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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162화 (162/573)

< 2장 100화 - 크나큰 소득(2) >

조선으로 돌아가는 복귀 계획도 제법 복잡한 편이다. 바로 돌아가면 50일 정도 걸리겠지만 일행이 합류하는 사이에 챙길 물건이 많다.

아직도 흑사병이 유행중인 카이로는 들리지 않는다. 오스만 제국으로 향했던 길과 마찬가지로 예루살렘 인근의 항구인 야파에서 육로를 통해 걸프 만으로 바로 움직이니까. 2조의 배를 타고 메카 인근의 제다에 도착하자 3조의 선단이 반갑게 맞이하였다.

“대군어른을 오랜만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사만국에서 많은 소득을 거두셨는지요.”

“오사만국의 군주와 협약을 맺었소. 다른 것은 필요 없으니 홍삼을 매년 오백 근씩 보내라 하더군. 그러한 일을 제외하면 얻은 것이 참으로 많다네.”

3조를 인솔하는 좌부승지 박인년(朴引年)이 말을 듣고는 기뻐하는 표정을 짓다가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대체 이렇게 힘들어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결국 털어 놓았다.

“실은 첩목아국(티무르 제국)과 교역을 하자고 청하였으나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면 작은 성공이라 하여도 충분한 것이지. 설마 한혈마를 얻지 못한 것인가?”

“수효가 너무 적습니다. 기껏 해야 종마 50 마리를 받아온 것이 전부입니다. 거세하지 않은 놈이라 하여도 너무 적지 않습니까.”

거세하지 않은 수컷이 종마로만 쓰는 이유가 있다. 발정기에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까. 기껏 해야 한 해에……. 뭐라 했지? 종마? 박인년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말했다.

“거세하지 않은 수컷을 보냈다 하였나?”

“마지막 순간에 협정이 틀어지면서 일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암말 오백 마리로, 나중에 다시 약조하기를 여기에 종마 오십 마리를 더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암말 오백 마리를 일방적으로 제했습니다.”

그렇다면 한혈마가 조선에 유출된 것과 마찬가지다! 티무르 제국에서 종마로 쓰이는 거세하지 않은 수컷을 팔았다는 말은 한혈마의 유출 제한 방침을 스스로 깨트린 일이나 다름없다.

당장 오이라트의 칸인 에센도 기껏 해야 거세한 수컷 한혈마를 타고 다니는 판국에 머나먼 조선에 한혈마가 풀리다니.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해보게.”

“처음에는 암말 오백 마리와 함께 토산품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토산품을 올리는 과정에 사고가 있었습니다. 방패선 한 척이 좌초하여 인양하기 위해 화물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러하면 배에 있던 뇌력포와 벽력포를 교역 상품으로 내놓았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가장 수량이 많고 꺼내기 쉬운 천자총통을 먼저 꺼내놨는데 첩목아국의 관원이 눈에 불을 켜고 사들이려 하여서 어쩔 수 없이 팔게 되었습니다.”

박인년의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거래 상품인 보총 대신에 값진 방패선의 무장인 천자총통을 팔게 되어서 어명을 어겼다고 자책하고 있겠지. 하지만 나쁘지 않은 거래 조건이다.

천자총통은 최신 기술을 사용하지도 않은 화포다. 오스만 제국도 비슷한 화포를 사용하고 명나라의 뇌포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뇌력포나 벽력포면 역사가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천자총통은 아니다.

티무르 제국의 역사에 대해 상세히 아는 것은 없지만 이 시기에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고. 공성전을 위한 화포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한혈마를 유출하기에 충분한 일이다.

“그렇게 되니 거래 조건이 변한 것이 분명하군.”

“다른 방패선에 있는 천자총통 열두 문을 합쳐 스물네 문을 판매하자 종마 오십 마리를 추가로 팔겠다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거래 조건을 바꾸게 되었지요.”

“그러하여도 상관없다네. 아주 좋은 일이니 염려하지 말게.”

그렇다면 앞으로 한혈마를 팔 길이 막힌 휘하 귀족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종마 오십 마리만 보낸 것이 분명하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박인년을 달래고 조용히 안평대군을 돌아보았다.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입신체비를 시작해야겠다.

“용아. 기함에서 입신체비를 하면서 대진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 않겠느냐.”

“형님! 본디 종친은 수난(水難)이 일어나도 큰 일로 번지지 않기 위하여 배를 나눠서 타야 하지 않습니까!”

“수난은 무슨 일이더냐. 지금은 겨울이니 비바람이 몰아쳐도 극히 미미할 것이며 너도 자맥질은 충분히 배우지 않았더냐. 공령이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안평대군이 도망치려 하여서 손을 잡고 천천히 끌어당겼다.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이 형님은 아직도 삼대 운동의 합이 천삼백 근이란다.

그렇게 등불이 밝혀진 선실 아래에서 안평대군의 입신체비가 시작되었다. 안평대군도 마흔이 넘었으니 근손실이 시작될 나이니까 절대 봐주지 않고 제대로 시작했다.

“오랜만에 의압(벤치 프레스)을 행하니 대흉근의 진동이 느껴지지 않느냐!”

“형님! 잘못했습니다! 아니 제가 잘못한 일은 없습니다! 모두 도나텔로라는 노인이 저지른 일입니다! 형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가 근육의 덩어리라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정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다른 누구도 아니고 역사상의 위인이 내 모습을 보고 그런 소리를 했다면 나에 대한 평가는 언제까지고 덩어리다. 아마 도나텔로에 대한 기록으로도 남고 피렌체의 역사로도 남겠지. 안평대군이 죽어라 들어 올리는 대역기봉에 손가락을 하나 얹어서 살짝 눌렀다.

“어허! 이렇게 반동을 주면 못 쓰느니라. 완전한 가동 영역을 채워야 하지 않겠느냐!”

“형님!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막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너를 잡아먹더냐? 주상전하께서도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횟수로 따지지 않았느니라. 네가 나쁜 버릇이 들면 관절이 상할 것이니 이 친절한 형님의 뜻을 따르지 않겠느냐.”

아무렴 나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니까. 덩어리라 들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대진국 소리를 들어서 그런 것도. 그러고 보니 안평대군 덕분에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닌 것이 로마라 불리게 되었네?

“일어나라! 다음은 공좌를 하면서 대진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여라. 그러고 보니 어찌하여 대진국이라 이름을 붙였는지 모를 일이구나!”

“대진국의 자리에 있으며 대진국의 수도를 점유하고. 대진국의 국교였던 천주교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으니 대진국의 후예라 생각하여 이름을 그리 붙였습니다.”

정말 보람차다니까? 이렇게 진짜 로마를 내버려두고 가짜 로마를 말하는 동생을 교정할 기회까지 얻게 되었으니 승리의 자세를 취해야겠다. 그렇게 빅토리 포즈를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정녕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구나. 대진국은 얼마 전에 멸망하였으며 멸망시킨 자는 오사만국의 왕인 메흐메트 2세라는 자이다. 그러한 생각을 이 승리의 흑룡세로 교정해 주겠다.”

내가 빅토리 포즈를 취하자마자 뒤에서 누가 보고 있었는지 뭐라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로 향하는 항해는 참으로 보람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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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년 음력 1월, 벵갈 술탄국에 다시 도착하니 정척의 함대는 여전히 대기하고 있었다. 오랜 간만에 정척을 만나니 피부가 시커멓게 그을려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일은 어떻게 되었소?”

“천축 일대에 있는 4개의 국가를 모두 방문하고 교역을 실행하였습니다. 궁궐에서 십 년은 사용할 향신료를 얻었으니 참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혹여나 내가 말한 대로 향신료의 종자를 받는 일을 이야기 하여 보았소?”

“맹가납국(벵갈 술탄국)의 군주도 불가하다 잘라 말했는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다. 다행이도 내가 종자를 챙겨왔으니 이건 형님에게 비밀리에 드리는 선물로 해야지. 그렇게 효령대군과 임영대군을 찾아보려 했는데 아직 보이질 않는다?

“실은 한 달 정도 뒤에 돌아오실 것이라 하였습니다.”

“한 달이라 하면 적당하군. 그러고 보니 4조는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이 있소?”

“한 달 전에 말란가(말라카 해협)에 들러 보급을 하였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조와국(마자파힛 제국)이 사방으로 분열되어서 수교를 맺는 일에 난항을 겪는다 하였지요.”

마자파힛 제국의 분열이 지금 시기였나. 그렇다면 해적이 들끓을 것이고 교역은 힘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국강은 뛰어난 항해사고 한명회도 어디에서 빠지는 인물은 아니니 문제는 없겠지.

설령 큰 일이 벌어져도 한 달 주기로 보급을 하는 것이 기본이니 다음 달에는 돌아오리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난파를 당해도 함선 여섯 척이 모조리 난파당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잘 되었소. 마침 천축에서 구할 것이 있는데 잠시 주변을 돌아보지 않겠소.”

“천축에서 구할 것이라 하였습니까?”

정척과 신숙주를 이끌고 관원의 안내를 받아 시장으로 나섰다. 안평대군? 하체를 했으니 일어나지 못한다고 해서 배 안에 내버려 두고 나왔다. 그렇게 시장으로 들어서니 신숙주가 너스레를 떨면서 튼실한 소를 가리켰다.

“대군어른께서는 명국에서 돼지를 가져오셨으니 이번에는 천축의 소를 가져오려 하십니까.”

“아닐세. 아국의 소는 크기는 작아도 성질이 온순하고 추위에도 강하네. 천축의 소는 털이 적으니 추위에 약하지 않겠나. 그리고 대양도(대만)에는 대월국에서 수입한 물소를 기르니 필요가 없네.”

“그러하면 어찌 이런 시전을 돌아다니시는지 연유를 알 수 없습니다.”

시장이 복잡하긴 하다. 조선처럼 정비하는 시장도 아니고 특히 가축시장은 분뇨와 가축의 누린내로 코가 아플 지경이다. 그렇게 신숙주와 정척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원하는 장소를 찾았다.

털이 벗겨진 채 매달려 있는 닭. 짚단으로 엮어 보관한 계란이 쌓여있는 닭고기 전문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게 주인이 고개를 굽실거리며 뛰쳐나왔다.

“아이쿠 이거 귀한 손님이 아니십니까! 얼마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조선에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이런 누추한 곳에 어인 일로 방문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은 아니고 이 고장의 닭이 체격이 거대하다 하였는데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런다네.”

“닭이 크다 하였습니까? 그렇다면 한 번 보러 오시지요.”

상인이 손을 싹싹 비비면서 아들로 보이는 젊은이를 데려왔고. 젊은이를 따라 닭을 방목하는 곳으로 향했다. 다가서자 신숙주와 정척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울타리로 다가섰다.

“이 품종은 제법 거대한 녀석이지요. 브라마푸트라(Brahmaputra) 유역에서는 모두 이런 녀석을 기릅니다. 어떠십니까?”

울타리 안에는 조선의 닭과 비교하면 거인이라고 불려야 하는 거대한 닭. 현대의 브라마종 닭이 한가로이 모이를 쪼면서 돌아다녔다. 내 무릎까지 오는 거대한 닭을 가리키면서 정척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참으로 튼실하지 않은가? 입신체비를 행할 적에 닭 가슴살을 두 개씩 먹었는데 이 녀석은 하나만 먹어도 족할 것 같군.”

“이게 닭입니까 봉(鳳)입니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국에서 기르는 닭과 비교하자면 거인이라 보아도 무방할 녀석들입니다.”

이 녀석이 인도의 토종 품종인 브라마 닭이다. 어떻게 아냐고? 현대에서 식품영양학과 특수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석사 학위논문으로 작성한 것이 품종별 특징과 닭 가슴살 논문이었다.

당시 교수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보통 불쌍해서 석사 학위를 주지만 열정적으로 임하니 석사 학위를 줬다 하던가. 그건 되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닭이 브라마 닭이 확실하다는 것이지.

현대 기준으로는 성장속도도 늦고 알도 많이 못 낳는 녀석이지만 이 시대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직 품종 개량이 덜 되어서 현대에서 자료로 보았던 것보다 작은 녀석이지만 정척의 말대로 닭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녀석이다.

“이 녀석들을 오백 마리를 구매하고 싶은데 어떻게 다뤄야 하오.”

“알도 크고 몸집도 크지만 다 자라는데 일 년이 조금 넘게 걸립니다. 알은 대충 사흘에 하나 정도 낳으며 성질이 온순한 것이 장점이지요.”

“그러하면 아직 온전히 자라지 않은 튼튼한 닭으로 오백 마리를 주시오. 수탉 백 마리에 암탉 사백 마리로 정해 주되 배에 올릴 수 있도록 각자를 격리한 닭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오.”

“보름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변 농장을 찾아서라도 가장 튼튼한 닭을 마련하겠습니다.”

거래를 마치고 돌아서니 신숙주가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신숙주도 생각이 있는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참으로 크고 튼튼하며 알도 많이 낳는 닭(재래종 닭은 한 해에 5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이지만 이렇게 거대한 닭을 민가에서 어찌 기른다 하십니까. 당장 모이를 먹어도 몇 배를 먹을 것입니다.”

“그러니 민가에서 기를 것은 아니네. 각지의 관아와 형무소에서 기를 것이지.”

“각지의 관아와 형무소에서 기른다 하신다면 설마 닭을 퍼트릴 계획이십니까.”

“아닐세. 자네의 말대로 천축의 닭은 보통 사람들이 기르기에 까다로운 녀석이 분명하네. 그러하니 계획된 장소에서 양계(養鷄)해야 하지 않겠나.”

내가 욕심을 부리는 일 중에 하나가 양계장이다. 양계(養鷄)라는 말은 이 시대에서 마당에 닭을 풀어놓고 기른다는 의미로 쓰이지 현대처럼 계획적이고 공장화된 양계장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숙주와 정척 또한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는지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기에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큰 닭이면 닭 가슴살도 크고 아름답겠지! 입신체비장에서 큼지막한 닭 가슴살을 먹는 일만 상상해도 행복해진다.

다음으로 요가 수행자들인 사두(sadhu)를 찾아 나섰다. 나야 요가를 야매로 배웠지만 여기서 전문적인 요가 수행자들의 가르침을 얻고 이걸 현대적인 체계로 변형하면 충분히 좋은 운동이 되리라.

그렇지만 도장 깨기나 마찬가지로 술탄의 연회장에서 대놓고 면박을 줬으니 설득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관원의 안내를 받아 사두들이 머무르는 수행 장소로 향하니 고함이 들려왔다.

“저기! 저기 계신다!”

“조선에서 오신 귀인(貴人)을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직 미숙한 저희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몸을 비틀고 꺾으며 배움에 여념이 없는 요가 수행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더니 내 손을 잡으려고 애썼다. 적개심도 없이 오로지 배우려는 열정이 가득하기에 황당한 마음에 되물었다.

“대체 무슨 연유로 이렇게 나를 반기는 것이오? 나는 댁들에게 면박을 준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소.”

“다른 일이 아닙니다. 귀인의 중부 되시는 분이 예순이 넘었다 하는데 제 나이가 얼마인지 짐작은 가십니까?”

허리가 구부러지고 치아가 듬성듬성 빠진 사두가 무릎을 후들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아마 일흔 정도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답하니 사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 나이가 쉰둘입니다. 하지만 벌써 무릎의 힘이 빠져 이렇게 서지도 못할 지경이나 귀인의 중부께서는 예순의 나이로 초모랑마 인근을 쉽사리 빠져나갔다 하였습니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이런 꼴이 되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시대의 요가는 고행이나 다름없는 수련으로 관절이 박살나고. 여기에 햇볕 아래에서 수행을 일삼으니 순식간에 늙어 버리겠지.

그렇다면 피부도 검지 않고 사지의 힘이 온전한 효령대군은 우상이나 다름 없겠지.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사두는 내 손을 꽉 잡으면서 애원하다 시피 말했다.

“어느 사두를 데려와도 귀인의 중부께서 보인 모습을 예순이 넘은 나이에 보이는 자가 없었습니다. 저희 가운데 가장 많은 지식을 아는 이들 열 명이 배움을 얻고자 합니다.”

“하오나 나의 수행은 완력을 기르는 것이지 당신들의 요가와는 많이 다르오.”

“그렇다 하여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늙어 스러질 몸이며 물 밖을 나가면 수드라(최하 카스트)로 전락하는 몸이지만 배움을 얻어 살면 충분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힌두교의 교리는 해외로 나가면 수드라로 변한다고 했었지. 지배층은 이슬람이지만 민중은 힌두교도니 벌어지는 촌극이다.

생각해 보면 이 사두들을 잘 먹이고 잘 치료해서 어느 정도 제 기능을 하게 만들 수 있을 것도 같다. 설령 치료하지 못해도 들어 있는 지식을 활용하면 충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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