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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327화 (327/573)

근육조선 327화

2부 10장 4화 예상보다 더하다(2)

이 시대에는 현대처럼 드릴을 사용하는 시추조사가 없다. 광산을 개발할 때에도 광맥의 유무를 지상에 드러난 노두(露頭: 광맥이 지상에 드러난 부분)로 유추한다.

설령 노두가 있고 매장된 광물을 예상할 수 있어도 채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 장비도 부족하고 화약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시대니까 광맥이 깊으면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더욱 황당해서 탐광자를 쳐다보다 되물었다.

“분명 석회암을 찾아내기 전에 캐낸 광맥일 것인데 그 양이 얼마나 되는가?”

“산 정상 부근에서 뭔가 있어 보이기에 산기슭으로 내려가 약간 힘을 썼습니다. 기껏해야 땅을 석 자 파내고 속에 있는 바위를 쪼개 돌을 여럿 캐낸 일이 전부이지요.”

분명 항구 북쪽에는 산이 있으며 산의 크기가 그리 크지도 않다. 말 그대로 동네 뒷산이니 캐내는 데에 어떠한 어려움도 없으리라.

탐광자의 표정만 보아도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근처에 금이 넘치는데 바로 캐내자며 물욕이 가득한 눈이었는데 나는 그 눈빛을 보면서 결론을 내렸다.

“참으로 고생이 많았네. 아쉬운 일은 지금 항구공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업무가 산적하여 있는데 함부로 금을 캐내어 인력을 낭비할 수 없다네.”

탐광자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머리를 푹 숙였다.

대부분의 경우에 금광을 발견한 일은 공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공이 아니고 해악이다. 이런 불안정한 지역에서 금광에 눈독을 들일 이들은 한둘이 아니니까.

수리가 부족 사람들은 한때 무역경로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였던 이들이니 금에 대한 욕심이 아직도 남아 있을 것이다. 또한 남부의 호족들은 아예 분탕질을 칠 것이다.

나도 생각을 정리하고 탐광자를 차근차근 다독였다.

“만약 금광이 있다 공언하면 수많은 이들이 금광에 몰려들어 인부가 부족해져 요새와 항구를 만드는 일은 물거품이 될 거라네.”

“아국의 병사들은 강인하니 호족들이 몰려들어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도 없는 지금에는 크나큰 희생이 생길 것이네. 튼튼한 요새를 완성하고 넓은 항구를 두어 군선들이 주둔한다면 이런 희생이 줄어들 것이 아닌가.”

크나큰 희생이라는 말에 탐광자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지금 조선의 병사들은 사방에 퍼져 요새를 만들 기반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습격을 받으면 분열된 병사들이 난전을 벌이다 사상자가 제법 나올 것이다.

하지만 불만이 쌓이면 입이 가벼워질지도 모르니 이제 당근을 줄 차례이다.

조선에서는 광산 개발을 권장하기 위해 발견자에게 최대 십 년 동안 5리(0.5%)까지 광산 수익을 분배하는 법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발견자가 여러 명으로 갈라지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잘해야 1리(0.1%) 정도를 받는 것이 한계이지만 이번에는 발견자도 명확하고 이해관계도 얽혀 있지 않다.

나는 종이를 세 장 가져와 조정에 올릴 장계 형식으로 하나, 계약서 형식으로 두 개를 작성하였다.

“여기에 자네의 호패를 찍어두게. 조정에 장계를 올려 광산 수익의 오 리를 십 년간 할당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자네의 것으로 묶어둘 것이니 당분간 입단속을 철저히 하게나.”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 못 믿으실 것이라면 입을 바늘로 꿰매셔도 됩니다!”

이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펴다 못해 어지간한 대지주가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겠지. 대충 은자 5만 냥의 수익이 나와도 10년 동안 250냥으로 당상관급 연봉을 받는다.

계약서와 장계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조항과 소문이 퍼져 다른 이들이 광산을 개발하려는 행동을 취하여도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제시하였으니 어지간해서는 입을 열지 않으리라.

여기에 안전장치를 하나 더 붙였다.

“그러고 보니 자네 안색이 창백한 것이 덥고 습한 지역에 오느라 몸이 축났나 보군. 이번 배편으로 고향에 돌아가면 몸에 힘이 들어갈 것이네.”

탐광자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기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남상정이 요새 축성에 사용할 시멘트를 받으러 왔다가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거 본래 계획대로 개발하였다가는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었소.”

“천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벌판에서 일할 수 없는 시기에도 산속에서 금광을 캐는 일은 가능하니 모든 인력이 발견된 광산으로 몰리겠지요.”

“광산으로 몰려오는 이들이 사람뿐이겠소? 사람이 되다 만 해구(海寇)들도 사방에서 몰려들겠지. 수천에 달하는 해구들이 화포를 쏘며 달려든다면 왜구보다 더할 것이오.”

나는 군사에 대해 정확히 모르지만 수천에 달하는 해적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 조선에서 파견한 이들이 3,000명이고 이중 절반이 병력인데 그 몇 배가 몰려온다고?

남상정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필 금광 옆이 항구라 하였으니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도 한계가 있구려. 혹여나 거대한 화포를 옮길 정도의 접안시설을 마련하려면 얼마나 걸리겠소?”

“빠르면 한 달, 늦으면 석 달이 걸릴 것입니다.”

“어차피 보름 간격으로 여송도 관찰사에게 장계를 보내니 큰 문제는 없구려. 여송 본섬에서도 준비한 물건이 있으니 항구 개발을 최대한 빨리 완료해 주시오.”

항구 개발을 최대한 빨리 완료해 달라 했는데 기둥이 빨리 만들어져야 완료를 하지. 가장 중요한 물건 접안시설의 하중을 부담할 콘크리트 기둥이니까.

하지만 미룰 방법도 없으니 남상정과 이야기를 마치고 바로 항구로 나아갔다. 이미 재료는 준비되어 있고 인력도 충분하며 조선에서 사용하지 않는 거대한 조립식 녹로(크레인)도 마련해 두었다.

지금까지 굵은 대나무에 넣어 콘크리트를 만든 경우는 대부분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을 만드는 건 처음이다.

내가 도착하자 열심히 시멘트와 골재를 만들었던 이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서 모여들었다.

“지금 저 안에 진흙을 넣어서 굳힌다 하였나? 저 회색 진흙을 굳히면 정말 돌로 변한다고?”

“내가 직접 만져보았다네. 차돌 정도로 단단하진 않아도 어지간한 나무보다는 훨씬 단단해.”

“그럼 왜 대나무를 저렇게 안에 배치했지? 그냥 회색 진흙을 굳히면 더 튼튼하지 않나?”

왜긴 왜겠어. 인장 강도를 보충하려고 대나무를 철근 대신 넣었지.

지금은 철근은 꿈도 못 꿀 시대이니 죽근 콘크리트로 대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죽근 콘크리트는 2차 대전 시기 철강 생산량이 부족한 일본에서 궁여지책으로 개발한 물건인데 사용법만 잘 지키면 튼튼한 물건이다. 기둥에 사용하면 나무와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발휘하리라.

거푸집의 양옆에서는 인부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콘크리트를 삽으로 휘젓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실험이었지만 이제는 실전이라 최대한 신속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삽으로 떠서 부어 넣게나! 영회를 잘 버무려 자갈이 위아래로 가라앉지 않게 만들어야 하니 잊지 말게! 또한 여송삼(마닐라 삼)으로 만든 가느다란 밧줄이 엉키지 않도록 조심하게!”

심각한 표정으로 콘크리트를 이리저리 찔러보고 가끔 골재 사이에 끼인 커다란 자갈이 있으면 꼬챙이로 찔러 안으로 밀어 넣거나 아예 손으로 끄집어냈다.

하지만 항구의 기초를 만들 적에 기둥을 한 개만 쓰던가.

“바로 다음 거푸집에 작업을 실시하게!”

현대라면 레미콘을 쓰거나 드럼으로 비벼서 타설할 콘크리트이지만 이 시대에는 순수 인력이다. 여덟 개의 기둥을 작업하자 인부들이 지치기 시작했고 내가 삽을 잡았다.

입신체비로 기른 몸답게 익숙하지 않은 작업에도 효험을 발휘했지만 지독하게 덥다!

“젠장! 이래서야 웃옷을 벗어야지!”

힘을 쓰니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견딜 수 없었다. 부족민들은 가느다란 몸이라 땀이 별로 나지 않았지만 근육이 많아서 열이 치솟아 더워 죽겠다!

결국 웃옷을 벗으니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저 몸의 모습을 보게! 성전에 모셔졌던 검은 조각상보다 못하여도 날렵하지 않은가!”

“나를 성전인지 어디인지에 모셔두면 당장 형무소에 처넣을 것이니 입 다물게!”

실수를 해도 단단히 했다! 벗어 던진 웃옷을 입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수십 년 뒤엔 힌두교 사원에 서애신이라는 신이 생기지 않을까.

말려도 듣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중요한 건 콘크리트 기둥이다.

보름 정도 지나고 콘크리트 기둥의 경화도 안정 상태가 되었는데 생각보다 수율이 좋다. 스무 개 가운데 열다섯 개가 흠 없이 분리되었는데 이대로 계속 만들면 대규모 접안시설도 쉽사리 만들 수 있으리라.

미리 설치한 녹로를 이용해 산호초 사이에 박아 넣었는데 생각보다 잘 버틴다.

생각해 보니 산호초 따위가 크고 아름다운 콘크리트 기둥을 버틸 리가 없지 않은가.

“이게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돌로 만든 기둥이 달고질(절구통 같은 나무를 내리쳐 기초를 다짐)에도 금이 가지 않는다고?”

조선인 인부도 부족민도 내가 만든 콘크리트의 성능에 감탄하며 작업에 임했다. 어차피 모든 재료가 준비된 조립이니 며칠 만에 접안시설을 완성하였고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최종 점검을 위하여 동원된 물건은 가장 거대한 함포인 뇌력포이다.

나무가 넘쳐나는 고장이라 기초를 콘크리트 기둥으로, 상부 구조를 모조리 통나무에 못을 박아 만들어 무게가 오백 관(2톤)이 넘는 뇌력포 20문이 놓여도 잘 버텼다.

남상정은 환호성을 지르며 내 손을 맞잡았다.

“참으로 훌륭하오! 이 정도의 접안시설이면 벽란도와 대남도의 수영에도 흔치 않은 녀석인데 고작 수백 명의 인력으로 잘 만들어내었소!”

“제가 고생한 게 아니고 천운이 몰린 이 지세 덕분입니다. 더군다나 영회로 만든 기둥이니 수십 년이 지나도 썩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금 스승님의 지혜에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하늘에 계신 회령군 선생님…… 에게 감사는 아니고 이름을 팔아서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려나.

여하튼 이 정도의 접안시설이면 코끼리가 춤을 추어도 멀쩡히 버텨낼 수 있으리라.

* * *

접안시설을 완성하니 음력 6월이 되었다. 본격적인 건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이미 조선인들 대다수가 파김치처럼 늘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방금 전에 밭을 확인하러 밖에 나왔던 관리가 휘청거리며 들어오더니 마루에 대 자로 뻗어버렸다.

언제나 있는 일이라서 그러려니 하였는데 가까스로 일어난 관리는 나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말하였다.

“경차관 어르신. 너무 더워서 그러니 초석을 좀 사용하여도 되겠습니까?”

“너무 많이 사용하지는 말게. 시원한 물을 마셔 몸의 열을 식히고 잠시 누워서 쉬게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차관 어르신처럼 절육을 철저히 행할 것을…….”

내 몸은 이이에게 시달리느라 철저하게 절육을 하였고 체지방이 극단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체지방이 많고 근육도 많아서 더위에 더욱 취약하였다.

완연한 결이 드러난 팔을 보면서 다시 부채를 들었다.

“절육을 충실히 한 덕분에 그나마 더위를 덜 타니 얼마나 우스워.”

부채를 부쳤지만 뜨뜻한 바람이 밀려와서 부채를 집어 던졌다. 피부 온도보다 기온이 높아지면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데 집 안의 기온이 30도가 가뿐히 넘어간다는 소리이다.

밖에는 먹장구름이 밀려왔는데 언제나 일어나던 일이라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한 10분 정도 비를 뿌린 먹구름이 흩어지고 땅을 적신 물이 삽시간에 증발하며 습도가 폭증하였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젠 못 버텨먹겠다!”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고 업무를 보던 신주랑이 땀범벅이 되어 다시 작성해야 할 서류를 북북 찢어버리더니 대충 모시옷만 걸치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아마 숲속에 있는 시냇물로 몸을 식히려나 본데 돌아오면서 몸이 더워져서 그게 그거다. 이래서 입신체비로 절육을 철저히 하면 좋다니까.

그나마 땀이 덜 흐르니 장계를 읽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몰랐다.

조정에서 전달된 장계를 옆으로 치우고 주변인들이 보낸 서신이나 한양에서 전달된 조보를 먼저 읽기로 하였다.

“어이고 권율 이 친구는 결국 더위에 시달리다 병에 걸렸군.”

권율은 아버지의 덕을 많이 보았다. 일반적으로 종6품 무렵에 지방관으로 부임하는데 아버지가 정승이다 보니 종5품으로 여송도 지방관으로 부임한 것이다. 하지만 여름 더위에 시달리다 토사곽란에 걸렸다는 서신이 왔다.

이런 경우에는 본가(本家)로 돌아가 몸을 일 년 혹은 그 이상 추스르고 나머지 임기를 지낸다 하였다. 내가 조선으로 돌아갈 무렵이 되면 다시 지방관이 될 것이니 만나서 안면이나 보면 될 것이다.

다음은 조보를 읽었는데 자연스럽게 혀를 쯧쯧 찼다.

“그리고 오다 이놈은 진짜 미쳤나? 벌써 세 번째로 혼인 의사를 밝혔다고?”

오다 노부나가는 올해 1월에 다시 조정에 혼인 의사를 밝혔다 했다. 조정에서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사람을 보내 항의 의사를 밝힌다 했는데 보통 사신이 파견된 것이 아니다.

[이에 외조판서 상이경을 비롯한 관리들이 삿된 언사를 보인 직전신장(織田信長)에게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하여 호위를 위한 병사들과 함께 왜국으로 향하였다.]

외조판서가 파견되었으니 최소 삼천 명가량의 병력을 호위 명목으로 붙였을 것이다. 듣기로는 조선의 오위 소속 정예병 삼천 명이면 왜군 육천 명 정도는 쉽사리 격퇴한다는데 이거면 오다의 세력에 치명상을 입힐 병력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주변 다이묘들에게 지원을 실시하여 아예 축출해 버리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생각해 보니 조보에 올라가는 조정 소식은 한 달 정도 늦고 이 조보가 인쇄되고 전달되는 데 두 달가량 걸린다.

지금이 1573년 6월이니 사실상 1573년 3월 무렵에 상이경이 파견되었을 것이다.

이 멍청한 놈이 뭔 짓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대처를 잘못하면 정말 멸망할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지.

“점심식사가 다 되었습니다!”

더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입신체비로 인해 조선의 문화도 변해서 점심도 낮것이라고 대충 챙겨 먹는 생활이 아니고 나름 제대로 된 끼니를 먹는 세상이 되었다.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 먹어도 아침과 저녁처럼 제대로 된 밥을 챙겨 먹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반찬 셋이 딸린 제대로 된 식사이다. 문제는 주식인데 옥수수죽이 나왔다.

“아니, 왜 뜨거운 걸 먹으라고 주는 거야!”

“이런 불볕더위에 옥수수로 죽을 쑤어낸 정성을 생각하지 않는가? 음식을 어중간하게 식혀 먹으면 토사곽란에 시달리니 차라리 나은 일이 아닌가.”

밥상에서는 쓴소리를 하기 싫었지만 얼마 전에 항구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더위에 시달리다 대충 식힌 밥을 먹고 단체 식중독에 걸린 사건이 벌어졌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음식은 만든 직후 바로 먹으라 했었다.

옥수수로 쑤어낸 죽이라 해도 대충 갈아낸 옥수수 가루를 물에 넣고 계속 휘저으며 끓여낸 물건이다. 이걸 이탈리아에서는 폴렌타(Polenta)라 부르던가?

반찬으로는 말린 번가(番茄: 토마토)를 불려낸 뒤에 식초를 뿌린 냉채와 무절임에 연안에서 잡힌 참치 구이 토막까지 먹으니 여기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도 없다.

식사도 마치고 땀을 좀 식힌 다음 장계를 읽으니 명령문이었다.

[이번 6월 24일 정오 무렵 귀중한 물건이 도착하니 항구에 나서도록 하라.]

더위로 파김치가 되었는데 왜 항구에 직접 나서라고 명령을 내리는가.

그래도 명령은 명령이니 항구로 나서서 대기하였다. 망원경을 들어 저 멀리 북동쪽을 보니 선단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가 커도 너무 크지 않은가.

“대체 뭘 운반하지? 요새에 쓰일 새 화포? 뇌력포만 20문이 있는데 더 보낸다고?”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계속 망원경으로 확인하였는데 갑판 위에 거대한 회색 물체가 있다!

초점이 흐려져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런 거대한 생물체는 이 세상에 코끼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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