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412화
2부 20장 2화 세 명의 군주
돌아오는 길은 이윤범의 대양도 함대를 타고 도성으로 돌아왔다.
대양도 함대를 비롯한 3개 함대가 보이는 모든 항구를 박살 낸 다음에 돌아가니 당당한 승전이나 마찬가지이다.
도성으로 들어서니 십조 거리 한복판에 지방에서 올라온 것이 분명한 선비들이 거대한 도끼를 들고 지부상소, 아니, 지력상소를 실시하고 있었다.
내용이야 더 이상 말해야 무엇 하겠는가.
“전하! 왜인들을 근육 하시옵소서! 분토(奮討: 분노를 삭이지 못하다)하는 이들이 근손실을 마다하지 않고 보인으로 나설 것이옵나이다.”
“비록 날붙이를 다루지 못하지만 왜인을 통제하려면 근육 해야 하는 법이옵나이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곧이어 주상전하께서 나와 이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며 거대한 도끼를 옆으로 내려놓게 하였다.
하나같이 분노에 치밀어 오른 이들이지만 주상전하는 어떻게든 완력으로 제압한 다음 시위를 해산시키는 말을 하였다.
“힘들게 몸을 놀리고 육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근손실이 일어나지 않는가!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 참화를 수습한 이후 근육을 앞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참으로 옳은 말이지. 근손실은 중대한 질병이니 이를 막으려면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요하다.
주상전하께서 근육을 앞세운다는 말을 들은 유생들도 만족한 표정으로 고향으로 돌아갔고 이제 논의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만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친조선파 관료 육성계획으로 핵심 관료가 된 명나라 관리 오유충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만력제를 필사적으로 변호하였다.
“명국 황상께서는 처음에 왜가 육주성을 침략하였음은 곧 명국을 침략하는 것과 같다 여기셨습니다. 따라서 육주성을 복귀하고 조선에 일임하는 대신 왜를 격멸하자 하였사옵니다.”
“처음에는 그리하셨는데 어찌하여 폐허가 된 육주성을 할양하기로 정했단 말인가.”
“명국의 신하들이 왜와 아국이 내통하여 육주성을 양분할 마음을 품었다 하며 한사코 반대하였습니다. 저희가 반박하였음에도 자진(自盡: 자살)을 불사할 기세로 간언을 올렸사옵니다.”
“아국이 왜와 내통하여 육주성을 양분한다 하였는가? 그러하면 대내씨(오우치)의 배반과 그로 인한 은광의 폐쇄는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는가? 설마 아국이 대내씨와 협력해 약간의 은자를 얻어낸다고 상국을 기만한다 말하였는가?”
주상전하께서 혀를 끌끌 차며 말하자 오유충이 머리를 계속 조아리며 사죄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이쯤 되면 조선 신하인지 명나라 신하인지 알 길이 없을 지경이다.
확실한 건 명나라 조정의 대세인 친조선파 관료들도 격렬한 저항에 밀려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였다.
오유충이 묘사하기를 정말 혀 깨물고 죽을 기세라서 함부로 정쟁을 벌일 수 없었다더라. 심지어 한 명은 죽었네?
“이전 육주성 포정사로 부임한 섭몽웅이 유서를 남기고 동창 옥중에서 자진하였습니다. 그가 탓하기를 조선이 육주성을 보름 만에 격파한 십만 대군을 막아낸 것은 미리 내통한 일이라 하였사옵니다.”
“육주성을 온전히 통솔하고 간자들이 침공할 경로를 막아냈다면 모를까. 막대한 실책을 저지르고 극형을 받을 일이 두려워 자진한 것이 분명하거늘!”
“하지만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법이옵니다. 조정 관료들은 이번 기회를 틈타 조선과 친한 관료들을 압박하며 황상의 마음을 돌리려고 결집하였나이다.”
아무리 신뢰를 받는다 하여도 나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말 한 몸이 되어 죽음을 불사하면 함부로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어진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기세로 나서면 머릿수가 많은 쪽이 유리한 법이니까.
평상시라면 몰라도 서로 죽음을 각오하고 탄핵하면 다수의 명나라 관료들이 소모전을 벌여 소수인 친조선파 관료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오유충의 말이 끝나자 주상전하께서도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더욱이 황상께서 큰 뜻을 품으셔서 미욱한 신을 비롯한 이들에게 뜻을 이행하라 하였으면 한사코 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황상께서는 며칠 동안 정무에 임하시다 다시 칩거하시었고 아무런 뜻도 받들지 못하였나이다.”
“그래. 황상께서 삼 년 동안 칩거하면서 국정에 참여하지 않으셨는데 신료들이 어서 국정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반발을 했다 여길 수 있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황상께서는 칩거하시기 직전 왜가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열려고 육주성을 침공한 것이라 말씀하셨나이다. 하지만 조정 관료들이 말하기를 재침(再侵)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가한 일이라 하였사옵니다.”
“처음부터 정무에 나섰다면 육주성의 방비를 더욱 튼튼히 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이런 말을 하였다면 당장 목이 날아갈 기세이니 차마 말은 못 하고 반박만 하는 셈이로군.”
만력제가 태업을 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정무에 임했다면 헤쳐나갈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삼 년 동안 태업을 하였기에 황명을 하나하나 내릴 의지력이 없었던 거다.
결국 이번 사태는 조선, 명나라 관료 그리고 만력제 모두 패배하였다. 조선은 엉망이 된 육주성을 할양받았고 명나라 관료들은 영토를 눈 뜨고 날려 먹었으며 만력제는 조선을 위해 돈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주상전하는 여기에 한마디를 보탰다.
“그나저나 황상께서도 혜안이 대단하시군. 정명가도를 열려고 침략하였다는 혜안을 드러내시어 끝끝내 신료들의 입에서 재침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시다니.”
뭔 혜안이라는 소리가 나오나.
다들 주상전하께서 영문도 모르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일본 놈들이 임진왜란 한 번으로 정신을 차리지 않고 정유재란까지 일으켰지.
여기서도 일본 놈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주상전하께서도 이를 염두에 두시나 보다.
오유충이 다시 고개를 숙이자 주상전하께서는 한숨을 쉬시더니 필요 물자를 작성한 서류를 내주셨다.
“조만간 왜가 어떠한 행동을 보일지 모르지만 새로 영토로 할양받은 육주성에 필요한 물자의 목록을 작성할 것이니 남경 일대에 머무는 아국의 병사들이 이를 구매할 것이네.”
“별다른 힘이 되지 못하여 참으로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무슨 말을, 덕분에 명국의 상황에 대하여 면밀히 알 수 있었으니 기쁜 일일세. 그만 여독을 풀고 좋은 대접을 받다 돌아가게나.”
신료들도 주상전하도 서로 한숨만 내쉬고는 눈빛만 주고받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잘만 하면 좋게 돌아갈 수 있는 일이 만력제의 태업 탓에 헝클어져 버렸으니까.
“새로운 강역이 된 육주성의 정비 방법을 논의하도록 하지. 유성룡 자네가 보기에는 육주성의 백성들이 전화(戰火)에 시달렸으니 하주도 백성들을 이주시키자는 방침을 취하자 하였는가?”
“그러하옵나이다. 다른 방책을 강구하였으나 신의 부족한 재주로는 도저히 해결할 방도가 보이지 않았으니 불가한 일이었습니다.”
부족한 재주가 아니고 다른 방법이 있으면 어디 한번 말이라도 해보시게.
인구는 명나라 통계 기준 40만, 실질적인 추산치는 65만 명에 달하고 어린아이까지 합치면 80만에 달하는 육주성이다.
난민으로 집계된 사람만 따져도 20만이고 여기에 구마모토를 비롯해서 남부 지방 각지에 피난민으로 10만이 추가된다. 도합 30만 명이 떠돌이 신세가 되어버린 꼴이다.
김명원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서더니 간언하였다.
“신이 보기에는 육주성의 난민 가운데 장정을 선별하여 병사로 징집하면 나쁜 일이 아니라 여겨지옵나이다. 일만 오천의 정병과 그에 대응하는 보인을 징집하여 항왜(降倭: 항복한 왜인)인 대우종린(오토모 소린)에게 내리시옵소서.”
“대우종린을 시켜 배반을 일삼은 대내씨를 징발하자는 말인가. 그러하면 육주성의 분쟁을 막으며 대내씨를 징벌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들어가는 자금과 소모되는 비용을 생각해 보세.”
대충 계산해도 손해만 막심해 결사반대라고 말하려 했지만 주상전하도 기본적인 지식은 있으니 눈을 굴리다가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나 보다. 내 계산과 마찬가지로 주상전하께서도 반대하였다.
“왜인은 병장기를 전장에 나설 때 지급하니 삼만의 장정에게 병장기를 지급하면 은자 사십오만 냥이 소모되며, 이들의 급료로 일 년에 삼십만 냥이 소모되지. 더군다나 이들이 농사를 지으면 최소한 사십오만 석을 거둬들일 수 있다네. 손해가 너무 크군.”
“신의 미욱한 견해가 주상전하의 심기를 어지럽게 하였나이다.”
“하지만 그릇된 말은 아닐세. 왜인들은 싸우길 좋아하고 전쟁에 나서서 군공을 세우기를 바라고 있으니 이들의 호적을 작성할 때에 병졸을 엄선하는 방법이라 하면 잘 따를 것이네.”
출세하려고 호적 이전에 군적(軍籍)에 이름을 올리려는 사람들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노선을 변경하니 잘된 일이다.
김명원 이외에는 다른 이들이 나서지 않자 주상전하께서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주도의 백성 십만 명을 전라도와 충청도 일대 간척지에 투입하여 혼란을 방지한다는 방책 외에는 없군. 하주도의 백성들을 아국의 백성으로 받아들일 것이니 이를 신속히 시행하도록.”
결국 내가 택한 방법 외에는 따로 대책이 없겠지.
전라도 일대의 간척지에 사람을 보내 미리 백성들을 받아들이라 하고 조정에서 각종 지원물품을 선별하는 와중에 다른 사신들도 도착했다.
정확히는 명나라 사신과 마주치지 않게 외해에서 보름 정도 머물고 있던 스페인 사절단이 도착했지.
사절단의 대표는 후안 마르티네스 데 레칼데라는 귀족이다.
그는 조선의 예절 대신 서양의 예절대로 무릎을 꿇어 인사를 올리고 국서를 높게 들어 올렸다.
“펠리페 2세 전하께서는 3년 전 실정으로 인한 분쟁을 촉발하였음을 인지하셨으나 내부의 전쟁 때문에 다른 의견을 전하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사절단을 보내셔서 당시의 일을 사과하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뜻을 품으셨습니다.”
“실정을 일으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였어야지 일이 끝나고 삼 년 뒤에 논의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혹여나 조정에 장계가 올라가고 처리되는 데 일 년이 걸리기라도 하나.”
“소식이 전해지는 데 여섯 달, 다시 막대한 정무를 처리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데 여섯 달, 그리고 중간에 벌어진 저지대와의 분쟁(네덜란드 독립 선언)으로 전쟁의 불길이 치솟으며 중단되기를 이 년이 걸렸지요.”
옆에 반쯤은 조선 사람이 된 세스페데스가 틀린 말은 아니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하기를 스페인의 왕 펠리페 2세는 심각한 업무 중독자에 저지대라 불리는 네덜란드와의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였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전쟁이 중단되고 다시 업무로 돌아온 펠리페 2세께서는 조선과의 분쟁을 일으킨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 하시며 직접 사절단을 파견하기를 촉구하셨습니다.”
“목적이 사과 하나라면 말이 안 되는 소리로군. 군함 다섯 척과 징집한 상선 여섯 척이라면 어린아이도 무슨 뜻을 품었는지 알 것이네. 아국에 사로잡힌 포로를 돌려받고 싶은가.”
“포로 한 명당 오십 두카트, 조선에서 즐겨 사용하는 은자로 따지면 육십 냥에 달하는 몸값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여기에 이들의 식대와 위병의 봉급을 더하여 은자 구십 냥을 드리겠습니다.”
몸값치고는 조금 싸다.
아마 사로잡힌 포로 1,500명 모두의 평균 몸값을 따져서 90냥이라 했겠지만 조선에 있는 포로는 원정대 소속 정예병 300명만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몽골로 팔려간 포로들도 사올 걸 그랬나.
포로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기술이나 전략을 대부분 얻어낸 상황이라 싼값에 돌려보내도 되리라.
하지만 주상전하께서는 더 얻어낼 것이 있다는 듯이 앞으로 몸을 숙이며 말하였다.
“아국에 있는 포로는 모두 병졸이며 뛰어난 용력을 가진 이만 엄선하였으니 한 명당 은자 일백이십 냥을 내놓게. 그리한다면 다른 뜻을 들어볼 용의가 있군.”
“머나먼 동방에도 올바른 뜻이 있으니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하면 펠리페 2세 전하께서 전하신 국서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혹여나 뜻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 수 있으니 자네들의 말로 읽게나.”
한글로 번역한 국서는 번역한 사람이 현지 실정을 잘 알고 있으니 맘대로 수정할 수 있지.
원본에서 거만한 태도를 보이면 당장 두들겨 패고 내쫓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로 시작된 국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하였다.
-머나먼 동방의 강국 조선(coree가 아닌 된소리를 재현한 djosen)에 대하여 무책임하게 저지른 실책을 사과하고자 하니 이를 받아들여 달라.
-조선은 강대한 국가임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현장의 관원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조선의 동맹국을 공격하였다.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두 지휘관과 최종 책임자인 모스구즈만 주교를 파면하였다.
-앞으로 무역을 재개하되 배상금을 대신하여 향후 5년 동안 인삼의 가격을 2할 증액하여 사들일 예정이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5할까지 증액하여도 좋다.
올바른 사과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본국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중징계로 하였으니까. 사과라고 해놓고 생색내듯이 ‘ㅅ’이라 보내는 짓이 아니다.
충분한 자금으로 환심을 산 뒤에 무역을 재개하자 했지만 잘못한 쪽이니 조선에 칼자루를 쥐여준 격이다.
다른 사람들은 대주교의 파면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세스페데스는 이를 제대로 해석해 주었다.
“조선으로 따지면 성균관 대사성을 파직한 상황이옵나이다. 나머지 지휘관은 각기 병조판서와 내금위장 정도의 직책이지니 이들 모두 파면당한 것이옵나이다.”
“하지만 파면만 하고 바로 복직시켰을 가망도 있지 않은가.”
일시적으로 파면했거나 아예 먼 나라의 일이니 모른답시고 오리발을 내밀 수도 있지.
하지만 후안 마르티네스는 우리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저으며 답하였다.
“이들이 파면되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심지어 베르나르 루이 발레타는 귀국한 직후 병사 하였으며 나머지 둘도 직책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를 확인할 방책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건 펠리페 2세가 백기를 들고 항복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 유럽 전체에서는 강대한 국가 조선이라고 온갖 미사여구를 붙인 채 자신의 패배는 정당한 일이라고 항변을 하겠지.
오만함으로 칼을 들이댔다 두들겨 맞았지만 이걸 기회로 삼아 아예 조선을 우호국으로 만들려는 속셈이다.
이쯤 되면 주상전하도 마음이 돌아갈 법했지만 아직 국서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약의 내용이 더 있습니다. 정확히는 향후 맺을 조약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사과를 하고 무역을 재개하자 했는데 뭘 더 하겠다고?
하지만 뒤이어 나온 이야기를 듣자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업무에 중독된 격이라 했는데 철두철미한 수준을 넘어섰다!
-누에바 에스파냐(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와 조선 식민지 간의 영토 분쟁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일단 조선의 영토가 온전히 정해지지 않은 터, 서부 해안을 기준으로 20리그(84㎞), 조선 거리로 200리까지 조선의 영토라 여기겠다.
-분쟁을 항구히 피하고자 하니 영토에서 20리그 떨어진 거리를 조선의 영향권으로 규정한다. 추후 조선에서 사절단을 보내 영토를 명확히 규정하는 조약을 맺기를 원한다. 양국은 추후 맺을 조약을 항구히 지킬 것이다.
“보시다시피 사절단을 파견한다면 두 명의 처벌에 대한 상세를 조선 관원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게 아닙니까. 펠리페 2세께서 품으신 뜻이 이렇게 간절하지 않습니까.”
“지금 아국의 강역이 얼마라 하였지? 미주에서 아국이 얼마나 먼 거리까지 영향을 행사하고 있나? 내가 알기로는 해안에서 기껏해야 이백 리를 오가는 것이 전부라 하였는데.”
“간혹 금광을 비롯한 탄광을 찾아내기 위해 나서는 범위가 삼백 리에 불과합니다.”
지금 조선은 미대륙에 고작 삼만 명, 아마 지금쯤은 사람이 좀 더 늘어서 육만 명에 불과한 사람들을 보내놓았다.
하지만 펠리페 2세는 이 소도시 몇 개를 기준으로 조선에 통 크게 영토를 할양하였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들으면 기분이 매우 나쁘겠지만 이쯤 되면 주상전하도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못 배길 지경이다.
펠리페 2세가 보낸 국서가 수납되었고 양 국가의 조약이 채결되었다.
하지만 주상전하께서는 아직 생각해 둔 수가 있는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