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393화
2부 17장 9화 사상최강의 관찰사(1)
“내 머리가 아둔하다지만 손자병법은 옛적에 익혔고 사서삼경과 무경칠서 또한 재작년에 완독하였다. 아직 배움이 부족하지만 배움의 길에 발자국 하나만 내놓고 충분하다 여기니 측은지심이 드는구나.”
고란은 무과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재작년에 실시된 무과에서는 처참하게 탈락하였지만 아마 재활훈련을 하면서 병서를 더 읽어 머리가 굵어졌나 보다.
배정된 역관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고란의 유식한 척을 무네시게에게 전하였다.
녀석의 둔한 머리를 생각하면 몇 년이 지나도 무과 합격이 불가하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한껏 거드름을 피우고 싶었으리라.
저 뒤에서 남상정이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그걸 모르는 고란은 다시 거들먹거렸다.
“심지어 너희들은 명국 향시에 응시할 것인데 무경칠서는 기본이고 십서(무경칠서에 손빈병법, 장원 그리고 삼십육계를 더한 것)는 익혀야겠구나.”
“하지만 시일은 촉박하고 출세의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무관으로 힘을 쓰려면 정말 필요한 지식만 익히면 충분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필요한 지식이라 하였느냐? 네가 항적(항우)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지식을 논하는 자리에서 항우에 빗대면 모욕에 준하는 말인데 일본 출신이라도 항우는 아는지 무네시게가 눈에 불을 켜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고란은 그 기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목발을 집어 던지고 손을 쥐락펴락하면서 답했다.
“저를 항적에 비유하시다니 참으로 대단하신 분입니다. 이렇게 모욕을 당하였으니 저 또한 물러설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대퇴근이 상하여 얼마 동안 절름발이가 되었지만 너 정도는 손쉽게 이길 수 있겠구나. 관찰사 영감께서는 대련을 허하여주십시오.”
대련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한 녀석이 튼튼한 목검 한 자루와 도끼 대용으로 쓰라는 듯이 두꺼운 육모방망이 두 자루를 가져왔다.
분위기가 이러니 대련을 허가했는데 무네시게는 주변을 돌지 않고 목검을 잡은 채 똑바로 걸어왔다.
“제가 다리를 다치신 분에게 무례를 범할 수 없으니 정정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강한 상대에게 정정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지식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이 멍청한 녀석아!”
다리를 절뚝거리던 고란이지만 육모방망이를 잡기가 무섭게 전신을 튕기며 앞으로 돌진하였고, 무네시게는 순간적인 돌진에 반응하지 못하고 검을 들어 육모방망이를 막아내려 하였다.
하지만 단 세 번의 육모방망이질을 받아내자 목검에 금이 가며 자세가 무너졌고 고란의 몸통박치기에 몸이 날아가 흙바닥에 뒹굴고 말았다.
통증이 올라오는지 허벅지를 부여잡은 고란은 얼굴을 찌푸린 채 답하였다.
“이게 너와 나의 차이이다. 사서삼경을 외워 기반을 만들고 무경칠서를 익혀 지식을 축적하며 입신체비를 기반으로 한 훈영제식법으로 몸을 단련한 결과물이다. 나도 네 나이 무렵에 몸을 단련해 서른이 될 무렵에 결실을 맺었지.”
고란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는지 사람을 불러 다리를 찜질하였는데 아직도 뒤틀린 대퇴근이 회복되지 않았다. 부상으로 울퉁불퉁한 다리를 본 제자들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였다.
“무인의 생명은 다리인데 심한 부상을 입고 저런 동작을 취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들 싸우는 방법은 알고 있으니 다리를 다치면 신체 능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손아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목검을 놓지 않은 무네시게가 벌떡 일어나자 고란은 제법 놀랍다는 듯이 허벅지를 주무르며 답하였다.
“근성 하나는 있는 녀석이니 훗날 명장의 반열에 오를지도 모르겠구나. 네 스승이신 서애 영감께서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모범을 보이시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르면 될 것이다.”
“몸이 상했는데 참으로 고생이 많았네. 사람을 붙여줄 것이니 편안히 쉬다 돌아가게나.”
“관찰사 영감께서 소장에게 은혜를 내리시니 참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고 저 무네시게라는 녀석은 엄청난 자질이 엿보이는군요. 제가 십오 세 무렵에 녀석과 싸웠다면 몇 합을 버티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눈에는 그게 그걸로 보이는데 엄청난 자질이라? 내가 의문을 품고 고란의 눈을 보니 녀석은 굉장히 진지한 눈빛을 보이며 답하였다.
“제 도끼질의 위력은 제가 잘 압니다. 왜인이라 육식도 금하여 체격이 작은 데다, 열다섯의 나이라면 기껏해야 오 년 정도 검을 놀렸을 것인데 목검을 손에 쥔 채로 버티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자질이 뛰어나단 말인가?”
“몸의 근육은 쉽사리 불릴 수 있지만 무인의 생명인 악력만큼은 쉽사리 단련할 수 없습니다. 기반이 아주 튼실한 녀석이니 몇 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대성하겠군요.”
타치바나 무네시게라. 내 제자로 들어온 녀석이 저렇게 자질이 뛰어나다고?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임진왜란에서 명성을 떨친 왜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워서 정신적으로 개조하면 충분한 효험을 보이겠지.
“맞는 말이네, 몸의 근육은 쉽사리 불릴 수 있지만 지식은 차곡차곡 쌓아 나가야 하는 법이지. 관찰사 영감과 대화를 잘 나누어보았는가? 이제 내가 자네를 가르쳐 보겠네. 어차피 정양을 행하러 왔다면 나와 병서(兵書)에 관해 논의해 보세나.”
고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는데 어느새 내 옆으로 남상정이 다가와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등을 두드려 줬다. 생각해 보니 남상정도 군략 하나만큼은 부족함이 없는 지장(智將)이다.
아마 온천욕이 끝나면 지장 앞에서 거드름을 피운 대가를 휴가 내내 치르게 되리라.
벌써부터 안색이 창백해진 고란이 뭐라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건 나도 업무가 바빠 자리를 피하였다.
* * *
계획을 세워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문제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나 또한 전임 관찰사인 구사맹을 비롯한 하주도 관찰사들이 세워놓은 기반 조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실시하였다.
“관찰사 영감님께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불행히도 속오군 가운데 장총통(불량품 보총을 개조한 총기)을 가진 이는 극히 적습니다. 쉰 명에 불과하다더군요.”
“아국이라면 삼백 명은 나왔을 것인데 어쩔 수 없지. 혹여나 화포에 능한 이가 있는가?”
“기껏해야 화포를 다룰 적에 보조로 달라붙은 이들이 있는데 이들의 수효도 적습니다.”
“장계를 올려 보총수를 천여 명 정도 육성할 것이라 하였으니 아예 지원자를 받아들여 보총수로 육성해야겠군. 그리고 거기! 상체기(윗몸 일으키기)를 행하면서 반동을 주면 아니 된다!”
아라마(有馬)라는 성을 가진 가톨릭 출신 제자가 억지로 반동을 주는 모습을 보자 바로 호통이 나왔다.
당연히 자세를 바로잡은 아라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호통을 들었다.
“왜 그리 이상하게 보는가! 내가 입신체비를 행하고 업무를 보면서 자네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리 이상하게 보이던가? 사람은 일에 능숙해지면 많은 일을 동시에 행할 수 있다네!”
“그게 사람입니까! 아니면 스승께서는 요괴라도 되십니까?”
“요괴라 하였는가? 너희들이 아직 쓴맛을 덜 본 모양이구나!”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틀에 몸을 얹어 몸을 내려 가슴을 단련하는 엄신(딥스)을 하고, 보고를 들으며 이를 평가하고 동시에 제자들의 입신체비를 확인한다.
올해도 6월이 되어 더위가 몰려오고 이런 더위에 입신체비를 실시하니 땀이 치솟아 올랐다.
나름 체통을 지켜야 하는 관찰사인지라 입신체비복 위에 관복을 걸쳐 입었지만 어쩔 수 없이 관복을 훌러덩 벗어 던졌다.
“저 몸이야말로 무인의 귀감이 아니겠는가! 잘 단련된 금강석과 같은 몸이다!”
“아닐세! 무인의 귀감이 아니고 효심의 상징이네. 내가 자식은 없지만 자식이 장성하여 저런 몸을 가진다면 부모로서 가슴이 뿌듯하여 견딜 수 없을 지경일 걸세.”
가장 내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녀석은 타치바나 무네시게였다. 고란에게 한 번 당하더니 입신체비의 효험을 깨우치고 정말 열정적으로 내 가르침에 응했다.
나와 제자들의 하루 일정은 매우 규칙적이었다. 새벽 해가 뜨자마자 달려서 몸을 덥히고 바로 돌아와 가볍게 씻고 관찰사 업무 가운데 간단한 것과 입신체비를 동시에 진행한다.
점심이 되면 적당한 식사를 마치고 나는 업무 가운데 중요한 것을 따로 실시하고 대신 제자들에게 배정된 강사들이 교육을 시행한다.
이후 저녁이 되면 다시 고난의 시간이 찾아온다.
“오늘은 사자소학을 배웠으니 근면육연화기억술을 충실히 시행했을 것이라 믿겠네. 설리구순(雪裏求筍)이라 하였네. 다음에 나올 서른두 자를 적고 뜻을 말해보게.”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한 것은 맹종의 효도이고,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은 것은…….”
“효심이 얼마나 좋은가. 이대로 가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동몽선습도 뗄 수 있겠어.”
본편 사자소학은 아니고 효심에 관련된 내용을 2배 정도 부풀린 사자소학 증보판을 가르치지만 뭐가 대수란 말인가. 외우지 못하면 몸이 고단해지니 뇌에 효도가 쏙쏙 쑤셔 박히고 있었다.
물론 질문이 이거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셋에 일흔둘을 곱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일흔둘을 넷으로 나누면 어떻게 되는가?”
“음…… 처음 것은 이백십육이고 다음 것은 열여덟입니다.”
“정답이라네. 정리운동의 횟수를 줄여서 네 가지 운동을 아홉 번씩 세 회차를 반복하세.”
산학(算學) 또한 선비의 기본이니 응용해야지.
정리운동이라 해도 무게를 줄인 역기를 사용하니 가까스로 힘이 돌아오던 몸을 파김치로 만들기 딱 좋다. 벌써 제자들을 가르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색은커녕 술을 즐기는 놈들도 없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잡담을 나누고 곯아떨어진다.
이제 생활에 적응하였으니 육체 발달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식생활을 바꿀 차례이다. 입신체비를 실시할 때에 충분한 영양공급 없이 실시하면 골병 외에 돌아오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내 제자들은 20세인 후쿠시마 마사노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성장기인 데다 후쿠시마조차도 한 치(3㎝) 정도 키가 클 가능성이 있다.
녀석들에게 대량의 동물성 단백질을 먹일 차례였는데 문제가 생겼다.
“관찰사님께는 죄송하지만 역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추의 향이 너무 아려서 입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군요. 저야 조금은 먹을 수 있지만 다른 이들이 문제입니다.”
녀석들에게 준 것은 소화도 잘되고 먹기도 편한 닭꼬치이다.
간장과 물엿에 냄새를 잡기 위해 후추를 좀 섞은 양념장으로 만든 닭꼬치를 줬는데 영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후쿠시마 마사노리는 몇 입을 먹었지만 닭꼬치 한 개도 다 비우지 못하였고 나머지는 한 입을 먹은 것이 전부이다.
다들 헛구역질을 하는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자네들은 모두 가신이자 영주들의 후계가 아닌가. 닭고기나 계란 정도는 입에 댄 적이 있을 것인데 어찌하여 냄새가 난다 하는가. 지금 먹어보니 맛만 좋군.”
형님이 만든 품종이라서 맛 또한 검증되어 있다. 일부러 닭껍질까지 붙여둔 꼬치라 기름도 잘잘 흐르고 희미한 육향이 식욕을 돋우니 몇 개라도 먹을 수 있겠지.
하지만 제자들의 말을 듣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닭을 왜 먹습니까? 닭은 새벽이 밝으면 잠을 깨워주는 고마운 짐승이 아닙니까.”
“그걸 말이라 하는가? 어린 닭은 새벽에 잠을 깨우며, 성숙한 닭은 알을 낳고 새끼를 치지. 그리고 다 늙은 닭은 이렇게 고기로 쓰면 되는 법이네.”
“저희는 야인(野人: 여기서의 의미는 못 사는 이들)이 아닙니다. 야인들이야 덴무 덴노(天武)께서 정하신 뜻을 어기지만 교양과 격식이 있는 이들은 삿된 일을 금하는 법이지요.”
삿된 일이고 나발이고 눈앞에 동물성 단백질이 넘실거리는데 안 먹는다고?
덴무 덴노가 누군가 했더니만 일본 파견을 위해 각종 서적을 읽을 때 기록된 900년 전 인물이다.
금육은 알고 있지만 귀족 계층이면 어떻게든 법을 우회해 고기를 즐길 것이라 생각했었다. 내가 아는 일본인인 고니시도 일본인 치고 체격이 큰데 아버지가 눈치껏 고깃국물을 먹였었지.
하지만 영주나 가신들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럼 궁금한 점이 있네. 내가 육주성을 거닐면서 본 바로는 사방에 소들이 널려있는데 이 소가 지치거나 부상을 입으면 어떻게 하는가? 소문을 듣자니 소로 만든 약이 있다던데 그 약의 정체는 또 뭐고?”
“쓰러져 죽게 내버려 둔 다음 바로 가죽을 벗겨내고 살과 간을 발라내 약한 불에 굽기를 반복합니다. 이틀 정도 구워 소의 고기가 나무토막처럼 딱딱해지면 갈아서 약으로 만들지요.”
“혹여나 말도 그렇게 다루는가? 대체 소와 말을 뒀다 국이라도 끓여 먹는단 말인가?”
“살려두면 사람을 대신해 힘을 쓰며 분변으로 두엄을 만드는데 당연히 평생을 살게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덴노께서 율령을 내리셨으니 이를 지키는 것이 높은 사람들의 법도입니다. 천한 이들은 지키지 않지만 저희야 체면이 있지 않습니까.”
아예 뒷골이 땅겨올 지경이라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육식을 적게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이건 적게 하는 수준이 아니고 육식 문화가 아예 소실되었다. 고위층부터 모조리 소실되어서 더 골치 아프다!
도축 개념이 없어서 가축이 죽을 때까지 내버려 둔다고? 굳은 피가 혈관에 팍팍 들어찰 것이고 이 비린내 나는 물건을 몇 날 며칠을 구우면 비린내 나는 단백질 덩어리가 된다.
조선에서는 줘도 안 먹는 물건이지만 일본에서는 약으로 쓰는 형편이다!
생각해 보니 대학교 절에 몽골 출신 유학생이 같은 학년에 있었다. 내륙국이고 대부분이 황무지인 몽골에서는 지금껏 생선을 먹지 않아 조금만 비린내가 나도 구역질을 했었지. 내 제자들의 모습도 그 유학생과 똑같다.
이들에게는 닭의 육향(肉香)이 악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쿠시마가 그럭저럭 먹는 이유는 어렸을 적에 평민 생활을 해서 입에 댄 적이 있으니 억지로 넘기는 게 분명하고.
어쩔 수 없이 제자들에게 새 반찬을 내오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자네들에게 험난한 일을 권하였으니 정말 미안한 일이군. 내가 익숙한 음식을 줄 것이니 앞으로 식사로 고난을 겪는 일은 없어질 것이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다 방법이 있다. 일단 생선의 동물성 단백질도 효율이 아주 나쁘진 않으며 근어(명태)면 닭가슴살에 준하는 효율을 보인다.
다음 날부터 제자들의 식사에는 조선에서 보내온 황태를 사용했고 제자들은 처음 접한 황태를 그럭저럭 괜찮게 받아들였다.
사람이 비빌 언덕이 있다고 나에게도 비빌 언덕인 형님이 있었다.
지금은 사옹원에서 제거(提擧: 종3품 관직)로 일하며 사신 접대에 힘쓰는 형님에게 서신을 보내니 아주 좋은 답이 내려왔다.
[자고로 잘 먹는 물건에 못 먹는 물건을 섞으면 입을 속일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제사상에 올리는 탕국을 내가 정하는 대로 내놓아보거라. 해안 일대에서 만드는 어탕(魚湯)에 여러 재료를 섞으면 충분한 효험이 있을 것이다.]
형님이 보내온 요리 방법은 참으로 기발했다. 향이 아주 강한 말린 홍합과 황태로 육수를 내고 여기에 쇠고기를 육수의 형태로 넣으며 닭고기를 고명인 어묵에 첨가한다.
제자들은 형님의 요리법대로 만든 탕국을 먹더니 맛을 칭찬하였다.
“참으로 특이한 생선으로 만든 국이군요. 뭔가 역한 향이 조금 나오면서도 그 역한 향이 자연스럽게 바다 냄새에 묻혀 오히려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하나만 먹으면 물리니 다른 요리법도 있었다. 대부분 향이 강한 해산물 육수에 고기의 맛과 향을 섞어 거부감을 줄이는 방식이다.
다시금 형님에게 감사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기를 몰두하였다.
다시 석 달이 지나서 구월이 되자, 다들 근육이 붙어 올라오며 몸이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였다.
성장기가 끝난 후쿠시마 마사노리조차도 자신의 팔뚝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이게 온전하게 다스려진 몸이란 말입니까. 눈이 뜨이고 광명이 비추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살아 계셨다면 참으로 보기 좋다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하면 이 가르침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어떻겠는가?”
“자식이 무엇입니까. 제 종형 가운데 나이 터울이 많고 체격이 아주 작은 분이 있습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한두 번 안면을 튼 적이 있지요. 그분을 다시 만난다면 알려주고 싶습니다.”
나이 터울이 많다면 아마 마흔쯤 되었겠지? 마흔이 되면 근육이 쇠락할 시기이니 효험도 없겠고 가진 지식이 적어도 문제겠지.
이제 큰 문제는 없다 제자들도 생활에 적응하였고 벌판도 휑해졌다.
따스한 겨울 농사를 위해 이모작 개념으로 메밀은 물론이요, 봄동이나 쑥갓 같은 추위가 적은 큐슈에서 충분히 기를 수 있는 작물들이 파종 되었다. 이제 업무에 적응하였으니 본격적으로 성을 축조할 시기이다.
이미 육주성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으니 아예 인력을 잔뜩 동원해서 성형요새를 축조하고 외부에 치성(雉城) 개념으로 산성 두어 개를 만들어두면 십만 대군도 막아낼 수 있으리라.
#작가의 말
후쿠시마 마사노리가 한두 번 만나보았다는 사촌 형의 정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본래 역사에서 후쿠시마 마사노리의 출세는 히데요시가 보장해 줬지요.
소설 속에서도 외사촌 지간이지만 소식이 끊기고 서로 살아 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