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149화 (149/573)

< 2장 87화 - 수양대군은 일을 만들어서 한다(2) >

사흘 뒤에 의금부로 가라는 형님의 허락이 떨어지고 잠시 과거의 기록을 펼쳤다.

빙의하고 나서 입신체비서를 집필하고 남는 시간동안 잊힐지 모르는 지식들을 현대 한국어로 정리해뒀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반침(半寢 - 방 옆에 붙여놓은 작은 공간, 물건을 보관하는데 쓴다)안에 있던 서적을 읽자니 그리움이 밀려온다.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알고 있었나. 하긴 회원님들 이상한 음식 먹으면 그걸 말리느라 한세월이었지. 그놈의 항산화니 건강식품이니 하는 기억도 어렴풋이 나네.”

대학원 시절 이전에 피트니스 센터부터 달고 살았던 전공서적의 요약본을 되새기니 고개가 끄덕이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비타민에 대한 내용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이론이 완벽한 것이지 존재를 찾아내지는 못해.”

책에도 나오네. 비타민C의 완벽한 증명은 1930년에야 이루어졌으며 이전까지는 증상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존재 유무를 확인했다고. 그렇다면 내 한계선도 존재 유무 확인에서 끝난다.

여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형님이 두 달을 준다고 했는데 비타민 E의 경우는 명확한 결핍증 확인이 힘들고 비타민 D는 약간의 결핍증만 나타날 정도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나. 확실한 증상이 나타날 각기병과 괴혈병으로 압박을 가해야지. 그렇게 과거의 기록을 되새기고 있는데 하인이 문 앞에서 말했다.

“대군어른. 어의이신 전순의라는 분이 찾고 계십니다.”

내가 하자니 귀찮아서 전순의에게 넘겨놨던 해답을 찾아냈나 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완성된 의서로 집필을 끝낼 생각을 했지만 작년 말에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

‘충(虫 - 기생충)이라 하면 사람의 성품에 따라 생기는 일이 아니오?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에게 생겨 아이의 장을 막아 죽음에 이르게 하니 이 어찌 된 일이오.’

그렇게 입궐하니 내의원의 탁자 위에는 엉뚱하게도 거대한 광어가 두 마리 있었다. 광어를 대체 왜 가져왔나 했는데 전순의가 잘 갈려진 칼을 꺼냈다.

“본디 보여드리기 힘든 흉물이지만 대군어른께서 말씀하시던 충의 정체를 찾은 것 같습니다.”

미리 발라낸 넙치의 내장 외곽에 동글동글 말려있는 놈들을 헤집은 전순의는 구역질을 참으면서 손을 놀렸다. 저놈들의 정체는 아마도 고래 회충이었나?

“중황경(옛 의서)에 칭하기를 사람이 나쁜 성품을 품으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하였는데 미물에게도 충과 비슷한 것이 있으니 세상에 모두 퍼진 것이 아닐까 염려됩니다.”

“짐작보다 훨씬 심각하구려. 그런데 광어를 두 마리나 둔 이유가 있소?”

“저 또한 놀란 일이지만 이걸 보십시오. 광어의 내장을 발라내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거의 난도질하다시피 광어의 살을 잘라놓은 전순의는 하나하나 상세히 살피다가 한 덩어리를 나에게 보여줬다. 광어의 살 속에는 고래회충이 박혀서 죽어 있었다.

현대라면 고래회충이 없게 생선을 잡자마자 내장을 뽑아내고 회를 치니 감염될 문제는 없지만 지금 보자니 소름이 돋는다. 전순의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이전까지 회를 먹으라고 하였던 일이 부끄럽게 생각됩니다. 이러한 작은 충이 회를 먹은 이의 몸에서 자라나 한 뼘이 넘는 놈이 될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스승이라 하였는데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웠소.

“그렇다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충은 어찌하여 사람의 뱃속에 있는 것입니까. 이를 사람의 배를 갈라서 알려면 불가한 일입니다.”

여기서는 현대 지식을 동원해야지. 당연하지만 이 시대의 기생충 감염은 퇴비를 통한 분변 감염이 태반이다. 그래서 퇴비를 충분히 숙성해야 하지만 세상 일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생각하여 보시오. 처음에 충을 먹은 이가 변을 보고. 변을 두엄으로 만들어 밭에 뿌리면 작은 충들이 채소에 달라붙는 것이 아니겠소.”

“그러하면 그 오랜 시일 동안. 아닙니다, 충이라 하면 섭리에 어긋나는 놈들이니 충분히 가망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충들이 분변을 통하여 돌고 또 도는 것이라고 생각되오. 두엄을 제대로 삭히고 채소를 먹을 적에 소금물로 씻으면 효험이 있을 것이오.”

식료찬요에 기생충 항목이 추가되겠군. 그렇게 일 하나를 마쳤는데 전순의는 손을 씻고 와서는 우물쭈물 거렸다. 이제 내가 진행 중인 일에 대한 참견이 시작되겠지.

예상과 마찬가지로 전순의는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대군어른께서 곡분(탄수화물), 육질(단백질), 지질(지방)이라 칭하신 것은 옳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세견물이라 하는 일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음식이 병을 치료할 수 있듯이 음식이 부족하면 병이 생기는 일은 당연하지 않소. 오행의 흐름을 보조하는 또다른 오행이 있을 것이 분명하오.”

“그렇다 하여도 오행(五行)의 흐름을 보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니. 오행에 또다른 오행이 있다는 일은 처음 들어봅니다.”

전순의를 보면서 한숨을 쉬려다가 참았다. 그놈의 음양오행은 철학적인 방식으로는 충분하다 못해 남아 돌 지경이다. 나도 어떻게든 덮어놓고 끼워 맞추기가 될 정도로 남아돌았다!

그래서 세상일을 결합하면 분석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경험적이고 귀납적인 방식으로 가까스로 작동하지! 전순의가 구루병 증세를 보인 어린이에 내렸던 처방? 신장 기능이 약해졌다고 하더라!

전순의가 저렇게 날카롭게 나오는 이유는 자신의 지식에 정면으로 대치되니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다. 이런 부류는 칭찬하고 뒤통수를 패야 제 맛이지. 그렇게 칭찬 아닌 칭찬을 시작했다.

“의술이 수많은 가르침과 배움으로 이루어졌듯이 식이 또한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어서 물려온 것이지 않소. 그렇기에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실로 옳은 말씀입니다. 서적을 집필한 목적도 이러한 일을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되겠소? 이를테면 북변의 혹한 속에서 토끼만 잡아먹던 올적합(兀狄哈 - 야인여진)의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소?”

전순의가 흥미가 동했는지 눈을 굴렸다. 당연히 야인여진에게 들은 적은 없지만 여기서는 뻥을 칠 차례지.

“폭설이 내려 길이 막혔는데 활이 부러지니 올무를 두어 토끼를 열흘 정도 잡아먹었다고 하였소. 그리고 셋 다 몸에 힘이 빠지고 피로가 밀려오는지라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소.”

“말이 되지 않습니다. 토끼고기는 보중익기(補中益氣 - 피로를 회복하다)의 효험이 있는데 어찌 된 일입니까.”

“지친 몸으로 올무를 확인하러 갈 방도도 없으니 억지로 강으로 내려가 얼음을 부숴 생선을 잡고 구워 먹었는데 사흘 만에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였소이다.”

전순의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인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토끼고기만 먹으면 지방과 탄수화물 부족 때문에 단백질 중독이 일어난다. 그러니 자랑스럽게 답을 내놨다.

“육질은 소화하기 힘든 것이며 근골을 키우고 힘을 소모하는 곳이 아니겠소. 그러한 육질만 받아들이니 힘을 축적하는 지질과 힘으로 쓰이는 곡분 모두가 부족하여 사단이 난 것이오.”

“듣고 보니 옳습니다. 육질만 매양 받아들이면 양(陽)이 성하고 이를 보하는 음(陰)이 부족하니 역으로 피로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금 탄수화물을 음으로, 지방을 중립으로, 단백질을 양으로 해석한 전순의를 보면서 분노를 참았다. 결국 철학적 사고의 틀을 깨는 일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알겠소. 지금부터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죄인에게 병을 만들 것이니 침구와 탕약으로 처방을 내릴 의원을 마련해 보시오.”

혹시 원재료에는 있을지 모르는 비타민 C도 탕약으로 끓이면 소멸되니까 소용이 없겠지. 그렇게 벽창호 전순의에게 답을 남기고 며칠 뒤에 의금부로 향했다.

“복심(覆審)을 기다리는 자들의 식사를 대군어른께서 직접 보내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혹여나 집에서 사식(私食)을 들인다고 하여도 절대 받아주면 아니 된다네.”

사식을 들여오면서 뇌물을 비롯한 뒷돈을 제법 받았는지 의금부 도사가 고민하는 눈빛을 보였다. 어명이라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겠지.

“다른 일이 아니고 의서를 편찬하는데 죄수들의 식이(食餌)를 조절할 일이 있어서 그렇다네. 아마 죄수들이 다양한 병증에 시달릴 것이지만 큰일은 아니니 염려하지 말게.”

“주상전하께서 명을 내리신 바가 있지만 혹여나 일이 잘못된다면 죄인들의 몸이 크게 상할까 염려됩니다.”

“아마 일이 생각대로 돌아간다면 충분히 효험이 있을 것이네. 설령 병이 생겨도 중병으로 가기 전에 치유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게.”

결국 의금부 도사도 나의 말을 듣고 하옥된 죄수들의 면모를 보여주고 목록을 전해줬다. 3회 복심에 해당되는 이들은 30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되는 자인데 살인, 폭행치사, 그리고 강상죄?

죄목을 알기 전에는 죄책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몰라서 10명의 죄수를 선발했으니 사람은 차고 넘친다.

“두 달 동안 대군어른께서 주시는 식사를 먹으면 일 년의 형을 감면한다 하였습니까? 정말로 주상전하께서 그렇게 명을 내리셨습니까?”

“물론이다. 다만 사식을 받거나 허튼 짓을 하면 형을 감면하는 일은 없는 일이 되니 이를 염두에 두어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굶겨 죽이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대군어른을 믿겠습니다!”

다음날부터 새로운 식사를 보냈다. 의금부 관원들도 어리둥절한 눈치였지만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증세가 시작되리라. 한 죄수는 쟁반에 놓인 으리으리한 상을 보면서 인사를 꾸벅 올렸다.

“이게 뭐여. 고기네? 이렇게 좋은 것을 먹어도 됩니까?”

“너는 앞으로 한 달 동안 거의 같은 식사가 전해질 것이니까 염려하지 말거라.”

“아이고 세상에! 밥이 꽁보리밥만 아니었어도 금상첨화인데!”

먼저 괴혈병의 실험대상이 된 죄수가 잘 익힌 돼지고기 수육을 먹고 배춧국을 들이켰다. 반면 반대편의 죄수는 각기병의 실험대상이니 한숨을 내쉬면서 투정을 부렸다.

“맞은편과 밥을 바꾸고 고기를 좀 받아와도 되겠습니까? 쌀밥이 좋다지만 반찬이 부족합니다.”

“형무소에 가면 그런 식사도 감지덕지이며 원래 나오던 식사보다 훨씬 좋지 않느냐!”

죄수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예전의 식사보다는 뭐라 그래도 훨씬 나았다. 매일 묵은쌀과 잡곡을 섞은 밥에 절인 채소를 먹던 자들이니 뭐라 할 말도 없으리라.

그렇게 20일이 지나갈 무렵 증상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피로를 호소하던 죄수 한 명이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나를 찾았다.

“아이고 대군어른!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감각이 없습니다! 밥을 먹을 생각도 들지 않으니 이를 어찌해야 합니까.”

“의원을 부를 것이니 염려하지 말게.”

당연한 말이지만 전순의가 보내온 의원이 진맥과 진찰을 하더니만 의외의 진단을 내렸다. 내가 예상한 각기병(脚氣病)과 동일한 명칭의 질병이란다. 하지만 치료법은 전혀 틀렸다.

“아마 사지를 놀리지 않고 오래 지나서 병이 일어난 것 같소이다. 각기병 가운데서도 건(乾)각기가 의심되는구려. 사지가 경련하고 식욕이 없어지는 증상 모두가 일치하오.”

“아이고 용하신 의원님이십니다. 그런데 침이 너무나 아픕! 악!”

“그렇다면 열심히 치료를 행하게. 증세를 알았다면 치료는 간단한 일이 아닌가.”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침을 놓고 탕약을 먹여도 치료가 될 이유는 없었다. 탕약 속에 비타민B가 들어있다면 증상이 나아지겠지만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증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렇게 의원의 속이 썩어 들어가는데 닷새가 지나고 반대편의 환자도 각기병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생긴 각기병 환자는 이미 사지를 가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치료를 해야겠지.

“이러다가 기력이 쇠할 것 같으니 탕약 대신 이걸 먹이게나.”

“콩과 현미로 만든 죽이 아닙니까? 쌀밥을 먹던 사람에게 이걸 먹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장담하건데 닷새면 몸을 훨훨 털고 일어날 것이라네.”

억지로 만든 영양불균형이 정상화가 되면서 환자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렇게 각기병 환자가 치료되고 다시 야맹증 환자가 생겨났다. 이후로는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두 달이 지나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타민E 결핍증을 제외한 모든 결핍증 환자가 생겨나고 내 손에 치료되었다. 구루병은 증세가 심하지 않았지만 쇠약증 하나로도 충분한 증명이 되었으니 상관없다.

전순의는 빼곡하게 정리된 질병 발생과 치료 과정에 대한 서적을 읽어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젊은 의원을 보냈지만 제 처방이 들어갔었고 모두 효험이 없었습니다. 역시나 대군어른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나 또한 짐작만 하고 있었을 뿐이지 밝히지 못한 사실이 있었으니 매우 부끄럽소. 당장 수(水)의 성분이 부족하여 일어나는 질병은 없지 않았소.”

그렇게 화두를 던지자 전순의는 크게 놀라면서 내 눈을 바라봤다.

“부끄럽다 하실 것은 없습니다. 식이가 부족하면 질병이 생긴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오니 예상과 다르실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것이 아니고 오행에 있는 상극과 상생의 개념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그렇소. 본디 오행이라 여겼는데 오행조차도 아닐 것 같소.”

“그……. 그렇습니다. 건각기가 일어난 이는 대군어른께서 말씀하시기를 토(土)가 부족하다 하였는데 어찌하여 토극수(土剋水)로 제압될 수가 번성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전순의가 떡밥을 물었다. 여기서 내가 의서에 쓰고 싶은 말을 정해야겠다.

“오행과 연관이 없이 홀로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오. 칭할 적에는 세견물로 칭하며 각자의 역할과 증상을 쓰면 충분할 것이나 이를 명기해야 할 것이오.”

“대군어른께서도 밝히지 못하신 바가 있다면 대체 어떻게 알아내라는 말씀이십니까.”

“먼 훗날이 되어 학문이 발전하고 나라가 흥하게 되면 인재가 늘어날 것이오. 본디 모든 일을 행할 때에는 선인(先人)이 닦은 길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겠소.”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이런 의서가 있다면 훗날에 수많은 인재들이 의술을 연마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식료찬요의 마지막 집필과정이 시작되었다. 세견물의 명칭은 목, 화, 토, 금, 수라고 칭했는데 수는 염두에만 둬서 존재를 찾아야 한다고 기술하였다.

최종적으로 정리한 세견물-목은 비타민C, 세견물-화는 비타민D, 세견물-토는 비타민 B, 세견물-금은 비타민A 이다. 초본을 세종대왕님께 가져다 드리니 한참 동안 읽더니만 웃음을 터트리셨다.

“과연 훌륭하구나. 정말로 훌륭하니 네가 있어서 후인(後人)들이 모든 일을 행하는 것에 있어서 사려 깊게 행동할 것이다.”

“소자가 부족한 것이 있어서 완성하지 못한 서책을 의서라 칭하니 부끄럽사옵니다.”

“네가 부족하다 하여도 그건 너의 부족함이 아니다. 너를 가르친 세상의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며 훗날에 해결될 것이니 염려하지 말거라.”

세종대왕님도 내 의도를 이해했나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찾지 못했으니 후세에서는 찾아내리라. 이렇게 운을 띄우면 후세의 사람들은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지.

“음양오행이 모든 일을 해결하지 않는다. 과감하지만 정말 훌륭한 말이로구나. 그리고 견상물 가운데 목이라 하는 것은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녀석이구나.”

“그렇사옵니다. 탕국으로 끓여도 손실되며 구워도 손실이 됩니다. 아마 볕에 말려도 손실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하면 항해를 나설 적에는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녀석이겠지. 그렇고말고.”

역시 세종대왕님은 대단하신 분이다. 처음 읽은 의서와 형님의 계획인 천축 무역을 염두에 두고 바로 알아차리시다니. 그런데 한참 생각하시더니만 나를 보시고는 폭탄 같은 소리를 던지신다.

“유야. 다른 일이 아니고 천축에 네 중부인 효령대군이 다녀오고 싶다 하더구나.”

“올해 진갑(進甲 - 61세)이신 분이 천축까지 다녀오신다 하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내가 말려도 소용이 없더구나. 이제 환갑이 다 되어가는 이에게 어명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딱한 일이 아니겠느냐. 네가 한 번 설득해 보면 모르겠다.”

이놈의 중부님이 대체 왜! 어째서! 그렇게 험난한 천축으로 향하려 하는지 영문을 알 길이 없다. 잘못하면 나도 휘말릴 것 같지만 방법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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