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108화 - 태풍이 지나간 자리(1) >
1453년, 조선과의 무역이 시작된 이후 인삼의 씨앗이 일본 열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5만개가 공급되던 인삼 씨앗은 이후 공급량이 20만개로 늘어났으며 열도 전역은 조선에서 보내온 씨앗을 받아 인삼을 기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삼을 기르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애초에 농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쓰시마와 조선과의 무역을 주관하는 오우치는 아예 인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였으며 다른 이들은 이런 결정에 양 손을 들면서 좋아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라고 하여도 어두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었다. 인삼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으며 수많은 분쟁들이 오고갔지만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455년 사망한 야마나 소젠의 유언은 핵심을 담고 있었다.
“인삼으로 인해 이 나라가 분열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유언을 귀담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 들어온 인삼들은 수확은 적어도 제법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인삼을 생산하는 고장이 된 각 쿠니(國 - 여기서는 지역)에서는 경쟁적으로 인삼을 재배했다.
인삼은 매 년 씨앗을 맺는다. 그렇게 대부분의 농부들은 씨앗을 채취하고 다시 싹을 틔워 다른 밭에 심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나자 인삼의 형태가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처음 수확한 인삼은 잘 살펴보지 않으면 형태가 조선에서 수입한 인삼. 흔히 말하는 고려인삼과 비슷했지만 두 번째로 수확하기 이전 작황을 위해 확인한 인삼은 대나무의 마디와 비슷하게 뒤틀린 모습이었다.
그렇게 열도 전체가 고뇌하고 있을 무렵인 1459년 3월, 쵸로쿠·간쇼의 기근(長禄・寛正の飢饉)이 시작되었다. 먼저 봄가뭄이 시작되었고 작황이 감소할 조짐을 보였으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이후 8월이 되자 큐슈를 시작으로 쿄토 일대까지 태풍이 직격하고 수천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가옥이 침수되었다. 가뭄으로 피해를 입던 농지에는 난데없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였다.
에치젠(越前 - 현 후쿠이 현) 일대는 태풍이 직격하지 않았지만 기근은 피해갈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에치젠의 패권을 놓고 혼란이 거듭되다 쵸로쿠 전투(長禄合戦)가 벌어졌고 전쟁은 가이(甲斐)가문의 승리로 끝났다.
에치젠의 슈고 다이묘(守護大名)로 시부카와 요시카도(渋川義廉)가 임명되었으나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기근은 계속 되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아사쿠라 가문이 에치젠의 실권을 거머쥐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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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가문 중 하나인 아사쿠라 가문의 아사쿠라 타카카게(朝倉孝景)는 무역선을 몰아 남경으로 향했다. 그는 쵸로쿠 전투에서 에치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기근이 시작되었다. 다른 다이묘들이 비축한 식량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사이. 감합무역을 통해 곡식을 확보하여 영향력을 단번에 키우려는 계획이었고 그런 중요한 일이기에 직접 나서야 했다.
“지금 에치젠 일대에 부족한 곡식이 얼마나 된다 하였는가?”
“이만 석이 조금 넘습니다.”
“감합무역의 증서가 이렇게 값싸게 풀릴 줄은 몰랐는데. 참으로 잘 되었어.”
감합무역은 일련번호를 매긴 장부에 감합부를 만들고. 그 복사본을 쇼군에게 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쇼군은 각지의 슈고 다이묘나 가신들에게 세운 공이나 제공한 금품에 비례하는 감합무역증서를 제공하여 무역을 허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사쿠라 타카카게가 얻은 감합무역 증서는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보통 수입하는 물건은 동전, 직물, 서적이었으나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은 식량이라 생각하였다.
다른 이들은 비축한 식량을 통해 기근을 버티려 하였으나 아사쿠라 타카카게는 훗날을 내다보았다. 만약 기근이 내년에도 이어지면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하리라. 부하들은 잠시 증서를 확인하다가 타카카게에게 염려하는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보내는 물품과 받는 물품이 다르다고 명나라에서 말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네. 우리는 명에서 없어서 못 구한다는 인삼을 팔고 값싼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니 오히려 좋아하겠지. 와코(わこう - 왜구)들과 다르게 신의를 지키는 것이 아닌가.”
“하긴 남만(南蠻 - 큐슈의 멸칭) 놈들과 우리는 다르지요.”
입항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의 병사들은 배 안을 모조리 수색했고 거친 몸동작으로 선원들을 윽박지르기에 이르렀다. 화가 폭발할 것 같았지만 관원의 말을 듣고 타카카게가 고개를 끄덕였다.
“증서도 온전하지만 잠시 확인할 것이 있었소. 요즘 들어서 왜구들이 극성이라 신경이 곤두서 있는 점은 이해해 주시오. 그런데 판매하는 물품 중에 약재가 있던데 무엇인지 알 수 있겠소?”
“험준한 산에서 근래에 들어 새로 캐낸 물건이기에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모든 물산은 명나라에 모이니 명나라에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듣다 보니 옳은 말이군. 그렇다면 소란 피우지 말고 잘 다녀오시오.”
관원의 심사도 무사히 통과하였다. 그렇게 물품을 팔고 마지막으로 인삼이 남았다. 에치젠 일대의 밭에서 수확한 인삼이 얼마의 값어치를 할지는 모르지만 조선의 인삼과 같은 가격에 팔리면 몇 년은 쓰고도 남을 곡식을 얻으리라.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사쿠라 타카카케와 가신이 남경에서 가장 큰 약재상에 방문해서 인삼을 보여주었다. 약재상의 눈빛이 식어버리고 혀를 차면서 말했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만 잡초보다 조금 나은 녀석이군. 평상시에는 약재로도 쓰지 못할 물건이오.”
“써먹지 못한다 하셨습니까? 고려인삼의 씨를 가져다 기른 녀석인데 말입니다.”
“고려인삼이라 하셨소? 아무리 보아도 죽절삼(竹節參)으로 보이는데 거짓말은 하지 마시오. 여기 이 물건은 보셨소? 이게 죽절삼이고 이게 댁들이 가져온 인삼인데 너무 비슷하지 않소?”
약재상이 들어보인 죽절삼과 조선에서 받아온 씨앗이 아닌 한 세대를 거쳐서 기른 인삼은 형태가 너무나도 흡사했다. 상인이 손가락을 들어 인삼의 뇌두(腦頭 - 인삼의 머리)부분을 짚어나갔다.
“보시오.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뇌두에 마디가 이렇게 많지 않소. 아무리 보아도 죽절삼과 동일한 물건인데.”
“그렇다면 값은 얼마입니까?”
“죽절삼과 닮은 녀석들은 약효가 좀 있다 치고 상급 죽절삼과 같은 값으로 매기겠소. 25냥에 은 1냥으로 칩시다. 어찌 손해 보는 장사기는 하지만 요즘 인삼이 귀하니까 그렇지.”
조선에서 들여오는 인삼 가격의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참한 가격이지만 자신들이 보아도 상태가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감추며 다음 물건을 꺼냈다.
“보십시오. 이 물건은 다른 밭에서 캔 녀석들인데 고려인삼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그것이야 확인해 봐야 알 일이지. 색상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어디 한번 살펴나 봅시다. 내가 보기에는 만주삼과 비슷한데 혹시 모르겠네.”
약재상이 말린 인삼을 이리 저리 살펴보더니 향을 맡고 잔뿌리를 떼어 먹어보았다. 그리고 단단히 실망한 목소리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역시나. 약효가 부족해도 너무나 부족한데. 잔뿌리 하나만 떼어 먹어도 짜릿하게 올라오는 맛이 없구려. 고려인삼과 조선삼은 잔뿌리 하나로 몸에 열이 치솟는데.”
“형태가 유사하니 조금 약효가 부족한 녀석을 드신 것이 아닙니까.”
“내가 약재상을 한 것이 40년이오. 댁들은 인삼의 종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니 여기서 직접 가르쳐 드리겠소. 얘야! 들어가서 건삼을 종류별로 꺼내 오거라!”
시동이 재빨리 움직여 창고 안에서 인삼을 종류별로 꺼내왔다. 상인은 조심스럽게 인삼을 집어 타카카게의 눈앞에 들어 보이면서 설명했다.
“여기 이 울퉁불퉁한 녀석이 전칠삼(田七蔘)인데 이 녀석은 되었고. 가장 중요한 것이 세 종류인데 가장 큼지막하고 뇌두가 긴 녀석이 고려인삼이오. 그리고 이 녀석은 조선에서 보내온 작은 인삼. 이 녀석은 조선삼이라고 따로 부르지.”
명나라의 상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취합하여 상품을 분류하였다. 기존의 산삼은 고려인삼의 이름을 유지하였다. 재배하여 크기가 작은 인삼을 조선삼으로 분류하였고 가격 또한 다르게 매겼다.
물론 고려인삼에 비하여 작고 약효가 떨어진다 하여 헐값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고려인삼이 은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면 조선삼은 은과 같은 값을 매겼으니까.
약재상이 마지막으로 들어 보인 인삼은 얼핏 보면 조선의 인삼과 차이가 없었지만 뇌두가 굵고 단단하며 각질과 같은 모습으로 틀어져 있었다. 약재상은 뇌두를 긁으며 말했다.
“이게 만주삼이오. 댁들의 것과 형태가 아주 흡사하지 않소? 하지만 같은 건삼(乾蔘)이라 하여도 향이 좋으니 만주삼보다는 조금 나은 물건 같으니 상등품으로 취급하지. 건삼 5냥에 은 1냥을 부르겠소”
“너무 형편없는 값이 아닙니까. 머나먼 이국에서 왔다고 우리를 속이려 하십니까?”
“왜인이던 달자건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소이다. 나는 남경에서 수십 년 동안 약재상만 해오는 사람인데 나도 자부심이 있소. 어느 누구라 해도 이 이상은 부르지 않을 거요.”
예상하지도 못한 낮은 가격에 타카카게는 눈매를 찌푸렸지만 상대의 말 또한 옳다고 여겼다. 가만히 살펴보니 조선에서 들여온 인삼과 자신이 가져온 인삼은 차이가 있었다.
이미 주변 영주들도 조선의 인삼이 몇 배나 효능이 좋다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품질이 떨어진다는 말은 틀림이 없으리라. 타카카게는 입술을 씹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렇다면 조금 더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미적거리지 말고 시급히 파는 것이 좋을 거요. 조선삼이 귀해져서 값이 올라간 것이니 조선삼이 다시 공급되면 값은 절반으로 떨어질거요!”
숙소로 돌아간 아사쿠라 타카카게는 머리를 감싸 쥐면서 부하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저녁이 되어 돌아온 부하들이 보고를 시작했다.
“형태가 뒤틀린 인삼은 인삼으로 취급하지도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기껏 해야 30냥에 은 1냥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형태가 온전한 녀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삼이 귀할 시기라고 하면서 6냥에 은 1냥의 값이라 하더군요. 내년에 조선에서 인삼을 사들이면 값이 돌아온다고 지금 팔라 하였습니다.”
“어떻게 값이 이렇게 떨어질 수 있습니까? 이들을 윽박질러서······.”
“지금 무슨 망발이더냐!”
부하들의 멍청한 소리에 아사쿠라 타카카게가 호통을 치면서 바닥을 내리쳤다. 침묵 속에서 흥분한 숨소리만이 방 안을 메우고 있었다.
자신과 부하들 모두 덤터기를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가격대에 비슷한 의견을 들었다면 그건 현지의 시세이자 팔아야 하는 가격이다. 타카카게는 흥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인삼을 얼마나 가져왔지?”
“뒤틀린 녀석으로 30관(1관 = 3.75kg, 112.5kg), 뒤틀리지 않은 녀석으로 8관입니다.”
“값을 비싸게 쳐주는 상인에게 모조리 팔아치운다 치면 구천 석(당시의 일본 석은 60kg 정도이다)은 나오겠군. 나머지 물품을 판매한 수익을 합쳐서 미곡으로 바꿔 간다면 얼마나 사들일 수 있나?”
“일대의 곡물 가격이 에치젠보다 훨씬 값싸니 약 이만 석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오가야 하지만요.”
아사쿠라 타카카게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오면서 이를 부득부득 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부하들은 손을 꼽아 계산하더니 타카카게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 기근으로 부족한 미곡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그렇다면 빨리 팔아서 미곡으로 바꾸어 가면 될 것입니다.”
“야 이 멍청한 새끼들아! 네 놈들은 눈앞의 일만 바라보고 있느냐? 그래서 지금 고려인삼을 심은 밭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나 하고 있느냐!”
성격이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인 타카카게를 잘 아는 부하들은 이런 분노한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심호흡을 한 타카카게는 조용히 부하들을 돌아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에치젠 일대의 부족한 곡식은 일만 석이 조금 안 된다. 그리고 그 원인은 가뭄과 홍수도 있지만 사천 석을 생산할 수 있는 농토가 인삼을 심은 이후 쓸모없게 변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력이 돌아오는 시일을 따지면 몇 년이 지나가면 해결될 일이 아닙니까.”
“몇 년? 그래서 지금 생산한 고려인삼, 아니지 가짜 인삼은 얼마나 팔 수 있나? 자네들도 한번 머리를 굴려 보지 않겠나.”
부하들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자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기근이 끝난다고 계산해도 인삼을 심었던 밭의 작황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여분의 곡식이 없을 지경이었다.
평상시를 기준으로 인삼을 심었으니 이런 문제가 벌어졌다. 대부분의 쿠니(國 - 국, 여기서는 일본의 각 지역)들이 그러한 상황이리라. 하지만 이후로 기근이 발생한다면? 부하들의 생각을 정리하듯 타카카게가 손을 벌리면서 말 했다.
“자네들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네. 기근이 멈추고 평년의 작황이 이어지면 몇 년이 지나서 해결될 일이지. 씨앗을 거두어 심는 일을 멈추고 조선에서 보내는 씨앗만 심어서 푼돈을 벌면 충분하지.”
“하오나 지금은 관서 일대가 모조리 기근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교토에서는······.”
“그렇지. 지금 쇼군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사치만 일삼으며. 관령인 호소카와는 슈고다이묘들의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타카카게가 손뼉을 치면서 입으로 ‘펑’ 이라는 소리를 내자 부하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중재자인 무로마치 막부가 어떤 대처를 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이렇게 되면 아주 작은. 평소에는 무시해도 될 흉년도 기근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잇키(민란)가 준동할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약해진 지역은 다른 이들의 먹이가 되리라.
오히려 다른 이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자신의 지역에 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분쟁의 씨앗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타카카게 자신은 아니지만.
타카카게는 부하들을 돌아보면서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했다. 앞으로 세력을 확충하는 일을 포기하고 조용히 실리를 챙기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미 기근이 절정에 도달했으니 여기서 버틴다면 될 일이네. 앞으로 쓸데없는 일에 힘을 빼지 말고 조용히 감내하면서 지내면 될 일이지. 하지만 큐슈 촌놈들은 걱정이 되는군.”
자신이 아니더라도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남경으로 건너와 무역을 해서 이번 기근을 모면하려 하리라. 그렇지만 눈앞의 소득에 얽매여 인삼을 너무 많이 심은 자라면?
그러고 보니 이번 태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들은 큐슈의 다이묘들이다. 부하들도 서로 수군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설마 남만 놈들이 발작해서 예전처럼 와코가 일어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그렇지 않아도 지금 명나라의 해안가를 약탈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큐슈 촌놈들일 가능성이 있네. 입항하는 일도 골치 아프지 않았는가.”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짚어나가고 있었다. 자신이야 재빨리 인삼을 팔아치우고 곡식을 수입한다.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면서 힘을 축적하면 되리라.
“만에 하나지만. 기근이 다음해에도 계속 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세상의 일은 언제나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네.”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삼에 대한 욕심을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명심하게. 혹여나 다른 이들이 부추긴다 하여도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 제일이라네.”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고 근검 절약하면서 필요한 일에 힘을 쓰라. 그런 타카카게의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이후 2년 동안 기상 재해가 속출하였으며 기근은 계속되었다. 심지어 조선에서 수출하는 인삼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인삼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훗날 칸쇼 3년의 봉기라 칭하는 대규모 민란이 시작되었으며. 오닌의 난은 최악의 형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