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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278화 (278/573)

근육조선 278화

2부 3장 6화 낭중지추(2)

지금 상황에서는 목수가 부족하니 말이라도 해봐야겠다.

순흥군의 집안은 거느린 노비도 많을 것이고 인맥도 충분할 것이니 이야기라도 하면 사람을 내주지 않을까.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서 처음 만난 이에게 손을 벌리는 꼴이 아니겠는가.

부끄러움이 밀려와 얼굴에 열이 올랐지만 결국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한 손을 거들어주신다 하였는데 지금은 일손이 너무나 부족한지라 대감의 도움이 절실한 지경입니다. 지금 제법 복잡한 상황이니 도리가 없습니다.”

“제법 복잡한 상황이라 하였는가?”

제반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처음엔 등잔불에 의지하여 어설픈 조사를 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으며, 덕분에 지붕이 무너져서 수습하려 하였는데 옛 방식을 따라 복원하려니 시일이 부족하다고.

진안군은 한동안 고민하더니 내 눈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진위를 파악하려는 의도겠지만 내가 거짓말을 한 적이 있던가.

진안군은 마음을 정리했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수양대군께서는 땅을 파는 일도 뜻이 있으면 천하지 않다 하였는데 대체 무엇이 부끄러운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자네가 무엇 때문에 고난을 겪는지 알 수가 없으니 나에게 상세히 말해줄 수 있겠는가.”

“제법 긴 이야기가 될 것이지만 제가 행하려는 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방 안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제도판이야 무계정사에 다닐 때부터 챙겨놓았으며 켄트지는 현대에 쓰던 것보다 질이 나쁘더라도 어떻게든 쓸 만한 녀석을 챙겨왔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바닥에 모래 같은 것이 밟히는데 대체 무엇인가?”

“흑묵필(연필)을 사용하고 선을 지우기 위해 상한 면포(빵)를 사용했습니다.”

“공조 휘하의 수례사(修例司: 선공감이 분할된 건축 전담 기관) 주변에는 쥐가 살찌고 참새가 배를 불린다 하였는데 자네와 같은 이들이 즐비할 것이라 당연한 일이었군.”

지우개가 있을 시절이 아니니 도면의 보조선을 작성하는데 사용하는 연필의 흔적을 지우려면 밀가루 빵이 필요하다.

떡? 써봤지만 도면에 달라붙어서 망칠 지경이다.

진안군은 내 도면을 보면서 뺨을 쓰다듬었다.

“이해할 수 없으니 상세하게 설명을 해줄 수 있겠는가.”

도면을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하였다.

한옥과 다른 구조여서 지붕부터 차근차근 설명하였지만 의도적으로 설명에서 제외한 부분이 있었다.

갈비뼈처럼 휘어서 서로 접합한 리브볼트를 확인한 진안군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마치 암키와와 같이 휘어 있는 목재는 무엇인가? 내 이러한 기물은 본 적이 없다네.”

“궁륭(穹窿)이라 하여 서역의 건물에 주로 쓰이는 방식입니다. 갈비뼈와 같이 휘어 있으면 힘을 받아내는 데 유리하기에 벽돌을 쌓아 만들지만 목재로도 유사한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벽돌이 아니고 목재로 만들어서 큰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성당 규모가 작아서 상부 트러스 구조로 대부분의 하중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성당의 원본이 두오모 대성당이며 내부를 유사하게 꾸며야 하니 남는 공간에 목재로 리브볼트의 형상만 끼워 넣어 장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다 하면 진안군은 ‘장식이면 필요 없지 않은가’라며 심드렁한 태도로 나설 것이다.

하지만 갈비뼈와 같이 휘어 있으면 힘을 받아내기 쉽다는 말을 듣고 눈을 빛내며 도면을 보았다.

“갈비뼈와 같이 휘어 있으면 힘을 받아내기 쉽다 하였는가.”

“석재라면 홍예(아치)와 마찬가지로 힘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목재라면 탄력이 있어 힘에 저항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석재와 목재의 성격이 다르다면 철물을 굽혀놓으면 다른 모습이 나올지도 모르겠군. 여하튼 내가 나설 것이니 염려하지 말게나. 일단 목재를 보러 가세.”

나름 중요한 부위이다 보니 목재의 굵기도 굵은 편이라 가로세로가 20㎝가 넘는 통나무에 가까운 녀석들이다.

진안군은 준비한 목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 목재를 어떻게 휘어낸다는 말인가. 용골을 휘어내듯 거대한 솥을 만들어 물에 넣은 다음 삶아내면 말리는 일에만 한 달이 넘게 걸릴 것이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화도에는 목재 가공용 가마가 있을 리가 없는데!

작은 배야 포구에서 대충 만들 수 있지만 큰 배를 만드는 고장은 아니니 목재를 커다란 포구에서 쪄서 가져와야 하리라.

유성룡의 뛰어난 두뇌를 활용하여도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머리에 열이 올라오는데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하는 이야기를 들었네. 내가 풍류를 좋아하여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녀 보았는데 세상의 잡기를 섭렵하였기에 여기서 쓰일 풍습이 있었다네.”

권율이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내 옆에 서 있었다.

대체 무슨 풍습이기에 목재를 쪄낼 수 있단 말인가.

* * *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뜨거운 발바닥을 식히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구멍을 파고 바가지에 담긴 물을 부어 넣으니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며 구덩이에서 증기가 마구 솟구쳤다.

“삼물! 아니, 나무물 들어간다!”

“아 뜨거! 겨울도 아니고 여름에 이게 뭔 일이래! 나무는 왜 쪄내는데!”

권율이 제안한 방법은 삼찌기라는 풍습이다. 이 시대에는 대마가 옷감으로 쓰였지만 대마를 물에 넣고 삶으면 제대로 된 옷감을 만들 수 없다 하였다.

그렇다고 가마솥에서 쪄내면 공임이 많이 든다.

결국 땅을 이용해서 증기 가마를 만드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수가 없다. 작업을 지휘하던 노인은 혀를 내두르며 땅을 바라보았다.

“제가 삼배를 많이 쪄내 보았지만 나무를 땅에 묻어 쪄내는 일은 처음입니다.”

“방도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소. 그나저나 쪄내는 일은 수월하오?”

“본래 삼찌기는 한 시진이면 충분하지만 나무를 쪄내는 일이라 목재를 훨씬 많이 넣고 세 시진 동안 쪄내게 하였습니다. 잘될지는 모르겠군요.”

안 되면 리브볼트가 없이 어설픈 복원을 하는 수 외에는 없으리라.

진안군도 도호부사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무를 쪄내는 과정을 확인하였지만 나도 할 일이 있었다.

쪄낸 목재는 틀에 넣어 휠 때까지 버텨내야 한다.

처음에는 인부들을 시켜 말뚝을 박고 바닥에 틀을 만들려 하였지만 더욱 좋은 도구가 넘쳐나는 것이 변한 역사의 조선이었다.

“대역기봉을 가져오게! 말뚝을 박으면 나중에 휠 수 있으니 대역기봉이 제격이 아닌가!”

“금봉치목으로 다스린 목재를 역으로 휘게 만드는 일은 처음 들어보았네.”

대역기봉은 양반들의 생필품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사용한 지 오래되어 휘어버린 대역기봉은 관아에서 수거하여 금봉치목, 목재의 죔쇠건조에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당연히 대역기봉은 수십 개나 쌓여 있었고.

주요 부위에 여덟 개의 대역기봉을 박고 나머지는 말뚝을 박은 다음 나무판자로 마감하여 틀을 만들었다.

진안군은 내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자네는 어찌 도본(도면)만 보고 모든 일을 일사불란하게 해결한단 말인가. 본래 도본을 보며 대목장이 알아서 행하는 일이 아닌가.”

“제 도본은 한 치(3.47㎝)가 실제의 석 자(104.1㎝)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도본을 재고 서른 배를 더하면 실제 목재를 다룰 치수가 되니 실력이 있는 장인이라면 누구나 제 도본만으로 원래 건물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도면에는 치수 개념이 별로 없다.

있기야 하지만 동양도 서양도 기하학적이고 구조역학적인 거대한 돔, 주요 기둥열의 간격같이 아주 중요한 장소에만 치수를 기입할 뿐이다.

목재는 적당히 크게 만들어서 대충 끼워 넣으려고 잘라내는 일이 일반적이며, 결국 도면에 길이는커녕 실제 도면과 구조물의 비율조차 맞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런 부조리는 내가 바꿔 나가야 하리라.

증기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자 인부들은 나무가 묻힌 부분의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다 쪄내졌는가? 아 뜨거!”

“조심해서 옮겨! 이건 삼이 아니지 않은가! 몸이 다 후끈거리네!”

아직도 열기가 느껴지는 나무를 가죽장갑을 끼고 꾹 눌러보니 증기가마에서 나온 목재보다는 못해도 충분한 열기와 습기를 머금어 자국이 남을 정도로 연해졌다.

하지만 이걸 굽히려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하리라.

“대감님! 지금입니다!”

진안군을 비롯한 입신체비사들이 두꺼운 가죽장갑을 낀 채 달려들어 나무를 당기고 밀며 형태를 잡아나가느라 애썼다.

보디빌더 열 명이 달라붙었으니 제법 두꺼운 나무도 삽시간에 휘어지기 시작하였다.

대역기봉으로 만들어진 틀에 나무가 끼워 넣어졌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게 틀을 만들었으니 나무가 도로 펴지려 하였지만 주요 부위에 대역기봉을 박았으니 움직이지 않았다.

진안군은 다시 구덩이에서 꺼내진 목재를 들면서 외쳤다.

“열기가 빠져나가면 굽힐 수 없을 것이 아닌가! 어서 움직이세!”

나도 권율도 한 손을 거들었다.

정철? 정철은 저 멀리서 정신없이 우리의 일을 적어 훗날 서적을 만들 것이라 하였다.

일종의 문화재 수리보고서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할 일을 찾았으니 뺀질거리던 평상시보다는 나은 일이다.

목재를 열 개쯤 휘었을 때에 변고가 일어났다. 급하게 움직였지만 열기가 빠져나간 목재인지라 입신체비사 열 명의 힘으로도 굽히지 못했고 결국 중간 부분이 쩍 하면서 갈라졌다.

가운데서 힘을 주던 진안군은 머쓱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처음 사당을 만들었을 때에는 같은 방식을 사용해도 세 개를 휘어낼 수 없었겠지만 입신체비사의 힘이 더해지니 열 개가 넘는 목재를 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은 대감께서 이루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직 배움이 부족하고 가진 것은 용력 외에는 없는 사람일세. 이렇게 추켜 세워주니 다른 일에도 나서고 싶을 지경이 되었군.”

인부들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내일 목재를 쪄내면 그나마 진안군의 힘이 필요한 작업이 끝날 것이니 더 이상은 도와주지 않아도 되리라.

몸이 땀에 절어 샤워를 마치고 방 안을 청소하고 있는데 진안군이 방문을 두드렸다.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감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방으로 들어온 진안군은 방금 전까지 차를 마셨는지 찻잔을 손에서 굴리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향이 느껴지는 차였는데 언제 맡아봤는지 모를 냄새였다.

하지만 그의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했다.

오늘 일하며 부상을 입었나? 자리에 털썩 앉은 진안군은 찻잔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먼저 이야기하라는 뜻이니 조용하게 말했다.

“대감께서 부족한 저를 도와주셔서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훗날 예진원 대제학이 되실 분이 아니십니까.”

“나도 그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 하였네. 예진원 대제학의 의무가 무엇인지 아는가?”

당연히 왕실 제사와 입신체비의 보급이 아닌가. 너무 당연한 일인데 뭔가 의무가 더 있단 말인가?

진안군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였다.

“왕실 제사를 전담하고 전주와 개성 그리고 함흥에서 따로 제사를 드리는 일은 당연하네. 지방 입신체비장을 방문하여 지도를 하는 일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네. 가문의 일이지.”

“가문의 일이라 하셨습니까? 수양대군께서 대체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수양대군께서는 불심이 깊으셔서 철령에서 달자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인 이후 효령대군과 함께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위령하신 일이 있었네. 그 이후 수양대군께서 기거하신 사찰을 돌보는 일은 가문의 일이 되었다네.”

보통 가문이 불교를 대대손손 후원한다면 당장 탄핵당할 일이었겠지만 수양대군의 가문은 종친의 으뜸이며 학문의 창시자였다.

이들에게 함부로 덤볐다가는 저 근육에 접혀 버리리라.

물론 진안군도 부끄러운 일이라 여기는 것이 분명하였으며 이 성당을 방치하였으니 더더욱 부끄러운 일이리라.

그는 변명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물론 이 사당이 방치된 일은 확인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겨 강화 도호부사에게 일임한 덕분이라네. 하지만 문종대왕의 발길이 와닿은 사당이 되었으니 중요히 여겨야 할 것이 아닌가.”

“참으로 마땅한 말씀입니다. 그러하면 이 사당을 보수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려 하십니까?”

“물론이네, 지난 팔십 년 동안 방치하였으니 이번에 가문의 일에 힘을 쓰려 한다네. 앞으로 두 달 동안 자네를 도울 것이니 염려하지 말게.”

진안군이 고개를 숙였고 나도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뭔가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힘을 보탠다 하니 감사하게 받아들여야겠지.

나에게 오기 전에 도호부사를 만나 이야기를 끝내놓고 찾아왔을 것이라 거절할 방법도 없고.

* * *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었다.

상부의 목재 트러스를 먼저 쌓고 이후 하부에 완전히 마른 리브볼트용 목재를 조립하는 방식이라 순서가 어긋났지만 큰 문제는 아니리라.

“어차피 지붕에 산자(나뭇가지)를 엮어 틀을 만들고 석회를 섞은 흙을 발라 마무리할 것이며, 다시 위에 기와를 쌓아 올리니 건물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입니다.”

“가라앉은 지붕을 아래에서 궁륭이 받들어내니 별 상관이 없겠군.”

“실은 시일이 촉박하여 방법이 없습니다. 두 달만 공사를 빨리 시작하였다면 정상적인 방식으로 아래부터 쌓아 올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기와를 올릴 수 있었겠지요.”

음력 2월부터 공사를 했다면 음력 5월인 지금쯤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리라.

불가능한 일은 잊어버리고 공사를 초고속으로 진행하였다.

“회롱기 밧줄을 감아주십시오! 너무 빠르게 감으면 아니 됩니다!”

본래는 인부 여덟 명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움직이는 녹로(轆轤: 도르래)이지만 입신체비사 기준으로 네 명이면 거대한 목재를 솟구치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물론 나는 지붕에서 공사를 감독하였다.

“자네! 보통 쇠도 아니고 황동으로 만든 접합용 철물이니 유념하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였는가! 철물의 생명은 균등함일세! 잘못하다가는 철물이 어긋나지 않겠나!”

가장 중요한 트러스는 내가 직접 담당한다. 지붕 위에 발판을 두고 사방을 뛰어다니니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지만, 여기서 잘해야 이십 년을 버티는 건물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

인부로 소집된 이들은 내가 훈도임을 알고 있는 강화도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평소에는 사람 좋던 훈도가 건물만 보면 눈이 돌아갔다고 헐뜯고 있지만 이게 다 훗날을 위한 일이다.

잠시 상황을 보니 한 인부가 도면을 들고 달려왔다.

“저기 가장 중요한 곳에 원정(圓頂: 돔의 한자표기)이 있습니다만 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까? 도본에는 외형만 있으니 석물을 사용하는지 목재를 사용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것 말인가? 그냥 도본의 외형에 맞게 목재로 대충 만들어서 아래를 목판으로 막게.”

“네? 대충 만들라 하셨습니까?”

대목장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사람 잡을 듯이 깐깐하게 움직이는 훈도가 가장 중요한 부분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리라.

하지만 나는 분해한 목재를 보며 파악한 것이 있었기에 태연하게 말했다.

“거대한 건물이면 몰라도 작은 건물이 아닌가. 석재가 끝나고 목재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원정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네. 이전 라마국 사람들도 목재를 쌓아 외형만 만들고 아래를 판자로 막았다네.”

대목장이 내 눈을 바라보았지만, 현실이니 어떻게 하겠는가.

돔은 종교 건축의 난관이며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고 계산하는 일도 힘들었고 실패하여 다시 시공하는 일도 많았다.

결국 이런 소규모 성당은 돔의 중간까지만 벽돌로 쌓고 위를 대충 목재로 마감하여 성화를 그려 때우는 일이 많았다.

분해된 폐목에서 판자가 박혀 있던 흔적을 찾았으니 이 성당도 마찬가지로 시공하였으리라.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제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지요?”

“물론이라네. 기존에 벽돌로 쌓인 곳과 외형을 일치시키되 겉에 역청(타르)을 발라 썩지 않게 만들도록 하게나.”

두 달이 지나고 장마가 시작될 무렵 구조 공사가 모조리 끝났다.

아니 구조 공사만 마친 것이 아니고 공사 기일이 남기에 산자를 엮어 프레스코화를 밑바탕까지 모조리 만들어 놓았다.

“참으로 장관일세. 위에 기와만 올리면 문종대왕께서 다니실 적의 모습을 되찾겠군.”

“실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회칠로 마감한 위에 다시 회화를 남겨야 하는데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프레스코화도 복원해야 완성이라 할 수 있겠지. 내부에 쌓인 습기를 빼내느라 횃불 수십 개를 피운 성당 안에서 도호부사와 이야기를 나누니 가슴이 뿌듯해질 지경이었다.

물론 이 공사를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도록 힘써준 진안군에게도 감사해야겠지.

진안군은 발목이 상했는지 절뚝거리며 성당 안으로 들어와서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현 자네가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해내었네. 거의 다 복원되었으니 예전에 수양대군께서 행하신 대로 패도(플랭크)를 행하며 질병의 치유를 기원하여 보겠네. 도호부사께서도 힘써주셔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목적이 따로 있었나. 젊은 본인의 발목이 문제라면 의원을 찾아가면 될 일이니 아마 다른 가문의 어른이 중병을 앓고 있음이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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