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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08화 (408/573)

근육조선 408화

2부 19장 8화 해상군신(1)

정신없이 흔들리는 전라수영의 판옥선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가 있었으니 격꾼들이었다.

하나같이 상반신에 근육이 넘쳐나는 격꾼들은 온몸에서 김을 피우며 전력을 다해 노를 저었다.

“똑바로 서서 노 저어! 여기서 물길에 밀려가면 왜놈들에게 빨려 들어가는 신세 된다고!”

“이런 염병할! 울돌목에서 훈련할 적에는 미쳤다 생각했는데 여기가 울돌목보다 더한 것 같구먼! 뭐 이딴 동네가 다 있어! 왜 우리는 이런 장소만 오는 거야!”

“여기는 해류가 똑바로 흐르지만 울돌목은 해류가 소용돌이치니 더 하지! 여기도 만만치 않은 동네니까 단단히 노 잡고 정신줄도 똑바로 잡으라니까!”

“씨부럴! 고기를 마음껏 준다고 격꾼에 응하는 것이 아니었어! 고기가 다 뭔 소용이야!

격꾼들이 애달프게 노를 움직이건 말건 판옥선은 여섯 번째 망루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7노트(13㎞)에 달하는 격류가 일본 방향으로 흐르는 가운데 판옥선은 다시 사방으로 뒤흔들리며 제자리를 유지했다.

“세총(洗銃) 끝났어! 바로 장전 시작하자고!”

화포장의 지시가 따로 내려지지 않아도 세 명의 병사들은 알아서 화포를 장전하기 시작하였다.

도화선 대신 아주 가느다랗게 별응법(코닝)을 적용한 흑색화약을 넣은 뒤 깨끗이 청소된 화포에 갈색 화약을 밀어 넣었다.

“다음 목표는 약 일천오백 자(520m) 거리이다! 상방으로 약 일백이십 자(42m)!”

“다음 망루가 일천오백 자 떨어져 있다 하신다! 상방으로 일백이십 자!”

“생각보다 조금 가까운데. 조금 전에 일천육백 자 거리를 쏴서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으니 한 개와 사 분의 일을 빼면 되겠어.”

갑판 위에서 다음에 사격할 망루의 대략적인 거리를 산출한 이순신의 명령을 들은 장졸들은 알아서 작은 대나무 칼로 갈색화약을 잘라가며 사표에 의거한 정밀한 화약량을 산출하였다.

이순신의 노력은 갈색화약의 형태도 변화시켰다. 비록 19세기처럼 구멍을 뚫어 연소속도를 최적화하지는 못했어도 코닝이 끝난 화약에 빗금을 새겨 최적화된 사용량을 계산할 수 있게 하였다.

쉴 새 없이 기우뚱거리는 갑판에서 고작 2분 만에 장전을 마쳤으니 조선 전체를 찾아봐도 견줄 수 없는 숙련도였지만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순신 휘하 수군이었다.

“조금만 더 왼쪽으로! 왼쪽으로 아주 약간 더! 약간 더 위쪽으로!”

일반적으로 화포를 쏠 때에는 불붙은 화승(火繩)을 감은 막대를 점화구에 밀어 넣어 점화한다.

하지만 화포장이 들고 있는 화승막대에는 동그라미와 십자가 형상의 철물이 있어 불을 붙이는 용도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 화승막대는 원시적 형태의 조준기였다. 흔히 권총이나 소총에 달리는 기계식 조준기와 유사한 물건이었으니 화포 위에 얹어 방향과 각도를 조절하기에 적합했다.

한참을 화포와 씨름한 화포장은 각도를 정확히 잡고 손짓을 보내 병사들을 물러나게 했다.

“조준 완료! 제발 틀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알아서 잘 움직이겠지요! 저희는 물러나겠습니다!”

격꾼들이 사력을 다해 노를 저은 덕분에 판옥선의 각도는 뒤틀어지지 않았지만 거센 물결을 역행(逆行)하며 수많은 와류가 생겨났다.

덕분에 평저선인 판옥선의 갑판은 평범한 사람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요동쳤다.

“지금이다!”

수직으로 마구 움직이는 배 안에서 조준기의 조준선과 각도가 일치한 순간 화포장은 줄을 잡아당기며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줄 끝에 매달린 치륜(齒輪: 톱니바퀴)이 당겨지며 부싯돌이 세차게 내리꽂혔다.

화포의 점화구에 달린 물건은 조선에서 나팔총이라 불리는 수석(燧石)식 권총의 점화장치를 열 배 정도 키운 거대한 장치였다.

이순신은 새의 부리와 닮았다 하여 훼(喙), 쇠부리라 부르는 물건이었다.

-투쿵!

배는 화포가 발사된 직후 세차게 뒤흔들렸다.

심지를 사용해 점화했다면 5초가 걸려 허공으로 날아가고, 화승막대를 들이밀어 점화했다면 3초가 걸려 해안의 모래밭을 타격했을 포탄이지만 부싯돌을 사용한 점화장치는 원하는 순간 발사할 수 있었다.

“명중탄 없습니다! 죄다 지근탄!”

“그게 무어가 대수라고! 어차피 다음 사격에서 명중탄 반드시 나온다! 조금 짧은 것 같은데 팔 분지 일만 더 넣으면 충분하겠군!”

망루 근처의 숲에 떨어진 탄환 자국을 망원경으로 확인한 화포장은 다시 이를 악물며 거리를 산출하고 각도를 조절하였다.

이윽고 두 번째 일제사격이 날아가자 한 발이 망루 상부를 타격했고 화약 더미에 꽂혔는지 폭연이 치솟았다.

“다음 목표는 약 일천구백 자(660m) 거리이다! 상방으로 약 일백십 자(38m)!”

“다들 들었지! 이번에는 화약 조금 더 넣는다! 벌써 세 번째 망루라고!”

“지옥 같은 훈련을 견딘 보람이 있습니다!”

훈련이라는 말이 나오자 화포장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자연스럽게 장대(將臺)로 시선이 올라갔다.

만약 이번에도 명중탄이 나오지 않았다면? 전라수사 영감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그래! 훈련을 받느니 적을 죽여서 전공을 쌓자! 포상으로 휴가가 나온다고!”

전공을 쌓으면 포상을 후하게 내리고 전공이 부족하거나 훈련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기준으로 제대로 된 장졸이 될 때까지 훈련을 거듭하는 이순신이다.

명장 아래 약졸 없다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적용되는 상황이지만 지옥 같은 훈련이라는 말이 나오자 다들 악다구니를 품으며 망루를 노려보았다.

한편 이순신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음 망루를 바라보았다.

“자헌(김지의 호) 영감께서 쇠부리를 만들어 주신 보람이 있구나. 이제야 뭍에서 쏘는 화포의 절반 정도를 따라왔군. 이 정도면 차고 넘친다.”

이순신이 수군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이어진 연구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물살에 요동치는 배 위에서 아무리 화포의 각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뭍에서는 기반이 온전하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화포를 쏠 수 있지만 배 위에서는 근처에만 닿아도 충분하다 여기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김지는 화포를 요동치지 않게 만들면 충분하다며 늑철(판스프링)을 엮은 포가(砲架)를 만들었지만 시험해 본 결과 쓸모가 없었다.

-투쿵!

다시 망루 인근까지 날아간 탄환을 본 이순신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조준 이후 발사까지 조금의 지체도 없으니 악간의 흔들림을 제외하면 사표에서 정해진 대로 화포가 날아가기 마련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모든 병졸들이 수양근을 들 수 있으면 화포도 들고 쏠 수 있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장졸 가운데 진양근을 달성한 이가 두 명밖에 없지 않은가.”

“그거야 이론상 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하성군 대감에 버금가는 이 네 명이 필요합니다.”

“훗날이 되어 아국이 더 번성하면 모르겠어. 지금이야 쇠부리를 전군에 적용한다면 참으로 좋겠지. 대양을 거닐면서 마음대로 화포를 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일…… 은 아니겠군.”

한 발의 화포가 침묵한 것을 확인한 이순신은 수염을 쓰다듬고 망루까지의 거리를 산출하였다. 쇠부리는 효과는 좋지만 내구성이 부족하기에 간혹 부서지는 녀석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쇠부리는 얼마든지 있다. ‘화포를 더 정확히 쏜다고!’라는 말을 내뱉은 김지는 정신없이 쇠부리를 찍어냈고 이미 전라수영 전체가 쓰고도 남을 쇠부리를 갖춘 뒤였다.

서서히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조류의 방향이 거세게 변하여 조선군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였다. 최홍에게 들은 대로면 적의 수군은 조류가 자신에게 유리해질 무렵 일제히 진군하여 해협을 방어한다 하였다.

이순신은 먼바다를 확인하고 다시 명령을 하달하였다.

물살이 변하고 망루가 부서진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드디어 적의 수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은 좁은 해협을 통과해 정신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적도들이 몰려온다! 물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뒤로 움직여라! 서로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고 간격을 유지하라! 적선은 약 이백여 척이며 전열에 스무 척이 몰려온다!”

“적들이 상류로부터 조수를 타고 몰려오고 있습니다, 전방에 판옥선보다는 부족해도 거대한 대선(아타케부네: 安宅船) 여러 척이 있으니 마치 산이 내리누르는 것 같군요!”

“저게 산이라 하였는가? 내가 보기에는 흙탕물인데. 대장선과 나머지 두 함선이 전열에 나서 적도를 분열시킬 것이다! 산개하여 포격으로 적을 궤주시킬 준비를 마쳐라!”

나머지 두 함선을 선정하던 이순신은 잠시 고민하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두각을 드러내는 이억기와 이운룡의 함선에 깃발을 흔들어 지시를 보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잘 키우면 그럭저럭 앞가림은 할 장수들이다.

* * *

이순신의 전라수영 함대는 기묘한 포진을 취하였다.

해협의 폭이 1.5㎞까지 넓어지는 장소 정중앙에 단 세 척의 판옥선이 품(品) 자의 진형을 취하고 나머지 함선은 후방으로 도열하였다.

“저놈들의 몰골을 보십시오! 우리 함대에게 질겁해 단 세 척만 앞에 나섰습니다. 이대로 이백 척으로 들이밀어 놈들을 박살 냅시다!”

“단 세 척만 앞으로 나섰다 했는가. 그래? 그렇게 볼 수도 있군.”

큐슈 원정군 4군 지휘관인 구키 요시타카는 조선 수군이 침략했다는 급보를 받고 보급 임무를 뒤로한 채 해협 방어를 위해 배정된 200척의 군선에 합류하였다.

이미 박살 난 일곱 개의 망루를 확인한 구키는 잠시 생각하다 이순신이 자리 잡은 장소를 확인했다.

해협의 폭은 넓지만 물골이 깊지가 않다. 정중앙에 위치한 세 척의 함선은 아마 좌우로 포격을 날려 모든 함선을 사정권 내에 둘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오한이 치솟아 올랐다.

적은 도저히 뚫을 수 없을 것 같던 망루를 차근차근 분쇄하고 있었다.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들이 저렇게 차분하게 나설 이유가 있나? 해적으로 살아온 그의 본능은 사정없이 경고를 보냈다.

“나는 보급 임무가 우선이니 지휘를 자네에게 일임할 생각이네. 와키자카(와키자카 야스하루) 자네가 이번 전투를 하면 어떻겠나? 적을 분쇄할 방법이라도 있나?”

“일제히 달려들어 포위하고 불화살을 날리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이백 척이고 적은 서른 척! 그마저도 세 척만 앞에 나와 있습니다! 아이들도 날붙이를 들고 이백 명이 뭉치면 장정(壯丁) 셋을 무너트리는 법이지요!”

“알겠네. 나는 고바야부네 한 척을 빌려 돌아갈 것이니 자네가 이 니혼마루(日本丸)를 지휘하면 더욱 좋겠군. 내가 다케다 어르신의 지시를 받아 만든 물건이지만 대장선으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일세.”

날붙이를 패용한 아이 이백 명이 장정 셋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구키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적은 장정이 아니다. 아마 조선 북쪽의 산에만 산다는 산군이리라.

한참의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구키가 지시한 몇몇 함선들이 자리를 비워 이백 척의 규모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호왈(과장)하여 이백 척이라 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점점 조류가 거세지는 와중에 와키자카는 칼을 휘두르며 명령을 내렸다.

“전열 돌격! 해류를 타고 놈들을 포위하라!”

구키가 넘겨준 니혼마루는 4군의 규모에 걸맞은 초대형 아타케부네였다.

조선 수군의 전열에 나와 있는 세 척의 함선보다 조금 더 거대한 녀석이니 위엄 하나는 넘쳐 이미 전열은 물론 2열까지 45척의 함선이 해류를 따라 움직였다.

“끄아아아아악!”

“지금 뭔 일이 일어났나! 갑자기 아타케부네가 왜 멈춰!”

적과의 거리는 육백 보(일본 거리기준 720m)에 달하였지만 한 척의 아타케부네가 포탄을 얻어맞고 멈추었다.

본래 조선 수군이 화포를 쏘면 사백 보(480m)에서 명중한다 하였는데 어찌 된 일인가.

하지만 포격은 끝날 줄을 몰랐다.

“계속 두들겨 맞습니다! 진격을 포기한 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적이 화포를 쏘면 필중(必中) 합니다! 놈들이 대체 뭔 수를 썼는지!”

“세 척 중에 한 척만 나와서 화포를 쏘잖아! 머저리 새끼들아! 달라붙으라고! 달라 으아악!”

니혼마루가 거세게 요동치고 갑판 아래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눈을 돌려 확인해 보니 두툼한 삼나무 판자에 구멍이 뚫려 있고 아래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

서반아 상인에게 비싼 값에 구입한 망원경으로 적을 본 와키자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격류 속에서…… 제자리에서 함선을 빙글빙글 돌리며 화포를 쏜다고? 제정신이야?”

평저선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수 있다 하였지만 이런 격류에서도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신기(神技)에 달한 격꾼들이 명장 아래에서 펼칠 수 있는 조함술이다.

더군다나 배가 잠시 멈추거나 속도가 늦어지는 순간마다 화포가 불을 뿜으며 이는 철저히 속도가 빠르고 가장 가까이 접근한 배를 타격하였다.

와키자카는 순간 본영으로 복귀한 구키를 찾으려 하였으나 이 자리의 지휘관은 자신이었다.

해류가 점점 거세지니 유리해 보였지만 전혀 유리하지 않았다.

해류를 거슬러 오를 수 없으니 거대한 산군의 아가리로 밀려드는 토끼처럼 이백 척의 일본 수군은 이순신의 진형으로 밀려들었다.

“당장 돌격해! 더 많은 수가 돌격하면 저놈을 죽일 수 있다! 저놈을 죽이지 못하면 우리 수군이 몇 척이 되었던 모조리 몰살당한다!”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명령은 일제 진격 명령이었다.

적의 속도가 아군보다 빠르니 이대로 배를 돌려 도망간다 하여도 격류를 역행하다 뒤통수를 맞아 몰살당하리라.

* * *

“좌측으로 함선을 돌려라! 우현 갑판 장전을 실시하라! 정지! 전방에 오는 적의 중선(세키부네)을 향하여 화포를 일제 발사!”

이순신의 명령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적의 침로(針路)와 속도를 역산하여 함선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적들을 우선적으로 분쇄한다. 보통 장수라면 손이 어지럽고 머리가 혼란하여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순신은 여유가 넘쳤다.

“다시 우측으로 급선회! 셋을 크게 세고 제자리에 멈추어라!”

갑판 아래로 이어진 대나무 관으로 소리를 치면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니 편했다. 혼선을 막고자 대나무 관을 손으로 막은 이순신은 다시 고함을 치며 지시를 하달하였다.

“좌현 갑판! 함선이 정지한 이후 전방에 나타날 다섯 척의 적선 중 가장 후미의 적을 공격하라! 나머지는 이미 한 발 얻어맞아 속도가 둔해졌다! 느려진 적은 이경수(景受: 이억기의 호)에게 일임할 것이다! 지시를 전달하라!”

이순신이 젊은 군관 시절. 머나먼 북방의 빙해(오호츠크해)를 거닐던 시절에 몇 번이고 경험한 일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진상품인 북방해우(스텔라 해우)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거센 파도와 유빙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바다 위에 멋대로 떠다니며 배를 무너트리는 유빙과 견준다면 적의 움직임은 느리고 너무 쉽게 드러났다. 가장 위험한 상대부터 하나하나 격멸하면 모두가 나서지 못하는 법이니까.

“이 수사께서 다시 함선 두 척을 격파하였습니다!”

“역시 떠먹여 줄 필요는 없는 사람이라니까. 저 정도 재주는 가져야 군문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법이네.”

이억기도 어린 나이에 필사적으로 이순신을 따라가려 끝없는 노력을 하였지만 이순신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소질이 있는 군관에 불과하였다.

삽시간에 수십 척을 침묵시킨 이순신은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적의 대선(니혼마루)을 노려보았다.

“이백 보(320m) 진군한다. 적은 떠먹여 줘도 못 먹는 둔한 놈이니 미끼를 앞세워야겠지.”

만약 적이 평범한 장수라면 최대한 해안으로 달라붙어 아슬아슬하게 배를 움직인 뒤 사방에서 포위할 것이다.

하지만 적은 그저 머릿수만 믿고 있었는지 형편없는 장수였다.

그렇다면 스스로 포위당해 적을 격멸하면 충분하리라. 스스로 품(品)자 진형에서 앞으로 나선 이순신의 판옥선은 천천히 적진 한복판으로 나아갔다.

#작가의 말

김지와 이순신의 합작인 쇠부리는 본래 역사에서 Gunlock이라 불리는 물건입니다. 플린트락의 크기를 잔뜩 키워서 화포 용도로 개량한 물건이지요.

개발 자체는 17세기 말에 되었지만 제법 비싼 녀석이라 실전에서 쓰인 것은 18세기. 이후 트라팔가 해전에서 영국 함선 전체가 이 녀석을 사용했습니다.

수직으로 사정없이 요동치는 함선에서 조준과 격발을 일치한 덕분에 영국 해군은 훨씬 많은 유효타를 프랑스 전함에 꽂아 넣을 수 있었고 이는 결정적인 승리 요인이 되었습니다.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annon_lock_18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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