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127화 (127/573)

< 2장 65화 - 시집살이 입신체비살이(1) >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죄수들이 차례차례 분류되었다. 밖에서 무얼 하면서 지냈는지, 혹은 도형으로 전문적인 업무를 하였는지를 먼저 알아내었다.

“무얼 하고 지냈소?”

“갖바치(가죽 가공업)를 하였소.”

죄수의 목패와 서류에 다시금 신상 명세가 새겨졌다. 그렇게 전문직을 걸러내고 나니 총원은 고작 60명에 불과하였다. 신숙주는 죄수들을 집합시키고 천천히 설명하였다.

“너희들이 밖으로 나가 보았자 재산은 사라져 있을 것이고. 떳떳한 일을 하지도 못할 것이 아니더냐. 기껏해야 남의 집 머슴이나 날품팔이로 살아가겠지.”

잠시 수염을 쓰다듬던 성삼문은 다시금 죄수들을 돌아보았다. 교화에 있어서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삶을 살아갈 방법을 제시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비록 3년이지만 충분한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이 시대의 기술 전수는 도제와 장인으로 이루어지며. 도제는 적어도 수 년 동안 장인의 아래에서 잡일을 하며 기술을 하나하나 전수받아서 배운다. 이 과정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니 관아의 외공장(外工匠 - 정해진 기한동안 일하는 교대제 장인)의 아래에서 입에 풀칠은 할 것이다. 설령 너희를 윽박지르는 자가 있다 하여도 감내하는 일은 당연함이 아니겠느냐.”

반면 장인들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했다. 충분한 녹봉을 받기로 하였지만 제자로 죄수들을 받아들여야 하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들이 앞으로 나섰다.

“나는 피장(皮匠 - 가죽 가공 기술자)이라네.”

“나는 소목장(小木匠 - 소형 목재를 만드는 기술자)이고. 대목장은 아니야.”

죄수들이 각자 배울 일을 택하여 장인을 따라 이동하자 다음 일이 남았다. 저녁이 될 무렵, 과거 음죽현(陰竹縣 - 경기도 이천)의 현감이었던 권준이 형무소에 도착하였다. 명문가의 식솔이자 양반이니 신숙주가 직접 나서서 입소를 담당하였다.

“죄인은 자신의 죄를 모두 고하시오.”

“권준입니다, 죄목은 주상전하께서 하명하신 훈련도감 초모에 현감의 신분으로 부정을 저질렀으며 이에 의해 장형 일백 대와 유배형을 선고받았습니다.”

4년 전에 훈련도감 입시 부정 사건으로 유배당한 권준은 흑산도에 위리안치(圍籬安置 - 유배형의 최고 단계, 죄수를 가시나무 울타리로 가둔다)를 당했다. 형조에서 다시금 산정한 죄를 훑어본 김시습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새로운 형전(刑典)에 의거하면 징역형으로 30년의 형벌이오. 형조에서 죄의 위중을 가감하여 다시금 형기를 매겼으니…….”

“사…… 삼십 년이라 하셨습니까?!”

권준의 나이는 오십이 다 되었기에 눈이 뒤집어지면서 혼절하려 하였다. 형무소를 나서면 여든의 노인이 살아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성삼문은 헛기침을 하더니만 기간을 정정하였다.

“장형으로 5년, 위리안치로 11년을 감면하여 도합 16년이 감해지게 되오. 귀양을 간 사람은 형을 감면하고도 최소 오 년을 살아야 하나 그를 넘어섰으니 여기서 14년을 살면 되겠소.”

권준은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63세에 바깥세상으로 나간다면 사실상 죽는 일과 다름이 없어보였으니. 그렇게 고개를 숙인 권준에게 성삼문이 다시금 말을 시작했다.

“그러니 형기를 줄일 방법을 알려주겠소. 죄인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먼저 언문을 가르치는 일이고 언해(諺解)본을 완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목판을 만드는 일이오.”

말을 마친 성삼문이 훈민정음을 기반으로 한 교재를 보여줬다. 교재를 읽은 권준은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상전하께서 뜻하신 바가 있으십니다. 중니(공자)께서도 충분한 수양을 거치면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하였으며. 아성(맹자)께서도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다 하였습니다.”

“스스로를 가다듬고 남을 가르침에 힘쓰시오. 지금부터 차근차근 할 일을 알려주겠소.”

폭력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식자층은 중요 인력이기에 혜택을 받았다. 형기를 따지지 않고 오전에는 가장 가벼운 귀양틀을 돌리며 오후에는 언해한 서적을 목판본으로 만들 글귀를 써낸다.

저녁 일과로 성삼문의 훈육 대신 죄수를 통한 교육이 시작되었다. 사람 모두가 교화할 수 있다는 유교적 사상을 시험하는 자리이지만. 효과는 아직 알 방법이 없었다.

“이게 상왕전하께서 만드신 훈민정음이라는 것이다.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시어 쉬운 글을 만들었으니 너희가 이를 알면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일에 도움이 되겠지.”

조개껍질을 갈아 만든 분필이 점토를 구워 만든 칠판 위를 움직였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자라도 익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죄수들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나하나 글을 익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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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이 더 흐르고 유배형을 당한 죄수들 대부분이 형무소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으며 대부분이 10년 이상의 장기 복역수로 탈바꿈하였다. 장기 복역수는 소수에 불과하기에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너희들은 멀리 나아가 남강에 석교(石橋)를 놓게 될 것이다. 닷새 동안 쉼 없이 일하고 이틀을 쉴 것이니 단단히 마음을 먹어 두어라.”

“닷새 동안 쉼 없이 일하고 이틀을 쉰다 하심은 실제로 여기 와서 눈을 붙이라는 말씀이 아니십니까?”

“셈이 빠르구나, 그렇다면 잔소리 말고 움직여라!”

다리를 만들려면 기존에 있었던 소로(小路)들을 다리를 놓을 자리까지 연장해야 한다. 한 죄수는 곡괭이로 돌을 내리치고는 저려오는 팔을 휘두르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바깥에서 이런 일을 하면 다섯 되를 일당으로 받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지.”

“이런 일을 오 년간 해야지 일반 죄수가 된다니 진짜 미칠 노릇이네.”

“네놈들이 일을 똑바로 하면 형을 감면하여 빨리 편해질 수 있다.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해 놔야 늙기 전에 형무소를 나갈 수 있지 않겠나?”

빛바랜 쑥색 철릭을 펄럭거리는 정범수를 보고서 죄수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정범수는 몽둥이를 내려놓더니 곡괭이를 들었다.

“너희들 생활이 어지간한 노비들보다 좋잖아? 노비들은 죽도록 일해도 면천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이 새끼들은 진짜 주상전하의 은혜를 무엇으로 아는 거냐?”

정범수의 손에서 곡괭이가 신들린 듯이 움직였다. 십년 전에만 해도 노비였던 자이니 순식간에 땅이 뒤집히고 돌들이 튀어나왔다. 그가 평양에서 노비생활을 하던 때에는 이런 험한일을 주로 했던 것이다.

“나처럼만 하란 말이다! 이정도로 열심히 하면 정말로 모범수로 삼아서 빨리 내보내 줄 것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서도 말썽을 부리면 따로 분류해서 북쪽 변방의 거양현 인근에 생길 새 형무소로 갈 것이다. 그러니 입을 다물고 몸을 놀려라!”

거양현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평양보다 훨씬 끔찍한 곳이 분명하리라. 죄인들은 정신없이 몸을 놀리면서 온 몸의 힘을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한편 성삼문은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형무소로 거처를 옮긴 죄인들 가운데 명문가에 속하는 자들의 식솔들이 죄수들이 입을 옷과 사식(私食)을 보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여름에 입을 삼베옷이 아닙니까.”

“그렇지, 안동 권가에서 보내온 물건인데 규정대로면 옷은 세 벌이 허용되니 상관이 없다네.”

“하오면 이 재물들은 어떻게 합니까?

죄수들이 휴대할 수 있는 물건으로 규정된 것은 밥을 먹기 위한 나무 수저와 갈아입을 옷들, 대나무로 만든 물통이 전부였다. 문제는 사식들에다가 대놓고 뇌물로 보내온 각종 재물들이었다. 당장 관원들의 눈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삼문은 모든 물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문서에 적더니만 하나하나 인봉(印封 - 도장을 찍은 종이로 막아둠)을 붙여나갔다.

“어찌하여 인봉을 매기시는 겁니까? 이는 모두 선물이 아닙니까?”

“우리가 먹을 것은 주상전하께서 베풀어 주시는 봉록이며 죄인들이 먹을 것 또한 주상전하께서 베푸신 것이면 충분하지 않느냐. 한 번이라도 받아들이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문종이 형무소의 부소장으로 성삼문을 파견한 이유는 간단하였다. 그동안 성삼문이 보인 강직한 성품과 사사로운 재물에 넘어가지 않는 모습을 믿은 것이다.

다른 이라면 언젠가는 유혹에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성삼문은 모든 뇌물과 사식을 차단하였고. 이는 조만간 법률로 남아 후대의 본보기가 될 것이 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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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한양 진고개에 있는 수양대군의 집에서는 비명이 들려왔다. 찢어지는 비명소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수양대군의 첫째 아들 도원군(桃源君) 이장의 아내인 군부인 한씨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팔을 매만지면서 풀어나가는 모습이 능숙하였지만 밀려오는 근육통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도원군은 아내의 팔을 주무르더니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이두박근이 돌같이 뭉쳤소. 아프지 않으시오?”

“괜찮습니다. 지금 풀지 않으면 오늘 하체를 하는데 아악!”

한참동안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도원군은 부풀어 오르는 아내의 배를 보았다. 회임하고도 입신체비가 끊이지 않으니 몸이 상할까 염려하였지만 도원군이 말릴 방법은 없었다.

‘내가 너를 뱃속에 둘 적에 지아비께서 친히 입신체비의 일부를 가르쳐 주셨다. 그리하여 고난 없이 순산하였으니 이를 말리고 싶더냐.’

참으로 명백한 대답이기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도원군은 몸에 힘을 주어 근육을 도드라지게 하였다. 입신체비를 시작한지 단 2년, 수양대군의 튼튼한 몸을 물려 받은 덕분에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2년이 지났습니다, 낭군(郞君)께서는 이렇게 두툼한 팔을 가지셨는데 저는 어찌하여 이러한지 모르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시오. 여인의 몸으로는 근육이 늘어나기 힘들지 않소? 자친(慈親 - 어머니)께서도 그저 복근이 여섯 갈래로 드러난 것이 전부라 하지 않았소.”

“제 배는 회임하기 전에도 밋밋할 뿐이었습니다.”

군부인 한씨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저 젓가락 같았던 팔다리가 나뭇가지 정도로 두툼하게 변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생각하여 보시오, 처음 이 집에 올 적에는 3대 운동을 행하지도 못할 몸이 아니었소? 회임하기 전 최고 기록이 240근이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소.”

“대부인께서는 450근이 아닙니까.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다시금 500근으로 올리려 하십니다.”

“그…… 것은 나도 잘 모르겠소.”

말이 500근이지 예전에 듣기로는 성별이 다른 것과 체격이 다른 것을 감안하여 500근이면 필부(匹夫)를 기준으로 800근에 근접할 거라는 말을 들었던 둘이었다.

“마일용이라는 분이 입신체비장에 찾아오셨습니다.”

하인의 말을 들으니 벌써 신시(오후 3시)가 되었다. 둘은 미리 차려입은 입신체비복을 가다듬고 문 밖으로 나섰다.

“입신체비를 행할 시간입니다. 낭군께서도 몸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여 주십시오.”

“오늘은 마 주부(主簿 - 종6품, 마일용이 속한 관직)께서 몸을 점검한다 하셨으니 염려하지 마시구려. 엄친(嚴親 - 아버지)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삼대 운동 800근에 도전해 볼 것이오.”

군부인 한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신한 발걸음으로 안마당에 나아갔다. 이미 여종들이 입신체비를 마쳤는지 땀이 흐르는 모습으로 주변을 정돈하고 있었다.

“몸에 변고는 없느냐.”

“없습니다. 다만 회임한지 오래 되어 그런지 몸에 살이 올라오고 있어서 염려가 됩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니 염려할 일이 아니다. 다만 회임한 몸은 한 몸이 아니니 소중히 다뤄야 할 것이니라.”

여기서 변고라 하면 사소한 근육통, 운동 후에 발생하는 근육 경련 같은 것은 제외한 신체의 이상이었다. 자세를 바로 잡고 몸을 풀어나가고 있는데 삼한국대부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언을 시작하였다.

“회임한지 적어도 여섯 달이 흘렀으니 몸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허리가 찌르는 듯이 아플 것이며 하복부에 담이 걸린 것과 같은 둔통이 있을 것이다. 그러하지 않느냐?”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오면 어떤 입신체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까?”

“각굴(런지)로 가볍게 시작하자꾸나. 그 다음 다섯 근(3.2㎏)의 소역기를 양 손에 쥐고 공좌(스쿼트)를 하면 좋을 것이다.”

각굴 자세를 잡고 양 발에 힘을 분산하여 천천히 몸을 내리자 부담이 느껴졌다. 그나마도 회임 이후에 하체운동은 아이를 위해 약한 운동만 하는 방침이지만 삼한국대부인은 회임하지 않은 몸이다.

삼한국대부인의 양 어깨 위에는 100근(64㎏)이나 되는 대역기가 있었다. 그러나 삼한국대부인은 자신의 체중보다 무거운 대역기를 얹고도 쉼 없이 12회의 공좌(스쿼트)를 수행하였다.

“언젠가 3대 운동 500근을 노릴 수도 있겠거늘. 나이를 속일 수 없으니 부족함이 있구나.”

그런 당당한 목소리에 군부인 한씨의 머릿속에서는 고통으로 들어찬 2년 전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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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괜찮느냐?”

어깨 위에서 짓누르던 목봉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땅 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면서 온 몸의 힘이 풀렸다. 속에서 신물과 구역질이 올라오고 눈앞이 핑핑 돌았다. 양 다리에서는 불타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일어나거라!”

“못합니다. 정말 못합니다.”

“공좌(스쿼트)도 고작 열 근(6.4㎏)이 아니더냐! 고작 3회차(세트)이거늘!”

대부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보면서 어떻게든 사지의 힘을 쥐어짜서 가까스로 일어났다. 하지만 갓 태어난 노루마냥 다리가 파들거렸다. 결국 한숨을 쉰 삼한국대부인이 안타까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오늘의 입신체비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그리고 미수(미숫가루)를 반드시 마셔야 한다.”

부축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안마당을 나설 수 있었다.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몸을 씻고 멍하니 도움을 받아 머리를 말리고 있으니 울분이 샘솟기 시작했다.

벌써 혼례를 올리고 두 달이 지났다. 멋진 낭군님께서 밖을 거니는 일은 이해할 수 있었다. 옛 금석문(金石文)을 좋아하시니 언젠가는 학문으로 업적을 남기실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입신체비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었다. 점차 횟수가 증가하고 무게가 증가하는데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이 아니었다. 똑같은 고통 혹은 더 심한 고통만이 계속 밀려왔다.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드디어 공좌를 3회차(세트)나 행하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다리가 끊어질 듯이 저려오는구나.”

집에서부터 데려온 여종이 건넨 미수(미숫가루)를 들이켜자 텁텁한 뒷맛이 느껴졌다. 입신체비서에 의거하면 육질(단백질)에 해당되는 음식이 여럿 있다 하였으며. 콩가루를 많이 섞은 미수는 효험을 보인다 하였다.

하지만 벌써 두 달이 흘렀다. 고기를 받아들이기 힘든 체질이어서 육질을 대신하여 미수를 계속 마시는데도 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시집살이가 고난이라 하던데 어찌하여 몸으로 고난을 시작하는가. 유순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는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혹여나…….”

“몸에 변고라도 있다는 말이더냐!”

자신의 집에서 데려온 여종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자 울분이 솟아올랐다. 입신체비의 기준은 삼대 운동이라는 세 동작으로 판가름 한다 하였다. 안간힘을 썼지만 의압(벤치프레스) 20근(12.8㎏), 시거 30근(19.2㎏), 공좌 20근에 불과하였다.

“그래 변고가 있기는 있지. 본래 아녀자도 일백 근은 쉬이 한다 하였는데 두 달을 내리 움직여야 일백 근이니 한스럽기 그지 없구나.”

두 달 동안 고통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몸에 근력이 붙었다. 그래서 지금은 100근(64㎏)을 간신히 채웠다. 하지만 당장 집안의 가장인 수양대군 어른과 비교하면 참새와 황새를 비교하는 일 보다 비참하였다.

“지금 삼대 운동의 합이 일백 근이고. 국대부인께서는 삼대 운동의 합이 사백 근이라 하지 않았느냐. 내가 넷이 모인다 하여도 당해낼 길이 없구나.”

“조만간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저도 시작은 일백 근이 조금 넘었는데 지금 백오십 근을 하니까요.”

“그러기 전에 마음이 거덜 날 것 같구나.”

무엇인가 몸에 달라진 것이 있어야 하는데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게 꾸벅꾸벅 졸면서 입신체비서의 내용을 머릿속에 쑤셔 넣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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