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313화 (313/573)

근육조선 313화

2부 8장 6화 부패

왕 이호는 오늘도 외교와 통상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며 편전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몇 년 이내에 일을 마치고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되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뜻하는 대로 돌아가란 법은 없었다.

“전하, 유구(琉球)의 상원(尙元: 본래 역사의 류쿠 왕 쇼겐)이 국서를 보내어 얼마 전에 불어온 구풍으로 전답이 허물어져 고통을 겪고 있으니 도움을 청하였사옵니다.”

“상…… 상원이라 하였는가?”

이호의 눈이 위로 치켜 올라가더니 머릿속에서 잊힌 사람을 떠올리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조선의 해양진출에 의해 쇠락한 유구 왕국이 사실상의 복속을 원했으니 이들은 조선에 의지하는 일을 당연하다 여긴 것이다.

세월이 한참 지나니 유구는 옛 습속도 잊어버리고 스스럼없이 조선의 신하를 자처하였고 조정에서는 약간의 무역을 행하며 유구를 풍족하게 유지하는 일에 몰두하였다.

당연히 이호는 해야 할 일을 말했다.

“곡창에 비축해 둔 곡식 이만 섬을 우선해 보내고 부족하면 삼만 섬을 더 보내도록 하여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전하, 대월국(베트남)에서 국서가 당도하였사옵니다. 해적이 들끓어 전투용으로 조련된 코끼리 스무 마리를 보낼 것이니 아국의 화포 가운데 현자총통 사백여 문을 요청하였사옵니다.”

“코끼리는 여송도에 넘쳐나니 개의치 않으려 하였건만 전투용으로 조련된 코끼리라. 나쁜 일은 아니나 대월국에도 화포가 있으니 전쟁을 의도함이 분명할 것이다. 시일을 지체하여 상대의 몸이 달아오르게 만들어라.”

수많은 장계와 국서를 일제히 처리한 이호도 피로함을 느껴 잠시 휴식을 명하였다. 입신체비로 다져진 몸이지만 예순에 가까우면 몸이 쇠락하는 일은 당연하였으니까.

하지만 한 시간도 쉬지 못한 이호에게 돌아온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동생이자 왕제인 영천대군이었다.

능력은 부족하여도 태평한 성격만은 변치 않던 동생의 첫 보고는 그의 속을 뒤집어놓기에 충분하였다.

“명국 황상을 뵙고 왔습니다. 하온데 제 부족한 능력으로는 판단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기에 주상전하의 고견을 듣고 싶사옵니다.”

보고를 올린 직후 조정은 뒤집어졌다. 육조직계제가 시행 중이라 평소에는 조언과 최종 검수만 담당하며 한가로이 지내던 의정부 관원들이 편전에 일제히 집결하였다.

주제는 당연히 국서를 통해 도착한 명나라의 함선 건조 요구였다. 청(請)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여 권고하듯이 말하였을 뿐이지만 상국의 입장을 고스란히 드러낸 서신이었다.

이호는 심란한 표정을 지은 채 국서를 확인하고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명국의 황상은 영민하다 하여도 엄연히 아이이니 사리분별을 할 수 있어도 이런 의견을 내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오. 결국 명국의 정계를 장악한 이의 의견인데 대체 어떠한 인물인지 궁금하구려.”

“고공과 장거정이라는 신료인데 둘 다 한림원 출신의 진사(조선의 장원급제자)이며 환관과 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였사옵니다.”

“그러하면 세종대왕께서 계실 적의 왕진과 같은 환관의 전횡은 아닌 것 같으니 다들 의견을 말하여 보시오. 자네는 이 서신을 신료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필사하고.”

국서에 별첨된 서류를 받은 사관이 종이를 잔뜩 가져와 옮겨 적는 소리가 가득하였다.

모든 신료들이 쭈뼛거리고 있으니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영의정 이황이었다.

“신 이황 아뢰옵니다. 명국의 청이라 하지만 거절할 수 있다면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옵니다. 전함을 만드는 일은 일백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바이나 이를 고스란히 넘길 수 있지 않사옵니까.”

“신 홍섬 아뢰옵니다. 명국이 인부를 보낸다 하여도 고작 여섯 척을 건조하고 전함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방도는 없을 것이옵니다. 이들이 전함을 만드는 일을 배우려면 진작 대양도와 여송(필리핀) 일대의 사람들을 고용하였을 것입니다.”

관점에 따라 손익이 달리 보이는 논쟁거리기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평상시에는 성격을 죽이느라 나서지 않던 조식도 어느새 논쟁에 참석하였으니 이호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하여 화제를 돌렸다.

“지금 중요한 일은 전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이를 만드는 일도 불가해 보이는 것이오. 일만 료의 선박이 존재할 수는 있소? 상선이면 몰라도 군선으로 일만 료의 선박 말이오.”

이호의 말이 떨어지자 조정 신료들이 일제히 침묵하였지만 이 자리에 특별히 참석한 전함사의 제조 유인영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나름 군선에 대해 지식이 많은 사람이니 답할 것은 차고 넘쳤다.

“여송에서 일할 적에 만난 서반아 상인의 말에 따르면 상선으로 가락이라는 배를 사용하는데 가장 큰 배가 일만 료에 달한다 하였지만 확인한 바가 없사옵니다.”

“이는 군선이오. 명국에서 보낸 국서에 새로 건조할 선박의 요구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 내 기가 차서 더 이상 읽기 힘들 지경이오. 사관을 시켜 이를 베끼게 만들 것이니 이걸 살펴보고 의견을 내놓으시구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사관은 국서에 별도로 첨부된 선박의 요구사항을 베껴놓은 지 오래였다.

서신이 전해지자 신료 모두 헛숨을 삼키며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일만 료급 함선을 만들되 기한은 삼 년이며 목재는 조선에서 가장 빼어난 목재로 만들라.

-겉에는 모두 옻에 쇳가루를 섞은 흑칠을 할 것이고 위를 금과 은으로 장식할 것이다.

-화포는 다른 함선의 두 배 이상을 장착할 수 있게 만들라.

-돛대는 세 개를 두되 크기를 정한 아마로 만들고 훗날 금을 수놓은 비단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아라.

“자개장입니까 군선입니까? 만약 이러한 선박을 만들면 한 척에 은자 이십오만 냥이 넘어갈 것이옵니다! 더군다나 이런 거대한 함선을 만들 방법이 없사옵니다. 팔천 료의 함선을 만드는 일이 한계이며 이 크기면 군선으로는 활용이 불가하옵니다.”

“그렇다면 의도가 무엇인 것 같은가. 정말 자개장을 바다에 띄워두려는 의도인가?”

“신이 부족한지라 많은 것은 알지 못하옵니다. 고작 이 년으로는 선박을 만드는 법을 익히지 못하니 기술을 얻어가려 하였다면 사람을 보내라 했을 것이고 정녕 군선을 원한다면 예산을 지급하고 군선을 만들라 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러하면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가능한 일이로군. 기술의 한도가 있으니 실질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군선은 팔천 료에 불과하다고 국서를 전하면 될 일이 아닌가.”

팔천 료의 배를 만들어도 바다 위의 관과 마찬가지인데……. 라는 소리를 중얼거리던 유인영은 어쩔 수 없이 붓을 놀려 기술적 소견서를 제출하였다.

급격한 피로가 밀려와 논의를 중단시킨 이호의 명령 덕분에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신료들은 삼대운동으로 겨루자며 입신체비장으로 향하였고, 이호는 침전으로 돌아가 내관을 불러 생각을 이어갔다.

“정계를 장악한 명국의 두 신료가 고공과 장거정이라 하였지? 둘의 출신지가 어디인가?”

“내각수보인 고공은 하남성 인근이며 이를 보좌하는 황사(皇師: 황제의 스승) 장거정은 호북성의 형주부 출신이옵니다.”

명나라 전도를 살피는 이호의 눈이 점차 장강을 훑었다. 어느 정도 오차는 있겠지만 하천은 제대로 표시되는 이 시대의 지도에 드넓은 장강은 저 멀리 사천성에서 시작하여 운남성과 호북성을 거치고 남경까지 흘러내렸다.

“분명 방길주의 기록이 틀림없다면 명국이 보선을 만들 적에 용골에 쓰일 목재를 구하러 파촉(巴蜀: 촉나라의 강역, 현 사천성)과 운남 일대의 목재를 사용했다 하였는데.”

세종대왕 시절 조선으로 귀부한 방길주의 서적에는 그가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조선공으로서의 기록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보선을 만들 당시 수천의 병졸과 잡부를 파견하여 파촉 일대를 수색하고 이백 자 이상의 목재 스무 그루를 찾아 이를 남경까지 운반하였다. 일설에는 운남 일대의 목재를 가져왔다 하지만 물에 불은 목재라 종류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목재를 옮길 적에는 강이나 바다를 이용해야 하는데 드넓은 장강을 거치는 일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목재가 물에 불어나면 확인할 길이 없다고?”

임금인 그도 물을 통해 목재를 옮기는 일이 당연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호의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니 눈이 쉴 새 없이 돌아가다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였다.

“장거정 이놈은 나라를 팔아서 돈을 벌려고 작정을 하였군.”

선박의 수명은 길어야 십 년이요, 짧으면 칠 년이다. 더군다나 이 년에 한 번 정도는 선박을 조선소로 돌려보내 전수 검사하고 손상된 주요 부재를 수리할 필요가 있었다.

용골이 파손되면 배의 수명은 끝이지만 늑골이 파손된 배는 물 위에 떠 있지 못한다.

일만 료에 달하는 거대한 배라면 다른 배와 비교할 수 없는 거목(巨木)으로 늑골을 사용할 것이다.

당연히 명나라의 조선소는 옛날 보선이 만들어진 남경 일대가 가장 융성할 것이요, 조선에서 만들어진 선박도 거기서 보수될 것이다.

하지만 남경에는 이미 대양도산 목재가 수입되고 있었다.

“고향인 형주 일대의 사람들과 작당하여 사천과 운남 일대의 목재를 장강으로 옮겼다 속이고 실지로는 대양도산 목재를 보수용으로 사용하겠군. 그 차익을 두고두고 챙기면 십 년이 지나면 이십만 냥을 챙기고도 남겠지.”

장강을 통해 운반된 목재와 대양도의 원시림에서 자라난 목재의 가격은 천양지차이다. 현지에서는 같은 가격이라 가정해도 운반 과정에서 투입될 비용을 포함하면 몇 배의 차이가 날 것이다.

일만 료에 달하는 거선을 조선에 주문한 이유가 수군을 양성할 기반을 마련하고 나라의 중흥(中興: 다시 흥하게 하다) 목적이 아닌, 어린 황제의 눈을 속이고 자신의 배 속을 채울 계략임을 짐작한 이호는 눈을 찌푸리며 먼 서쪽을 노려보았다.

번국(藩國)의 으뜸인 조선이라 아무리 속으로 생각해 보아도 한계가 있었다. 명나라를 받드는 이유는 막대한 자금과 인구로 조정을 풍요롭게 만들 큰 축이라 받들어주는 것이었으니까.

명나라에 대한 충성심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명나라가 무너지면 피해를 입는 것은 조선이었다.

어느새 이호의 눈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를 실각시킬 방법은 아직 없었다.

“장거정 이놈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 방법은 차고 넘치겠지만 그래 보았자 다른 방식으로 나라를 좀먹겠지.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며 속으로는 이리 썩어 문드러졌다니.”

언젠가는 장거정의 전횡도 언젠가 발각될 것이며 그의 최후는 지극히 비참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자신이 살아 있더라도 왕의 자리에는 없을 것이니 훗날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였다.

십여 년이 지나 어린 황제가 청년이 되어 국정을 다룰 시기가 되면 그의 아들 이연이 장거정의 비리를 파악할 것이요, 이를 번국의 왕의 신분을 이용하여 충심을 앞세워 고발할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영민한 모습을 보인다 하였으니 명국과 조선의 관계는 더욱 우호적이 될 것이며, 아픔을 딛고 일어난 황제는 명나라의 부패를 제거하여 나라를 평온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괘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공조에서 조만간 공사에 쓰이는 노동력과 재료를 활용하는 방식을 완성한다 하였는데 이를 적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였던가.”

유성룡이 처음 조정에 들어올 때부터 주목하고 있던 이호이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많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하여도 스스로를 겸손하게 여기는 이이니 재능은 차고 넘쳤다.

아마 명나라에서 보내오는 인부들도 업무는 뒷전이고 한 몫을 챙길 생각에 몰두하리라. 이런 이들을 혹독히 다루려면 철저한 규칙으로 억누르는 방법이 최고이리라.

* * *

드디어 품셈을 완성했다.

엄밀히 말하면 각종 공사나 상황에 맞추어 계속 개량해야 하는 녀석이기에 공조에서 관여하는 크고 작은 공사를 계속 담당하며 경험을 쌓으려 하였다.

“내일도 즐거운 공사현장 가야지! 농땡이 피우는 인부 일 시키고 산악할증 증가시키고!”

“유 좌랑! 자네에게 주상전하의 어명이 내려왔네.”

어명이라 여겨도 지금은 겨울이다. 1569년 음력 11월이니 출장을 보내도 기껏해야 도성 인근의 사찰이나 산성을 확인하라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장계를 펼쳐보았다.

-유성룡에게 명을 내린다. 조만간 원산 일대에서 거함(巨艦)을 여섯 척 만들어낼 것이니 이 공사에 참가하도록 하여라. 일전에 품셈이라는 방식을 도입하였으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함선을 만드는 일은 전함사의 전유물인데 어찌하여 제가 나섭니까?”

“나도 모르는 일이라네. 생각하여 보니 함선에는 나무가 많이 들어가는데 자네는 나무가 많이 들어가는 건물을 값싸고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 않은가.”

“저는 함선을 제대로 만들 줄 모릅니다!”

“어허! 도본을 작성하고 분해하고 재조립해 본 사람이 만들 줄을 몰라? 설계야 전함사 관료들이 행할 것이니 자네는 설계에 맞게 인부를 배분하고 업무를 배분하면 충분한 일이지!”

외통수다. 완벽한 외통수라서 변명할 방법조차 없었다.

물론 이번 업무를 시행하면 각종 난해한 업무에 대한 품셈을 모조리 작성할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평생 동안 천천히 품셈을 완성하고 후대에 넘기려 했지 당장 급한 일은 아니라 여겼다!

하지만 어명은 어명이기에 어쩔 수 없이 원산으로 향하였다.

“유 좌랑 당도하였습니다! 지금 함선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기는. 자네가 일전에 도본을 그린 팔천 료 급의 거함 여섯 척을 만들 준비를 하는 것이지. 물론 개수는 많이 하였지만 여전히 실전에 쓰일 방도가 없다네.”

상식을 넘어서는 거대한 함선을 만들 목적은 맞았는지 백사장에는 잘 마른 재목이 가득하였고 용골로 쓰일 어마어마한 나무도 있었다.

그리고 다들 삽을 들고 땅을 파내고 있다!

“지금 이게 뭘 하는 것입니까? 배를 만드는데 땅을 왜 파냅니까?”

“배를 용골부터 쌓아 올리려면 땅을 파내어 평평하게 만들고 다듬어 기초를 다져야지. 너무 거대한 함선이라 아예 조선소를 새로 만들 지경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이미 길이를 확인할 목적이었는지 평판측량기마저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 어마어마한 난공사지만 생각해 보면 선박을 건조하는 일은 건축과 닮아 있었다.

배를 만들 공간을 만들려고 바닥을 파고 다져 평평하게 만드는 일은 기초공사요, 여기에 용골과 늑골을 붙이는 일은 기둥과 보를 비롯한 주요 구조를 만드는 것과 같다.

다만 내가 늦게 도착하였는지 이미 용골은 놓여 있고 늑골로 사용할 거목들이 줄지어 있었다.

전함사 관리들은 이미 늑골을 휠 준비를 하였는데 하나같이 표정이 침통하였다.

“너무 커서 문제로군. 아래에서부터 쌓아나가면 비바람에 노출된 늑골이 지나치게 뒤틀려서 강도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네.”

여기서 배운 바로는 배는 아래부터 쌓아서 만든다.

용골 - 늑골 - 내부구조 - 판재 순서로 건물을 올리듯 차곡차곡 만드는 것이다. 배의 규모가 커지면 비바람에 노출된 늑골이 휘며 이를 교정하는 작업이 추가로 발생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었다.

생각해 보니 현대에 아파트를 만들 때와 유사하게 늑골을 모두 조립하지 말고 앞에서부터 하나씩 조립하여 연장하면 되는 것이다.

늑골 조립에 착수하기 전에 의견을 내놓았다.

“늑골을 모두 조립하지 말고 배의 앞에서부터 뒤로 향하며 구조를 이어갑시다. 그리하면 늑골이 비바람에 노출될 일이 적으니 배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겠지요.”

“틀린 말은 아닌데 그게 가능한가? 지금까지의 건조 방식을 뒤엎는 것이 아닌가.”

물론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이게 단순작업의 반복이라 한 팀 단위로 구성하는 업무에서는 압도적으로 효율이 좋지.

다만 이 일을 배정하는 내가 피곤하고 귀찮다는 점인데 이건 처음만 그럴 것이다.

고작 육 개월이 지나면 다들 익숙해질 것이라 내가 관여할 업무가 사라질 것이요, 도성으로 돌아가 다시 공조 업무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