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132화 (132/573)

< 2장 70화 - 왕과 황제와 쇼군(2) >

1455년 5월, 하남성의 들판에는 농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밀을 수확하고 있었다. 그런 벌판 한곳에 어울리지 않는 학사의 복장을 한 이가 있었으니 태상황인 정통제였다. 미복잠행을 하였지만 충신인 영국공 장보의 고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들판의 농부들이 열심히 일하였지만 정통제에게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농기구가 들지 않는지 낫을 연신 그으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궁금한 정통제는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한림원에서 일하던 학사인데 궁금한 것이 있네.”

“아이고 나리! 귀하신 분이 예까지 오시다니! 이런 천것에게 무엇을 바라시는지.”

“보아하니 낫과 쟁기를 비롯한 농기구가 모두 상해있는데. 평시에도 이러한 물건을 쓰는가?”

지엄한 황명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라고 말하려 했던 농부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어떠한 일인지 눈치 챈 정통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염려하지 말게. 어떠한 일을 말하여도 여기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니.”

“그러시다면……. 나리를 믿겠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황명이 내려와 인근의 농부의 삼 할이 요동으로 이주하여 경작하는 땅이 늘어났습니다. 거기에 야장(冶匠)들도 사 할이 넘게 이주하였지요.”

정통제도 요동에 이백만에 가까운 사람을 보낸 일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으며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사람을 착실히 선별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니 땅은 늘었는데 농기구를 만들 야장들이 부족합니다. 여기에 상인들이 장난질을 치니 저와 같은 이는 이렇게 이가 빠진 낫을 써야합죠.”

“야장이 부족하고 상인들이 장난질을 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철물이 나오는 대로 사재기하여 조금씩 파니 부르는 것이 값입니다. 친척 가운데 철물을 다루지 않는 공인(工人)들이 하염없이 손을 놀리니 땅이 늘어도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밭으로 돌아간 농부가 이가 빠진 낫으로 짜증을 내며 밀을 수확하고 있었다. 한때 농사를 지어 보았던 정통제는 그런 고통을 쉽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분통이 치밀어 올랐다.

“일이 서툴러 백성들이 쓸데없는 고난을 겪고 있군.”

보름 뒤, 중병에 걸린 경태제는 양위를 마치고 조용히 남궁에 들어가 삶을 마무리하기 시작하였다. 새 황제로 정통제의 아들 주견심이 등극하였다. 새로운 연호는 영덕(寧德)으로 정하였으나 황제의 뜻은 아니었다.

새 황제는 아직 여덟 살에 불과하였다. 기껏해야 글을 읽을 줄 아는 나이이니 실권은 섭정인 정통제에게 있었고. 정통제는 옥좌에 영덕제를 둔 채로 대신들과 논의를 시작하였다.

“일전에 소문을 들은 것이 있다. 요동에 사민을 보낸 자들이 농부와 야장이라 하였는데 이로 인해 남겨진 백성들이 고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법 민감한 주제이기에 대신들이 정통제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이전에 왕진의 아래에서 놀아났던 모습과 달리 백성의 삶을 생각하는 모습에 감탄한 이들도 있었다.

“농지는 남는데 농기구가 부족하며, 여기에 상인들이 매점매석을 일삼으니 상한 농기구로 농사를 하였다. 여기에 공인들이 손을 놀리고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인가.”

“형부상서 유사열(俞士悅) 태상황께 아뢰옵니다. 사민을 보낸 이들은 제가 인솔하였으나 백성을 선별한 이는 태감 조길상이옵니다.”

“태감은 어떻게 백성들을 선별하였는가.”

“사심 없이 셋 중 하나를 골랐을 뿐입니다. 관직이 있는 이들과 명문가의 친인척을 제하여 정하였습니다. 하오나 병부상서 우겸과 이부상서 왕고(王翱)가 다시금 골라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료들의 이목이 우겸과 왕고에게 집중되었다 토목의 변 이후 수많은 고난을 넘어온 두 상서는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조아렸다.

“어찌하여 사민에 제한을 두었는가.”

“이부상서 왕고 아뢰옵니다. 고을이 갖춰지기 이전이니 농부와 병장기와 농기구를 만드는 야장을 먼저 보냈사옵니다. 상인과 공인이 있어도 일감이 없으니 고난을 겪을 것입니다.”

요동 일대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옮겨지는 곡식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렇게 배급을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상업이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정통제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공인이라 하여도 손재주를 썩히는 일 보다 요동에서 일을 행하는 것이 나을 것이 아닌가.”

“병부상서 우겸 아뢰옵니다. 십 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옵니다. 야장의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며. 요동에 보낸 백성들이 자리를 잡으면…….”

“그만 입을 다물라! 어디서 감히 십 년을 논하느냐? 한 아이가 장성하여 자식을 낳을 기간이 십 년 이거늘! 중요한 실책을 헛된 변명으로 무마하려 하는가?!”

정통제의 일갈에 신료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영덕제가 놀란 눈을 굴리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정통제가 억지로 친근한 목소리를 내며 쐐기를 박았다.

“생각하여 보니 병부상서는 그동안 달자의 난을 막아내고 장성을 감독하며 반란을 막아내지 않았나? 그러니 조금의 실책은 충분히 용인할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

“아니옵니다. 저는 아직도 이십 년은 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여도 공은 공이니 작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황상께 청하니 병부상서에게 회양공(淮陽公)의 작위를 하사하여 주시옵소서.”

정통제의 의도를 보건데 회(淮)는 한신의 작위였던 회음후(淮陰侯)에서 따온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불길한 작위이지만 배움이 깊지 못한 영덕제는 기꺼이 수락하였다.

“병부상서에게 회양공의 직위를 내리겠노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우겸은 바보가 아니기에 속뜻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신과 같이 팽(烹) 당하기 싫으면 조용히 은퇴하라는 뜻이 분명하였으니 이 이상은 나설 방법이 없었다. 정통제는 충신들의 죽음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깊숙이 깔린 앙금은 남아 있었다.

자신이 간신인 왕진의 손에 놀아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말리지 않은 신하들은 보신을 위하여 간신을 내버려 둔 비겁한 자로 보고 있었다. 우겸 또한 비겁한 이들에 속했으며 능력이 대단하였기에 더더욱 비겁한 자로 여겼다.

“태감이 정한 목록에 있던 이들을 빠짐없이 요동으로 보내도록 하라. 대학사(大學士)가 보기에는 어떤가?”

황제의 자문을 담당하는 대학사 왕문은 미친 짓이라 생각하였다. 요동은 경작을 독촉하기 위해 농지를 만든 양에 비례해서 배급을 실시하는 정책을 펼쳤다. 여기에 많아야 십만 가량의 상인과 공인이 끼어든다면? 어설픈 배려는 이렇게 화를 부른다.

그나마 상인들은 악착같이 궁리해 밀무역이라도 행할 것이다. 하지만 공인들은 평생 해본적도 없는 농사와 개간에 시달리다가 죽어나갈 것이 자명했다. 죽는 자들은 안타깝지만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적응하지 못하는 자가 있을 것이나 그러한 희생은 감수하여야 합니다. 하오나 약간의 지원을 더하면 희생이 덜해질 것이 분명하옵니다.”

“약간의 지원이라 하면 미곡을 넉넉하게 보내라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태감이 정한 목록을 그대로 시행하라. 호부상서 장봉(張鳳)은 사민을 피하기 위하여 수작을 부리는 이들을 반드시 찾아내도록 하라.”

결국 어설픈 지식이 화를 불러왔다. 대신들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기껏해야 몇 만의 희생으로 관직을 지킬 수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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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5년 6월, 한창 몸에서 지방질을 걷어내고 근손실을 보충하고 있는데 형님이 다급하게 궁궐로 부르셨다. 뭔가 복잡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는데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새 연호를 영덕이라 하였습니까? 다행이도 영덕의 지명과는 맞지 않으니 피휘(避諱)를 할 필요는 없군요.”

“상왕전하께서도 멀쩡히 계시는데 명나라 황제는 수도 없이 바뀌는군. 이번에는 어린 나이에 즉위했다면서?”

“섭정으로 태상황이 있으니 염려할 일은 없지만…….”

궁궐에 들어가니 신료들이 바삐 움직이며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명의 사신이 급히 파견되어 새 황제의 즉위를 알렸으니. 내가 예상한 정통제의 재집권인 천순제가 아니고 영덕(寧德)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연호가 튀어나왔다.

역사가 변해서 정통제는 태상황의 자리에서 머무른다 하였다. 이대로 흘러가면 고려천자 만력대제께서는 분명히 태어나시겠지. 다른 자들은 몰라도 고려천자는 한국의 위인으로 삼아도 좋은 사람이니까.

“수양대군 입궐하였사옵니다.”

“마침 잘 되었다. 지금 손이 부족하니 잠시 거들어 주거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내가 입궐하자 호조판서 이인손과 병조판서 조극관이 다급히 들어왔다. 여기에 의정부의 관원과 예조 참판인 정척도 참석하였으니 민감한 주제가 분명했다. 그렇게 형님의 입이 열렸다.

“일전에 알아본 바로는 근래에 들어 묵은 잡곡의 가격이 2할이나 올랐다 하였다. 이로 인하여 돼지고기의 값이 치솟고 있더군.”

“근래에 들어서 치솟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당장 백성들의 식량이 문제였다면 문제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다음 일을 생각한다면 시급히 방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이인손이 화들짝 놀랐으니 호조에서도 모르던 일이 분명하였다. 당장 한 해의 생산량이나 비축분이면 몰라도 사람이 손대지 않는 묵은 잡곡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물건이니까.

“재작년에는 경상도만 흉년이었으니 잡곡이 많이 소출되었을 것인데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시서(京市署 - 도성의 물가를 관장하던 기관)에서도 모르고 있더군.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이인손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 분명하겠지만 호조 판서니 변명할 거리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서책을 뒤적거리다가 마침내 해답을 찾아냈다.

“2할이 올랐다 하여도 20년 전의 곡물 가격과 비슷하니 염려하지 않았사옵니다.”

“20년 전과 비슷하다고?”

“그렇사옵니다. 일전에 명국에서 종자를 들여온 이후 미곡(米穀) 가운데 잡곡들은 소출이 많이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에 제자리를 찾았다 여길 뿐이었사옵니다.”

도표가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나름 정리가 되어 있었다. 쌀의 가격은 정상이고 잡곡은 약간 가격이 올라갔다. 그리고 통계에는 거의 잡히지 않는 묵은 잡곡 가격만 2년 동안 상승했다.

“그렇다 하여도 호조에서는 알아 두어야 할 일이라네. 병조에서도 이러한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가?”

“상세히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근래에 들어 갑사들이 말먹이의 값이 올랐다 하여 마음에만 담아 두었사옵니다. 하오나 2할이라 하면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오히려 병판이 알고 있으니 다행이군.”

조극관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는지 안색이 변했다. 아직까지는 괜찮았지만 묵은 잡곡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기병들의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 시대에는 말을 개인이 길러서 군마로 사용해야 하니까.

“기병이 3만에 달하니 군마의 수효는 예비마를 염두에 두면 9만에 달하며. 여기에 목장에서 자라나는 말을 감안하면 12만에 육박합니다.”

“그렇다네. 평상시에 군마는 마초(馬草)를 먹지만 훈련을 행하면 잡곡을 먹인다네. 한해에 군마가 먹는 묵은 잡곡만 적게 잡아 4석에 달하지 않는가.”

“여기에 귀부한 야인들의 말을 포함하면 아국의 군마만 하여도 20만에 달하니 20년 전의 4배가 되었습니다.”

조극관이 갑갑했는지 목을 매만지면서 말을 했다. 온갖 노력을 기울여서 기병을 양성하였는데 이제는 말이 너무 많아서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내려갔던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지만 연쇄 상승을 막으려면 방법이 없다.

“결국 군마만 따져도 매년 80만석의 소출이 늘어나야 하며. 야인들에게 파는 곡식의 양을 감안하면 160만석이나 많은 곡식이 쓰이고 있지.”

“조만간 한해만 묵은 잡곡도 말의 먹이로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디 4만의 기병을 두어 달자를 정면으로 몰아칠 일을 염두에 두었으나 이 이상은 늘리지 못할 것이 분명하군. 당분간 기병을 줄이도록 하세.”

분명 하르빈까지 강변을 모조리 개척하면서 나갔는데 거기서 잡곡을 수확한다면? 다들 북방에서 개척한 농지는 잊었나?

“신 수양대군 아뢰옵니다. 북변에 경원과 거양현을 비롯하여 개간을 시작한 곳이 많은데. 이러한 곳에서 잡곡을 벌충하면 충분하다 사료되옵니다.”

“다른 곳으로 곡식을 보내거나 비축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 하였다. 소출이 온전히 나오려면 앞으로 5년 정도가 필요하다 하더구나.”

형님도 분한 듯이 입술을 씹으면서 나를 위로했다.

“염려하지 말거라. 우경(牛耕)이 충분히 보급되어 군마로 쓰이지 못하는 말과 하급마를 섞어 북변으로 보내 마경(馬耕)을 행하면 벌충이 될 것이니라.”

결국 시간이 답이다. 그나마 돼지 가격이 폭증하지 않은 이유는 돼지 먹이로 쓰일 상수리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해서 어느 정도 완충작용을 한 덕분이겠지. 그런데 마경? 말로 농사를 지어?

“하오나 마경을 행하기에는 힘들다 여겨집니다. 본디 마경은 군마가 쇠하여 행하는 일이니 북변에서 농사를 지으면 값비싼 말로 잡곡을 수확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말이 나오면 군마가 절반이요 나머지는 사람도 태우기 버거운 짐말이 아니겠느냐. 우경에 쓰이는 하등마(下等馬)는 가격이 낮아져서 오승포 10필이라 하니 충분하다.”

오승포 10필이면 쌀로 4섬 정도니까 어중간한 집에서는 노려볼 가격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아쉽다 못해 안타깝다. 다들 노력했지만 약간 부족하니 더더욱 아쉽다.

“그렇다면 다음 논의로 넘어가겠다. 이번에 진하사(進賀使 - 황실의 경사를 축하하는 사절)를 파견해야 하는데 조공 품목을 정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전시라 하여 말의 조공을 일천 필이나 요구하고 있사옵니까?”

“그렇지. 여기에 장성을 새로 만들었으니…….”

어디엔가 탈출구가 없을까 생각했는데 명나라에서 수입하는 일도 힘들 것이 분명하였다. 요동 일대에 보급하는 곡식으로 부담이 상당하니까. 그러고 보니 요동도 북방이고 한창 개척하는 곳이었지.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니 형님이 나를 보시고 소리치신다.

“수양대군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느냐.”

“송구하옵니다!”

“무슨 심계가 그리 깊은지 몰라도 지금은 논의를 하는 중이다. 논의에 집중하여라.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진하사로 다녀올 마음이 있더냐. 안평대군을 보내면 좋겠지만 왜국에 다녀오는 중이니라.”

솔직하게 말해서 왕진이랑 같이 놀았던 일이 있으니 명나라에 가기는 부담이 많이 된다. 잘못하면 조선 초처럼 억류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제가 일전에 저지른 과오가 있는지라 함부로 나설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금성대군(錦城大君)을 보내면 충분할 것 같구나. 품목을 정하려 하는데 보총은 명국에서 원하지 않으니 군기시에서 일하는 기술자를 조금 빨리 보내도록 하지.”

“좀 전에 조공에 관련하여 군마를 일천 필을 보낸다 하지 않았사옵니까?”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조선에서 여진족들을 모조리 흡수해서 말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명나라의 말 가격은? 위소에서 마시로 사들이려 해도 언제나 부족하다 하던데?

“그래, 이제는 군마가 부족하지도 않으니 가급적 상등과 중등을 골라 보낼 것이니라. 명이 말을 사들이는 가격은 태종 대왕께서 정하신 일을 아직도 따르고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

“그렇다면 여전히 중등마(수레용)의 가격은 오승포로 200필이며, 하등마의 가격은 오승포 75필에 달합니까?”

“하등마는 값을 정해 두었지만 명에서 사들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농사에나 쓰일 말이니 필요하지 않다 하였지.”

“아닙니다. 명국에서는 한참 요동을 개간하니 농사에 쓰일 소와 말이 부족할 것입니다.”

탈출구는 있었다. 요동을 개척한다고? 그래놓고 여진족을 모조리 내보냈으니 말을 공급할 방법이 있을까. 위소도 대부분 닫았으니 큰 말들은 몰라도 작은 말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마경에나 쓰일 작을 말들을 팔아치우면 북경이라면 몰라도 요동에서는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요동에 내팽개쳐진 사람들이 말을 사들일까? 그런 재력이 될까? 이건 고민거리이긴 하지만 일단 말이라도 꺼내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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