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204화 (204/573)

< 3장 18화 - 화약과 포탄의 노래(1) >

음력 1470년 4월 3일, 현 히가시 히로시마(東廣島) 인근에 군영을 차린 호소카와는 마지막 군의를 시작하였다. 나가오 시게카게(長尾重景)는 코앞으로 다가오는 전투 직전에 군의를 주관하였다.

“큐슈의 멍청이들이 패배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놈들은 조선군의 총(銃)이라 불리는 무기를 봉쇄한답시고 자신의 모든 전략을 봉쇄하였습니다. 오로지 힘으로 싸우는데 이길 재간이 있습니까?”

“옳은 말이네. 태풍이 몰아치지도 않고 그저 가느다란 봄비가 내릴 뿐이니 총을 쓰지 못할 뿐 불벼락이라 불리는 포(砲)는 마음대로 사용한 것이지. 그러나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일세.”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말이 끝나자 도열한 장수 여럿이 움찔거렸다. 지난 보름동안 충분한 준비를 했으나 얼마나 효험을 보일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 것이다. 호소카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조선군의 전력을 예측하였다.

“놈들의 포는 얼마나 준비된 것 같은가.”

“첩자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짐이 아닌 쇠붙이가 담긴 거대한 수레가 사백 개 가까이 움직였다 합니다. 여덟 명이 끄는 수레도 있고 네 명이 끄는 수레도 있었습니다.”

“놈들이 쏘아대는 포는 엄밀히 따지면 발석목(発石木 - 일본식 투석기)에 불과하다. 사정거리가 훨씬 길지만 어디 전장에서 쓸 만한 물건이던가? 그런 물건이 사백 개 정도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일본에서 투석기를 비롯한 공성병기는 존재했지만 효율이 좋지 않았다. 공성전을 벌이려고 해도 산을 이용하여 만든 성에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 힘들고 병사들에게 사용해도 효과적이지 않은 무기였다.

나머지 전략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되었으니 호소카와는 자신감 있게 말했지만 한 가신이 벌떡 일어서서 질문을 시작하였다.

“칸레이께 여쭤 볼 것이 있습니다. 협정 기간을 길게 둔 것도 이상하고. 협정을 왜곡하여 조선군을 습격하고 화포를 옮기지 못하게 하면 충분한 일입니다. 적의 전력을 모조리 끌어 들인 이유가 있습니까?”

“좋은 질문이군, 나는 이번 일전으로 조선군의 본대를 궤멸시킬 것이네. 놈들이 병력을 양분한 순간부터 승기가 넘어온 것인데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일이 있던가.”

아사쿠라 타카카게(朝倉孝景)는 아직도 우려가 섞인 표정을 감추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호소카와는 일어서서 당당하게 말했다. 부족한 권위를 채우기 위한 애처로운 몸놀림이었다.

“조선 놈들이 화포를 여러 곳에 나누어 배치하고. 기병을 이용해서 견제를 벌인다면 몇 년이 지나도 오우치를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네. 그러니 일전으로 육전 병력을 궤멸시키면 될 일이지.”

장기전을 벌이면 자신의 직위와 권위가 손상될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인 이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호소카와의 진군이 시작되었다. 병력을 분할하지도 않고 오로지 일전을 위한 오만의 병사와 오만의 보인들이 한 몸이 되어 진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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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70년 3월 25일, 진군을 끝낸 조선군은 카가미야마, 조선군이 부르기를 경산(鏡山)이라 하는 고장에 도착하였다. 현 히가시히로시마인 이곳은 논농사를 짓는 한가한 고장이었지만 권절의 명령이 이어졌다.

“모든 벽력포를 산 위로 옮기도록. 산성을 본영으로 삼을 것이며 지세를 보아 다른 화포들도 대다수 산 위로 올릴 것이다. 그리고 좌찬성 어르신께 청이 있습니다.”

“이 늙은이의 지식이 필요하던가? 염려하지 말게나, 산세는 좋으며 아쉬운 것은 없으니 병사들이 조금만 고생하면 충분할 것이야.”

분지에 가까운 지형 한복판에 높이 100m정도 되는 야트막한 산이 있었으며 삼천 정도의 병사가 수비하기 좋은 작은 산성이 있었다. 병사들의 마지막 임무는 화포를 올리는 일이었다. 구치관은 오우치 마사히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인근 주민들을 포섭하게나. 임해도감 병사들을 풀어 첩자들을 차단하고 탐망에 나설 것이니 휘말릴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들을 시켜 돈대(墩臺 - 화포를 쏘는 구획)를 완성하고 산성을 보강하도록 만들 것이네.”

인근 주민들은 한창 물을 대고 벼를 심던 논에서 쫓겨나 조선군에게 고용되었다. 처음에는 불만을 늘어놓으며 몸값을 달라 청원하였지만 조선군은 아주 간단하게 답해주었다.

“여기 식량이라네. 그리고 자네들에게 왜인들이 남긴 병장기 가운데 갑주를 줄 것이네. 무기는 회수하여 우리에게 주면 적당한 잡철로 돌려주도록 하겠네.”

“네? 갑주요? 정녕 갑주를 가져가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무기라면 전리품으로 삼아도 좋겠지만 갑주는 질이 형편없는 잡철로 만들어져 새로 녹여 만드는 것이 나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보인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가며 일했고 군영은 날이 갈수록 정교하게 완성되었다.

그렇게 4월 3일이 되고 적의 진군 소식이 들려왔다. 오만에 달하는 군세를 양분하지 않을까 우려하였는데 동쪽에 위치한 산길을 통해 진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즉각 적을 정탐하기 좋은 남쪽의 진영, 화영절제사 성담로(成聃老)가 위치한 곳에 도달한 권절은 천리경으로 상대의 대열을 훑어보았다.

“놈들도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군. 수를 쓰지 않고 정면으로 싸웠다면 손해가 막심했겠어.”

숫자에도 놀랐지만 병사들의 기강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적진에서 협상을 시도할 때에 허장성세를 부린 것이 아닌. 정말 자신들의 강병을 꾸미지 않고 내세운 것이었다.

조선과 한 마음으로 움직이기로 한 오우치 마사히로는 권절에게 넘겨받은 천리경으로 전장을 훑어보더니 신음성을 내면서 돌아보았다. 익숙하진 않더라도 명성이 있는 자가 전열에 나선 것이다.

“전열에 선 이들은 호쿠리쿠도(北陸道 - 현 동해안 일대 지역)의 슈고 다이묘로 이름이 높은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입니다. 이들은 예전부터 에미시(毛人 - 일본 북부의 토착민족)와 싸움을 거듭하여 강병으로 손꼽히지요.”

“구주의 왜인들과는 기세 자체가 다르다네. 악다구니만 따지면 훈련도감 병사들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군.”

“큐슈 놈들은 저희보다 싸움을 못합니다. 반면 저희도 혼슈에서는 싸움을 못하는 축에 속하지요. 전열에 나선 놈들이 강병 중에 강병이라 보시면 됩니다.”

왜병 열 명 가운데 셋 이상은 하라아테(腹當 - 배를 가리는 갑옷)를 착용하니 철이 부족한 일본 열도에서 얼마나 고생하여 키운 정병인지 알 지경이었다. 권절은 적의 장비를 살펴보며 특이한 것을 여럿 발견하였다.

“전열에 나선 적은 약 3만 5천정도 되는 것 같군. 선발대 8천, 중앙군 1만 2천 그리고 양익 6천 내외. 창병이 5천 이상, 궁병 또한 5천 가량에 나머지는······. 저 거대한 병기는 무엇인가?”

“등에 짊어진 거대한 검은 오오타치(大太刀 - 세 척이 넘는 카타나)이며 조선에서 쓰이는 미늘창과 비슷한 물건은 나기나타(薙刀)입니다. 모두 근접전에서 적의 병장기를 부수기 위해 쓰이지요.”

“도감군의 인원이 적었다면 낭패를 보았을 것이네. 저런 이들은 신기전기화차로 쏘아도 사기가 쉬이 꺾이지 않아. 철령 전투의 야인들은 신기전기 화차로 세 번을 두들겨 맞고도 돌격하였지.”

권절은 전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적이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벽력포의 최대 사거리인 이천 보(3.2km)에 도달했을 무렵 적이 대열을 산개하며 좌우 양익으로 갈라졌다. 당연한 일이라 여겼지만 점차 완성되는 대오를 보자 권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저게 무엇인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것이지?”

“놈들의 진영이 이상하게 변형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군요.”

정면에 창병과 날붙이를 패용한 병사들을 배치한 것은 맞았지만 후열이 문제였다. 후열의 병사들은 사람 세 명이 드나들 정도로 엉성한 진형을 만들며 도열하고 병사들 사이에 기껏 해야 짧은 칼 하나만 패용한 이들이 등짐을 잔뜩 짊어지고 무언가를 나눠주었다.

얼기설기 배치된 진형 또한 서로간의 대열을 고의로 흐트러트렸다. 좌우 양익은 눈치를 보며 진군하지 않고 전열만 툭 튀어나오는 모습이 기이하였다. 적의 전략을 알지 못하지만 숨겨둔 수가 있어도 정면으로 분쇄할 뿐이었다.

“가마로 등짐을 짊어진 보인(保人)들이 무언가를 나눠주고 있군. 자네들은 별동대로 위장하여명령이 떨어지기 이전까지 방비에 신경 쓰도록 하게! 모든 화력을 쏟아 붓는 것은 적의 전열이 붕괴하여 좌익이 구원에 나서는 때이네!”

천천히 진군하는 왜병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권절이 본영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진군과 화포 발사를 알리는 징소리와 호각소리가 울리면서 조선군도 대열을 갖추어 천천히 진군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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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군의 대열이 삼백 보(540m)로 좁혀졌을 무렵 본영에서 벽력포의 산발적인 사격이 시작되었다. 일천 보를 넘게 날아간 포탄이 대열 사이에 쑤셔 박히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벼락을 맞은 듯이 사지가 꺾여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잠시 움찔거린 진영에서 가신들이 호통을 치며 병사들을 통솔하였다. 무너지기 직전에 몰린 대열이 다시 안정을 되찾으며 진군이 계속되었다.

“천천히! 속도를 올리지 말고 꾸준히 진군하라! 놈들의 포는 멀리 쏘아대는 발석목에 불과하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불벼락이 날아들 것이다!”

105개의 벽력포가 사정없이 포탄을 퍼부으며 이윽고 천자총통도 화력 지원을 시작하여 전장 전체가 광음과 비명으로 뒤덮였다. 계속된 포격에도 꾸준히 진군하는 상대를 보며 조선군도 신음성을 흘릴 지경이었다. 이윽고 신기전기화차에서 수십 발의 중신기전이 쏟아져 내렸다.

“불벼락입니다! 놈들이 불벼락을 퍼붓습니다!”

“불벼락이다! 물에 적신 거적을 몸에 덮어라! 놈들의 불벼락이 스미지 않게 막아 줄 것이다!”

신기전기화차에서 발사한 중신기전은 전열을 넘어 후열을 타격하였다. 각각의 탄두가 열 장(약 3.4m)이나 되는 넓이에 파편을 흩뿌리고 직격당한 병사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하지만 물에 적신 거적을 도롱이처럼 두른 왜병들은 일제 사격을 버텨내고 사기도 꺾이지 않았다. 파편에 직격당해 죽거나 중신기전의 탄두에 맞은 병사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그런 이들을 불운하다 여겼다.

중신기전의 탄두와 파편이 입히는 피해는 물에 적신 거적 따위로 막을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도롱이 밖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열기와 매캐한 탄연을 막아냈다는 생각을 하며 병장기를 바꿔들었다.

“세상에, 이런 끔찍한 불벼락을 버텨낼 수 있다니. 호소카와님은 대단하신 분이네.”

“놈들의 불벼락을 쏘아대면 물로 꺼트리면 그만이 아닌가! 어서 진군하세나!”

큐슈의 전훈대로 분석한 결과 놈들과 접근한 시점에서 모든 화력은 봉쇄되고 단병전으로 끌고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실력의 싸움이니 삼분의 일도 안 되는 적을 학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먹은 우에스기 가문의 선봉대였지만 좌우 양익은 어느 새 진군을 멈추고 전장 중앙에 멈춰 있었다. 그런 이변을 알지 못한 채 전투는 점점 조선의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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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쏟아지는 포탄과 불벼락을 버틴 왜군들은 점차 진군 속도를 높였다. 구치관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질린 표정으로 권절을 돌아보았지만 권절은 눈을 번뜩거리며 전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왜장인 세천(호소카와)이 우행을 범하는 격입니다. 중신기전의 포화가 거적을 덮어 막힐 지경이었다면 야인들이 입은 모피를 뚫지 못하고 효험이 없었겠지요. 사기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가. 적의 손실은 크게 보아도 이천이 조금 넘는 것이 전부일걸세.”

“어차피 적의 본진과 일전을 벌일 각오는 되었습니다. 적의 후열이 마방책을 쌓아대니 이 전투에서 끝을 볼 생각이 분명하지만 저희 또한 단기 결전을 목표로 삼지 않았습니까.”

적의 의도는 명백하였다, 과감한 진군과 후방 기습을 대비한 마방책은 전군 진격을 염두에 두는 공격적인 상황에서 취할 방법이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장기전을 벌일 생각이면 마방책을 두지 않고 후열을 두텁게 두면 충분한 일이니까.

하지만 조선이 원하는 것도 단기 결전이었다. 일본에서 보여주지 않은 화력, 철령 전투에서 본진이 함락당한 시점에 보여준 포도탄을 사용한 화포의 직사를 비장의 패로 숨겨뒀으니까.  권절이 호각을 불자 병사들은 다급히 다음 신호를 보냈다.

“포도탄! 포도탄으로 탄종을 변환하라! 단병전을 벌이는 병사들에게 쏘아지지 않도록 유념하여라.”

“직사! 곡사에서 직사로 전환! 모든 화포는 곡사에서 직사로 전환한다!”

“총통기화차 준비! 일제 방포 후 후열로 도망갈 준비를 해라!”

병사들이 포가(砲架)를 움직여 직사 사격으로 전환하였다. 호소카와가 예상하지 못한, 일본 열도에서 보여주지 않은 조선군의 진정한 화력이 전장을 뒤엎기 시작했다.

“놈들이 온다! 멈춰! 멈추라고!”

“멈추라는 소리 못 들었나! 벽력포의 포도탄에 머리통 날아가고 싶어!”

고함과 비명과 포성이 울려 퍼지는 전장에 고요함이 밀려들었다. 질서 없는 발소리만 울리는 가운데 왜병들의 진격이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이윽고 고요한 전장에 포성이 울렸다.

본래 적진을 향한 최후의 발악으로 여겨지는 포도탄을 이용한 산탄 사격이었지만 활용법이 달랐다. 마지막까지 대열을 구성하고 있던 정병들의 대열에 구멍이 뚫리며 비명이 들려왔다.

큐슈의 전투는 낮은 지대에서 높은 지대로 지원사격을 벌였으니 아군을 향한 오사를 방지하기 위해 후열에 사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높은 지대에 위치한 포병은 걸릴 것도 없이 포도탄을 난사했다.

설령 포도탄이 스치지 않은 대열이라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비도 내리지 않고 습하지도 않은 날씨이니 각궁 또한 완전한 위력을 발휘했고. 백 보가 넘는 거리에 화살비가 내리 꽃히기 시작했다.

“모조리 쏴라! 자율사격! 자율사격!”

“철궁 쓰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이것이 각궁이여! 일백 보는 날아가지!”

모든 화포가 거리낌 없이 포도탄을 뿜어대고 대완구 또한 쉴 새 없이 비격진천뢰를 날렸다. 옆을 돌아보면 동료들이 어육으로 찢겨지고, 머리 위에서는 화살이 내리 찍힌다. 그렇게 정신없는 상황에 바닥을 굴러다니는 비격진천뢰가 폭발하면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마지막으로 조선군의 대열 사이에 틈이 생겨나고 재빨리 전열로 나선 총통기화차가 일제 사격을 퍼붓는 것과 동시에 보총 사격이 시작되었다.

하늘, 땅, 정면 모두가 포화로 뒤덮인 순간 호소카와의 최정예 병력들의 진영이 말 그대로 분쇄되었다. 상황을 면밀히 살핀 권절은 전세를 역전시킬 시기라 여겨 진군을 명령하였다.

“놈들의 수효는 오만에 달한다! 기껏 해야 일만 조차 격멸하지 못하였으니 쉴 새 없이 진군하라!”

아직 전투의 삼분의 일이 끝나지도 않았다. 조금만 머뭇거린다면 엉성하게 배치된 후열이 다시 정비하고 전장의 흐름을 되돌릴 것이다 명령이 하달되자 병사들은 병장기를 고쳐들고 발을 놀리며 진군하였다.

사지가 분해된 자, 배에 구멍이 뚫려 전장에 나뒹구는 자, 동료들의 죽음을 이기지 못하고 시체더미 속에 몸을 숨기는 자. 삽시간에 분열된 호소카와 군의 전열을 넘어 조선군의 진격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곡사로 전환한 조선의 화기가 다시 최대사거리로 포탄을 뿜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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