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297화
2부 6장 1화 – 현감님 현감님(1)
내 비장이 된 고란의 신상명세를 파악하려 하였다. 더 이상 니양수의 집에 머물 방법도 없으니 배가 드나드는 하마항(블라디보스토크)의 숙소에 머무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이를 속였다더라!
“지금 무어라 했는가? 자네의 나이가 분명 스물하나라 하였는데 실지로는 열일곱이라고? 잠깐, 하마 니씨의 식객이 된 것은 이 년 전의 일이라 하지 않았는가?”
고란 이 녀석은 얼마나 근(筋)수저란 말인가. 15세의 나이에 신장 180㎝에 도달하였고 지금은 187㎝에 근접한다고? 거기다가 훈영제식법을 이 년간 익혔다는 말도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입신체비를 행하였지만 삼대운동만 행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외에는 식객으로 사냥에 나서며 비는 시일에 퇴역한 훈련원 출신 어르신에게 훈영제식법만 배웠지요.”
“자네의 재능은 정말 대단하군. 어느 누가 들어도 부러워할 것이 분명하네.”
고란이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지만 이 녀석과 대등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 외에는 보지 못했다. 친구인 임차손인데 엄연히 따지면 과가 다르다.
임차손은 아버지인 임꺽정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그냥 몸 전체가 거대하다. 이는 보통 사람을 비율을 유지한 채 거대하게 늘려놓은 것이니 현대의 씨름선수 시절 강범동 혹은 수양대군과 닮은 것이다.
반면 고란은 사지가 훤칠하고 상반신 위주로 근육이 발달되어 있다. 그는 내가 재능이라는 말을 하자 부끄러운 표정으로 답하였다.
“실은 고민이 있습니다. 저에게 훈영제식법을 가르쳐 준 분은 제 등과 하체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아 균형이 맞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대성하기는 힘들다 하였지요.”
병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는 광배근을 포함한 등 근육이다. 당장 검만 휘둘러도 팔과 무기를 감당할 수 있는 등이 부족하면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두르고 앞으로 휘청거려 목이 날아간다 하였으니까.
이를 받쳐주는 하체는 없다하면 서러운 부위이다. 당장 행군은 물론이요, 보법(步法)은 병장기를 다룰 적에 근본과 마찬가지인 부위니까. 지금도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강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을 받았겠지.
“배움이 깊은 사람이군. 입신체비사야 전신의 근육을 빠짐없이 단련하는 일에 특화되어 있으나 훈영제식법은 병장기를 다루는 근육을 발달시키는······ 생각해 보니 자네에게 선물을 줄 것이 있다네. 선물은 물론이고 앞으로 내가 단련법을 알려주겠네.”
나는 지금껏 이이에게 등과 필요한 근육을 기르는 방법을, 아내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하체를 배우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아직도 입고 있지 않던 갑옷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본래는 내가 입으려고 챙겨온 쇄자갑이었지만 자네가 입으면 충분할 것 같군.”
“네? 제가 이 쇄자갑을 입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자네는 이미 내 사람이 되었으며 나를 지키는 비장(裨將)으로 일할 사람이 아닌가. 자네의 몸을 지키면 내 몸을 지키는 일이니 자네가 이 갑주를 입는 일이 옳다네.”
만들어진 지 오랜 세월이 흘러 검은색의 때가 끼었지만 내가 손아귀에 힘을 주고 당겨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 튼튼한 사슬갑옷이다. 고란은 갑옷을 쓰다듬어 보더니 놀란 눈으로 철릭 안에 갑옷을 착용하였다.
“무게가 열다섯 근(9.6㎏)은 될 것 같군요.”
“빙장어른께 들었는데 일전에 족친위의 기병들이 입었던 갑옷이라 하였네. 그나저나 자네가 부족한 부위가 등과 하체라 하였는데 이 모두를 단련하는 법을 익혔으니 자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군.”
고란의 눈빛은 나에 대해 존경이 아닌 경외심을 품을 지경이 되었다. 본래 하마 니씨에서 출세를 위하여 보낸 식객이 이틀 만에 내 사람이 되다니 입신체비는 참 대단한 학문이란 말이야.
고란과 함께 애단현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니 병사들도 잔뜩 탑승해 있었다. 적어도 일백 명은 될 법한 병사는 물론이고 인근의 사냥꾼도 함께하였는지 덩치 큰 개들도 잔뜩 있었고.
경원부사인 박순의 이야기가 틀림없다면 지휘관은 종8품 무관인 율 봉사이리라. 그와 악수를 나누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반갑습니다. 이번 착호(捉虎)를 실시할 율보리라 합니다. 토관으로 일하다 훈련원을 나온 후에 경원부의 봉사직을 역임하고 있지요.”
“이번에 새로 현감으로 부임할 유이현이오. 그런데 이백 호에 불과한 애단현에서 이 많은 병사들과 함께한단 말이오?”
“본래 산군을 하나라도 잡을 적에는 개로 찾아낸 이후 삼십 명 이상의 병졸을 동원하여 에워싸서 잡아야 하는 법이지요. 장성한 산군은 보총을 스무 보 이내에서 급소에 맞지 않는 한 죽지 않습니다.”
보총의 위력은 직접 쏘아봐서 알고 있다. 오십 보 거리에서는 몸통에 맞으면 사람이 즉사한다 하던데. 호랑이에게 치명상을 입힐 사거리는 스무 보 이내라고? 율보리는 내 표정을 보더니 조금 형태가 다른 총을 가져와서 쓰다듬고는 말하였다.
“하지만 염려하지 마십시오. 보총과 비견할 수 없는 위력을 자랑하는 운총을 능숙히 다루는 사수를 스무 명이나 데려왔으니 산군을 쉬이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운총이라 하였소? 보총은 연한 쇠를 깎아 만드는데 운총은 단단한 철판을 두드려 만드는 모양이구려. 크기도 한 뼘은 큰 것 같소이다.”
“군문에 있는 이들은 보총과 운총의 차이를 알지만 다른 이들은 모르지요. 운총은 보총 스무 정당 한 정 정도만 사용하는 아주 값비싼 총입니다. 한 번 만져보시겠습니까?”
보총의 총열은 팔각기둥 형태로 다듬어낸 연철에 구멍을 파내어 만들고 끌로 대충 마무리하여 둔탁한 느낌이 남아 있지만 운총의 총열은 강철판을 둥글게 말아 말끔하게 처리하였다.
총열 내부에는 현대의 소총에나 볼 수 있는 강선이 파여져 있었다. 기술이 부족해서 듬성듬성 파였지만 이걸 다 손으로 파냈을 것이 아닌가. 율보리는 자랑스럽게 답하였다.
“보총은 오십 보의 사거리이지만 운총은 팔십 보를 넘어서도 위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숙달된 사수는 일백오십 보 거리에서 인마(人馬)를 분간하여 적중시킬 수 있지요.”
“그렇게 좋은 무기이면 보총이 필요 없지 않소이까. 모조리 운총을 들어 멀리서 격살시키면 충분한 일이 아니겠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보총은 장전을 할 적에 바닥을 때려 장전해야 하지만 운총은 강선 때문에 총알을 장대로 쑤셔 넣어야 하니 느리게 쏩니다. 또한 보총의 가격은 한 정에 은자 여섯 냥이며 운총은 한 정에 은자 스물다섯 냥이나 합니다.”
한 정에 은자 25냥? 소모품인 총기가 한 정에 서민 일 년 생활비의 5배라고? 그마저도 군납품이라 가격이 내린 것이니 시중에 풀리면 30냥은 하고도 남겠지.
지금 조선 전체에 보총을 사용하는 병사만 사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가 운총을 사용하면 국가 예산이 바닥나고도 남으리라. 율보리는 내 얼굴을 보더니만 멋쩍은 듯이 말하였다.
“그러하니 보총 스무 정당 운총 한 정이 전부이지요. 지금 이 배에 모인 사수들은 경원부 일대에서 소집한 이들이니 산군을 모조리 쓸어버리고도 남을 것입니다.”
자신만만한 말이었지만 걱정은 된다. 현대에서 봤던 다큐멘터리의 멘트에 의하면 호랑이의 영역범위는 상상을 초월해서 백두대간을 몇 달에 걸쳐 주파할 수 있다 하였으니까.
지금이 음력 7월이니 사냥을 다 해도 겨울이 되면 호랑이가 다시 들어차지 않을까. 잡념을 지우기 위해 선창으로 들어가 멀미에 시달리는 고란에게 내가 배운 입신체비를 전수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입신체비에는 재능이 크게 없지만 배움이 부족하다 생각하지는 않는다네. 그렇지 않아도 자네가 부족한 부분을 내가 열심히 익힌 적이 있었지. 내 자세를 따라 하게나.”
“기마자세가 아닙니까? 그런데 흔들리는 선창에서 이를 행하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자고로 하체의 단련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행하면 성과가 드러난다네. 흔들리는 선실에서 오로지 허벅지와 장딴지의 힘으로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하면 된다네.”
북방의 바다는 파도가 높은지라 배가 많이 흔들리니 효과는 몇 배가 되리라. 내가 가벼운 기마자세를 취하고 하체를 움직이며 머리를 꼿꼿하게 유지하자 고란도 나를 따라 하다 바닥을 뒹굴고는 말하였다.
“학식이 깊으신 분을 모시게 되니 제가 배움을 얻게 되었군요. 고작 배를 타서도 하체를 단련할 수 있다니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나도 배워만 두고는 쓸 자리를 찾지 못하였는데 자네와 같은 무골을 만나게 되어 좋은 일이군. 자네를 비장으로 두는 동안 가르칠 것이 많다네.”
등과 하체가 부족하다 했으니 실컷 가르쳐야지. 이이에게 배운 석쇄(케틀벨)를 이용한 단련법은 물론이고 광배근을 잔뜩 키워 날개를 돋워주면 임차손과 비교할 수 있는 인간 흉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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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가량 항해한 작은 배는 애단현의 부속항인 애단항에 정박하였다. 해안을 개수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였는지 창고로 보이는 건물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 여럿이 있었다. 술동이가 들어가니 술집이 아닐까.
“머나먼 험지에도 주루가 있다 하였는데 저 주루의 주인은 은자를 많이 거두겠군요.”
“이런 먼 곳까지 나올 사람도 구해야 하며 술을 옮기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네. 어서 올라가 보세나.”
사흘 동안 산길을 올라 내 임지인 애단현으로 향하였다.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가에 쪼개진 통나무와 노끈이 보이는데 나무는 풍족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마을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나와 환영 인사를 하였다.
“드디어! 드디어 내 후임자가 왔군! 나는 애단현의 현감인 조월진일세.”
얼마나 거친 생활을 했는지 얼굴이 햇볕에 그을려 있고 손톱이 거칠다 못해 맹수의 그것과 같은 데다가 나이도 사십 대라 하였는데 오십 대로 보일 정도로 폭삭 삭아 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 아차 하고 말을 이어갔다.
“안면만 보니 삼십 세인 줄 알았는데 스물넷이라 하였지. 자네는 젊은 사람이니 쉬이 적응할 수 있을 것이야. 여하튼 애단현을 알려줄 것이니 어서 따라오게나.”
마을이 이백 호에 불과하다 하였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괜찮아서 놀라웠다. 길고 넓은 계곡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고 나름 범람을 방지하기 위한 제방도 있었으니까.
“강을 따라 물길을 따로 파내어 호수를 만들다니 연유가 무엇입니까?”
“이 지역은 북방답지 않게 여름에 비가 맹렬히 내린다네. 덕분에 농사를 짓기 까다로운 곳이니 강 근처에 수로를 파내어 물을 비축하지. 이를 수차로 퍼내어 농지에 뿌린다네.”
가만히 보니 우리를 보고 인사를 꾸벅 올리는 농민들이 보였다. 북방이라 쌀을 재배하기는 힘든 고장이라 대부분 밀 농사이지만 빵은 실컷 먹을 수 있겠지. 하지만 마을의 형태가 이상하다.
“저 지붕만 있는 건물은 처음 보는군요. 대체 어디에서 연유한 건물입니까?”
간혹 울릉도의 초가집과 유사한 가옥도 있었고 움집도 있지만 간혹 일본 북부의 주거인 갓쇼즈쿠리(合掌造り)가 있었다. 대체 이게 왜 여기 있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조월진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였다.
“저 가옥은 팔십여 년 전에 율도에서 귀부한 왜인인 율도 교씨의 장인들이 만든 합장집이라는 녀석일세. 눈이 내려도 무너지지 않아 부유한 이들은 합장집을 짓고 살지.”
옛 방식대로 집을 짓는다 하지만 만주 일대의 시베리아 원주민의 주거도 알고 있다. 움집 형태로 최대한 외부에 노출되는 구간을 피하는 토굴 생활을 이어가고 있겠지.
내 입장에서는 갓쇼즈쿠리건 시베리아 원주민의 고전 주거이건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개발할 시대에 지었던 주택의 개념은 알고 있으니 적용해볼까. 내가 이런저런 궁리를 하자 조월진이 딱 잘라 말하였다.
“자네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네. 일을 만들어내어 사람을 혹독하게 다룬다 하였는데 이들은 관료가 아니고 백성일세! 수령칠사(守令七事 - 수령의 일곱 업무방침)를 모르지는 않겠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일이며 관아를 새로 고쳐 짓는 일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관아도 스무 해 전에 무너진 것을 새로 지었는데 또 짓는다면 문책이 들어올 것이네!”
제발 일하지 말라며 애걸복걸하는 조월진의 모습을 보니 내 악명은 이미 저 머나먼 미주에까지 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수령이 되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문제이니 차근차근 문답을 이어나갔다.
“너무 머나먼 변방인지라 토지세나 환곡은 거둘 필요가 없고 공납으로 바쳐야 하는 피륙도 떠도는 사냥꾼들이 가져온 물건 가운데 삼 할을 받으면 충분하지. 부역은 자네가 알아서 적당히 행할 것이라 믿겠네.”
“그러하면 사송(詞訟 - 소송)은 어떻게 처리하여야 합니까?”
“대부분 산짐승에 상한 가축의 변상이나 작물의 소유권에 관한 일이니 문제는 없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서쪽과 남쪽에 있는 광산일세. 자네 여기에 올 적에 내수린은 배우고 왔나?”
“막아내는 방법은 익혔습니다.”
그놈의 내수린이 나왔다. 북인들이 내수린에 미쳐 있다 하는데 이 마을에는 따로 내수린장도 없어서 의아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조월진은 한숨을 쉬더니 입술을 벌려 사라진 치아를 보여주면서 말하였다.
“여기에 있는 이들은 옛 발해의 백성의 후예인 올적합(兀狄哈)의 분파 가운데서 복속이 늦은 우데게에 속하는 이들일세. 덕분에 내수린을 익힌 이들은 적지만 광부들은 대다수가 경원에서 돈을 벌려고 온 이들이지.”
“그러하면 백성들이 내수린을 제의하는 일은 없지만 광부들이 내수린을 행한다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광부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평상시에는 삼백여 명의 광부 모두가 광산 근처의 숙소에서 숙식을 하며 오로지 업무에 몰두한다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날이 추워져 마을 안에 틀어박히는 이들이 일백 명에 달한다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조선시대에서 산 지 몇 년이 되었지만 도성과 같이 큰 도시가 아니면 겨울은 지겹고 험난한 계절이다. 두 번의 겨울을 넘긴 조월진의 푸념이 이어졌다.
“시월부터 다음 해 이월까지 밖을 거닐 수 있는 시기는 눈이 내려 날이 포근해진 다음 날 외에는 없다네. 석 자가 넘게 쌓인 눈 자체가 내수린장이나 다름없다 여기니 여기에 휘말리는 일이 잦지 않겠는가.”
“수령이나 되어 한낱 광부들의 내수린에 어울려주어야 합니까? 아예 내수린을 금하면······.”
“애단현 수령이 내수린을 금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음 해에 광부가 오지 않으면? 결국 내수린의 판을 열어야 하는 데 수령이 나서는 일은 당연하지 않은가.”
순간 겨울에 내가 당할 꼴이 상상이 되었다. 광부들의 요청에 이기지 못하고 내수린을 허가하면? 허리까지 쌓이는 눈을 다져서 적당한 내수린장을 만들 것이고 삼백 명에 달하는 성난 광부들이 목이 터져라 수령님을 외치며 주변을 에워싸겠지.
대놓고 수십 명이 무수한 내수린의 요청을 건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보기는 보여야 할 것이며 광부 생활로 다져진 거친 놈들의 무지막지한 기술을 몇 번이고 받아내야 하리라.
“결국 내수린을 피할 방법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니라네. 나는 입신체비에 능하지 못하여 내가 비장으로 데려온 친척도 허리가 상하고 나도 치아가 상했지. 하지만 세상에는 돈이면 해결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이듬해에 알게 되었지.”
돈? 돈으로 뭘 해결하나 했는데 겨울에 이 시골에 남아 있는 광부들은 돈을 아끼려고 욕구를 참는 이들이 분명했다. 조월진은 자신이 남겨둔 약간의 은자를 쥐여주면서 말하였다.
“보통 애단현에 남아 겨울을 보내는 광부는 일백여 명이며 나머지는 구월이 되면 먼저 경원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거나 번 돈을 탕진하며 보낸다네. 남으려 하는 광부에게 은자 한 냥을 쥐여주면 겨울을 풍족한 경원에서 보내지 않겠는가?”
“휴가비를 지급하라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일 년 녹봉보다 많은 돈을 지급하시다니요.”
“그렇지 않으면 내수린을 행하다 죽어 나자빠질 노릇인데 어찌하겠는가. 전할 것은 모두 전했으니 나는 그만 고향으로 내려가 보겠네.”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를 타고 돌아간지라 몰랐지만 이 양반의 임기는 구월까지였다! 휘하 육방관속과 이야기도 끝나 있었는지 나를 현감이라 칭하는 이들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본래 두 달은 걸릴 인수인계를 삽시간에 마치고 사라진 조월진에 대해 욕설을 퍼부으며 첫 현감 생활을 시작하였다. 당연히 첫 명령은 호랑이를 대비할 명령이었다.
#작가의 말
입신체비사는 훈영제식법에 대해 기본은 알고 지나갑니다. 목적이 다르지만 뿌리는 입신체비로 같기 때문이죠.
반대로 훈영제식법을 익히는 이들도 입신체비의 기초는 터득하고 갑니다. 이종격투기 선수들도 근육량 증가를 위해 삼대운동은 꾸준히 시행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