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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307화 (307/573)

근육조선 307화

2부 7장 5화 화려한 출장(3)

두 사람이 왜 창백하게 질려 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당장 하성군은 수양대군의 후손이라지만 젊은 시절에 망나니처럼 굴어 주상전하에게 한 번만 실수를 저지르면 파면당할 것이라 하였다.

그러니 어떠한 일이 발생하여도 극도로 수비적이고 어떻게든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곡사 주지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지.

당장 정여립이 화를 내면서 다가왔다.

“주지 스님께 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간혹 형편이 어려운 절이 건물이 썩는 일을 방지하려고 인근의 옻나무를 달여 옻칠을 하는 일은 있다 들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건물이 나무좀에 상해서 다른 사찰을 따라 옻을 칠하였습니다.”

“옻칠을 하여도 묵인하는 일은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칠할 경우의 일이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는 오 년 전에 중건한 절이고 중건할 때부터 옻을 칠하였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요?”

“시주를 조금 많이 받아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여유가 생겼다면 수양대군의 후손들에게 시주를 받을 연유가 있습니까?”

스물넷에 불과한 정9품 관료가 핏대를 세우니 나이가 지긋한 주지 스님이 뒤로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둘을 진정시키기 위해 끼어드니 정여립도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내가 정황을 파악하는 동안 자네 둘은 건물을 실측하여 도본을 만들도록 하게. 이 절이 법도를 거스르지는 않았어도 도덕을 지키지 않았으니 면밀하게 파악하는 일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둘이 대충 실측한 임시도면을 내가 한 번씩 돌아보며 마무리를 지으면 되겠지.

그나마 표정이 풀린 하성군과 주지 스님을 데리고 다실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다실도 흰개미의 피해를 입기는 매한가지였는지 창문을 활짝 열어둬도 나프탈렌의 냄새가 느껴졌다.

주지 스님은 내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순흥군 대감을 비롯하여 수양대군의 후손들은 예전에 수양대군이 철령 전투의 희생자들을 위하여 제를 올린 절에 시주를 이어가고 있음은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개성의 연복사를 비롯하여 열다섯 개 정도의 사찰에 수양대군의 후손들이 시주하는 일은 마땅하다 하지만 오 년에 한 번씩 식대를 명목으로 곡식 일백 섬가량을 시주한다 하였습니다.”

빙의자인 수양대군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불교를 옹호하였다.

당시에는 매년 시주를 일천 섬 이상 하였는데 대가 이어지면서 재산을 분할한 덕분에 요즘에는 연간 삼백 섬이 한계라 하던가.

시주를 받는 사찰은 형편이 나아지면 시주를 거부하였지만 아직 형편이 어려운 사찰이 많았기에 시주를 이어갔다.

간혹 깐깐한 사람이 공격하여도 수양대군의 후손들의 대처는 한결같았다.

-조상님께서 머문 곳을 지키는 일이 효도가 아니오? 시주를 끊어 사찰을 폐하게 만들면 불효가 아니겠소? 정자나 누각을 보하는 일은 마땅하다 여기면서 사찰은 아니 되오?

예진원 대제학이 사찰에 시주하느라 재산을 축적하지 않으니 아예 나라에서도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여하튼 주지 스님은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진상을 털어놓았다.

“이 사찰이 시주를 많이 받았지만 아시다시피 사람은 돈이 생기면 더욱 모으고 싶은 욕심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사찰이 번성하여도 시주를 요청하였지요.”

“하르빈에 있는 흑룡사는 시주를 받지 않은 지 육십 년이 지났는데 참으로 뻔뻔한 일이구려. 대체 이 많은 재산은 어떻게 모은 것이오?”

“사십여 년 전 대양도에 승려가 파견된 이후 가르침이 퍼져 진주에 오가며 목재를 납품하는 이들이 들러 시주를 행하였습니다. 갈수록 재산이 쌓여갔고 이십 년 전에는 끼니를 걱정할 연유가 없어서 떡을 찧어 먹기에 이르렀지요.”

하성군은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새하얗게 질렸는데 적어도 당신 잘못은 아니니까 염려하지 말라고!

여하튼 먹고사는 일이 편해지니 다른 생각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순흥군 대감에게 사천왕상을 새로 만들자 제안한 것이구려.”

“수양대군의 몸을 본뜬 상이지만 이런저런 흠결을 내세워 새로운 상을 만들기를 원하였고. 순흥군께서는 이백 냥에 달하는 은자를 보내서 최고의 나무를 구하라 하였습니다.”

“방금 전에 듣자 하니 순흥군 대감께서 특별히 만든 사천왕상이라고 하였습니다만?”

“순흥군 대감께서 값을 치르신 사천왕상이기에 그렇게 말하신 것이지요. 사소한 일에 예진원 대제학이 관여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덕분에 아름드리 녹나무를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예진원 대제학은 바쁜 사람이다.

입신체비의 보급과 제자의 육성은 물론이요, 왕실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라 본인은 한양에 머물고 후계자를 사방으로 보내 작은 제사와 지방 입신체비장의 교육을 주관하니까.

순흥군은 아무것도 모르고 시주를 늘려 보냈을 것이며, 돈이 생긴 의곡사는 시주하러 온 대만 사람에게 부탁하여 질 좋은 나무를 들여왔으리라.

하지만 확인을 위해 다시 질문을 하였다.

“아름드리 녹나무를 십칠 년 전에 들여오고. 모두 배 위에 올려서 들여온 것이오?”

“나무를 사천왕상을 만들기 충분한 크기로 잘라 충분히 말린 녀석을 여덟 개를 들여왔습니다. 개중 가장 빼어난 네 개를 다듬어 상을 만들고 나머지 네 개는 일 년을 더 묵혀 장뇌(樟腦)를 만들었습니다.”

“개중에 나무좀이 스민 녀석이 있었을 것이오. 실지로는 흰개미라 하여 죽은 나무를 쏠아 먹고 지금 진주에 해를 끼치는 녀석들이지요. 이번 일을 어떻게 감내할 것이오?”

답은 정해져 있다.

의곡사는 가망이 없으니 모조리 불태우며 주변 숲도 벌채해서 모조리 태워 버리고, 주변 숲의 흰개미들을 추적해서 소탕해야 하리라.

주지도 이를 알고 있었는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찰을 불로 태우는 일이…….”

주제를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순흥군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험난한 일이다.

이 시대에는 병충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니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는 일로 보이리라.

나도 뒷배는 있으니 순흥군에게 책임을 물어 파면시키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양대군의 후예들과 입신체비사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요, 적이 많으면 훗날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아군이 많아도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니 입지가 부족한 하성군을 확실한 아군으로 만들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하성군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였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둘을 대신해 말했다.

“옳은 말입니다. 사찰을 모조리 태우고 주변 숲을 벌채하여 같이 태워 흰개미를 소탕하는 길이 답입니다. 이후에는 참으로 험난한 일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정녕 그러한 방법 외에 없다면 따르는 수 외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 가장 분노할 이들이 누구이겠습니까? 피해를 입은 유생들과 헛된 말에 속은 순흥군 대감이 아닙니까? 하성군 대감께서는 향교와 입신체비장에서 사람을 불러 모아주십시오.”

유생들의 취미에는 육예(六藝)가 있지만 다른 취미도 있다.

눈에 밟히는 사찰을 폐사로 만드는 취미가 있는데 근육이 들어찬 선비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 * *

닷새가량이 지나고 입신체비장과 향교의 유생 수십 명이 집결하였다.

심지어 집에서 머슴을 데려와 백 명에 가까운 규모가 되었으며 모두 의욕이 넘쳐나다 못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당장 불씨의 형상의 목을 자르고 깨부숴 잡석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소!”

“그만두시구려, 불씨의 형상이 완전히 폐허가 된 절의 한복판에 놓이면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는 형상이 아니겠소.”

간혹 곡괭이로 불상을 내려치려는 이들이 있었는데 석조 유물은 보존해야 하지 않는가.

내가 말리니 그럴싸한 생각이라 여겼는지 구석에 놓인 불상을 그대로 두고 건물을 해체하기 시작하였다.

“불이 주변 숲으로 번지지 않도록 벌채를 행해주시오! 주변 삼십 보(48m)의 모든 나무와 수풀을 잘라내어 사찰 전체를 뒤덮어주시오! 모조리 불살라야 하오!”

순식간에 지붕이 해체되고 건물의 실체가 드러났다. 실측하면서 확인했었지만 이 건물 모두가 흰개미의 번식장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유생들도 비명을 지르며 옷을 벗어 던지기에 이르렀다.

“갸아아아아아악! 나무좀이 달라붙는다! 이놈들이 사람을 물어뜯는다!”

병정개미들의 습격을 받은 유생이 나오자 하성군이 달려들어 물을 끼얹고 옷을 벗겨내 치료를 받게 하였다. 유생들은 벌겋게 올라온 상처에 기름을 바르며 말하였다.

“이런 세상에! 나무좀이 이렇게 많다니!”

“이게 다 예진원 대제학을 속인 벌일세! 하늘이 노하여 불씨에게 벌을 내린 것이지.”

“그러하면 입신체비로 다스리는 일이 마땅하지 않겠나! 거기 비키게!”

어느새 주변 숲에서 벌채한 나무를 공성추 삼아 벽을 무너뜨리고 기둥을 부숴내니 인간 중장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하성군도 도리깨를 들고 올라가 서까래를 부수고 도리를 박살 내는데 장관이 따로 없었다.

“역시 무관이라니까. 입신체비사와 몸을 놀리는 방법이 달라.”

전신에 탄력이 넘치니 끝에 쇠를 붙여 거대한 철퇴나 마찬가지인 도리깨가 사방을 어지럽게 날뛰었다. 매섭게 발달한 사지가 꿈틀거릴 때마다 톱밥이 휘날리고 목재가 박살 났다.

“우리야 효심을 위하여 몸을 단련한 것이라 저런 움직임은 불가능하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힘이 있지 않은가!”

“새로 예진원 대제학이 되실 분이라 평판이 좋지 않아 불안하였는데 저런 모습을 보이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역시 이현전의 수찬이 사람 보는 눈이 빼어나다 하더니 잘된 일일세.”

서로 경쟁하여 일하니 의곡사는 사흘 만에 완전히 해체되어 나무 잔해가 되어버렸다. 흰개미가 사방에서 끓어오르는데 미리 물골을 파서 물을 채워두었으니 탈출은 불가능했다.

해체가 종료되자 진주목사인 양응정도 사람들을 이끌고 의곡사에 방문하였다. 다른 일은 몰라도 불을 지르면 산불로 번질 수 있으니 목사의 허가가 필요한 것이다.

양응정은 하늘에 몰려온 먹구름을 보더니 기름 동이를 하성군에게 건네주며 말하였다.

“불이 번지더라도 진주까지 번질 일은 없겠소. 그러하면 의곡사를 죄를 물어 불로 태울 것이며, 주지와 주요 승려를 승적(僧籍)에서 해제하며 향후 오 년 동안 복원하는 일을 금할 것이니 대감께서 불을 붙이시구려.”

“이번 일을 시행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현전의 유 수찬이 아닙니까. 제가 기름을 뿌릴 것이니 유 수찬께서 불을 붙이면 될 일이지요. 어서 시행하시구려.”

하성군에게 받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던지니 겨울 동안 잘 마른 의곡사가 삽시간에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유생들은 돌아갔지만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복잡한 얼굴을 한 하성군에게 말하였다.

“내일부터 주변 산을 돌며 흰개미의 둥지를 소탕할 것입니다. 돌아가셔서 이번 일에 대해 보고를 올리시되 머나먼 이국에서 전해지는 물목에 대한 검수를 철저히 하자는 제 장계를 거듭 보고하여 주십시오.”

“산은 나도 제법 잘 탄다네. 그렇지 않아도 하체를 단련하려면 산을 오르는 일은 필수인데 유생 여럿과 인부들이 자네를 도우러 나설 것이니 염려하지 말게나.”

다음 날. 의곡사 주변의 산에 올라갔는데 거대한 그루터기에 흰개미의 둥지가 보였다.

추위에 약하지만 둥지를 깊은 땅속에 만들면 겨울 추위를 버틸 수 있었는지 동면에서 깨어난 흰개미들이 주변의 잔가지를 모조리 쏠아 먹고 있었다.

“근원인 의곡사를 불태웠으니 모든 일이 끝난 것 아니오? 이런 미물에 너무 신경을 쓰니 답답한 노릇이구려.”

“이미 대처법도 마련해 두지 않았소. 흰개미가 스민 건물은 겨울 동안 창문을 열고 집기를 빼내어 속까지 추위를 스미게 하면 사라진다 하지 않았소.”

내가 마련한 대처법을 백 년 내내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기서 보이는 대로 흰개미 둥지를 부숴둬야지 훗날의 일이 편해지지!

하지만 산 위에 올라와 곡괭이질을 하려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거대한 그루터기가 아무리 흰개미에 먹었다지만 쉴 새 없이 곡괭이를 놀리니 지치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성군은 훈련을 위해 땅을 파본 적이 많은지 능숙하였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흰개미가 산에서는 기세를 부려도 산에는 기껏해야 사냥꾼이나 약초꾼이 머물고 이외에는 불씨들이 머물 뿐인데 불씨들을 보호하려고 흰개미 둥지를 소탕하면 말이 되지 않는구려.”

정여립도 노이네도 하성군도 모두 내 속내를 몰랐지만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고! 이놈들이 숲을 타고 번식해서 정말 팔만대장경을 갉아먹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흰개미 둥지는 깊었다.

한참을 파 내려가니 시커먼 흰개미가 아닌 우유같이 투명한 흰개미 유충들과 여왕이 보였지만 나도 지쳐서 곡괭이를 집어 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정도로 허물어내면 겨울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모조리 얼어 죽겠지. 입신체비를 익힌 유생 둘과 무관 한 명이 반나절 동안 곡괭이질을 하여야 답이 보이는구려.”

“햐. 이 녀석들 둥지를 지키려는 모습이 개미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뭇가지를 넣기가 무섭게 몰려드는군요.”

정여립이 나뭇가지를 넣기가 무섭게 수십 마리의 흰개미가 달려들었는데 내 옷에도 흰개미가 넘쳐났다. 옷을 벗고 몸을 털어내니 다큐멘터리에서 본 침팬지의 몰골이 아닌가.

침팬지는 흰개미 둥지를 부순 다음 유충들을 나뭇가지에 붙여서 먹는다.

흰개미를 먹을 수 있나? 얼마 전에 대양도 출신 사람이 했던 말이 있었지?

‘제 조부님이야 옛적 사람이야 별식으로 홍수벌레를 드셨다 하지만…….’

흰개미 유충의 모습을 보니 속이 투명하게 비쳐 보일 정도로 색소가 없었다. 수양대군이 남긴 저서에서 새하얀 육질이 최고로 좋다 하였는데 이거보다 더 하얀 고기가 있겠는가?

구덩이로 뛰어들어 양손으로 흰개미 유충을 잔뜩 집어 들었다.

“이미 끝난 일이 아닌가? 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지 알 길이 없다네.”

“수양대군께서 말씀하시기를 새하얀 육질이 가장 좋다 하였는데 돌드레 애벌레보다 더 하얀색이지 않습니까? 돌아다니는 흰개미는 갈색이 섞여도 이 녀석들은 새하얀 녀석입니다!”

톱밥을 대충 걸러내니 스무 마리 정도의 흰개미 유충이 손에서 꿈틀거렸다.

침을 꼴깍 삼켰는데 생각해 보니 어떤 생존전문가도 흰개미를 먹을 수 있다 하였지!

입에 털어 넣으니 시큼한 맛과 이상한 냄새가 밀려와서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았고 하성군과 정여립도 내 모습을 보더니만 헛구역질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가 아닌가!

“곡괭이질을 하여 몸을 단련하고 세상에서 가장 하얀 육질을 먹으니 이 어찌 입신체비에 좋은 방식이 아니겠습니까! 흰개미가 해만 입힌다고 생각하였는데 얼마나 좋은 일인지요!”

현대에도 뉴트리아라고 외래종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은 야생에서 멸종 위기종이 되었다. 웅담 성분이 있어서 몸에 좋다 하니까 사람들이 보이는 대로 잡아먹은 것이 원인이었다.

유생들은 명분이 없어서 산에 오르지 않을 뿐이다. 몸에 좋고 운동도 가능한 데다 해를 입히는 흰개미가 있다 하면 산에 올라 흰개미 둥지를 파헤칠 것이다.

좋은 해결책을 창안하여 가슴은 뿌듯하였지만 하성군은 구역질을 감추며 말하였다.

“입신체비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하였는데 참으로 대단하시구려! 벌레를 생식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본받아야 하지 않겠나.”

어느새 명성이 생겨난 것 같았다.

일에 미친놈이자 입신체비에 미친놈이라는 두 가지의 명성이 틀어박힌 게 분명하였다.

며칠이 지나고 보고서를 모조리 작성한 다음 도성으로 향하는데 유생 여럿이 곡괭이와 솥을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만흰개미는 조만간 멸종하겠지만 내 앞에는 입신체비의 길만 보이니 앞길이 막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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