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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364화 (364/573)

근육조선 364화

2부 14장 5화 천직(1)

조선에서 병력을 파견하기도 전에 전쟁은 끝이 나버렸다. 예측보다 빠르게 적이 침입하였고 적의 계략에 휘말려 잘못하면 큰 피해를 입을지도 몰랐지만 그 자리에는 권율과 이순신이 있었으니까.

세 배가 넘는 적을 압도적으로 궤멸시켰으니 권율은 몰라도 무명에 가까웠던 이순신과 조헌은 삽시간에 조정에 이름이 퍼졌다.

물론 주상전하는 기뻐하면서 한편으로 분노하였다.

“경종(景宗: 홍위의 손자) 대왕부터 아국은 남대주(민다나오 섬)의 사람들을 포용하려 하였건만 이렇게 나서다니. 당장 임해도감 병사 이천 명을 파양군으로 파견하여 산속을 헤집으며 적을 도륙하게 해라!”

정규전 이전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적의 요인을 암살하고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공작을 착실히 진행하라는 말이니 몇 년 이내로 함대가 파견되어 전면전을 시작할 거다.

아마 호족들은 자신들의 부하가 줄줄이 죽어 나가고 자신의 목숨도 위협받는 상황에서 서로 분열하여 힘이 빠지겠지. 또한 권율과 이순신 그리고 조헌 셋은 조정으로 불려와 승전연의 주인공이 되었다.

해가 지나가 1578년 1월이 되었고 설날을 지낸 관료들은 정월대보름이 되기 전에 시작된 승전연에 참석하였다.

그나저나 셋 다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왜 이러나 모르겠다. 주상전하가 나오시고 셋 다 절을 하며 훈화(訓話)를 들었다.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 하였다. 자고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쉬우나 지키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적도가 침입하여 불리한 상황에서도 온전히 지켜냈으니 충분한 공을 내려야겠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공을 보아 은자 삼백 냥을 수여할 것이다. 하지만 품계를 단번에 여러 번 올릴 수 없으니 각기 두 품계를 올리며 이에 합당한 직책에 임명할 것이다. 또한 한 가지 포상이 더 있다. 혹여나 원하는 바가 있다면 말해보거라.”

포상치고는 후하다. 원하는 바라면 자신이 배정될 직책을 이야기하라는 뜻이니 셋 다 생각할 시간을 가지다 먼저 조헌이 다른 둘에게 떠밀려서 고개를 숙이고 말하였다.

“신이 바라는 바는 많지 않사오나 성은을 내리시어 신의 다음 관직을 충훈부(忠勳府)에 두어 비명을 남기고 사라진 병졸들의 은원을 푸는 일에 힘쓰게 하시옵소서.”

“참으로 훌륭한 말이로구나. 지금까지 충훈부에서 신하와 장수의 공적을 다스린 적은 많았지만 병졸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이를 염두에 둘 것이다.”

조선은 위령제라 하여 전쟁이 끝나면 희생자를 위문하기 위한 국가 제사를 치르고 가족들에게 약간의 보상금과 손자까지 쓸 수 있는 약간의 농토를 주는 것이 전부이다.

과연 장인어른의 제자다운 생각인데 다음 차례는 이순신이었다.

“신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이옵니다. 화포라 함은 육상에서 쓰는 것보다 바다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사옵니다. 하오니 신을 수군에 배정하여 주시옵소서.”

“수군이라. 본래 충무위(忠武衛: 오위의 부대. 수비와 화포사격을 담당한다)에 배정하여 힘쓰게 하려 하였건만 수군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구나. 이순신을 충청수영의 수군우후(水軍虞候)로 배정하겠다.”

이순신도 좋은 말을 한 것 같았는데 권율은 괜히 등을 움츠리더니만 앞으로 나섰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이 원하는 일 대신 다른 청을 해서 기분이 상했나 본데 대체 뭐일까.

“신이 바라는 바는 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또 다른 이가 공을 세웠기에 이자를 제대로 된 관직에 천거하라는 청이옵니다. 바로 파양군을 만들었던 유성룡입니다.”

지금 뭐라 했지? 왜 내가? 내가 왜? 무슨 공을 세워? 권율이 지금 내가 친구라고 억지로 공을 떠넘기나?

하지만 관료들의 시선이 쏠리고 주상전하도 나를 놀란 눈으로 보았는데 권율의 말은 또 이어졌다.

“파양군을 수호한 일의 절반은 유성룡의 덕이옵니다. 적도가 침입할 일을 대비하여 목책만 세우지 않았으며 수성에 능한 자질을 살려 마을 전체를 수성에 마땅한 장소로 가꾸었나이다. 이러한 안배가 없었다면 신은 항전을 벌이다 파양군을 내어줬을 것입니다.”

“상세히 말하도록 하라.”

권율의 말을 들었는데 난 별생각 없이 만든 것이다! 건물을 크게 만든 것은 사람들이 편하게 살라 한 것이고 망고수액을 칠한 것은 코끼리가 옻이 오르는 망고나무만 남기고 나머지 나무를 다 먹어치워서 채취하기 편해서이지.

가로를 만든 이유는 현대적 도시계획의 발로이며 건물을 튼튼히 만든 것은 정글이라 목재가 너무 남아돌아서 닥치는 대로 사용한 덕분이다.

하지만 권율의 말이 끝나자 주상전하는 나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 *

주상전하의 말을 요약하면 재능을 가진 이를 다른 관직에 두어 허송세월을 하게 만들었으니 내 관직을 변경하고 품계를 하나 올려 종3품으로 만들겠다 하였다.

‘자네의 재능은 어떠한 명장보다 수성(守城)과 방략(方略)에 있으니 이를 널리 쓸 장소를 마련하겠다. 올해 말에 북한산성을 축조할 것이니 이 계획을 수립하되 부족한 점이 있으면 당장 고변하라.’

당연히 경험이 부족하다 변명이 아니고 진짜 진심으로 말하였지만 오히려 덤터기를 써버렸다. 그렇게 경험이 부족하다 생각하면 마음대로 경험을 쌓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했으니까.

나는 성벽을 쌓고 군기시에서 파견된 신형 화포로 내가 쌓은 시험 성벽을 부수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진 지식이 이 시대에 통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두 달 동안 북한산 군기시 인근에 가상의 성벽을 종류별로 쌓아두었다. 지금까지는 무너진 성을 보수하였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성을 처음부터 쌓았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내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방문한 사람은 의외로 아는 사람이었다.

“이야 반가우이! 내가 쏠 화포를 버텨낼 튼튼한 요새를 마음대로 만들 사람이 온다 하였는데 명성이 자자한 이현 자네가 왔군. 자네는 수성의 달인이라 하였는데 겨뤄볼 만하지.”

김지다! 사고는 없었는지 멀쩡히 살아 있지만 머리는 좀 하얗게 변해서 이제 노인이라 불러도 무방한 나이이리라.

화공원이나 화기도감 사람이 올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이 올 줄은 몰랐다.

“자헌(김지의 호) 어르신 아니십니까? 어르신이 여기 오시다니 혹여나 주상전하께서 따로 명하신 바가 있으십니까?”

“내가 재작년에 군기시의 정(正)으로 부임하며 크나큰 업무를 담당하였다네. 첫째는 모든 화포를 다시금 한 치수 키우라는 업무이고 둘째는 문종대왕께서 만드신 뇌력포와 벽력포의 뒤를 이은 새 화포를 만들라는 업무였지.”

“모든 화포를 한 치수 키운다 하셨습니까? 그 비용은 어떻게 합니까?”

“한 치수 키운다 하면 뇌력포를 크게 만든 뒤 중간에 끼인 화포의 등급을 내리고 하급 화포를 녹여버리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나마 값싸게 먹히는 방법이지만 황자총통만큼은 그대로 두고 현자총통을 폐하려 한다네.”

생각해보니 지금 조선의 화포는 본래 역사보다 크고 아름답다. 내가 관광지에 건축주의 요구로 관아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천자총통 복제품을 설치한 적이 있어서 잘 안다.

측우기를 설치할 자리에 대포가 있어야 사람이 모인다는 요구를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설치하였고 견적서도 제출하고 도면도 그려봤던 녀석이다.

그리고 천자총통은 지금 한 등급 낮은 지자총통으로 불리고 있다.

“그럼 옛적에 천자총통이라 불렸던 물건은 이제 현자총통이 되는 겁니까?”

“옳은 말이네. 어차피 처음 만들어진 천자총통이라 하여도 서반아의 상선이 호위용으로 설치하는 서이거(셰이커)라는 화포와 대등하지 않은가.”

그 막대한 예산은 어떻게 하고? 그리고 선박에 더 큰 화포를 설치하려면 개수가 필수인데?

예산깨나 날아가겠다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지 김지는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시간과 예산을 좀 더 준다면 못 할 일이 없으니 염려하지 말게. 우리가 할 일은 서로 경쟁하며 배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내가 화포를 시험할 성벽은 어디에 있는가.”

“미리 인부를 동원하여 만들어두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오호. 종류별로 축성하였으니 이거 참으로 좋은 일이야.”

현대에서 한창 일할 때엔 여러 부류의 성벽을 많이 만들었다. 목책으로 만든 성벽이야 임시 세트장에서 만들었지만 나머지는 문화재를 복원하며 성벽을 고증대로 설계했었다.

가장 흔한 것은 돌로 만든 성벽인데 이것도 머리통만 한 돌을 쓰느냐 작은 돌을 쓰느냐에 따라 형태와 성능이 변하고 진흙을 다져 만드는 판축(版築)다짐이라는 방식의 성벽도 있다.

총 다섯 종류의 성벽을 보여주니 김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싹싹 비비고 군침을 흘려댔다.

그 기괴한 모습에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니 김지는 흐르는 군침을 닦고 애써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이…… 이거 정말 쏘기 좋은 성벽이군. 내가 화포를 많이 만들고 시험하여도 벌판에서만 시험했지 언제 성벽에 쏘아본 적이 있던가. 내 화포가 직접 성벽을 유린(蹂躪)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네.”

“제가 만든 성벽이니 쉽사리 유린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화포를 만들어도 기껏해야 뭍으로 끌어 올려진 폐선에만 쏘아댔을 뿐 제대로 된 성벽에 쏜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성벽에서 일백 보(160m) 거리에 김지가 만든 신형 화포이자 뇌력포라 이름이 붙여질 녀석이 설치되었다.

“이 녀석의 위력은 내가 계산하기로 지금 쓰이는 뇌력포의 두 배에 달한다네! 사거리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모든 화포가 동일한 사거리를 가질 수 없지 않은가! 방포하게!”

인근에서 다섯 문의 신형 뇌력포가 폭음을 울리며 불을 뿜어대니 김지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에 고막을 강타하는 폭음을 들은 김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설명을 늘어놓았다.

“문종대왕께서 만드신 뇌력포를 두 번이나 …… 그대로 크기만 …… 무게가 칠천 근(4.5톤)에 달하여 설계를 …… 이네. 길이와 두께를 줄이고 …… 구경과 화약량을 늘렸지.”

“그래도 포성이 지나칠 정도로 큰데 대체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귀가 아려올 지경입니다!”

귀 아파서 말이 하나도 안 들린다! 포성이 들릴 때마다 끊기는 김지의 말을 이해하려 노력해 봤는데 현기증이 일어나고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다!

“화포 …… 무거워서 사천 근(2.56톤) 포탄 …… 수철연의환(水鐵鉛依丸)으로 …… 서른두 근(약 20.5㎏)에 직경은 다섯 치(17㎝)이네! 화약은 ……”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속이 울렁거려서 도저히 들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무게와 직경을 들었는데 서양이 쓰는 데미 컬버린이란 화포와 비교해보면 얼마의 위력이 나올지 예측할 수 있다.

직경이 3.5치이니 약 12㎝ 내외이다.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이니 간단한 계산이 나왔다.

이 화포의 위력은 포구 속도가 같고 모든 운동에너지가 전달된다고 가정하면 서양 화포인 컬버린의 약 3배, 기존에 조선에서 쓰던 뇌력포의 1.5배가 약간 넘는다.

당연하지만 내가 애써 만든 목축 성벽. 정확히는 나무로 쌓고 안에 흙을 다진 성벽은 포탄이 꿰뚫고 지나가며 박살이 났으며 사수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다음으로 판축다짐으로 쌓은 성벽을 강타하자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역시 판축다짐이 화포사격에 대응하는 효험이 좋군. 흙이 무너져 내려 가파른 경사로가 되어버렸으니 참 아쉬운 일이네.”

“비가 많이 내리면 유실되는 것이 단점이지만 이런 점에서 쓸모가 있군요.”

“하지만 저렇게 경사로가 생겨서야 병졸들이 닥치는 대로 뛰어들어 올 수 있을 것이네.”

“수비병들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무너진 자리에 통나무를 쌓고 쇠사슬을 깔아 적의 진입을 막을 겁니다.”

김지는 예상했던 결과인지 돌로 축조한 성벽에도 수십 발의 탄환을 뿌려댔으나 영 시원치 않은 눈치였다. 대구경 화포라도 돌로 만든 성벽을 단번에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

같은 부위를 여러 번 타격한 포탄으로 성벽이 무너졌지만 삼국시대부터 내려져 오는 한반도의 성벽 축조방식은 공성병기로 무너졌을 때에도 대응할 방법을 마련해 두었다.

“어허. 성벽은 무너졌지만 쇄석(碎石)이 안에 들어 있어서 크게 무너지지 않는군. 역시 화력이 좋아도 성을 무너뜨리기엔 부족하니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한 녀석이 있지.”

“일전에 말씀하시기를 화포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면 된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거포(巨砲)는 다루기 힘들어 화포를 여럿 두는 방침이 아니었습니까?”

“어허! 단 한 문으로 성벽을 무너뜨리고 전장을 호령할 수 있는 거포를 만들면 충분한 일이 아닌가! 사흘 뒤에 새 화포를 옮겨올 것이니 성벽을 보수해 두게!”

거포라. 서양건축사 시간에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는데 세계 최고의 방어력으로 역사에 남았고 이 성벽은 다시 세계 최고의 구경을 자랑하는 화포에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사흘 뒤 옮겨온 녀석은 화포라 불리기엔 너무 컸다. 솔직히 말해 이 녀석이 화포인지 아닌지도 모를 지경으로 거대한데 소매에 넣어둔 명주실로 길이를 재자니 김지가 화포를 쓰다듬으며 설명을 늘어놓았다.

“일전에 서역과 관련된 서적을 읽었는데 우르반이라는 자가 거포로 성을 무너뜨렸다 하여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화포를 만들어 보았네. 이름은 일단 광철(廣鐵)이라 하였지.”

“광철이면 민담에 나오는 이무기 아닙니까? 어린 시절 듣기로는 가을에 나타나 벌판을 휩쓸고 모조리 태워버리는 불길을 몸에서 내뿜고 철로 만든 비늘을 둘렀다 하였던데요.”

“이 크기를 가진 화포를 광철로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 광철이란 말인가? 길이는 12자(4.16m)에 무게는 구천 근(5.76톤)일세. 화포의 구경은 여섯 치(20.8㎝)이지. 자네의 성벽이 버틸 수 있는가 참으로 궁금하다네.”

고작 구경 한 치가 늘어났지만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이니 포탄 무게는 1.5배로 늘어난다.

여기다가 광철포의 흉악한 길이를 생각하면 포탄의 속도 또한 압도적으로 빠를 것이다.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과 비례하고 무게와 비례한다. 적게 잡아도 이 화포의 위력이 신형 뇌력포의 3배에 달하니 무슨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할 수 있었다.

“화약을 채워라! 혹여나 폭발할 수 있으니 정량의 육 할인 일백이십 냥(4.5㎏)만 채우도록!”

“폭발한다 하셨습니까? 저기 이걸 시험해 본 적이 없단 말입니까?”

“크기를 사분지 일로 줄인 녀석으로 시험해 본 것이 전부라네. 형태가 같으면 일단 대충 통하지 않는가! 자네가 목업인지 뭔지로 시험하였으니 나도 철업(鐵業)으로 시험해 보았다네!”

야! 이 미치광이야! 화포를 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시험사격도 안 해본 녀석을 끌고 와? 이런 인간과 대결을 벌이면 목숨이 여러 개라도 부족하리라.

어떻게든 화포 발사장면을 보려는 김지를 억지로 끌어당겨 백 미터쯤 떨어진 장소까지 피신해 엎드린 채로 지켜보았다. 군기시 병사들도 화포가 터지면 벌어질 끔찍한 일을 예측하였는지 도화선을 매우 길게 설치했고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말 그대로 천지가 요동치는 굉음이 솟구치고 화포에서 뿜어져 나온 찌릿한 포연 냄새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꽈르릉 소리를 내며 내가 만든 성벽이 반쯤 붕괴되어 버렸다.

#작가의 말

김지가 주장하는 새 화포 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뇌력포: 본래 역사의 캐논-로얄보다 약간 소구경(42파운더 캐논)

천자총통: 컬버린과 동급

지자총통: 데미 컬버린(문종이 만든 뇌력포)

현자총통: 본래 역사의 천자총통

황자총통: 본래 역사의 현자총통

마지막에 나온 광철포(가칭)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녀석이고 이거보다 큰 화포가 17세기 기준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양산하려는 국가는 18세기까지 전 세계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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