자네들이 계획한 전략을 예측한 것이 전부가 아니겠는가. 그러하면 왜국이 아국의 경상도를 공격한다는 전제하에 전략을 수립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뭔 미친 생각인가 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차피 일본이 쓸 수 있는 수는 상륙을 막거나 두들겨 맞다 못해 발작적으로 쳐들어오거나 둘 중 하나이다.
주상전하는 지도에 바둑돌을 몰아넣으면서 말하였다.
“아국의 함대는 왜국의 항구 몇 곳을 격파하고 바로 돌아오게 한다. 아국의 계획을 잘못 예측한 왜추가 발작적으로 경상도에 상륙한다면 이순신의 수군으로 소모시키고 다시 경상도 일대의 방비를 뚫으며 소모시킨다.”
사나다 마사유키도 나도 이이도 멍하니 주상전하를 바라보는 것 외에 할 수 없었다.
적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병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걸 국가 단위로 적용한다고?
하지만 주상전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적당한 전장을 잡고 일대 회전(會戰)을 벌여 왜추의 주력을 격파한 다음 실낱같은 퇴로만 열고 재집결한 함선과 병력으로 왜병들을 최대한 많이 소모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왜국을 정벌하고 새 주인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20만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할 일본이지만 이번에는 살아 돌아가는 사람이 극히 적겠지.
그렇게 되면 인구가 확충되는 20년 동안, 조선이 조금만 개입하면 40년 동안은 괴뢰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작가의 말
통상파괴전을 예측한 조선을 맞받아치기 위해 기습 상륙전을 준비하는 히데요시입니다.
하지만 기습 상륙전을 예상하고 역으로 상륙한 병력을 다 갈아먹으려는 조선입니다.
물론 그 계획을 현실로 옮길 사람은 유성룡을 제외하고 없습니다…….
민족의 명절인 설입니다. 친척과 만나기도 힘든 시기이지만 뜻깊은 명절 보내십시오. 근육조선은 연휴 기간 동안 휴재하고 연휴 이후 연참으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