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 286화
2부 4장 6화 부수적 효과(2)
이이를 비롯하여 화공원에 속해 있는 이들이 납을 자주 다루니 극렬한 반대를 시작하였다.
이국형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이를 보며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백분을 당장 폐하자 하였는데 자네는 담재(김인후의 호)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화공원을 담당하게 되었지. 그러하면 백분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게나.”
“부제학께서 옳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백분에 관해서는 이현전에 있는 이들도 상세히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잠시 화공원에서 옛 백분을 가져오겠습니다.”
이이는 한때 김인후가 일하던 방에 다녀왔는지 몸에 먼지를 묻힌 채 조그마한 토기 상자를 가져왔다.
안에는 곱게 빻아진 하얀 가루가 있었는데 가루를 보여준 이이는 재차 밀봉하고 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백분은 본디 아국의 물산이 아니었습니다. 이십여 년 전 회회교(이슬람교)의 견제를 뚫고 아국의 영향권인 여송도(필리핀)에 도달한 서역의 상인이 전파한 물건입니다.”
“익히 알고 있네. 홍삼을 사 가고 보총보다 부족한 아르케부스라는 물건이나 팔아치우려 하다가 오히려 보총도 아닌 장총통과 비교하여 부족한 물건이라 욕을 먹었지.”
“그렇습니다. 이문을 챙기려는 상인들은 영길리에서 널리 쓰이는 백분이라는 물품을 가져왔습니다. 십 년 동안 알음알음 퍼진 백분은 명국과 도성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화공원에서 이를 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본래 역사에서 일본에 조총을 팔고 사람을 사들인 이들이 인삼을 사고 백분을 판다.
생각해 보면 이 시대의 미의 기준은 하얀 피부이다. 당연히 불티나게 팔렸을 것이다.
이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가늘게 눈을 뜨고 한 명씩 시선을 돌렸다. 다들 몸을 움찔거리니 양심에는 찔리는 것 같아 보였다.
아마 이들의 아내도 백분을 바르는 일이 많았겠지.
“담재 어르신은 백분을 사들여 온갖 방법으로 시험하여 정체를 파악하였고 핵심이 백연석임을 알아냈습니다. 결국 이 년 전에 백분을 아국의 물산으로 만들 수 있었지요.”
화공원 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 시대 기준으로는 합리적인 분석이라 여겨지는 것 같았다. 성분분석기가 없는 이 시대에는 물질의 맛도 중요한 정보가 아닐까.
이이는 쐐기를 박으려는 듯이 말을 보탰다.
“다들 담재 어르신이 어떤 분인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화공원의 장을 역임하시며 시강원에서 학문을 익히셨으며 작금의 주상전하께서 빼어난 인재라 칭하신 분입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네. 진양근(삼대운동 1,000근)을 서른 무렵에 넘어서신 분이지만 언제나 겸손한 모습을 보이셨지. 애초에 입신체비기구의 상당수는 담재가 가져온 물건이 아니던가.”
“그런 분이 백분을 만들려 애쓰실 적에도 납을 드신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백분의 질을 확인하려고 시제품을 사지에 바르고 며칠 동안 씻어내지 않는 일이 자주 있었지요.”
김인후는 피부에 납덩어리를 바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지낸 것이니 중독 속도도 월등히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함이 느껴졌다.
결국 이이도 납의 축적과 같은 고차원적 문제를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대신 납이 피부로도 흡수되며 강한 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어느 정도의 개선점에 도달해서 다행이다.
이국형은 이이의 말이 끝나자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백분이 문제라네. 이미 명국의 상인들이 아국의 백분을 해마다 오백 근씩 사들이며 명국 황상은 동지사를 통해 최고로 좋은 물산을 일백 근씩 납품하라 하지 않았던가.”
백분이 조선 내부에서만 쓰이면 독성을 설명하고 금지하면 충분한 일이지만 명나라가 이 사실을 안다면? 독약을 풀었다 하며 처벌을 요구할지도 몰랐다.
이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무덤덤하게 답했다.
“해악을 끼치는 물건이 되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수없이 많습니다. 한나라의 오석산(五石散)도 만들어질 당시에는 빼어난 약이었지만 작금에 이르러 해악이 강조되어 금하지 않았습니까.”
“그러하면 마지막으로 고변할 이가 문제로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네.”
“일단 일을 시작하신 담재 어르신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유 박사 자네는 나와 함께 다녀오도록 하지.”
일과 관련된 사안이라 바로 김인후의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이이는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만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내가 경험을 쌓아 지혜를 키우라 하였지 이러한 이치를 알아내라 한 적은 없었던 것 같군.”
“경험을 쌓으려면 사물을 맹렬히 탐구함이 마땅하다 여겼습니다. 그러하니 동자승의 울음도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더군요.”
“예사롭지 않다 하였다면 자네는 천하의 기재일세. 나이 차가 조금만 더 작았다면 벗이 되어 학문을 닦을 수 있었는데 내 출사가 너무 빠른 덕분에 자네와 친해질 수 없어 아쉬울 뿐이네.”
이이와 나의 연령 차이는 6세이지만 관직에 진출한 시기에 차이가 컸다. 이이는 17세에 관직에 진출하여 10년 차 관료이며 나는 훈도를 포함해도 1년 차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학문을 닦는다고?
이 시대의 학문이면 입신체비가 포함하고 이이의 체격은 그저 건강한 사람일 뿐 입신체비사 수준은 아니다.
스승인 이황이 삼대운동 800근을 목표로 삼으라 하였는데 이 수준이면 현대에서 보디빌딩 관련 자격증을 따도 충분한 수치이다.
이이에게 달라붙어 적당히 체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입신체비를 줄여도 되지 않을까. 밤일이 조금 문제지만 이제는 버틸 수 있으리라.
어느새 김인후의 집에 도착하니 누군가 줄줄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거 먼저 온 손님이 있군. 어의이신 순훈(洵訓: 당대 어의 김윤은의 호) 어르신이 당도한 모양이야.”
안채에서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중년의 남성이 나오다 이이와 눈이 마주쳤다.
기대감에 젖은 이이에게 어의는 한숨을 내쉬며 답하였다.
“담재의 병은 차도가 없소이다. 사지가 경련하고 기력이 쇠하여 채워지지 않으니 진양근을 달성한 사람이라 여길 수 없을 지경이오. 그나마 기력이 돌아왔으니 지금 만나러 가보시구려.”
“주상전하께서 은혜를 내리셨으니 참으로 감읍할 따름입니다.”
아마 납을 배출하는 약품을 투여하지 않으면 차도를 보이지 않으리라.
이이는 한숨을 내쉬고 방문 앞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올렸다.
“담재 어르신, 이현전에 근무하는 율곡이라 합니다. 이번에 어르신의 병환에 대하여 알아낸 바가 있으니 뵙고자 합니다.”
“내 병환에 대하여 알아냈다 하였는가?”
방 안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이와 집안 하인이 방문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본래 이황을 만나러 양송정에 방문하여 면식은 있었지만 예전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본래의 거대한 체격은 없고 얼마나 몸이 상했는지 나보다 부족할 지경이었으며 팔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을 허우적거리다 억지로 기어가 자리에 누웠다.
이이는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고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많이 쇠하셨습니다. 이전처럼 몸이 상할 수 있으니 가만히 계시지요.”
“그래. 병이 나타난 이후 정신마저 혼미해졌는데 자네를 보니 조금은 정신을 차릴 수 있겠군. 내 병이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 내 몸을 이렇게 망쳤단 말인가?”
“여기 있는 유 박사가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담재 어르신께서 몸에 바른 납이 병환의 원인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인사를 올리니 갑자기 피부에 혈색이 돌며 김인후가 몸을 일으켰다.
아마 나에 대해서는 이황을 통해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었겠지.
“자네는 퇴계의 제자인 유성룡이 아닌가? 젊은 시절 몇 번 보아왔는데 자네가 원인을 어떻게 알아냈단 말인가.”
“납을 식힌 물을 계속 부어 넣으니 연못의 잉어들이 떼죽음을 당하였지요. 납에 독이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납의 독은 피부를 통해 스며드는 것이 분명합니다.”
잉어면 아가미를 통해 숨을 쉬니 물을 계속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이 시대에 그런 탐구를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냥 물속에 녹은 납이 닿아 병에 걸렸다 생각하겠지.
김인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피부를 통해 스며든다 하였는가. 내 정신이 조금이라도 더 멀쩡하고 몸이 온전했다면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겠지만 무언가 이상하군. 이는 조금 더 조사를…… 으윽!”
김인후가 뛰어난 학자는 맞았는지 납의 독성 이후에 납의 신체 축적을 예측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생각을 하니 두통이 올라오는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진정하고 말을 이어갔다.
“생각을 이어가기도 힘들 지경이네. 자네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백분이 분명하네.”
“그렇습니다. 백분이 피부에 스미면 화를 입을 것이니 제가 주상전하께 금해달라 말씀할 것입니다. 하지만 명국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당장의 수익이 급하다고 백분을 계속 팔면 독성의 해악을 뒤늦게 알아차린 명국이 진노하여 아국을 압박할 것이네. 아국은 큰 손해를 보겠지.”
“혹여나 명국이 아국을 무력으로 압박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명나라 여전히 강하지 않나? 우리도 조총 가지고 있지만 인구수가 1억에 가까우니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내 질문을 들은 김인후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명국은 두들겨 맞는 돼…… 아니 두각을 드러내는 대단한 나라일세. 북방의 달자(북원)와 맞서 싸우며 요동의 도적과도 싸우지. 그러하니 군사적 압박은 가할 수 없고 조공을 줄이라 압박을 가할 것일세. 이 또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성현의 입에서 두들겨 맞는 돼지새끼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말았으니 명나라는 그냥 호구가 분명하다.
조선 입장에서는 힘도 약한 놈이 인구는 많으니 좋은 시장으로 여기는 것이 확실해 보이고.
김인후는 한참을 생각하다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렇다면 납의 해악을 조금 줄여서 설명하게. 입으로 섭취하면 근골이 자라나지 않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사지의 힘이 풀린다 하면 아국의 어느 누구도 백분을 바르려 하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백분을 피부에 발라도 해악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어허. 자네는 역시 후손이 적을 것이네, 남녀끼리 정을 나눌 적에 무엇을 하던가? 설령 정을 나누지 않아도 백분이 숨을 쉬면 흩날려 입으로 스며들고 코로 스며들지 않는가.”
이이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는데 이 역사에서도 밤일을 하지 못하나 보다. 아니면 아내를 나와 같이 대단한 하체를 가진 사람으로 맞이했거나.
김인후는 생각을 하다 앞으로 고개를 휘청거리더니 다시 꼿꼿이 세우고 말하였다.
“율곡 자네는 어린 나이인지라 동지사로 다녀온 적이 없겠지. 작금의 황상인 가정(嘉靖)제는 도학(道學: 도교)을 숭상하며 시녀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얼굴에도 백분을 바른다네. 또한 수은으로 만든 약재는 물론이며 서역에서 들어온 명약도 즐겨 사용하지.”
이 양반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황제였던 것 같은데 몸에 내연기관이라도 장착했나? 아니면 진시황의 혈통을 타고나서 중금속 면역 체질인가?
김인후는 의외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하니 내가 백분에 관하여 연구한 내용 가운데 조제법을 명국에 보내게. 아국 사람들이 백분을 바르면 몸이 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금하였다 하면 될 것이네.”
“그러하면 명국 사람들이 해를 입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국의 동지사가 주고받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명국의 명사(名士: 이름이 알려진 이)들의 이야깃거리가 된다네. 해악을 말하였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자기 책임이 아니겠는가. 연초는 몸에 해로운 물건이지만 피우는 이가 많지 않은가.”
몸에 해롭다고 말했는데 계속 사용한다면 본인의 책임이 되는 것이지. 담배도 몸에 해로운 물건이지만 파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이도 담배의 해악을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모든 일의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 마땅할 것이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였으니 이는 모두 나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하오나 책임을 진다 하시면…….”
“주상전하께서 은혜를 내려주셔도 낙향이 당연한 일이겠지. 이 몸으로 당성으로 돌아가는 고난을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하겠는가.”
몸을 일으켜 세운 김인후는 손짓을 하며 이이를 돌아가게 한 다음 장계를 작성하였다. 아마 백분의 해악에 대하여 정리한 내용이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리라.
며칠 뒤에 이현전 관료들이 나아가 보고를 올렸다. 납이 피부로 스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사람은 나이며 이를 증명한 사람은 율곡 이이라는 장계가 올라갔다.
당연히 조정에는 파란이 일어났고 납을 사용하는 물건도 피치 못할 상황을 제외하면 사람의 몸에 납이 닿지 않게 변경되었으며 백분의 제조와 사용도 금지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난항이 있었지만 이이의 말이 쐐기를 박았다.
-진양근을 달성하신 담재 어르신이 몸이 쇠한 이유는 납의 독성 때문이요.
모든 아녀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백분을 회수하였고 12월 초에 출발하는 동지사에 포함될 물건을 제외하면 모든 백분은 조선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마 알음알음 생산하는 이가 있어도 철저히 근육 당하리라.
* * *
겨울이 되어 개성에서의 일도 끝났지만 아직 일이 남았다.
명나라에 보고를 올릴 때에 발견자인 내가 동지사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이이가 사력을 다해 주장한 덕분이었다.
귀찮은 일이지만 도리가 있겠는가.
덕분에 몸조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약을 먹었다. 아내와 함께 탕약을 나눠 마시니 오늘도 의무방어전의 날이 분명해 울적한 표정으로 탕약을 들이켰는데 신맛이 올라온다.
“아주 시큼한 것이 식초라도 탔나 보구려.”
“아닙니다, 부친께서 좋은 쌍화탕을 주신 적이 있는데 이 탕과 맛이 동일하였습니다.”
“중경 이 친구는 갑자기 찾아와서 이리도 좋은 물건을 준단 말인가.”
산탄의 제조과정이 내가 주장한 것과 유사하게 변경되었고, 보름 정도 지나자 이일이 한약을 한 재 들고 와서 나에게 사과를 했다.
자신은 맡은 바 소임을 행하려 하였는데 내 혜안 덕분에 오히려 칭찬을 들었다 하던가.
아무리 보아도 능력은 평범한데 남이 시킨 일만 곧이곧대로 하는 답답한 사람이 분명해 보였다.
본래 역사에서 어쩔 수 없이 녹둔도에서 후퇴한 이순신에게 책임을 떠넘긴 이유도 시킨 일을 못 했다고 여겨서겠지.
누군가 한 명 잡고 술이라도 마셔야 기분이 풀리겠는데 김성일이나 불러볼까.
아니다, 김성일은 지금 각지에서 올라온 품셈 기반 서류를 작성하느라 나를 보면 업어 메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손님이 찾아왔다.
“이 박사! 자네 거기 있는가? 자네가 이번에 정 칠 품으로 승진하였으니 축하해 주러 왔네!”
“율곡 어르신!”
밖으로 나서니 이이가 나를 맞이하려 하였다. 승진 축하로 연회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찾아온 사람은 이이가 처음이니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이는 선임자인 김인후가 낙향한 이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요즘 기력을 되찾은 것이 분명하였다.
청계천 인근의 커다란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셨다. 독한 소주가 목을 통과하자 이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안주도 별로 없이 물을 마시고 술을 마시기를 반복하였다.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다 본론에 접어들었다.
“실은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학문을 닦을 적에 입신체비를 행하시기 마련인데 직전께서는 체격이 남다르시지 않습니까.”
“허어. 자네는 퇴계 대감님의 제자인데도 내 체격이 남다르다 하였는가. 참으로 훌륭하군.”
“그러하니 같이 입신체비의 새 길을 열어보지 않겠습니까.”
이이는 술기운이 사라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자신과 같이 빈곤한 몸을 가지면 생길 고난을 염려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나도 이이 같은 적당한 몸을 유지하면 편할 것이 아닌가?
#작가의 말
김윤은의 호 순훈(洵訓)은 창작입니다. 의관에 대한 기록이 부족한지라 찾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