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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358화 (358/573)

근육조선 358화

2부 13장 5화 – 이 구역의...(1)

나야 조만간 명나라로 가서 장거정과 신나게 싸울 생각에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는데 몰두하였지만 세스페데스는 여전히 남경 방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쉬어댔다.

“이를 어쩌면 좋나······. 삼손처럼 회롱기를 돌리고 베드로처럼 사람 무게를 당겨 올렸으며 여호수아가 예리고 성벽을 올랐듯이 사다리를 날래게 타고 다녔는데 이를 마테오 형제가 재현하다가는 몸이 망가질 것인데.”

세스페데스는 아직 자신의 근육량 한계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름 삼대운동 600근이 넘는 체격이다. 선원들에게 선교하며 그들과 함께 일 한 덕분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테오 리치는 평범한 체격이고 완력 또한 평범하다. 당연히 세스페데스가 하는 일을 도맡아 하면 며칠 만에 골병이 들고 심하면 인대가 손상되리라. 하지만 뚜렷한 대책도 없다.

“조선에서 방문하는 사람을 통해 입신체비를 가르치려 하여도 마테오 리치는 듣지 않을 게 분명하니 문제요. 조선에서 십 년 넘게 입신체비를 배우고 돌아간 피렌체의 사람들도 풍속이 거의 다 사라지지 않았소.”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제가 무슨 일을 해서 선교하였는지는 알려줘야겠군요. 몇 명 정도의 신자라면 묵살할 수 있지만 이백 명에 달하는 신자들이 아닙니까?”

“그렇지. 이백 명이 넘는 신자들을 새로 만들어 냈으니 약조한 수의 일곱 배에 달하는구려.”

우울해 보이던 세스페데스의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선교활동을 벌이며 약속하기를 신자가 서른 명이 넘으면 입신체비를 가르칠 사람을 직접 정하기로 했었지. 근데 일곱 배가 넘었잖아?

“약조한 수의 일······ 일곱 배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어허 왜 이러시오. 평상시에는 천주교에서 섬기는 상제(上帝 - 하느님)의 은덕을 칭송하다 이 좋은 은덕을 섬기는 이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오?”

입신체비를 걸고 약속했으니 이를 반드시 지켜야지? 세스페데스는 관료 가운데 외국 출장 이후 보상 삼아 한직(閑職)에 있는 관료 혹은 서적을 집필하는 등 중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관료가 가르치기로 했었다.

처음으로 가르친 사람은 나고 두 번째로 가르친 사람은 율곡 이이이다. 세스페데스를 몰아세워서 칠 년 동안 누구를 배정할까 고민했는데 세스페데스는 괜한 말을 해서 화를 자초했다.

“일곱 사람이 강화도라는 섬에 와서 저를 가르친다면 조선의 군주께서도 너무 많은 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섯 사람으로 합시다!”

아마 일곱 명의 입신체비사가 모조리 자신을 가르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런 짓을 왜 하는가. 한 명만 배정해서 세스페데스가 머무는 성당과 향교를 오가며 입신체비를 하면 충분하다.

“다섯 사람이라 하였소? 그러면 앞으로 오 년 동안 매년 한 명의 입신체비사를 추천할 것이니 그의 입신체비를 전력으로 따르시구려.”

“저도 서애 유와 율곡 이 라는 분에게 입신체비를 배웠습니다! 제 앞에 어떠한 고난이 있다 하여도 한 명의 가르침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입신체비사 한 명에게 배우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대에서도 피트니스 센터를 두 개나 다니는 사람이 있던가? 하지만 세스페데스는 기반 지식과 입신체비를 동시에 쌓아나가니 모를 만하다.

“감당할 수 있다 하였소? 지금 몸을 살펴보니 부족한 점이 보이고 이를 보충해야겠구려.”

세스페데스는 입신체비 초보자에서 막 탈출했다. 잠재력은 어마어마해서 근육량이 계속 늘어나니 절육(커팅)은 단 한 번만 했고 이외에는 근육량을 늘리는 데 몰두했다.

이제 슬슬 절육과 양생(벌크 업)을 반복하는 식이요법에 적응하고 부족한 부위를 단련해야 할 시기이다. 그의 서양인다운 길쭉한 하체를 보니 나도 좋은 사람이 떠올랐다.

“나도 냉혹한 사람은 아니니 이번에도 내가 알고 지내는 지인을 추천하겠소. 나의 큰동서(同壻)인 금성대군의 말예 영흥부정이지.”

“부정(副正)이라 하면 왕족이 아닙니까? 이런 세상에 조선의 왕족이 저를 가르친다니요!”

“제법 엄한 사람이지만 그만큼 훌륭한 가르침을 내려줄 것이오.”

종친이 입신체비를 할 때의 특징은 본보기를 보이는 점이다. 주상전하도 절육기간에 야식 한 번 먹었다고 피가 마를 정도로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세스페데스의 절육은 어떠할까?

더군다나 영흥부정은 내 동서이니 남명 조식의 딸과 결혼했다. 당연히 살기 위해서 하체를 단련했고 세스페데스를 가르칠 때 하체를 중점적으로 시키리라. 세스페데스는 위기를 모면했다는 생각으로 표정이 풀어졌지만 한 달만 지나도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리라.

앞으로 네 명을 더 추천할 수 있으니 세스페데스가 완벽한 몸이 되도록 계속 추천해 줘야겠다. 조정으로 돌아와 보고를 올리니 주상전하도 도저히 믿지 못하였는지 보고서를 한참 읽어보다 말하였다.

“유성룡 자네가 보선함대에 탑승할 계획을 세웠다 하였는데 정말 성공할 줄은 몰랐네. 장거정의 전횡(專橫)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으니 이 공이 매우 크군.”

“하해와 같은 성은에 보답하려는 마음 하나로 매진하였나이다.”

“확고한 증좌를 마련함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조만간 주문사(奏聞使 - 사건을 알리는 사신)를 보낼 것이니 여기에 합류하여 장거정의 만행을 고변하도록 하게나.”

주문사라? 이런 경우에는 주청사(奏請使 - 사건을 알리고 답변을 듣는 사신)를 보내는 방법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주상전하는 다른 이들에게 몇 번이고 말했는지 잔잔한 목소리로 내 의문에 답하였다.

“아국은 엄연한 번국이며 명국의 신하가 아닌가. 신하로서 탐관을 탄핵함은 법도로서도 마땅한 일이네. 장거정의 만행을 고변하여 명국을 바로잡는 일이니 이상하게 여기지 말게나.”

“자고로 참된 임금은 언로를 막는 법이 없으며 참된 신하는 언로로 삿된 일을 고변하여 나라를 평온하게 하는 법입니다. 주상전하의 충심을 실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옵니다.”

유교 논리적으로는 옳은 말이다. 장거정도 신하고 조선 왕도 따지고 들면 명나라로부터 책봉된 명나라의 신하이다. 평상시에는 대등한 관계지만 따지고 들면 이렇게 된다. 인사를 올리고 돌아 나오니 헛웃음이 나왔다.

당연히 부정부패를 일삼는 신하가 등장하면 다른 이들이 그의 악행을 고발하듯이 장거정의 악행을 주상전하가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이 어떻게 신하의 나라인가?

“군사력은 더 강하고 조세수입은 총량으로 4할에 인구 기준으로 6배나 거두는 나라가 신하를 자칭하고 내정에 간섭하는데 이게 통한다고? 서러워서 명나라 황제 노릇 하겠어?”

그냥 명분을 앞세워서 이득을 최대한 챙기려는 수작이다. 유교 논리를 뒷전으로 박아뒀다 필요할 때만 꺼내는 이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세상이 변했으니 적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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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에 들어오고 업무에 매진하기는커녕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 같았는데 그나마 북경만 오가면 편한 일이다. 나처럼 중요한 업무가 없는 외조 관리들은 조선의 세력 끄트머리까지 항해하는 일이 다반사니까.

얼마 전에 진급이 역전당해 내 휘하의 관원이 된 최립은 지금쯤 인도의 고아라는 포르투갈이 점령한 도시에서 무역 협상을 하러 나가 있겠지. 일 년 만인 1577년 9월에 돌아온 자금성으로 들어가니 경계가 삼엄하였다.

“왜 이리 경계가 삼엄한지 알 것 같군. 학봉(鶴峯 - 김성일의 호) 자네가 업무를 진행하다 들통났다 하였던가?”

“산동반도 일대에 쌓인 미곡을 확인하는 일이 어디 쉬웠겠나. 사람을 동원하다가 하필 명국의 관리와 연줄이 닿은 사람이기에 역으로 덜미를 잡힐 뻔했다네.”

“자네도 은자를 제법 썼지만 소문이 퍼지는 걸 막지 못했나 보군. 덕분에 증거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네.”

김성일은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산동반도 사방에 널린 곡식창고를 조사하려면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장거정이 안전을 위해 심어둔 끄나풀에게 들통나 버렸다.

단속이 시작되면 범죄자들이 장부를 세탁하듯이 장거정도 상당수의 증거를 날려 버렸으리라. 그래도 절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는 내가 챙겨왔다. 일 년 만에 만나는 만력제는 그동안 마음이 상해 있었는지 제법 살이 빠진 몰골이었다.

당연히 나는 사신단의 일원이니 이번에 나선 이는 은퇴를 코앞에 둔 노신 김종인이었다. 김종인이 절을 올려 예의를 표하자 만력제는 피곤함을 숨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주문사로 방문하였으니 영문을 모르겠군. 듣자 하니 다른 이를 책망한다고 들었는데 혹여나 여송 남부에 있는 이들이 조선에 반항하는 일을 염려하였는가.”

만력제가 언급하는 장소는 내가 개척했던 파양군 남쪽에 있는 세부아노를 비롯한 강대 부족들이다. 이놈들이 얼마나 약아빠졌냐 하면 조선이 점차 남하하자 삼 년 주기로 명나라에 입조(入朝)하여 자치권을 보호하려 하더라.

명나라에 요청해 이들을 토벌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김종인은 만력제의 옆에서 증거를 다 인멸했다 생각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장거정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황상의 바로 옆에 있는 장거정이 책망의 대상이옵니다! 장거정은 그간 수보로 있으면서! 심지어 수보 이전에도 전횡을 일삼으며 명국을 좀먹어 온 자이옵니다!”

“지금 뭐라 하였는가! 태악(太岳 - 장거정의 호)이 그럴 연유가 없다! 아무리 충심을 가진 번국이라 하여도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증좌가 있다 하여도 모를 일이지만 없다면 네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높아져 가는 명나라 대소신료들의 고함에 주눅이 들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증거품을 하나하나 고변하는 김종인의 목소리가 자금성을 울릴 때마다 장거정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황상께 큰 죄를 지었나이다. 곡창을 다스리는 이를 제가 믿고 맡길 사람이라 여겨 천거하였는데 이자가 쌓아둔 미곡으로 노름에 빠져들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믿었사옵나이다. 신을 엄히 벌하여주시옵소서.”

“사람 마음속은 모르는 법이 아니오. 충심을 다 하는 번국으로 가는 미곡을 헛되이 여겼으니 당장 사로잡아 극형에 처하겠소. 자고로 백성들이 배를 곪으면 아니 되는 법이잖소.”

자신이 사람을 잘못 썼다고 주장하는 장거정과 이를 충실하게 믿는 만력제의 모습이라니. 처음 두 건은 장거정도 미리 파악하고 손을 썼지만 이건 만력제와 장거정 사이를 균열시키기 위한 헛손질이다.

“세 번째 죄목은 미주에서 들여온 물자를 속여 횡령한 죄목입니다!”

장거정도 이런 일은 예상하지 못했겠지. 이산해가 두 달 넘게 감자 싹을 먹어가며 꾀병에 시달리고 조사를 반복한 보람이 있어 제법 많은 증거가 쏟아졌다.

만약 이 하나의 잘못만 이야기했다면 만력제도 자신의 스승을 적당히 책망하고 눈감아 줬을 것이다. 장거정도 이렇게 생각했는지 변명을 하였고 만력제도 이를 눈감아줬다.

하지만 다음 건은 북원과 명나라 간의 마시(馬市)의 비리였고 북원의 담당자의 의견까지 첨부하였기에 제법 곤란한 지경이 되었다. 여기에 쐐기를 박을 마지막 증거가 김종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마지막 죄목은 아국에서 만들어 황상께서 탑승하였던 보선함대를 수리할 목재를 횡령하고 화포의 상감을 뜯어내 멋대로 빼돌린 죄입니다!”

“지금 뭐라 하였는가! 그러하면 조선에서 고용한 이가 멋대로 보선에 탑승해 물목을 낱낱이 조사하였다는 뜻인가! 감히 지엄하신 황상께서 소유한 군대에 손을 대! 조선이 번국이 아니고 천하의 역적이었구나!”

“보선함대를 조사하여야 합니다! 조선 놈들이 어떤 수작을 부렸을지 짐작할 수 없습니다!”

“첩자는 무조건 사형입니다! 앞으로 조선의 조공을 받지 마옵시고 엄히 징벌하시옵소서!”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명나라에서 사람을 잔뜩 고용해 조선 수군에 첩자를 심은 건데 이건 내정간섭을 넘어서서 간첩이요 역적질이지. 하지만 내가 나섰다.

나는 분명 함선 설계자 목록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고 이를 파견된 명나라 관리들도 안다. 심지어 함선을 건조할 때에도 건조방법을 바꾸어 도움을 주었다고 칭찬을 받았었지. 김종인의 뒤에서 내가 궤짝을 뒤엎고 일갈(一喝)하였다.

“장거정! 아니, 역적 장가(張家)는 남을 역적이라 모함하지 말라! 보선을 설계한 사람도 나이며 만드는 일을 두 눈으로 보아온 사람도 나이다! 그리고 보선을 조사한 사람도 나이고!”

이러면 문제가 없다. 이미 함선의 상세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직접 타서 검증했는데 뭔 문제일까. 멋대로 배에 올라타서 문제가 되겠지만 그건 비리를 알아내는 목적에 필요했으니 큰 잘못은 아니다.

만력제도 대소신료들도 내가 보선에 잠입했다는 말에 일제히 침묵했다. 내 품계가 정4품에 불과하다지만 나이가 36세에 불과하니 명나라 기준으로도 낮은 품계는 아니지. 장거정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는지 달려 내려와 내가 조사한 품목들을 살펴보았다.

“함선의 목재요! 늑목(배의 옆구리를 지탱하는 큰 목재)에 구멍을 내어 이를 채취하였는데 나는 도본을 모두 익히고 있으니 몇 번 함선의 몇 번 늑목인지 소상히 적어두었소!”

“伱瘋瞭(미친놈아!)”

궤짝에서 쏟아진 수많은 도면들과 나무 파편들을 본 장거정은 내 평범한, 그러나 소룡식 입신체비로 알차게 근육이 들어찬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려 하였지만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만력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룡이라 하였는가? 짐이 자네가 보선의 설계에 관여한 사실도 알고 보선을 손금 보듯 꿴 사실은 알고 있지만 도가 지나쳤다! 증좌가 사실일 경우 죄를 사할 것이나 거짓일 경우 참(斬)형을 당하리라!”

“신이 황상께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이옵니다. 수보와 연관되지 않은 목수를 불러 이 목재가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가에 대한 명백한 증좌를 확인하여 주시옵소서.”

금군 여럿이 달려들어 내 팔뚝을 사로잡았지만 어차피 이길 싸움이기에 스스로 동창으로 향했다. 설령 장거정이 나를 죽이려 혈안이 되어도 나는 절대 안 죽는다.

독살? 암살? 진짜 증거를 다 무마하고 어떻게든 목을 벤다? 주상전하가 차기 정승으로 신임하는 사람이 나이며 내가 명나라 황궁에서 죽어 나간다면 그건 천명대전의 시작이리라.

이를 알고 있었는지 상대도 수작을 부리지 않았고 보름 동안 동창의 감옥 안에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냈다. 식사도 간수들이 먹는 것과 동일한 것이 제공되었으나 햇빛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여든둘! 여든셋! 이보게! 이러다가 몸이 축날 지경이라네. 아직도 증좌를 확인하지 못했단 말인가? 혹여나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게.”

“알려줄 것은 없소이다.”

감옥 안에서 계속 맨손운동을 하며 몸을 굴리니 금군들도 내 모습을 보며 치를 떨었다. 보름 정도 지나면 첫 결과가 나와 장거정이 실각하리라 여겼는데 그도 시간을 끄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도 내 편이다. 보선함대가 다시 남경에 돌아오면 만력제는 조사단을 파견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장거정의 죄악이 천하에 공표되리라. 하지만 이틀 정도 더 지나자 동창의 문이 열렸다.

“황상께서 네놈을 석방하라 하셨다. 증좌를 확인하던 중에 태악 어르신의 부친께서 명을 달리하셨다. 삼 년간 상을 마치고 증좌를 확인할 거라 하였으니 어서 돌아가도록.”

삼년상? 조선에서는 삼년상은 실제로 12개월로 줄어들었다. 12개월 동안 험한 음식을 먹고 마당에 만든 움막에서 잠을 청하며 죄를 뉘우치고 나머지 기간은 처신을 올바로 가지며 일상생활을 행한다.

하지만 명나라는 엄연한 삼년상의 예법이 살아있다. 장거정이 삼 년 동안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면 휘하의 세력들은 분열하여 장거정을 탄핵하는 데 힘을 보태겠지.

장거정에게 있어 최악의 사건이 터져버렸다. 삼년상을 온전히 치르면 돌아와서 목이 달아날 것이요, 삼년상을 치르지 않으면 도덕적 흠집이 더욱 커져 목이 달아난다.

오히려 삼년상이 시작된 순간 배신이 꼬리를 물지도 모른다. 당분간 동창에서 몸이 축났다 변명하며 북경의 추이를 지켜봐도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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