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357화
2부 13장 4화 장거정 죽이기(4)
닷새쯤 지나자 세스페데스도 뿔이 났다.
새벽 해가 뜨기 무섭게 항구로 나아가 일을 돕고 수부들과 대화나 좀 나누고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니 아무리 신부라도 견딜 수 없었나 보다.
“대체 ㅅ…… 허 도령께서는 무슨 생각이십니까? 왜 제가 항구로 나아가 하찮은 일을 도와줘야 합니까? 차라리 이 시간에 항구 관리들과 교섭하여 교리를 전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다. 내 목적은 배에 올라 조사를 하는 거지만 세스페데스의 목적은 입신체비에서 탈출해 신앙을 전파하는 것이다.
서로의 목적이 합쳐지려면 승선 허가를 받고 배 위에서 선교활동을 벌여야 한다.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행하는 일이니 염려하지 마시구려. 아마 동방에서 종교를 전하려면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나아 보이니 이 자리에서 시험하는 것이오.”
“관리야 허 도령께서 포섭하였다 칩시다. 과연 가난한 이들에게 선교를 허가하여 무슨 이득을 얻겠습니까? 관리 한 명은 수천 명을 다스리니 자연스럽게 수천 명의 신자가 생깁니다.”
이런 계획을 조목조목 알려주면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으니 일부러 안 알려줬는데 참질 못했구나.
결국 뿔이 잔뜩 난 세스페데스를 설득하려고 운을 띄웠다.
“내가 예자(예수)이면 부유한 이에게 종교를 전하기 이전에 학당을 만들 것이고 사람들이 배를 곪지 않게 할 것이 분명하오. 그리고 관리에게 전해 보았자 그 관리가 다른 곳에 부임하면 어떻게 하겠소? 허탕을 치는 것이 아니요?”
누구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신부는 학교도 만들고 병원도 만든 다음 사람들이 모이자 성당을 만들었고 죽고 십 년이 지나도 칭송받았다 했었지.
내가 했던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세스페데스도 할 말을 잃었고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미 세스페데스가 인도로 보내는 편지를 사전검열로 읽은 덕분에 예수회가 왜 고위 관료에게 집착하는지 철저히 이해하고 있다.
예수회는 서양의 사고방식을 지닌다. 온 세상이 봉건제라 생각하며 영주가 신자라면 그 아래 사람들도 신자로 만들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중앙집권제인 동양은 다르다.
관리에게 종교를 전해도 새 관리가 오면 인연이 끊어지게 마련이다.
나름 조선 생활에 잔뼈가 굵은 세스페데스도 내 말을 이해했고 그도 머리가 좋은 편이라 내가 세운 계획을 완전히 이해하였다.
“결국 동방선교의 핵심은 모든 이에게 믿음을 전하여야 한다는 뜻이군요.”
“또한 궁핍한 사람들을 돕고 모범을 보이면 이들은 제대로 된 믿음을 가질 게 분명하오. 사사로운 이득에 휩쓸리지 않고 종교를 서로서로 퍼트려 교세를 확장시키겠지. 틀린 말이오?”
솔직히 말해 기세가 너무 커지면 박해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경우가 생겨도 머나먼 훗날의 일이리라.
세스페데스는 혼자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는지 마테오 리치와 상의했고 한참 뒤 돌아와서 으름장을 놓았다.
“마테오 형제도 의견에 동의하였지만 큰 효험이 없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니 저도 시일을 허비할 경우를 대비하여 약속 하나를 하고 싶습니다.”
“약속이라 하였소? 대체 무슨 약속이기에 이렇게 진중하단 말이오.”
“명국에 머무르는 동안 신자를 서른 명만 만들면 다음에 제 입신체비를 가르칠 분을 직접 정해주십시오. 다만 서른 명에 미치지 못했다면 저는 입신체비를 하지 않겠습니다.”
서른 명? 지나가는 빈민들에게 은자 한 냥씩 쥐여줘도 되겠지만 그렇게 신자를 만들었다간 머리가 좋은 마테오 리치에게 들킬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는데 서른 명보다 훨씬 많이 모일 게 분명하다.
화가들을 고용해 사전작업을 진행하며 이십 일 넘게 보선의 물자를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반복해 온몸이 뻐근해졌다.
하지만 수부들은 세스페데스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두 명이서 네 명 어치의 일을 하고 보수도 받지 않으니 병사들조차 세스페데스와 내가 일을 도우러 오면 반갑게 맞이하였다.
하역이 완료되고 출항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관리가 우리를 따로 불러 슬쩍 떠보았다.
“지난 한 달 동안 고생이 많았네. 다른 일은 아니고 수부들 사이에서 서역의 승려는 세상 정 반대편에 오면서 구풍(颶風: 태풍)에 휩쓸린 적이 없으니 영험한 도사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네. 그래서 말인데 서역의 부적을 좀 구할 수 있는가?”
관리는 서양에도 도교와 비슷한 종교가 있다 여기고 부적을 달라 했지만 빡빡한 천주교 교리상 성물을 지녀도 신자가 아니면 효험이 없다고 여긴다.
이 말을 전하자 관리는 한참 고민하더니 한숨을 쉬고 말하였다.
“서역의 도사는 참으로 까다로운 사람이군. 서역의 도사가 만든 부적을 쓰려면 꼭 서역의 종교를 받아들여 진언(眞言: 주문, 여기서는 기도문의 의미)을 외워야 한다고?”
“엄밀히 말하면 교리(敎理)라 하여 기도문과 그 이치를 익혀야 합니다.”
“신원도 용애(龍厓: 진린의 호)가 보증한 사람이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종교를 전하고 싶다면 두 달 동안 시일을 내서 배에 탑승할 마음이 있는가? 해안을 따라 올라가니 별문제는 일어나지 않겠지. 산동에 내려줄 테니 알아서 조선으로 돌아가게나.”
세스페데스가 준비한 물건과 내가 미리 만들어둔 물건을 포함해 궤짝 하나 어치의 짐이 추가로 올라가고 인원 두 명이 늘었지만 배수량 1,000톤이 넘는 배에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 * *
내가 설계한 배이지만 다시 보니 정말 반갑…… 지는 않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관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주 느릿느릿하고 흔들림이 심했다.
아내에게서 배운 방식으로 멀미를 줄이려다가 넘어져 굴렀는데 군관이 내 몸을 걷어차 밀어냈다.
“이 친구 왜 이리 몸이 단단해? 이 장소는 황상께서 기거하신 장소이니 들어갈 수 없다! 항상 명심하고 행동거지를 조심하도록!”
“황상께서요? 명국 황상께서 여기 계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이 배는 보선함대의 기함이고 황상께서 몸소 탑승하신 배이다. 본래 삿된 이는 태울 수 없지만 서역의 도사는 영험한 사람이 분명하니 특별히 탑승을 허가한 것이다. 영광으로 알도록!”
정말 만력제의 발걸음이 닿은 자리는 윤기가 날 정도로 닦여 있었고 배의 입구에는 어필(御筆), 아니, 만력제가 붓을 놀린 황필(皇筆)을 새긴 편액이 걸려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보통 배라면 내가 준비한 물건을 보며 의심했겠지만 황제가 탔던 배와 그 배를 호위한 보선함대이니 소중히 다뤄도 되리라.
선실로 돌아가니 세스페데스의 몸을 검사한 군관이 내 몸도 검사하였고 소지품을 검사하려 했는지 궤짝을 열었다.
군관은 마테오 리치가 직접 만든 십자고상을 집어 들고 물어보았다.
“이것들은 다 뭔가? 제사를 올리는데 위패(位牌)를 두지 않고 웬 족자를 준비했나?”
“천주교에서 제사를 올릴 적에 준비하는 물품입니다. 옛 성현의 모습을 새긴 십자고상과 옛 성현의 행적을 남긴 족자 열여섯 개가 필요하며 촛불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배 안이니 등잔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준비한 물건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한 십자가의 길을 나타낸 회화이다. 내 그림 솜씨는 별로 좋지 못해 명나라 화가에게 일임했는데 그럭저럭 동양풍이 섞인 회화가 되었다.
이 시대에는 교리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아 현대처럼 14개가 아니고 다양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단 16개만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군관은 내가 준비한 못을 가리키며 따지고 들었다.
“이걸 매달려고 기함에 구멍을 내겠다고? 혹여나 중요한 목재가 상하면 너희가 이를 보상할 수나 있겠는가?”
“혹여나 망치로 못을 박으면 귀한 배가 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몰라 제가 꾀를 내어 목재가 상하지 않고도 못을 박을 수 있도록 준비한 물건이 있습니다.”
내가 조선에서 준비한 물건은 성장추(成長錐)이다. 중간에 구멍이 뻥 뚫린 드릴과 비슷한 도구인데 이걸로 목재를 뚫으면 연필 굵기의 목재를 채취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목재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은 차고 넘친다. 나이테의 종류와 굵기만 보아도 이 목재가 어떠한 기후에서 자라났으며 활엽수인지 침엽수인지 알 수 있으니까.
군관은 성장추로 궤짝에 구멍을 뚫어보고 슬쩍 웃었다.
“이걸로 구멍을 파내고 송진과 톱밥을 채워서 마무리하게. 뱃밥으로 쓰이는 송진은 차고 넘치니 자네가 잘할 수 있겠지?”
군관이 돌아가고 미사 준비를 시작하였다.
전력을 다해 생장추를 박아 넣고 억지로 낑낑거리자 선원들은 내 모습을 보더니 저 친구 못 하나 박는데 꽤나 오래 걸린다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못 박는 구멍이 아니고 깊은 구멍이라 오래 걸리니 어쩔 수 없지.
나는 소룡식 입신체비를 해서 평범한 체격으로 삼대운동 700근을 돌파하였다. 여기에 특히 광배근과 팔 전체의 근육이 발달해 삽시간에 한 뼘이 넘는 구멍을 정확히 수직으로 파내 버렸다.
“이거보다 더 파내면 목재가 위험하겠지. 대여섯 치만 파내도 목재를 확실히 알 수 있으니 욕심은 접고 다음 시료나 찾아내자.”
목재의 내부도 중요하지만 외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목재의 외부를 뜯어갈 수 없으니 탁본(拓本)이 필요하지.
대놓고 탁본할 수 없으니 배를 더럽힐 수 없다고 중얼거리고 목재를 닦으며 수작을 부렸다.
탁본은 먹으로도 뜨지만 표면이 연한 경우 색을 입힌 밀랍으로 뜨는 방법도 있다. 초록색 밀랍을 목재 표면에 슬쩍 바르고 기름종이를 댄 다음 꽉 눌러서 탁본을 완성하였다.
목재 시료를 채취하니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숭례문 복원 당시 귀한 나무를 싼값의 육송으로 바꿔치기해 이래저래 파문이 있었고 이후에도 회사에서 일하며 의심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나무가 심하게 갈라졌다며 러시아산이라 의심하던 건축주와 법정 소송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왔지만 이 시대에 그럴 일은 없겠지.
선실로 돌아와 목재를 조심스럽게 확인해 보았다.
“숭례문 복원의 경우에는 침엽수에다 친척뻘의 품종이라 육송(陸松)을 사용했는지 금강송(金剛松)을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활엽수의 경우에는 지역에 따라 품질 변화가 명확하니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이 목재가 머나먼 사천성의 원시림에서 채취했다면 명확한 나이테가 남아서 북방에서 채취한 활엽수와 유사하리라.
하지만 이 녀석은 명백히 대양도산 목재의 특징이 남아 있다.
“역시나 나이테가 희미하고 간격도 널찍하게 벌어져 있어. 고산지대의 원시림에서 이런 목재가 자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일곱 개의 시료 가운데 여섯 개는 나이테의 간격이 널찍하게 벌어져 있다. 그나마 한 개의 시료는 나이테의 간격이 좁았는데 이건 진짜 사천 원시림에서 채취한 목재이다.
서류조작을 위해 사천에서 가져온 목재를 조금이나마 사용했으리라.
탁본과 시료에 번호를 매기고 궤짝 구석에 넣어두니 배를 축성하는 기도를 마친 세스페데스가 돌아왔다.
“참으로 거대한 배이지만 지나치게 흔들리는군요. 하지만 이런 거대한 배는 세비야(스페인의 무역도시) 전체를 찾아봐도 없을 게 분명합니다. 덕분에 축성하느라 한참 걸렸지요.”
“실은 내가 설계한 선박이기도 하지. 당시에는 엉성하게 설계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제대로 된 배로 만들어두었소. 그나저나 내가 만들어 둔 성전은 마음에 드시오?”
“십자가의 길까지 걸어두셨는데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예전에 있던 배에서는 미사를 올릴 적에 선실이 부족해 갑판에 올라야 했는데 이제는 정말 성전이 완성되었습니다.”
애먼 사람 속여먹는 것 같은데 서로 좋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세스페데스는 이후 선교를 완성하기 위해 낮에는 선원들의 일을 돕고 밤에는 미사를 올리며 교리를 전하였다.
나도 여섯 척의 배를 세스페데스와 함께 오가며 철저히 조사하였다. 하지만 목재의 비리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부 자체가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
이는 내가 배를 만드는 과정에 관여해서 명백히 알고 있다.
“분명 화포에 금과 은으로 상감을 했는데 왜 황동과 주석으로 상감해 뒀나. 이유야 뻔하네.”
만력제가 탑승했던 배는 화포에 무늬를 새겨 금과 은을 상감하였지만 다른 배는 값싼 금속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며 다른 배는 외부에만 옻칠을 하였다.
“이 배는 조금 안심이 되는군요. 첫 배는 죄다 검은색 칠을 하여 관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는데 이 배는 겉에만 검은 칠을 하고 속에는 기름을 칠하였습니다.”
“그 검은 칠의 값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오? 내가 설계할 적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만력제가 탑승한 기함은 배는 내부를 만들 당시와 동일하게 옻에 쇳가루를 섞은 호화로운 흑칠(黑漆)로 마감하였지만 다른 배는 흑칠을 다시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 함대를 운영하며 남겨 먹은 돈이 은자 십만 냥을 가뿐히 넘어가리라. 한두 건이야 미흡한 일로 넘길 수 있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 * *
시간은 흘러 배는 어느덧 산동 반도에 도착하였고 내릴 시간이 되었다.
매일같이 배를 오가며 미사를 올리고 교리를 전파한 세스페데스 덕분에 보선 함대에서 새 천주교 신자가 이백 명이나 탄생했다.
두 달 만에 이렇게 많은 이에게 신앙을 전파한 방법은 간단했다.
같이 일하며 성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교리를 전하니 자연스럽게 교리를 체득하였고 서역의 도사는 고난을 함께한다는 믿음까지 생겨났으니까.
당연히 세스페데스는 마지막까지 내가 알려준 전도방법을 충실히 이행했다.
잡부들과 함께 하역작업을 마치자 다들 땀에 절어버렸지만 신자들은 세스페데스에게 몰려들었다.
“신부님께서 조선으로 돌아가신다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상제님 대신 야소(耶蘇: 예수)라는 분을 섬기게 되었는데 미사를 올리지 않으면 중죄가 아닙니까?”
“사제가 없는 지역에 나설 적에는 미사 대신 스스로를 참회하는 기도를 올리면 충분하니 염려하지 마시오. 그리고 마테오 형제가 조만간 명국의 말을 배워 남경에 교회를 만들 예정이오.”
처음 내기를 할 때에는 제대로 된 신자 서른 명만 생겨도 족하다 여겼는데 그 일곱 배에 달하는 신자가 생겨났다. 이쯤 되면 남경에 교구 하나를 내도 될 수준이다.
세스페데스는 헤어지기 전 비는 시간마다 만든 십자가를 선원들에게 건네주고 축성을 내렸고 신자들은 이를 목에 걸고는 기도를 드렸다.
이제 조선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데 생각해 보니 문제가 좀 있다.
“생각해 보니 말이오. 지금 우리가 입신체비를 익혀 완력이 늘어난 덕분에 수부들의 일을 돕고 고난을 나누지 않았소? 덕분에 수부들은 신부가 일을 돕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소.”
“그렇습니다. 저도 생각하지 못한 선교 방식이지만 효과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군요.”
“그런데 마테오 리치는 입신체비도 모르고 이런 고난을 겪은 적도 없지 않소?”
세스페데스도 나도 까맣게 잊어먹었지만 우리는 남경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고 여기서 배를 타고 조선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뿌려놓은 신자들의 담당 신부가 될 사람은 마테오 리치다.
훗날 새 신부를 맞이한 신자들은 어서 일을 같이하며 성경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것이다.
평범한 체격의 마테오 리치는 이걸 견딜 수 없겠지.
세스페데스는 벌떡 일어나 멀어지는 보선을 향해 달려갔다.
“지금 당장에라도 마테오 형제에게 돌아가 입신체비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미 물을 건너온 뒤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앞으로의 일이나 생각합시다.”
궤짝 안에 가득 들어찬 증거물이 있다. 다른 증거물은 어떻게든 변명거리를 만들거나 물자를 되돌릴 수 있어도 보선은 아니다.
장거정이 아예 보선을 새로 만들지 않는 한 이 증거는 유효하게 쓰이리라.
다른 증거물이 속속들이 수집되면 때를 노려 장거정에게 폭탄을 퍼부을 때가 다가왔다.
그 미꾸라지 같은 놈을 직접 압박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귀향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