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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349화 (349/573)

근육조선 349화

2부 12장 7화 진짜 전쟁(2)

투메드부는 곡창지대이며 수많은 물산을 수입하는 고장이기에 북원 경제의 삼 할을 담당하는 요충지였다.

이런 투메드부에 우역이 퍼져 고난을 겪으니 당연히 이를 대처하기 위한 쿠릴타이가 예정되어 있었다.

북원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모인 귀족과 칸들은 투메드부에 대한 지원을 천명하고 훗날의 이득을 기대하며 긴급 소집된 쿠릴타이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숨만 붙어 있는 요동 도적이 던져졌다.

-요동 도적들이 투메드부에 우역을 퍼뜨렸다는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이미 조선에도 우역을 퍼뜨려 각지의 민심이 엉망이 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요동을 공격합시다.

증인으로 참석한 나란수렌의 발언이 끝나자 쿠릴타이가 열리는 거대한 게르에서 전쟁을 촉구하는 함성이 빗발쳤다.

북원은 덩치만 큰 명나라보다 조선을 경계했고 눈치를 보았지만 지금은 조선도 피해를 입었다.

평상시에는 교역만을 허가하던 조선도 이번 기회에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물론 명나라에게 외교적 압박을 받으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지만 이미 요동을 쑥대밭으로 만든 뒤이리라.

약탈과 피의 축제를 기대하는 귀족들과 각지의 칸이 병력을 소집하며 기세를 올렸다. 동쪽으로 향하는 투메드부의 대열에 합류하는 병사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으며 이윽고 2만에 달하는 대군으로 변모하였다.

투메드부 또한 이런 병력에 열렬한 성원을 보냈다. 정찰병을 보내 조선이 길을 열어주길 촉구하였으며 가지고 있던 모든 화약병기를 지참하고 창고를 헐어 군량을 보탰다.

-앞으로 한 달 뒤에 징벌을 시작하겠네. 말에게 곡식을 잔뜩 먹이시고 공성병기를 만들도록 하겠으니 그사이에 잠시 조선에 사람을 보내 길을 열길 독촉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게.

문제는 그 이후 벌어졌다.

조선이 이번 정벌을 막아서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고 간혹 혈기를 이기지 못한 북인들이 자신들에게 합류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인원이 너무 많았다.

멀리 동쪽에서 강을 건너온 인원들이 계속 쌓여서 징벌을 선언했던 북원의 전사들도 주눅이 들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수십여 명이 뗏목으로 강을 건넜지만 수백이 되고 수천이 되었으며 명백히 일만 명이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이걸 어찌합니까? 칸께서 예측하신 대로면 조선에서 사람을 많이 보내봤자 오천 명에 불과하다 하셨는데 이미 두 배는 넘어섰습니다.”

“조선에서 대체 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군.”

본래 역사에서 몽골 제국의 칸으로 법을 개정하고 여진족을 정벌하였던 투먼 자삭투 칸은 역사가 변하여 투메드부의 지도자인 테무르 칸으로 남았다.

하지만 역사가 변했음에도 그의 능력은 비범하여 투메드부를 순조롭게 다스리며 조선과의 친선을 이어갔고 현명한 칸이라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이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테무르 칸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분명 같이 피해를 입은 사이이니 방해를 하지 말라 탐마(정찰병)를 보냈는데 이렇게 나설 줄은 몰랐는데. 기껏해야 오천 명을 보낼 것이라 예상했거늘.”

“지금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저들의 말에 따르면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난 의용군이라 합니다. 정규군도 섞여 있지만 지금 휴가를 받았다 하더군요.”

테무르 칸은 얼마 전 조선에 선물 받은 망원경을 들더니 진영을 뚫어져라 쳐다다가 기가 차다는 듯이 자신의 아들 부얀을 노려보았다.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저 갑주는 무엇이고 저렇게 길고 튼튼한 검은 무엇이냐? 분명 애송이들이 많긴 하지만 엄연한 병사도 있고 심지어 저 화포는 뭐더냐?”

관찰사인 이양원이 열쇠를 실수로 떨어뜨렸듯이 각지의 군현에서 심지어 대규모 침략을 방비하기 위한 소규모 성채의 무기고마저 열렸다.

개인 병장기를 모두 챙긴 청년들은 병사들을 설득하였고, 병사들은 못 이기는 척 각지에 있는 소규모 성채의 화포를 가져온 것이다. 기껏해야 현자총통 수준의 작은 화포지만 최소한 마흔 문이 넘는 수량이었다.

“저희도 화포는 다루지 않습니까?”

“다루긴 한다만 다 조선에서 사들인 물건이고 이번 정벌에 스무 문을 가져온 게 전부다! 이쯤 되면 조선에서 보낸 전력이 투메드부의 전력과 대등하니 위신이 땅으로 떨어지겠군.”

조선이 작정하고 병력을 쏟아부으면 여기에 일만여 명이 넘는 달하는 정예 기병인 호분위가 추가된다. 이 어마어마한 인원에 주눅이 들었지만 노련한 테무르 칸의 눈에 조선에서 보내온 이들의 문제점이 보였다.

“저 녀석들 말 위에서 사는 사람들은 맞나? 옛날 금(金: 금나라)의 찌…… 아니, 조선의 귀부하기 전 북인들은 병장기는 부족해도 솜씨 하나만큼은 뛰어났다 했는데 저놈들 왜 저러지?”

조선에서 지원이랍시고 건너온 이들이 대부분 집결하였고 테무르 칸은 호위병과 함께 이들을 돌아보았다.

장비는 출중하고 끌고 온 말도 명마이지만 사람들은 어설픈 구석이 있었다.

덩치만 보면 장수의 재목이라 불리기 적합하였지만 말을 탄 모습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북원 기준으로 열다섯 살만 되어도 저들보다 기마술이 능숙하리라.

가만히 생각한 테무르 칸은 원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녀석들 제대로 된 훈련이나 실전을 경험한 적이 없잖아? 기껏해야 표범이나 산군만 상대했던 놈들이니 그럴 법하지. 조선이 편안한 곳이라 하였는데 몸만 부풀렸나 보군.”

“그게 가능이나 한 일입니까? 아니, 말 타고 사는 사람이면 당연히 삶이 실전이지요! 그게 안 되면 한 명의 성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까?”

“조선 사람들은 정착해서 사는 것을 잊었느냐? 각 부족 사이의 분쟁을 경험할 이유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녀석들을 많이 데리고 다녀봤자 손해이니 어느 정도 걸러야겠지.”

망원경을 넘겨받아 결집한 북인들을 본 만호장(萬戶長)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테무르 칸의 의견에 동조하였다.

북인 출신 기병들은 그들 입장에서도 강병(强兵)이었지만 청년들은 한 사람 몫을 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실력이 부족한 주제에 혈기에 차 있지만 부족한 녀석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면 혈기가 쑥 빠져나가겠지. 어서 단상을 만들어라!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초원의 법도가 아니더냐!”

북인 청년들을 물리칠 좋은 방법이 떠오른 테무르 칸은 단상을 만들고 위에 올라서서 일장연설을 준비하였다.

서서히 북인 청년들의 시선이 쏠리자 테무르 칸의 고함이 울렸다.

“이번 징벌에 참가하기를 원하는 조선의 애송이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거래를 하며 언어를 배운 이들은 어디에나 있기에 말은 이리저리 퍼지며 애송이라는 뜻을 전달하였고 북인 청년들이 술렁거렸다.

하지만 테무르 칸의 말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 모인 의기(意氣)는 인정하겠으나 네놈들은 전선에 설 정도로 숙련된 전사들이 아니다! 너희가 나서보았자 케리그(방어를 담당하는 보병) 수준으로 싸우는 것이 전부일 거다!”

“저희도 싸우고 싶습니다! 비록 말에 오르는 일은 능숙하지 못하지만 요동 도적들을 쳐 죽이고 싶은 마음은 한 가지가 아닙니까!”

“요동 도적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당연하겠지! 네놈들이 당할 꼴이 눈에 선하다!”

북인 청년들을 인솔한 군관마저도 이 상황을 예측하였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전 경험이 지극히 부족하며 훈련조차 받지 않은 북인 청년들은 힘만 좋은 신병(新兵)들이다.

지형지물을 활용하며 각지에서 기습을 일삼는 요동 도적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괴롭힐 것이요, 수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말을 빼앗겨 적의 기세를 올리리라.

“하지만 네놈들이 목숨도 건지고 복수를 할 길이 하나 있다. 내 너희 아흔 명당 케식(호위대) 출신의 정병 열 명을 붙여줄 것이니 이들의 인솔을 받아 각지에 있는 도적들을 소탕하라. 단! 전리품의 절반은 케식의 차지가 될 것이다!”

숙련된 병사인 케식이면 요동 도적들의 잔꾀를 파악하고 청년들을 잘 훈련시켜 큰 손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다만 테무르 칸의 발언이 유목민족의 규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북원을 비롯한 유목민의 군대의 최우선 과제는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전리품의 획득이다. 몽골을 세운 칭기즈 칸은 전리품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법을 가장 먼저 만들었다.

간혹 바토르(결사대) 가운데 중죄를 범한 이들은 약탈품을 분배받지 못했지만 이는 죄인이니 당연한 일이다.

테무르 칸은 범죄자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은 이들의 대다수가 분통을 터트리며 돌아가리라 예상했지만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뭐? 전리품의 절반만 가져? 아니, 내가 증조부님께 듣기로는 전리품은 공평하게…….”

“전리품이 굳이 필요하던가? 우리는 요동 도적놈들을 죽이고 싶어서 모인 것이지 전리품 따위야 짐 덩어리야! 아예 우리를 인솔하는 케식에게 바치는 것은 어떠한가?”

“케식이면 호분위 기병과 대등한 기병이 아닌가! 호분위 기병 한 명의 봉급이 은자 스물네 냥이라던데 전리품이 많아봤자 얼마나 하겠나! 이는 우리를 배려하여 은혜를 베푼 것일세!”

“그렇지! 호분위 기병 열 명을 한 달만 고용한다고 쳐도 은자 스무 냥이네! 내가 이럴 줄 알고 은자를 챙겨왔는데 잘되었어!”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 북인 청년들은 칼을 치켜들고 테무르 칸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고, 정말 이만 명에 달하는 이들을 합류시키게 된 테무르 칸은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단상에서 내려왔지만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

“칸께서 청년들을 배려하시는 마음이 하해와 같습니다. 참으로 대범하신 분이시니 조만간 명성이 세상에 널리 떨칠 것입니다.”

“내 아래에 있는 케식과 각지에서 보내온 케식을 합쳐도 삼천여 명에 불과한데 이들을 모조리 핏덩어리들 뒷바라지하는 데 써야 할 판국이야! 탐마들도 합류시켜야 할 판국이네!”

작전 계획을 모조리 수정해야 하지만 북인 청년들의 기세를 보건대 당장 쳐들어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골머리를 썩이리라.

테무르 칸은 북인 병사들이 가져온 화포를 보더니 아예 전략을 수정하였다.

“지금부터 요동장성에 화포를 쏟아붓고 최대한 빠르게 진격하겠다! 목표는 요동의 심장부인 심양성의 함락이며 이후 여력이 남으면 명나라로 향하는 길목인 산해관을 공격한다!”

본래 차근차근 밀고 들어가는 전략을 택하려 했지만 이는 하책이다.

많은 병사들이 합류하였으니 기세를 몰아 해일처럼 몰아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옳으리라.

* * *

백여 년 전에 만리장성의 끄트머리인 요동변장(遼東邊藏)을 개수한 요동장성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굳건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기세등등한 병사는 없고 도적들이 한가로이 주사위 놀음을 하며 농담 따먹기를 하였다.

“어이고 위 백호(百戶)님 제가 은자 좀 가져가겠습니다.”

“주사위에 납 넣은 것 아니야? 야 이 새끼야! 손모가지 내놔!”

“어이고 진 천총(千摠)님 사기를 치시면 곤란하지요!”

본래 늠름한 누각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허름하게 엮은 초가가 자리 잡았으며 빼곡하게 총구를 메웠을 화포는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얼마나 쏘지 않았는지 시퍼런 녹이 올라와 있었다.

각지에 경략을 두고 관직을 내렸으며 녹봉까지 하사했지만 모두 도적들이 머물며 합법적인 수익을 나눠 가지는 자리가 되었다.

사기를 치다 걸려 구석에 몰린 진 천총이라 불리는 도적은 손을 싹싹 비비며 화포를 가리켰다.

“사기를 쳐서 미안하네. 이 화포 녹여다 팔면 술을 살 수 있으니 좀 봐주게나.”

화포는 장성에 머무는 도적들이 적금을 깨내듯 녹여 쓰는 물건으로 변해버렸고 이제는 몇 개 남지도 않았다.

어느새 화해한 도적들의 시야에 저 멀리 북방에서 몰려드는 먼지가 보였다.

“지금은 먼지 바람이 불 시기가 아닌데…… 잠깐 저거 뭐야! 달자다! 달자들의 공격이다!”

도적질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피난처이다. 투메드부와 하르빈 일대에 약탈을 감행하고 장성 안에 숨어 막아내면 추격대 따위는 돌려보낼 수 있었으니 제법 많은 도적들이 장성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미 머나먼 벌판을 가득 메웠으니 최소 수천 단위의 기병이요, 저들이 밧줄만 걸어도 이런 장성 따위는 삽시간에 함락당하리라.

“당장 화포를 쏘고 문을 바위로 막아! 야! 니들 어디가! 내가 천총이라고! 니들 상관이란 말이다! 이 새끼들아!”

제대로 된 병사도 아니며 제대로 된 사람도 아니기에 도적들의 대응은 도주 외에는 없었다.

천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삽시간에 도주하였고 남은 이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이들의 도주를 돕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멀리서 장성을 향해 발사한 화포들이 장성을 두드렸다.

백여 년 전에 축조하고 딱히 보수한 적도 없었지만 얼마나 튼튼하게 쌓았는지 두터운 장성은 화포의 포격을 충분히 받아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도적들은 도주를 택하였다.

본래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장성을 한 각 만에 차지한 북원과 조선의 연합군은 이 촌극을 무시하고 병사를 분배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먼저 조선에서 온 군관들은 우리에게 합류하게나. 정면에서 싸우다 명나라 병사들에게 발각되면 큰일이 벌어질 것이니 화포만 쏘고 정말 여의치 않을 경우 본영을 방어하게.”

“칸의 배려에 감사할 뿐입니다.”

아무리 조선이 우호적이라 해도 동맹인 명나라의 손을 들어줄 것이요. 조선과 명이 전쟁을 벌여 투메드부의 수입이 끊기는 일은 원하지 않았기에 테무르 칸은 이들을 수비병으로 쓰는 것이 한계이리라.

“그리고 부얀! 나란수렌! 너희는 좌우익을 담당한다! 요동 도적들이 후방을 엄습하지 못하게 조선에서 온 핏덩이들을 인솔하여 각자 동쪽과 서쪽을 토벌하라!”

본래 차근차근 도적들을 토벌하며 후방을 보호하려 했지만 병력이 충분한 지금은 차라리 군대를 분열시켜 파상 공세를 취함이 옳으리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도적들을 토벌하러 나선 북인들이 환호성을 질렀지만 전쟁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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